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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2023. 3. 22.), 추경호 기재부 장관은 정부서울청사에서 부동산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18.6% 하락했다고 밝혔다. 2005년 공시가격 제도가 도입된 이후 최대 하락이며, 사실상 2021년도 공시가격과 비슷한 수준으로 돌아간 것이라고 한다. 올해 공시가격이 대폭 하락한 원인은 윤석열 정부의 공시가격 왜곡에 있다. 공시가격은 공시지가와 함께 부동산 관련 세금을 부과하는 부동산 통계이자 과세기준으로 기능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제도는 도입 초기부터 시세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 공시가격 6억 원 이하 주택 92.1%임을 명시한 국토교통부 2021년 3월 15일 자료.

2020년 11월, 문재인 정부는 부동산 공시가격·공시지가의 낮은 시세반영률 문제점을 인정하며,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향후 5년~15년간 시세의 90%까지 끌어올리는 내용의 계획을 수립했다. 그러나 작년 11월, 윤석열 정부는 부동산 세제를 정상화한다며 ‘공시가격 현실화 수정계획’ 등을 발표했다. 단기간 증가한 보유세 부담을 공시가격 조정을 통해 낮추겠다는 내용이었다. 정부는 공시가격을 떨어뜨렸을 뿐만 아니라 공정시장가액비율을 2020년 60%에서 작년 6월부터 45%로 낮췄다. 그로 인해 현재 집값은 2020년 집값보다 현재가 더 높은 상황이지만, 세부담은 2020년 보다 20% 이상 감소할 것이라고 한다.

지난달 원희룡 장관의 발언에 따르면 현재 주택가격은 최고점으로부터 15%정도 하락했다고 한다. 2017~2022년까지 서울 아파트 가격이 두 배 이상 올랐기 때문에 15% 하락은 서민이 느끼기에 아직도 집값이 높은 수준임을 의미한다. 집값이 상승한 만큼 유주택자의 재산은 늘어났으므로 그만큼 세금을 더 내는 것은 당연하다. 올해 집값 하락분은 정부가 임의로 공시가격을 조정하지 않더라도 내년도 공시가격에 자연히 반영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이처럼 인위적인 공시가격 조정을 단행한 것은 인기영합주의적인 조치일 뿐이다.

정부 말대로 조세 부담이 너무 높아 문제가 된다면 국회를 통해 법을 개정해야 한다. 정부 마음대로 세금부과 기준을 바꾼다면 성실하게 세금을 납부하는 국민조차 조세정책을 신뢰할 수 없게 된다. 공시가격이나 공시지가를 정부의 정치적 목적에 따라 제멋대로 바꿀 수 있다면 천억이 넘는 예산(‘21년도 공시지가·공시가격 조사예산 : 1천60억)을 들여 조사평가를 해야 할 필요가 없다.

정부는 공시가격 하락으로 세부담이 줄어들 뿐만 아니라 건강보험료 부담이 감소하고, 복지 혜택을 받는 취약계층 범위가 확대되는 등 국민 혜택이 확대될 것이라 말하고 있다. 그러나 이 발언은 걷어야 할 세금을 걷지 않음으로 인해 세수 감소, 복지 비용 증가 등이 훗날 국민에게 전가될 것임을 감추고 있다. 이런 와중에 부수적인 현상으로 발생한 복지 수혜 대상 증가를 국민 혜택이라 포장하는 것은 국민을 기만하는 것이다.

인간이 태어나는 순간부터 피할 수 없는 두 가지, 하나는 죽음 나머지는 세금. 공시가격 하락의 부수적 효과로 생기는 복지 취약계층 범위 확대를 혜택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이쪽 세금이 줄어서 생기는 저쪽의 복지 부담은 별나라에서 가져오나요?

작년 정부는 공시가격 하락 효과 등을 반영하여 공정시장가액비율을 45%보다 낮은 수준으로 인하할 계획이라 밝힌 바 있다. 정부가 또 다시 공정시장가액비율 인하를 단행한다면 올해 세액은 더욱 낮아질 것이며, 조세형평성은 더욱 훼손될 것이다. 정부는 보유세 부담증가를 핑계삼은 인위적인 공시가격 조정을 중단하고 보유세는 부동산 가치에 맞게 공정하게 부과되도록 해야 한다.

공시가격·공시지가 결정은 법률 개정 사항이 아닌 만큼 정부가 의지만 있으면 지금 당장 개선할 수 있다. 주택, 빌딩, 토지 등 모든 부동산의 공시가격·공시지가는 예외 없이 시세의 80% 이상 반영하도록 방침을 정해야 한다. 국회는 정부의 인위적인 과세기준 왜곡을 막기 위해 공시지가 기준 과세체계 일원화, 적정한 세부담 등을 논의하여 공정한 보유세 실현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15년 공시제도의 결론은 건물주의 ’80조’ 세금 특혜? (출처: 경실련, 2022)

지난 연말 전임 정부의 통계조작 의혹이 불거지자 정부와 여당은 맹렬하게 비판을 가했다. 현 정부도 버젓이 공시가격의 왜곡을 단행하고 있는 이상 부동산 통계 조작 문제를 전 정권의 문제로만 국한 지을 수 없다. 공시가격 왜곡을 중단하지 않는다면 정권이 교체된 이후 통계조작 논란은 또 다시 불거지고 말 것이다. 경실련은 정부가 국회와 함께 모든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부동산 조세체계를 구축할 것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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