갑오년 새해가 밝았다. 양력 새해는 이미 한 달 전에 시작되었지만, 갑오년 첫날은 이제 막 시작했다. 흔히 양력이라고 부르는 그레고리력은 기원후 1년 1월 1일을 기준으로 해마다 숫자를 늘려 부른다. 올해는 그레고리력(Gregorian calendar)으로 표기할 때 기원후 2014년이다.

간지(干支) 혹은 갑자(甲子)
반면에 우리가 흔히 음력이라고 부르는 태양ㆍ태음력은 간지(= 갑자)로 해를 표기한다. 간지는 갑(甲)ㆍ을(乙)ㆍ병(丙)ㆍ정(丁)ㆍ무(戊)ㆍ기(己)ㆍ경(庚)ㆍ신(辛)ㆍ임(壬)ㆍ계(癸) 십간(十干)과 자(子)ㆍ축(丑)ㆍ인(寅)ㆍ묘(卯)ㆍ진(辰)ㆍ사(巳)ㆍ오(午)ㆍ미(未)ㆍ신(申)ㆍ유(酉)ㆍ술(戌)ㆍ해(亥) 십이지(十二支)로 해의 이름을 정하는 방식이다. 간을 앞에 쓰고 지를 뒤에 써서 갑자, 을축, 병인, 정묘…… 이런 식으로 해를 지정한다. 십간과 십이지의 맨 앞만을 따서 ‘갑자’라고도 부른다.

역사적인 사건에는 그 사건이 일어난 해의 간지를 표시한 경우가 많다. 임진왜란은 임진년에 왜가 일으킨 난이란 뜻이고, 병자호란은 병자년에 오랑캐가 일으킨 난이란 뜻이 된다. 올해는 갑오년이다. 갑오년에 일어난 큰 사건으로는 동학농민전쟁(東學農民戰爭)이 있다. 120년 전 갑오년에 농민들은 학정과 외세에 맞서 전쟁을 벌였다. 두 갑자 전의 일이다.
같은 간지를 갖는 해는 60년에 한 번씩 돌아온다. 이것을 회갑 또는 환갑이라고 한다. 예전엔 환갑을 맞으면 회갑연을 열고 공식적으로 ‘노인’이 된 것을 축하했지만, 요즘은 환갑 잔치를 열자고 하면 내가 어딜 봐서 노인이냐고 오히려 손사래를 친다.
‘갑자년’은 있어도 ‘을자년’은 없는 이유
간지를 무작위로 병렬할 수 있는 경우의 수는 당연히 120가지다. 조금 지루하지만 이를 모두 나타내 보면 아래와 같다.

하지만 갑자년은 들어봤어도 을자년은 들어본 적이 없다. 왜일까? 간지 둘을 합하여 나타낼 수 있는 경우의 수는 모두 120개지만, 실제로 사용하는 간지는 60개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실제 사용하는 간지만을 간추리면 다음과 같다.

위에 나열한 실제 사용하는 간지를 보면, 간지 모두 절반만 사용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갑자년 다음은 을축년이 놓이기 때문에 갑축년이나 을자년은 쓸 수 없다. 이것은 배열 규칙 때문인데, [갑자→을축→병인→정묘]와 같은 순으로 배열하다 보면 배열할 수 있는 것과 배열할 수 없는 것이 생기게 된다. 그럼 어떤 것은 배열할 수 있고 어떤 것은 배열할 수 없을까? 이것은 다음과 같이 생각하여 알아낼 수 있다.
갑자년부터 세어 다음 간이 다시 갑이 되는 해는 갑술년이다. 순서대로 써 보면 다음과 같다.
- 갑자, 을축, 병인, 정묘, 무진, 기사, 경오, 신미, 임신, 계유, 갑술
간은 모두 열 가지고, 지는 모두 열두 가지다. 그 때문에 당연히 십이지가 돌아가는 중에 열 번째가 될 때마다 다시 갑이 돌아온다. 갑자가 늘어서는 모양은 아래의 그림과 같다.

이렇게 하여 그다음 갑은 갑신년이 되고, 순서대로 갑오, 갑진, 갑인년이 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 갑술, 을해, 병자, (……), 임오, 계미, 갑신, 을유, (……), 갑오, (……), 갑진, (……), 갑인
한 번 갑이 돌아올 때마다(즉, 10년마다) 갑과 만나는 띠의 순서는 두 개씩 앞당겨진다.
따라서 갑과 함께 쓸 수 있는 띠는 여섯 개(자ㆍ인ㆍ진ㆍ오ㆍ신ㆍ술)가 되고, 다른 여섯 개의 띠(축ㆍ묘ㆍ사ㆍ미ㆍ유ㆍ해)는 쓸 수 없다. 한편, 갑이 반복될 때마다 걸리는 시간은 10년이기 때문에 갑자년에서 다시 갑자년이 되는 데는 60년이 걸린다. 즉, 한 갑자는 60년이 된다.
결국, 각 띠엔 다섯 가지 간이 붙는다. 위에 나열한 것을 살펴보면 띠는 ‘갑’계와 ‘을’계 두 종류로 나뉜다는 것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쥐띠를 예로 들면 ‘갑자, 병자, 무자, 경자, 임자’가 있고, 소띠는 ‘을축, 정축, 기축, 신축, 계축’이 있다.
즉, ‘갑ㆍ병ㆍ무ㆍ경ㆍ임’과 ‘자ㆍ인ㆍ진ㆍ오ㆍ신ㆍ술 ‘이 한데 묶여 갑계를 이루고, ‘을ㆍ정ㆍ기ㆍ신ㆍ계’가 ‘축ㆍ묘ㆍ사ㆍ미ㆍ유ㆍ해’가 한데 묶여 을계를 이룬다. 이를 알고 있으면 어떤 간지는 쓰이고, 어떤 간지는 쓰이지 않는지를 쉽게 알 수 있다. 갑오년은 ‘갑’계이므로 무오년은 있어도 기오년은 있을 수 없다.
옛사람들은 간지를 음과 양으로 나누어 이를 표현하였는데 양은 양끼리만 만나고 음은 음끼리만 만난다.

간단한 산수
간단한 산수를 곁들이면 십간과 십이지가 60년을 주기로 다시 시작하는 것은 10과 12의 최소공배수가 60이기 때문이다. 최소공배수를 계산하는 방법은 고대 그리스때부터 알려졌는데 아래와 같은 수식을 사용한다.

위 수식은 a와 b의 최소공배수는 a×b를 a와 b의 최대공약수로 나누어 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10×12 = 120이고, 10와 12의 최대공약수는 2 이므로, 최소공배수(10,12) = 120/2 = 60이 된다. 따라서 1갑자는 60년이다. 이 계산은 초등학교에서 아래와 같은 세로셈을 사용하도록 가르친다. 한편, 이 세로셈은 앞서 그려놓은 음양표와 본질에서 같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올해는 왜 파란 말의 해일까?
이제 조금은 수학과 관련이 없는 분야로 넘어가서 이른바 ‘파란 말의 해’에 대해 알아보자. 천문학의 흑역사에 점성술이 있고, 화학의 흑역사에 연금술이 있다면, 수학의 흑역사엔 수비학(숫자와 사람, 장소, 사물, 문화 등과의 숨겨진 의미와 연관성을 공부하는 학문)이 있다. 간지에도 수비학적인 요소가 들어 있는데, 십간을 다른 여러 가지에 대입하여 생각하는 풍습은 고대 중국에서부터 유래한 것이다.
- 갑 = 청(파랑) = 동 = 4
- 을 = 청(파랑) = 동 = 5
- 병 = 적(빨강) = 남 = 6
- 정 = 적(빨강) = 남 = 7
- 무 = 황(노랑) = 중 = 8
- 기 = 황(노랑) = 중 = 9
- 경 = 백(하양) = 서 = 0
- 신 = 백(하양) = 서 = 1
- 임 = 흑(검정) = 북 = 2
- 계 = 흑(검정) = 북 = 3

위와 같이 색상과 방위를 묶어 생각하는 사고방식에 십간이 연계된 것임을 알 수 있다. 올해는 갑오년이니까 파란 말의 해가 된다. 말의 해엔 갑오(청마), 병오(적마), 무오(황마), 경오(백마), 임오(흑마) 다섯이 있다. 옆길로 잠시 새면 성리학을 국가이념으로 받아들였던 조선 시대에는 우리나라가 동쪽에 있으니 청색에 해당하기 때문에 사대부들도 푸른 옷을 입으라고 권장되었다.
하지만 예로부터 흰색이나 밝은색을 좋아했기 때문에 슬쩍 푸른 빛이 도는 옥색의 옷으로 면피했는데, 그때부터 옥빛 한복이 유행한다. 그러니까 간지에서 색상은 순환을 상징하는 것 이외에 별다른 의미가 없다. 다만 최근 들어 각종 상술과 결합해 사람들의 시선을 끌고 있을 뿐이다.
끝으로, ‘갑을’은 햇수를 헤아릴 때만 따지는 것이 되었으면 한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어찌 ‘갑을’이 있을 수 있겠는가.
퀴즈
- 갑오농민전쟁이 일어난 해는 서기 몇 년일까?
- 갑신정변이 일어난 해는 서기 몇 년일까?
- 삼천갑자 동방삭은 도대체 몇 년을 살았단 말일까?
팁
- 기원후 첫 갑자년은 서력으로 기원후 4년이다.
- 갑자는 해를 세는 것뿐만 아니라 달과 일, 시를 셀 때도 쓰였다. 사인검(四寅劍)은 인년, 인월, 인일, 인시에 벼린 검이란 뜻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