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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미디어(SNS)에서 과학자로 통하는 사람이 실제로는 그 분야를 잘 모르는 사람일 수 있다.

지난해 국제 학술지 ‘네이처 인간행동(Nature Human Behaviour)’에 실린 논문은 소셜미디어에서 적극 활동하는 극소수 학자 주장이 대중에게 학계 전체 목소리로 왜곡 인식될 위험이 크다는 점을 경고했다.

소수 학자의 발언이 왜곡돼 있는 탓에 대중이 과학계 입장도 왜곡하여 인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포퓰리스트 정치인들이 활개칠 무대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진단이다.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의 프라샨트 가르그(Prashant Garg)와 영국 워릭대 및 독일 본대의 티모 페처(Thiemo Fetzer)가 공동으로 기획하고 분석한 논문 ‘학자들은 트위터에서 어떻게 정치적 견해를 표출하는가(Political expression of academics on Twitter)’다.

이게 왜 중요한가.

  • 학자들의 소셜미디어 영향력과 학술적 인정은 무관하다는 걸 규명했다.
  • 연구진은 온라인상 학계 인사들이 정치적으로 좌파·진보 쪽으로 치우쳐 있다는 주장을 검증·확인했다.
  • 문제는 대중 인식과 괴리돼 있다는 점이다. 이를 테면, 진짜 전문가는 기후 위기에 선명하고 강력한 경고를 보내고 있지만, 소셜미디어를 장악한 비전문 인플루언서 학자들은 보다 완화하고 타협적 메시지를 내고 있다.
  • 연구진은 이런 인식 차이는 학계 내 합의를 왜곡할 가능성을 높이며, 대중적 담론 형성과 정책 결정에도 악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을 방치하면 “포퓰리스트 정치인들이 악용할 여지가 있다”는 게 연구진의 경고다.

어떻게 연구했는가.

  • 연구진은 2016년부터 2022년까지 7년간 생성된 트윗 1억 3,800만 건을 수집했다.
  • 이 방대한 데이터에서 전 세계 174개국, 1만 2,675개 대학 및 연구 기관에 속한 학자 9만 9,274명의 트위터 프로필을 추출한 뒤 이를 오픈 학술 데이터베이스인 OpenAlex의 실제 연구 실적과 연계 분석했다.

SNS의 스타 학자, 학계 에이스일까.

  • 좋아요·팔로워: 트위터에서 활동하는 학자 중 가장 영향력 있는 상위 5%의 계정이 전체 ‘좋아요’의 30%, 전체 ‘팔로워 수’의 40%를 독점하고 있다. 반면 하위 50% 계정은 두 지표 모두에서 각각 10%에 그쳤다.
  • 콘텐츠 생산량: 상위 5%가 게시물의 25%를 생산하는 반면, 하위 50%는 15% 비중에 그쳤다.
  • 인용 지수: 상위 5%가 인용 건수의 50% 이상을 차지했다. 하위 50%는 5% 미만이다.
  • 통계적으로 학계에서의 논문 인용 횟수와 트위터상 ‘좋아요’ 수의 상관 관계는 사실상 아무런 관계가 없거나 약한 음의 상관 관계(r = -0.024)를 보였다. 인용 수와 팔로워 수의 상관 관계 역시 극도로 미미(r = 0.09)했다.
  • 학계에서 인정받는 것과 트위터에서 주목받는 것은 별개라는 결론이다.

트위터 학자들은 진보 성향.

  • 연구진은 ‘문화적 자유주의’(인종 평등, 낙태, 이민 지지)와 ‘경제적 집단주의’(복지 국가, 재분배, 증세 지지) 지수를 활용해 소셜미디어 콘텐츠를 통해 드러난 학자들 입장을 분석했다. 지수 범위는 −1(반대)에서 1(지지)까지였다.
  • 문화적 자유주의에 대한 평균 순지지도는 0.043인 반면, 경제적 집단주의에 대한 평균 순지지도는 0.018로 나타났다. 학자들은 두 지수 모두에서 진보 성향을 띠었다.
  • 기후변화 대응에도 지지 성향(0.085)을 보였는데, 이들은 기술적 혁신이나 발전(기술 낙관주의 0.0498)에 기대를 걸기보다 인간 행동 변화나 규제(행동조정 0.0811)를 상대적으로 더 지지했다.

고립되는 조용한 전문가.

  • 연구진은 학자들을 팔로워 수에 따라, 또 전문성 유무에 따라 나눠 분석했다.
  • 팔로워는 많지만 기후 분야 전문성은 없는 학자는 기후 행동 지지도가 0.0675였는데, 팔로워는 적지만 기후 전문성을 갖춘 학자는 0.1579로 두 배 이상 높았다.
  • 기술 낙관론(전기차·태양광 같은 기술 혁신이 해법이라는 입장)의 경우 팔로워 많은 비전문가는 0.0397, 팔로워 적은 전문가는 0.0969로 후자가 높았다.
  • 행동 변화 촉구(개인·사회의 행동 변화나 정책 규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와 관련해서도 팔로워 많은 비전문가는 0.0726, 팔로워 적은 전문가는 0.1121로 후자가 높았다.
  • 트위터에서 가장 크게 들리는 학자 목소리는, 실제 그 주제를 가장 잘 아는 사람 목소리와 다를 가능성이 높다. 학계의 실제 컨센서스는 더 진보적인데, 목소리 큰 비전문가들은 그보다 덜 진보적인 쪽으로 담론을 끌어당기고 있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SNS 학자들의 자기중심성과 유독성.

  • SNS 학자들의 표현도 도마 위에 올랐다.
  • 자기중심성이 강화됐다. 2016년부터 2022년까지 학자들의 트윗에서 자기중심적 언어 사용이 꾸준히 늘었다. 미국 학자는 비미국 학자보다 자기중심적 언어를 더 썼다.
  • 세계 100위권 명문대 학자들이 101~500위권 대학 학자들보다 무례하고 공격적인 독성(Toxicity) 언어를 사용하는 비율이 높았다. 분야별로는 인문학과 사회과학 학자가 STEM(과학, 기술, 공학, 수학) 학자보다 더 공격적인 말투를 썼다.
  • 팔로워는 많지만 인용 지수가 낮은 학자들은, 팔로워는 적지만 인용 지수가 높은 학자들보다 감정적 단어를 더 많이 썼다.
  • 학계 전체 SNS 발언이 감정적이고 자기 중심적으로 경향성을 강화해온 셈이다.

학계와 대중 괴리: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 연구에 따르면, 기후 변화, 이민, 소득 재분배 같은 정치적 주제를 놓고 미국 학계 입장은 일반 대중과 엇갈려 왔다.
  • 미 학계 인사들이 기후 대응에 있어 일반적 미국 트위터 사용자들보다 더 적극적이고, 문화적 자유주의와 경제적 집단주의에 더 큰 지지를 표명하고 있다. 미 학계가 대중보다 더 진보적이다.
  • 대학 교수들 생각은 왜 일반 대중과 괴리돼 있을까. 그들 사상이 극단적이기 때문인가.
  • 연구진은 “신념이 더 극단적이기보다 표현이 더 활발하기 때문일 수 있다”고 했다. 학자들은 일반 대중에 비해 기후 위기, 복지, 인종 등 민감한 주제에 명확히 입장을 밝힌다. 글 쓰고 토론하는 직업적 특성이 온라인 공간에서도 두드러지는 것이다.
  • 연구진은 기후 행동과 문화적 자유주의(인종 평등, 이민, 낙태 찬성)에 대한 지지가 낮은, 영향력은 크지만 전문성이 낮은 학자들의 견해가 과대 대표되는 현상을 우려하며 “이들이 최고의 학자들을 대표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 미국 트럼프 정부를 포함해 전문가를 불신하는 ‘반엘리트 정서’가 전 세계적으로 어떻게 싹 트고 성장하는지 하나의 단서를 제공하는 논문으로 평가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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