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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0월 29일은 이태원참사 3주기입니다. 별이 된 159명의 희생자들을 향한 애도의 마음과, 유가족, 생존 피해자들을 향한 연대의 마음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는 3주기를 앞두고 포털 및 언론사에 ‘댓글닫기’를 요청했습니다. 혐오와 모욕성 내용이 담긴 댓글이 유가족, 생존 피해자, 시민들에게 가하는 고통이 심각했기 때문입니다.

특히 공직자나 정치인이 내뱉은 혐오표현은 사회적 영향이나 화제성이 더 큰만큼, 더 큰 정신적 고통을 야기합니다. 10.29 이태원참사 발생 직후부터 김미나 창원시의원은 희생자 유가족들을 향한 입에 담기 힘든 혐오표현을 SNS에 게시했습니다. 이에 유가족들이 김미나 시의원을 대상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했고, 1심 재판부는 유가족들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김미나 시의원의 파렴치한 항소로 2심을 앞둔 지금, 재난 피해자를 향한 정치인의 혐오표현에 제동을 건 1심 판결에 대해 장서연 변호사가 비평했습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2025년 9월 10일, 김미나 창원시의원에게 10.29 이태원참사 희생자 유가족들에게 혐오표현을 한 이유로, 개개인당 70만 원에서 150만 원씩 총 1억 4천여만 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선고하였다. 이 판결은 정치인의 재난 피해자에 대한 혐오표현에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김미나 의원은 이태원참사가 발생한 직후인 2022년 11월부터 12월까지 4차례에 걸쳐 자신의 페이스북에 희생자와 유가족들을 모욕하고 인신공격하는 게시물을 게시하였다. “시체팔이”, “자식팔아 장사한다”, “유족이라는 무기로 선 넘는 광기가 시작되었다” 등 반인륜적인 내용으로, 이 발언들은 언론을 통하여 확산되었다.

유가족들은 김 의원을 모욕죄 등으로 형사 고소하였고, 일부 발언에 대해 유죄가 선고되었으나 징역 3개월 선고유예가 내려졌다. 유가족들은 형사 고소에 이어, 김 의원과 같은 정치인, 공직자들의 재난 피해자에 대한 막말, 2차 가해를 근절하기 위하여, 혐오표현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하였고, 이에 대한 1심 선고 결과가 나온 것이다.

이태원 참사 외에도 다양한 ‘막말’과 ‘망언’으로 구설에 오른 김미나(창원시의원).

재난 피해자에 대한 혐오표현은 2차 가해

재난 피해자에 대한 혐오표현은 반인륜적 증오표현으로, 단순히 희생자 유가족에 대한 모욕적 인신공격을 넘어, 극단적으로 취약한 상황에 있는 피해자들의 치유와 회복에 심각한 지장을 초래하는 2차 가해행위이다. 고 이재현 군의 어머니는, 참사 직후 공직자와 정치인들의 막말과 희생자를 향한 허위 사실, 2차 가해성 발언들이 생존자였던 아들의 심리적 고립감을 키우고, 치료 회복을 힘들게 하였다고 증언하였다(국가인권위원회 공동주최 ‘혐오 차별 대응 방안 모색 토론회’, “재난으로부터, 혐오표현으로부터, 안전할 권리” 자료집).

또한, 재난 피해자에 대한 혐오표현은 피해자의 진상규명과 사회적 책임 요구 권리 행사를 방해하고 위축시킨다는 점에서 사회적으로 더 큰 해악이다. 이태원참사 당시 정부는 참사를 ‘사고’로, 희생자를 ‘사망자’로 표현하고, 영정이나 위패도 없는 합동분향소를 일방적으로 설치하여, 온전한 애도를 방해하고 자신들의 책임을 회피하기에 급급했다.

이에 당시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가 시민분향소를 설치하였는데, 분향소 앞에서 극우단체들의 2차 가해와 혐오 표현이 일상적으로 자행되었으나, 정부는 수수방관하였다. 그 이후에도 희생자와 유가족들에 대한 혐오표현이 온라인상에 난무하고 만연하였지만, 당시 정부는 아무런 대책을 세우지 않고 피해를 방치하였다. 

김미나 발언이 혐오표현임을 명시적으로 인정

법원은 김미나 의원의 발언이 ‘혐오표현’임을 명확히 인정하였다. 재판부는 “표현행위의 형식 및 내용 등이 모욕적이고 경멸적인 인신공격에 해당하여 타인의 인격권을 침해한다면, 이는 명예훼손과는 별개 유형의 불법행위를 구성할 수 있다”고 하면서 ‘모욕’으로 인한 불법행위 인정에 관한 대법원 판례의 법리를 따랐다.

그러면서,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의 세월호참사에 대한 조사결과보고서에 따르면 ‘시체팔이’, ‘시체장사’와 같은 표현이 세월호참사 당시 희생자와 피해자에 대한 직접적인 혐오 표현으로 반복되어 사용되었고, 이후 ‘주검장사’, ‘자식 시체 팔아 벼슬’과 같은 변용된 표현들이 사용되는 등 위와 같은 표현들은 세월호참사 때부터 이미 혐오표현으로 사용되고 있었다”는 점을 근거로, 김미나 의원의 발언이 ‘혐오표현’이라고 판단하였고, 10.29 이태원참사 희생자 유가족들의 인격적 가치를 사회적으로 저하시킬 수 있는 모욕적이고 경멸적인 인신공격에 해당한다고 인정하였다.

정치인에게 더 무거운 책임을

이번 판결은 위자료의 액수와 관련해서도 주목을 받았다. 재판부는, “피고는 창원시의회 의원으로 재직 중이었으므로, 그 사회적 영향력과 화제성 측면에서 일반인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고, 이러한 점을 피고는 충분히 인지할 수 있었던 점, 실제로 피고가 한 표현들은 다수의 언론기사에 인용되어 보도되는 등 큰 파장을 일으킨” 점과 “피고의 위와 같은 영향력으로 인하여 피고의 이 사건에서 한 불법행위가 10.29이태원참사에 대한 원고들의 진상규명이나 권리행사의 위축을 발생시켰다고 볼 여지가 있다”는 점을 위자료 액수 산정의 근거로 들었다. 

그러면서 판결문에, “한마디 말이 사람을 이롭게 하는 가치는 천금과 같고, 한마디 말이 사람을 해롭게 하는 아픔은 칼에 베이는 것과 같음에도, 피고는 원고들에 대하여 평생 잊지 못할 모욕적인 표현을 함으로써 유가족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크나큰 정신적 고통을 야기하였다”고 강조하였다.

10.29 이태원 참사 장소에 마련된 기억 공간. 2023년 10월 28일. 위키미디어 공용. *Youngjin CC BY-SA 3.0

재난 피해자의 권리, 차별과 혐오로부터 보호받을 권리

「10·29이태원참사 피해자 권리보장과 진상규명 및 재발방지를 위한 특별법」이 2024년 5월 21일 제정되어 시행 중이다. 이태원참사진상규명법은, 처음으로 ‘재난 피해자의 권리’를 구체적으로 명시한 법률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데, ‘차별받지 아니하고 혐오로부터 보호받으며 필요한 조력을 받을 권리’를 ‘피해자의 권리’로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

4.16 세월호참사 이후에 표면화된 재난 피해자들에 대한 2차 가해, 반인륜적 혐오표현들이 재난 참사 때마다 반복되고 있다. 재난 피해자에 대한 혐오표현은 피해 당사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책임과 연대의식을 약화시키는 심각한 사회적 문제이다. 국가와 사회가 이를 방치하는 것은 피해자에게 또 다른 ‘재난’을 가하는 것과 같다. 이번 판결은, 정치인의 2차 가해와 혐오 표현에 대해 법적 책임을 무겁게 물음으로써 사회에 경종을 울렸다.

👨‍⚖️광장에 나온 판결 : 292번째 이야기

⚖ 10.29 이태원참사에 대한 2차 가해 자행한 김미나 창원시의원 상대 손해배상 소송 1심 판결
⚖ 서울중앙지방법원 판사 이선희 2025.9.11. 선고 2023가단5086085 [판결문 보기]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는 최근 판결 중 사회 변화의 흐름을 반영하지 못하거나 국민의 법 감정과 괴리된 판결, 기본권과 인권보호에 기여하지 못한 판결, 또는 그 와 반대로 인권수호기관으로서 위상을 정립하는데 기여한 판결을 소재로 [판결비평-광장에 나온 판결]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주로 법률가 층에만 국한되는 판결비평을 시민사회 공론의 장으로 끌어내어 다양한 의견을 나눔으로써 법원의 판결이 더욱더 발전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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