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과 태블릿의 확산은 종이신문만 처참하게 죽이는 것이 아니다. 지난 20년간 수많은 이용자의 마음을 설레게 했던 월드와이드웹이 사라지고 있다. 바로 다수 이용자 스스로 웹보다 앱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화되기 때문이다. 수요가 공급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포스트 PC 시대의 도래
이른바 ‘포스트 PC 시대’가 도래했다. 데스크탑과 노트북은 스마트폰과 태블릿에 의해 빠르게 대체되고 있다. 지난 2013년은 PC 생산업체에게 최악의 해였다. 가트너(Gartner)의 분석에 따르면 2013년 한 해 동안 전 세계 PC 시장은 10% 축소됐다. 동시에 스마트폰과 태블릿 시장이 급팽창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IDC 예측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전 세계 태블릿 보급량은 PC의 그것을 추월한다. 스마트폰은 여기에 함께 계산되지 않았다. IDC 예측 보고가 과장이 아닌 것은 지난 2013년 4/4분기 태블릿 판매량이 PC 판매량을 이미 넘어섰다는 사실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디바이스 판매량 및 보급량의 변화는 전체 인터넷 생태계의 변화를 동반할 수밖에 없다. 다양한 변화 중 가장 극적인 것은 브라우저에 기초한 웹(*주: 인프라 층위가 아니라, 인터페이스 층위로서의 웹을 지칭)이 스마트폰과 태블릿 앱에게 자리를 빼앗기는 현상이다. HTML5와 반응형 웹을 앞세우며 브라우저 기반 웹의 혁신을 주도하고 열린 웹의 멋진 세계를 옹호하는 사람도 PC 대체 현상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2013년 4월의 통계를 보자. 미국 이용자 중 20%만이 브라우저 기반 웹을 선호하는 반면 나머지 80%는 앱을 주로 이용한다. 또 다른 통계에서도 85%의 이용자가 앱을 통해 인터넷을 만끽하고 있음이 나타나고 있다.
물론 이와 상반되는 통계수치도 존재한다. 넬슨의 조사에 따르면, 브라질과 이탈리아 이용자는 모바일 웹보다 앱을 선호하지만, 미국 및 영국 이용자는 여전히 모바일 웹을 앱보다 선호하고 있다. 앱과 모바일 웹 선호도 조사가 서로 충돌하는 결과를 보여주고 있지만, 스마트폰과 태블릿 보급이 앱의 선호도 경향을 강화하고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그리고 유감스럽게도 공급은 수요를 따를 수밖에 없다. 애플 스토어와 구글 플레이에는 이미 각각 백만 개 이상의 앱이 이용자를 유혹하고 있다. 자연스럽게 우리가 지난 20년 동안 (월드와이드)웹이라고 불렀던 멋진 세상이 안타깝지만 역사적 소멸의 길에 접어들고 있다.
웹사이트의 성장 속도 둔화
몇 가지 통계를 좀 더 살펴보자. 넷크래프트(Netcraft) 정기조사는 지난 2011년 이래로 전 세계 웹사이트(website)의 성장 속도가 뚜렷하게 둔화되고 있음을 말하고 있다. 2014년 1월 기준 전 세계 웹사이트 수는 약 8억 6천 1백만 개에 이르고 있다. 2013년 1월 6억 3천만 개의 웹사이트가 존재한 것과 비교한다면 2013년 웹사이트의 총수는 물론 증가하였다. 그러나 2011년 1월과 12월 사이 웹사이트 증가율이 200%를 기록했으니, 그 이후 웹사이트 성장률은 크게 위축된 것이다.
월드와이드웹사이즈가 분석한 웹페이지(webpage) 통계도 유사한 결과를 보이고 있다. 아래 표 “구글과 빙에 색인화된 웹페이지 변동”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검색서비스 구글과 빙(Bing)에 의해 색인화(Indexing)되는 웹페이지의 수는 최근 정체 또는 감소 추세다. 어쩌면 이러한 배경에서 최근 구글은 앱 콘텐츠에 대한 색인화 작업을 시작했을 수 있다.
블로거이자 과학역사학자인 알렉스 발렌슈타인은 2013년을 “사라지는 웹사이트의 해”로 기록하고 있다. 그의 조사에 따르면 핵 과학과 관련된 대표적인 3개의 웹 기반 데이터베이스가 2013년에 사라졌다. 나아가 점점 많은 모바일 이용자들이 브라우저 기반 웹사이트보다는 앱 기반 콘텐츠 소비를 늘려 갈수록, 웹사이트 공급자에게는 특히 과거 웹페이지를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경제적 동기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아주 작은 이용자 집단이 매우 드물게 그리고 불규칙하게 방문하는 과거 웹페이지를 관리하고 보관하는 것에도 서버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배경을 이유로 싸이월드에 담겨있던 수천만 이용자의 기록이 곧 사라지게 된다. 다른 한편 페이스북, 트위터 등 수십억 이용자의 활동을 한 곳에 모으고 있는 소수의 서비스가 무시무시한 파괴력을 가지고 성장할수록, 그 서비스가 언젠가는 단숨에 싸이월드처럼 월드와이드웹에서 사라질 위험성 또한 함께 커진다.
놓을 수 없는 열린 접근과 정보 공유에 대한 희망
일찍이 2010년 8월 크리스 앤더슨은 ‘웹의 죽음’을 예고했다. 그리고 그의 불쾌한 예견은 3년이 지나지 않아 정확히 들어맞았다. 키스 라보이스(Keith Rabois)는 최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노트북과 브라우저가 사라지기 때문에 웹도 사라진다(The web is going away because laptops and browsers are)”라며 포스트 PC 시대에서 웹이 처한 숙명을 명쾌하게 설명하고 있다. PC와 함께 사라지는 웹! 몸부림치며 거부하고 싶다. 우리가 지금까지 경험한 웹은 브라우저 없이 존재할 수 없다. 하지만 이 브라우저는 스마트폰과 태블릿에서 수백만 개에 이르는 앱과 외롭고 처참한 싸움을 진행하고 있다. 그리고 진화하는 앱은 UI/UX 측면에서 점차 브라우저를 압도하고 있다. 브라우저를 이용해 열린 웹을 찾는 이용자가 줄어들면 들수록, 콘텐츠 공급자는 이들 소수집단을 위해 브라우저 기반 웹을 진화시킬 동기를 빠르게 잃어갈 것이다. 공급자가 줄어들면 웹의 매력은 더욱 축소될 것이며, 최악의 경우 웹은 역사 속으로 사라질 것이다.
더욱더 많은 콘텐츠가 특정 앱 운영자에 의해 통제되는 울타리 속으로 갇히게 될수록, 카카오, 라인, 밴드 등 폐쇄형 앱 서비스가 증가할수록, 멋진 콘텐츠가 넘쳐나는 웹사이트에 대한 이용자의 관심이 조금씩 줄어들수록, 서로 다른 웹페이지를 연결하는 링크는 그 매력을 상실할 것이다. 링크의 매력이 사라질 때 우리가 지금까지 알고 있는 월드와이드웹은 존재할 수 없다.
개인적으로 스마트폰과 태블릿에서 브라우저를 열심히 사용하기 위해 의식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매력적인 기능을 가진 서비스가 앱으로만 제공되는 경우가 점차 많아질수록 개인적인 노력과 불평은 어떤 변화도 만들어내지 못한다. 이러한 모바일로의 대전환에 맞서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또는 이후 세대는 겨우 20년이라는 짧은 전통을 가진 브라우저 기반 웹에 애처롭게 매달리고 있는 나의 모습을 어떻게 평가할까?
전 세계 이용자가 인터넷을 통해 콘텐츠를 제한 없이 찾고 쉽게 발견하는 방법만 존재할 수 있다면, 어쩌면 콘텐츠가 어떤 특정 형식 및 프로토콜로 존재하는가는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이것이 시대의 변화를 좀 더 여유를 가지고 성찰해야 하는 이유다. 그러나 나는 PC 시대를 끝내는 역사적 전환점에서도 열린 접근과 정보 공유에 대한 열망과 희망을 결코 버릴 수 없다.
아직까진 섣부른 판단인것 같기도 하네요. 앱이 인기있는건 어디까지나 모바일 기술이 비교적 새로워서 + 하드웨어 스펙의 한계 때문이라서 말이죠. 잘사는 나라일수록 웹을 앱보다 선호하는것도 그런 이유죠. 비싼 돈 들여서 좋은 기계 사면 그게 그거니까요. 결국은 조금 더 있어봐야 알듯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