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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우뉴스가 ‘잊혀질 소리’를 찾아 나섭니다. 어제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태어난 지 96년째 되는 날이었습니다. 박 전 대통령의 생일을 “탄신제”로 명명한 행사에서 남유진 구미시장이 이런 소리를 했네요?

“박정희 전 대통령은 반신반인(半神半人)”

기획/디자인: 써머즈
기획/디자인: 써머즈

출처를 찾아서

(구미=연합뉴스) 손대성 기자 = 남유진 경북 구미시장은 14일 구미에서 열린 박 전 대통령 탄생 기념행사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은 반신반인(半神半人)으로 하늘이 내렸다란 말밖에는 할 말이 없다”며 “오늘날 성공은 박 대통령에서 시작됐다”고 주장했다.

– 연합뉴스, 구미시장 “박정희 대통령은 반신반인”(종합), 2013년 11월 14일

여러분의 목소리를 찾아서

‘반신반인’이라니요. 처음에는 ‘반신반의’했습니다. 너무도 비상식적이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사실입니다. 남유진 구미시장은 작년 같은 행사에서도 “반신반인” 발언을 한 바 있습니다. 한번 보실까요?

YouTube 동영상

(뉴스타파, ‘금오산의 전설’ 편, 14분 22초 ~ 14분 34초)
플레이 버튼을 누르면 남유진 시장의 해당 발언 부분이 바로 나옵니다.

[dropcap font=”arial” fontsize=”25″]”탄신제”[/dropcap]라는 표현은 어떤가요? 국어사전에서는 ‘탄신'(誕辰)을 “임금이나 성인이 태어난 날”로 정의하는데요. 일반적인 언어 감수성으로는 ‘임금이나 성인의 생일’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종교적인 느낌을 강하게 전해주는 것 같습니다. 요즘은 잘 쓰지 않는 것 같지만, 여전히 ‘단군 탄신’, ‘석가모니 탄신’, ‘예수 탄신’ 등의 표현은 어색하지 않잖아요? 하지만 ‘박정희 전 대통령 탄신’이라, 이는 박정희 전 대통령에 관한 우상화를 넘어선 신격화인 것 같습니다.

정치사에 큰 영향을 미친 정치인에 관한 이런 과도한 신격화는 오히려 그 역사적인 인물에 관한 예의가 아닐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듭니다. 왜냐하면, 역사적인 인물, 특히 정치인은 신격화의 대상이라기보다는 과거의 역사를 통해 현재를 되새기며 살아야 하는 우리에게는 합리적인 비판의 대상이 되어야 마땅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박정희 신격화는 역사를 ‘화석화’하는 건 아닐까

역사학자 E.H.카는 역사란 ‘현재와 과거 사이의 끊임없는 대화’에 다름 아니라고 지적합니다. 그 대화를 통해서만 역사는 살아있는 가치로서 현재를 사는 우리에게 교훈을 전해줄 수 있을 테니까요.

박정희 전 대통령은 5.16쿠데타와 개발 독재, 유신 헌법과 새마을 운동, 경제성장의 신화와 인권유린 등으로 상징됩니다. 그 역사는 죽은 역사가 아니라 우리가 여전히 고민하고, 대화 상대로 삼아야 하는 ‘살아 있는’ 역사죠.

“탄신제” 행사와 이런 행사에 참여해 박 전 대통령을 신격화하는 사람들은 살아 있어야 하는 그 역사를 오히려 화석화하고, 더 이상 대화할 수 없는 박제로 만들어 버리는 건 아닐까요? 신화, 아니 신이 된 대통령에게 우리가 할 수 있는 말은 침묵뿐이고, 우리가 할 수 있는 행동은 조건 없는 숭배밖에 없을 테니 말입니다.

소시지 빵이 먹고 싶어지는 흐린 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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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댓글

  1. 뭘 그렇게 받아먹은 게 많길래들 정줄도 안 놓은 사람들이 입에서 말 대신 개소리들만 지껄이는지.

  2. 이 무쉰 썩은호박에 잇빨도 안들어갈 망발을 하노…구미사람들의 정신수준
    을 짐작할 수 있는 말이네…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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