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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나 9: 감자 천 원어치

일상, 평범하지만 그래서 더 특별한 이야기들이 지금도 우리의 시공간 속을 흘러갑니다. 그 순간들을 붙잡아 짧게 기록합니다. ‘어머니의 언어’로 함께 쓰는 특별한 일기를 여러분과 함께 나눕니다. (편집자)

 

감자

어머니가 사오신 천 원어치 감자 한 봉지

어머니가 사오신 천 원어치 감자 한 봉지

이게 천 원어치다. 알 크기 중상의 감자 30여 개가 천 원이다. 요즘 천 원으로 먹을 수 있는 게 뭐가 있지? 음… 아이스바 하나? 과자 한 봉지?

어머니는 동네 청과물 가게 몇 군데를 거의 매일 다니신다. 오가며 가격을 묻고 할인판매 품목을 찾으신다. 동네 특성상 언제 할인을 할지 모르기에 그토록 자주 장에 내려가시는 거다. 그러다 보면 가끔 이렇게 ‘말도 안 되게 싼’ 물건이 나온다. 동네 상인들이나 자주 마주치는 아주머니들과 친구처럼 지내게 되는 건 ‘덤’이다.

“이래서 이 동네를 떠나기가 힘들어.”

“이게 정말 천 원이라고요?”

“응! 세일해서 천 원. 서른 개는 족히 넘는다.”

“아 진짜 싸다. 너무 싼 거 아녜요?”

“그치. 나야 좋지만, 농부들은 뭐 먹고 사냐?”

“그러게요. 이 가격에 팔아서 뭐가 남을지.”

감자 봉다리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그리고 생각한다.

‘얘들아. 우린 너희들이 천 원에 팔린다는 게 누군가에게는 슬픔이고, 누군가에게는 기쁨이 되는 그런 세상에 살고 있단다. 고맙고 또 미안하다.’

김밥

DongJai, CC BY ND

DongJai, CC BY ND

오늘은 김밥이 좀 통통하다. 김밥 아주머니가 바쁘셨나. 평소보다 김밥 개수가 두 개는 적어보인다.

“오늘은 김밥이 통통하네요. 아주머니가 바쁘셨나.”

“그러게. 퉁벌같이 썰어 놨네.”

“퉁벌이요?”

“응. 보통 벌보다 좀 큰 거. 김밥이 퉁벌처럼 퉁퉁하잖아. 네 할머니가 쓰시던 말이야.”

“아… 그렇구나. 퉁벌. 퉁퉁한 벌. (ㅎㅎ)”

무슨 뜻인지도 모르고 들었던 할머니의 사투리가 요즘 유난히 그립다. 내가 지금 알고 있는 것들을 그때도 알았더라면 할머니랑 참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을 텐데. 인생도, 말도, 전쟁도, 아픔도…

‘퉁벌’이라는 말을 처음 들어봐서 사전을 찾았더니 등재되어 있지 않다. 구글에서 검색했더니 약 55,000건의 결과가 나온다. 표준어는 아니지만, 사람들이 쓰긴 하나 보다. 그중에서 아래 설명을 가져와 봤다.

“◇ 봉자(蜂子) 성질이 평(平)하고 맛이 달며[甘] 독이 없다.
○ 새끼벌이란 바로 꿀벌 새끼를 말한다. 꿀개 속에 있는데 번데기 같으면서 빛이 희고 크다. 황봉의 새끼(黃蜂子)란 바로 집이나 큰 나무 사이에 집을 짓고 있는 퉁벌( 루蜂)을 말하는데 벌보다 크다. 땅벌의 새끼(土蜂子)란 바로 땅 속에서 사는 벌을 말하는데 생김새가 제일 크다. 새끼벌은 대가리와 발이 생기지 않은 것을 쓰는 것이 좋은데 소금에 볶아서[炒] 먹는다. 이것은 모두 성질이 서늘하고[ ] 독이 있는데 대소변이 나오게 하고 부인의 대하증을 치료한다[본초].” (출처 링크)

비빔국수

반찬 필요 없고 만들기 쉬운 비빔국수 만들기 (by 어무이)

재료:

  • 양파 중간 크기 1/4
  • 풋고추 (그리 맵지 않은 것) 1개
  • 깻잎 중간 크기 1묶음 (약 15장)
  • 오이 1개
  • 상추 큰 거 2장
  • 진간장 1숟가락
  • 고추장 2 숟가락 (밥 먹는 숟가락으로 중간 정도)
  • 참기름 1차스푼
  • 참깨 약간

만드는 방법:

  1. 국수를 잘 삶는다.
  2. (쇠로 된) 소쿠리에 넣어 흐르는 수돗물로 식힌다.
  3. 고추장과 각종 재료를 모두 섞어 양념을 만든다. (단 걸 좋아하시는 분들은 밥숟가락으로 0.5~1 술 넣는다.)
  4. 잘 비빈다. 오른손으로 왼손으로…
  5. 참기름과 참깨를 넣는다.

오늘은 특별 양념으로 다마리 간장 1스푼이 추가되었다. 연한 부추가 있다면 잘게 잘라 넣어도 훌륭한 양념이 된다. (다마리 간장은 사과, 배, 양파, 고추, 다시마 등을 넣어 만든 간장.)

사진을 보시더니 어머니가 하시는 말씀 둘.
“사진, 믿으면 안 되겠다.”
“국수를 잘 삶는 게 관건이야.”

(속으로) ‘아… 앞으로 계속 삶아주세요.’

 

감자, 2013년 10월 21일
김밥, 2013년 7월 31일
비빔국수, 2013년 8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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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소개

김성우
초대필자, 응용언어학자

성찰과 소통, 성장의 언어 교육을 꿈꾸는 리터러시 연구자입니다. "삶을 위한 영어공부"라는 관점에서 영어교육을 새롭게 정의하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산문집 [어머니와 나]를 썼고, ‘영어논문쓰기 특강’을 통해 다양한 분야의 연구자들과 만나고 있습니다.

작성 기사 수 : 72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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