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코리아 칼럼] 보유세 인상의 딜레마: 정치적 승리냐, 정책적 패배냐? 내년 서울시장 선거, 보유세가 좌우한다 (우석진 / 명지대 경상통계학부 교수) (⏳4분)
보유세 인상 논의가 점점 뜨거워지고 있다. 그 배경에는 부동산 정책 실패에 대한 불안감이 있다. 이재명 정부 출범 후 약 6개월 동안, 부동산 정책이 벌써 세 차례나 발표되었지만 서울 아파트 가격을 잡지는 못한듯 하다. 최근 발표된 10.15 부동산 대책은 대출규제와 규제 강화, 토지거래허가지역 지정 등 강도높은 조처를 담고 있지만, 정책 효과는 불확실하고 오히려 거래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한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연이은 대책들이 효과를 거두지 못하자, 정부는 이제 조세 정책까지 고려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보유세 인상 군불때기
현 정부 핵심 인사들의 발언에서도 이런 기조가 드러나고 있다. 구윤철 기획재정부 장관과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 등은 최근 인터뷰를 통해 보유세를 포함한 조세 정책을 배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정책 선택지로서 보유세 인상 가능성이 여전히 검토 대상임을 시사한다.
문제는 정치권이 제각각 분열되어 있다는 점이다. 보수 야당은 보유세 인상에 강력히 반대하지만, 집권 여당 내부에서는 상충하는 목소리들이 나온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보유세 인상을 명확히 배제하고 있는 반면, 진성준 의원은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보이는 식이다. 정부와 정치권, 여당 내에서 의견이 엇갈리는 가운데 보유세 인상은 단순한 재정정책을 넘어 정책적 이해와 정치적 입장이 얽혀 충돌하는 지점이 되고 있다.
지난 6월 대선에서 서울 유권자의 선택은 정치의 불안정성을 여실히 드러냈다. 이재명 후보 47.1%, 김문수 후보 41.6%로 격차가 5.5%p에 불과했다. 여기에 이준석 후보의 득표율 9.9%까지 고려하면 보수 진영의 표는 진보 진영을 넘어선다. 민주당은 넓은 지역에서 얇게 이겼고, 국민의힘은 좁은 지역에서 깊게 이겼다. 내란사태를 경험했음에도 불구하고 서울은 현 정권에 언제든 등을 돌릴 수 있는 지역이다. 이러한 정치적 현실을 고려할 때 보유세 인상은 사실상 내년 6월 지방선거의 승패를 결정할 수 있는 핵심 정책인 셈이다.


보유세의 조세 저항 줄이려면
보유세가 다른 세금과 다른 이유를 짚어볼 필요가 있다. 소득세나 부가가치세는 소득이나 거래가 발생할 때만 부과되지만, 보유세는 소득 여부와 무관하게 자산을 가진 것만으로 과세된다. 문제는 납세순응비용인데, 월급으로 세금을 내는 근로자와 달리, 보유세를 내려면 자산을 처분하거나 대출을 받아야 한다. 설령 여유 자금이 있다 해도 납세자가 직접 통장에서 인출해 납부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심리적·경제적 부담이 크기에, 다른 세금에 견줘 조세 저항이 크다.
다른 나라는 어떨까? 미국의 경우는 재산세율이 높지만 조세 저항이 상대적으로 낮다. 납세와 공공서비스의 연결이 명확하기 때문이다. 치안, 소방, 교육, 공원, 병원 등 지방공공재가 그 세금을 통해 공급되고, 좋은 학군의 지역은 높은 재산세에도 불구하고 교육 서비스의 질이 향상돼 집값으로 반영된다. 이를 ‘자본화(capitalization, 공공재나 지역 서비스의 질적 차이가 부동산 가격에 반영되어, 시장 참여자들이 그 가치를 가격을 통해 지불하는 현상 )’라 한다. 납세자는 자신의 세금이 어떻게 쓰이는지 직접 볼 수 있다. 이것이 조세 저항을 낮추는 핵심 기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다르다. 보유세를 내도 지방공공재 공급과의 연관성이 명확하지 않다. 국세인 종부세도 마찬가지다. 중앙정부 중심의 재정 구조 속에서 지역 주민들은 자신의 세금이 어디에 어떻게 쓰이는지 체감하기 어렵다. 은퇴 노인도 보유세를 낸다. 하지만 세금을 내도 동네의 안전, 교육의 질 향상 등 직접적 변화를 경험하지 못한다면, 조세 저항은 필연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다.

보유세는 정치적 문제
정책적 측면에서 볼 때 보유세 인상이 필요한 지점이 있다. 이론상 보유세가 올라가면 투자 수익률이 낮아져 중장기적으로 가격이 하락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역사적으로 보유세 인상이 즉각적인 가격 하락을 만든 사례는 거의 없다. 노무현 정부와 문재인 정부가 강력한 보유세 정책을 제시했지만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지 못했다. 선제적 보유세 인상은 정부의 의지를 시장에 전달하는 긍정적 측면이 있지만, 부동산 폭등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사후에 제시된 보유세 인상 정책으로는 가격을 잡지 못한다.
더욱이 중장기적 정책 효과와 당장의 정치적 파장이 충돌할 가능성도 높다. 집값을 충분히 내리지 못한 상태에서 보유세만 올릴 경우, 시민들은 ‘가격도 안 떨어졌는데 세금만 올랐다’고 느낀다. 더구나 ‘내가 투기를 한 것도 아닌데, 왜 징벌적 세금을 감수해야 하나?’라는 비판이 제기되어, 정권에 대한 신뢰 상실로 이어질 수 있다.

보유세 인상은 정책의 당위성 못지않게 정치적 선택의 문제다. 당위적 이유로 인상하면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서울 유권자들은 또다시 보수적 선택을 할 가능성이 높다. 내년 봄 공시가격과 공시지가 발표에 맞춰 세율이 인상될 경우, 서울시장 선거는 여당이 거의 기대를 걸기 어려운 상황이 될 것이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윤석열 정권이 완화한 보유세 수준을 정상화하지 않으면 중장기 부동산 시장 안정화는 요원해진다. 정부 앞에 놓인 선택지는 가혹하다. 정치적 승리를 택하면 정책적 실패를 감수해야 하고, 정책적 올바름을 따르면 정치적 패배가 기다린다.
결국 보유세 인상은 단기적 정치 논리를 넘어 냉정한 현실적 판단을 통해 결정해야 한다. 핵심은 이 결정이 중장기 부동산 정책과 조화를 이루면서도 국민들이 합리적 정책으로 체감할 수 있도록 설계되는 것이다. 조세 저항을 최소화하면서 정책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때 보유세 인상이 정당성을 인정받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