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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2. 12. 27. 선고 2012도10670 판결【가 .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위반 ( 명예훼손 ) 나 . 사자명예훼손】

피고인 지만원 vs. 상고인 대한민국 검사
원심판결 서울고법 2012.8.23.선고 2011노308 판결
대법원 판결선고 2012.12.27.

주문

상고를 기각한다.

이유

상고 이유를 판단한다. 원심판결 이유를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그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하여 그 범죄의 증명이 없음을 이유로 무죄를 선고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한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이 명예훼손죄에 관한 법를 오해한 위법이 없다.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단

가. 검사는 이 사건 게시물로 인하여 ‘5.18 민주화운동 유공자들’과 5.18 민주화운동 당시 사망한 피해자들의 명예가 훼손되었다고 공소제기하였는바, 일단 이 사건 게시물에는 직접적으로 피해자들의 성명 등이 표시되거나 5.18 민주유공자예우에 관한 법률에 의하여 등록된 ‘5.18민주유공자들’을 지목하는 표현이 포함되어 있지 않으나, 이 사건 게시물의 공소제기 부분은 5.18 민주화운동 당시 북한의 특수군이나 불순분자가 파견되어 광주시민들을 잔인하게 살해하고 나아가 그 무렵 그들이나 북한의 대남사업부 전문가 또는 그 후 좌익(성향의 사람들)이 그 살해범의 누명을 5.18 민주화운동 당시 광주시내 등에 출동하였던 대한민국 군인들에게 뒤집어씌우고 자극적인 유언비어를 만들어 퍼뜨렸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어서, 이 사건 게시물을 읽는 일반 독자들이 현재까지 법원의 판결이나 5.18 민주유공자예우에 관한 법률의 제정, 시행과정 등에서 5.18 민주화운동에 관하여 밝혀진 사실과 다르게 5.18 민주화운동의 성격이나 내용을 이해할 여지가 충분하고, 이 경우 그 독자들은 ‘5.18민주화유공자들’이나 5.18민주화운동에 참여한 광주시민들도 결과적으로 북한의 특수군이나 불순분자 등에 의하여 선동된 폭동에 참여하고 북한의 특수군이나 불순분자의 행동에 협조하거나 동조함으로써 북한의 대남전략전술 내지 공작에 속아 넘어가 대한민국의 국익을 해하는 잘못된 행동을 한 것이라는 인상을 갖게 될 수 있으므로, 비록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게시물에는 피해자들을 포함한 ‘5.18민주유공자들’에 관한 명시적인 표현이 없기는 하나 ‘5.18민주유공자들’이나 5.18 민주화운동 참가자들 전체의 사회적 평가에 관한 사실이 적시되어 있다고 볼 수는 있다.

나. 이와 같이 이 사건 게시물이 누군가의 사회적 평가에 관한 사실을 포함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피해자들 개개인을 성명 등으로 특정 하거나 적어도 그 표현의 내용을 주위사정과 종합하여 판단할 때 그것이 피해자들 개개인을 지목한 것인가를 알아 차릴 수 있는 경우에는 해당하지 않고, 다만 피해자들을 포함한 다수인을 포괄하는 범주 내지 그들이 속하는 일정의 범위의 집단을 표시하는 명예훼손인 경우로서, 이른바 집단표시에 의한 명예훼손에 해당한다고 볼 것이다.

그런데 집단표시에 의한 명예훼손은 명예훼손의 내용이 그 집단에 속한 특정인에 대한 것이라는 해석되기 어렵고 집단표시에 의한 비난이 개별구성원에 이르러서는 비난의 정도가 희석되어 구성원의 사회적 평가에 영향을 미칠 정도에 이르지 않으므로원칙적으로는 구성원 개개인에 대한 명예훼손이 성립되지 않는 것이 원칙 이고, 다만 예외적으로 구성원 개개인에 대하여 여겨질 정도로 구성된 수가 적거나 표현등 당시의 주위 정황등으로 보아 집단내 개별구성원을 지칭하는 것으로 여겨질 수 있는 때에는 집단 내 개별구성원이 피해자로서 특정된다고 보아야 하며, 그 구체적 기준으로는 집단의 크기, 집단의 성격과 집단내에서의 피해자의 지위등을 들 수 있다. (대법원 2006.5.12.선고 2004다35199판결, 대법원2010.4.15선고 2009다97840판결 등 참조)

다. 기록에 나타난 증거에 의하여 살피건대, 먼저 사단법인 5.18 민주화운동 부상자회 회장 피해자 신경진의 진술에 의하더라도 5.18 민주화유공자는 4,000명 이상이라는 것이고, 관련단체가 파악하지 못한 5.18 유공자, 나아가 5.18민주유공자예우에 관한 법률 등에 따른 등록 대상자에 해당하지 않지만 5.18 민주화운동에 참가한 사람들까지 포함하면 이 사건 게시물에 의한 비난이 5.18 민주화유공자들 개개인에 대한 것으로 여겨질 정도로 구성원의 수가 적다고 할 수 없다.

또 한 기록에 나타난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이 사건 게시물은 피고인이 5.18 민주화운동과 12.12사건 관련 자료들을 수집, 정리, 분석하여 그 결과물을 책자로 발간하기로 하면서 그 머리말의 일부로서 작성한 것이고(공소장에 기재되지는 않았으나 이 사건 게시물의 다른 부분을 살펴보더라도 이 사건 게시물의 전체적인 취지가 그러하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실제로 피고인은 2008.10.16.경 “수사기록으로 본 12.12와 5.18”이라는 제목의 책을 발간한 점, ② 4권으로 이루어진 위 책은 피고인이 관련 재판 및 수사기록, 북한에서 제작한 영화 및 기록물, 탈북 군인들의 증언 등을 토대로 기술한 것으로 그 목적이 5.18 민주화운동 유공자들을 비난하는 데 있다기 보다는 5.18 민주화운동의 성격을 피고인의 시각 내지 관점에서 다시 평가하는 데 있다고 보이는 점, ③ 5.18 민주화운동은 이미 그 발생 배경과 경과, 계엄군과 광주시민 사이의 교전사태의 발생원인, 경과, 그 밖에 인명피해의 발생원인, 5.18민주유공자들의 지위와 그에 대한 보상, 예우 등에 관하여 법적 및 역사적 평가가 확립된 상태이어서 이 사건 게시물의 내용이 5.18 민주유공자 등의 개개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정도에 이르렀다고 볼 수 없고 달리 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할 충분한 증거가 없다.

라. 그렇다면, 위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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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댓글

  1. 비슷한 사례라고 보기 힘들지만 과거 전여옥 표절 논란에서 좌파(가치중립적 표현입니다) 매체도 지만원 추종자들이 했던 오류를 범했던 적이 있죠.
    법원이 ‘표절 의혹 제기는 법적으로 문제없는 합리적 의심’이라고 판결한 것을 두고 ‘전여옥이 표절했다’라고 기사를 썼던 것입니다.
    이런 행태는 좌우 안 가리고 시정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쉽게 정리한 글, 잘 읽었습니다.

  2. 음… 당시 ‘좌파 언론’만의 보도가 아닌, 중앙일보 등의 보도에서도 전여옥의 표절이 인정되었다는 식으로 기사가 나왔었습니다. 그냥 그 사건을 보도했던 언론들이 그런 식으로 기사를 썼다고 보는 게 적당할 것 같습니다. 법 관계자들이 종종 하는 한탄이, 최근의 저널리즘은 법 관련 이슈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해서(이 뿐만 아니라 전문지식이 필요한 기사 상당수가 그러한 것 같더군요) 불필요한 오해를 낳는 경우가 많다는 거였죠.
    당시 기사를 스크랩해놓은지라 기억이 나서 여기 링크합니다.

    http://article.joins.com/news/article/article.asp?total_id=2789904

  3. 네 님의 말씀이 좀 더 사실에 가까운 거 같습니다. 괜히 좌파 매체 할 거 없이 그냥 언론계 전반에 걸쳐 일어나고 있는 현상 같네요. 지적 감사합니다 ㅎ

  4. 엘튼 존 노래 굿바이옐로우브릭로드에 나오는 ‘사회학의 개들’이란 표현을 참 좋아하는데, 저런 판사들에게 딱 어울리는 말이라 생각되네여. 정의의 여신이 칼을 쥔 이유는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인데 판사는 고작 자신을 방어하는 것으로 밖에 쓰지 못하네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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