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익명 네트워크의 세계’에서 소개한 익명 네트워크가 기존의 네트워크 인프라에서 익명을 가능하게 하는 몇 가지 기술적인 대안으로 개발된 것이라면 차세대 이동통신, 홈 네트워킹, 공공안전 등의 특수 목적을 위한 새로운 방식의 네트워크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바로 메쉬 네트워크(Mesh Network)다.
‘메쉬 네트워크’의 등장
기존 유선 네트워크 환경은 엑세스 포인트(Access Point, 이하 ‘AP’)라고 하여 중계기 또는 무선 공유기를 통해 신호를 연결해가는 방식으로 모든 AP가 유선으로 연결되어 있는 형태다(‘AP’는 쉽게 유무선 공유기 정도를 생각하면 되겠다). 하지만 메쉬 네트워크는 대표 AP만 유선으로 연결되어 있으면 기존 무선 통신 기지국처럼 안테나 역할을 할 무선 통신 라우터들이 메쉬 노드가 되어 모든 구간을 무선으로 연결해가는 방식이다. 유선망 메쉬 형태의 네트워크 구조를 무선망에서도 같은 구조로 구현할 수 있게 한 기술로 기존 무선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등장했다.
이를테면 통신사들이 구축해놓은 핫스팟존을 좀 더 넓은 범위로 확장한 것이라고 보면 된다. 핫스팟 존이 어느 한 건물에 누구나 와이파이를 연결하여 무선통신망을 사용할 수 있게 해놓은 것이라면 메쉬넷은 그보다 넓은 리조트나 대형 공원, 항만 정도 규모의 무선망을 구축하는 기술이라고 할 수 있겠다. 물론 기술 적용에 따라 훨씬 더 넓은 영역을 무선망으로 연결하는 것도 가능하다. 메쉬 네트워크를 구축하면 사용자는 와이파이를 접속하는 것과 유사한 절차로 네트워크를 사용할 수 있다. 이는 재난상황에서의 네트워크 연결이나 유선망 구축이 어려운 오지에 네트워크를 연결하는 것은 물론이고, 홈 네트워킹에도 강점이 있어 수년 전부터 언급된 유비쿼터스 시대에 반드시 필요한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또 하나 주목해 봐야 할 것은 나날이 증가하는 무선 트래픽과 통신요금에 직결되는 주파수 비용이다. 이 점에서 메쉬 네트워크 기술은 기존 무선 통신 방식의 대안으로도 고려해볼 만하다. 물론 메쉬 넷이 연결된 망 안에는 다른 와이파이 신호의 간섭이 없어야 한다. 와이파이를 배제하고 메쉬 네트워크만으로 망을 확장해 갈 수 있다면 지금의 무선망을 완전히 대체하지는 못하더라도 트래픽 분산이나 주파수 사용에 있어 기존 무선 네트워크의 충분한 대안으로 자리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기존 무선 네트워크 기술의 대안으로 자리하기 위해서는 특정 통신 관련 기업의 독점을 막고, 민간 또는 공공의 영역에서 기술을 활용할 수 있도록 논의를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 메쉬 네트워크 관련 기술은 몇 가지 영역에서 표준화 작업이 진행중이거나 완료된 현황이다. 메쉬 네트워크 관련 시장은 신생 벤쳐 업체인 Tropos Networks, Belair, Packethop, SkyPilot, RomanAD가 선두에서 이끌어가고 있으며 국내에서는 삼성SDS, 엘지-노텔, Tropos Networks, Belair 등이 무선 네트워크 제품 들을 판매하고 있다.
다양한 메쉬 네트워크 개발자 그룹
아직은 메쉬 네트워크 관련 기술 특허나 제품 생산 등이 기업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지만, 오픈소스 개발자 사이에서 메쉬 네트워크에 관한 논의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무선 네트워크의 대안이나 네트워크 감시에서 벗어날 수 있는 대안으로 여러 오픈소스 개발자에 의해 논의되고 있다. 실제로 공동소유 또는 공공재와 같은 형식으로 메쉬 네트워크를 개발하고, 구현하는 개발자 그룹들이 있는데 간단히 살펴보자.
1. 커모션 와이어리스
커모션 와이어리스(Commotion Wireless)는 분산된 메쉬 네트워크를 위해 휴대전화나 컴퓨터 및 기타 무선장치를 이용하는 오픈소스 커뮤니케이션 툴이다. 장치간 메쉬 네트워킹을 통해 중앙 지점을 통하지 않고 서로 직접 연결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을 개발한다. 정확히는 메쉬 라우터와 같은 장치라기보다는 기존 와이파이 통신이 가능한 (예: 피쳐폰, 스마트폰, 컴퓨터, 무선통신 라우터) 기기들을 활용하여 P2P 방식의 메쉬 네트워크를 구성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다.
무선랜 라우터를 위한 운영체제부터 리눅스와 맥 운영체제를 지원하는 소프트웨어, 안드로이드 어플리케이션 등의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있다. 커모션 와이어리스는 누구나 설치 및 기술 전문 지식없이 사용할 수 있는 간편하고 쉬운 커뮤니케이션 도구를 만들고자 한다. 또한, 감시나 해킹과 같은 공격에 있어 이를 피할 수 있는 탄력성 있는 인프라를 만들기 위한 도구를 구축하고, 전 세계 개발자가 지속해서 적용할 수 있는 유연한 오픈 소스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다.
2. 프로젝트 메쉬넷
프로젝트 메쉬넷(Project Meshnet)은 검열 없는 인터넷을 목표로 기존 인터넷을 대체하는 야심을 위해 노력한다. 프로젝트 메쉬넷의 목적은 민간의 메쉬 네트워크나 중앙 인프라의 지원을 받지 않고, 보안 프로토콜이 내장된 공공의 다목적 분산형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것이다.
프로젝트 메쉬넷은 인터넷 환경이 분산되지 않은 현실에 대해 문제의식을 가진다. 메쉬 네트워크 기술과 더불어 Cjdns라는 암호화된 프로토콜을 이용한 네트워크를 개발 중이다. 또한 기존 인프라는 통신이 두절에 취약해 여러 가지 결함이 나타날 수 있는데, 프로젝트 메쉬넷은 기존의 인프라가 가지고 있는 일반 오류를 포함하여 자연재해 등 모든 조건에서 작동할 수 있는 안전하고 독립적인 네트워크를 만들기 위해 현재 인프라를 보완하려고 한다.
3. 프라이풍크넷
프라이풍크넷(Freifunk.net)은 자유롭고, 독립적이며 비상업적인 무선 컴퓨터 네트워크 구축을 목표로 한다. 무료 무선 네트워크의 각 사용자는 다른 참가자의 데이터 전송을 위해 무선 라우터를 제공한다. 그 대신에 사용자 또한 텍스트 음악, 영상, 게임 등 여러 가지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다.
프라이풍크넷은 다섯 가지 원칙을 가지고 있다. 첫 번째 정보와 지식에 대한 접근은 자유이며 무료로 해야 하고, 두 번째는 아무도 다른 사람과의 통신을 제한해서는 안 되며, 세 번째로 로컬 및 글로벌 무선 및 유선 네트워크는 거리나 공원 숲과 바다와 같이 공공재로서 존재해야 하고, 네 번째는 네트워크 및 디지털 인프라는 무료 및 오픈 소스 소프트웨어와 개방형 표준을 기반으로 해야 하며, 마지막 다섯 번째로는 당국, 정부와 정책 입안자에게 공개하되 자유롭게 라이선스 스펙트럼을 부여해야 한다.
4. 기파이넷
기파이넷(Guifi.net)은 무선 링크의 36,465Km, 약 20,130명 이상이 제대로 작동하고 그중 31,302개 이상의 노드가 통신 역할을 하는 자유 및 오픈 소스 무선 통신 커뮤니티 네트워크다. 이 노드 대부분은 스페인 카탈루냐와 발렌시아 커뮤니티에 위치하고 있지만 네트워크는 세계 여러 곳에서 성장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큰 무선 네트워크 커뮤니티라고 봐도 무방하다. 기파이넷은 스페인 통신 시장 위원회(CMT)와 2009년 4월부터 운영자로 등록된 기파이넷 재단에 의해 지원, 개발되고 있다. 기파이넷은 참가자 전원이 소유권을 가진 수평구조로 개인, 조직, 기업, 교육기관, 대학 및 정부 기관들에 의해 관리된다. 누구나 같은 조건으로 참여할 수 있다.
5. 프로젝트 비잔티움
프로젝트 비잔티움(Project Byzantium)은 인터넷에 편리하게 접근 할 수 없는 상태에서도 서로 정보를 공유하거나 연결할 수 있는 통신 시스템 개발을 목표로 한다. 비잔티움은 대부분의 메쉬 네트워크 구현과는 달리 특수 장비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다만 적어도 한 대 이상의 802.11 a/b/g/n 무선 통신 인터페이스를 지원하는 컴퓨터가 있어야 하는데, 이는 최근에 출시되는 맥북을 포함한 모든 x86컴퓨터를 말한다. 비잔티움은 리눅스에서 쉽게 메쉬 네트워킹을 사용하기 위한 프로젝트로 적합하다.
6. 리브레VPN
리브레VPN(LiebreVPN)은 틴크(tinc)라는 메쉬 네트워크 방식의 VPN(가상개인네트워크)를 이용해 중앙노드 또는 서버의 허가 없이 다른 사람과 연결을 가능하게 한다. 리브레VPN의 특징은 한 명 이상의 친구를 통해야만 가입되며, 그 친구를 진입점으로 삼아 다른 사람과 네트워킹이 가능한 방식이다. 가입 방법과 구성 프로그램을 얻는 방식은 홈페이지 첫 페이지에 설명돼 있는데, 프로그램은 리눅스로 구성해야 한다.
공공 네트워크 구축 가능성
메쉬 네트워크는 향후 무선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한 각광받는 네트워크 기술이다. 다양한 그룹에서 네트워크 효율성, 보안, 기술특허 등 관련 논의가 갈수록 활발해지고 있다. 다만 개인이 메쉬 네트워크 환경을 넓은 범위에서 구현하기에는 한계점이 있다. 그래서 많은 사용자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는 일이 중요하다.
현재 한국에서의 메쉬네트워크 기술은 통신 관련 기업의 신규 사업 확장으로 머물러 있다. 외국에서 추진중인 독립 네트워크의 가능성 역시 불투명하다. 하지만 프라이풍크넷, 기파이넷과 같이 한 지역을 메쉬 네트워크로 연결하는 논의와 실험은 계속 진행되고 있다. 이런 실험이 우리에게도 성공한다면 머지않은 미래에 메쉬 네트워크 기술로 만들어진 공공 네트워크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도대체 이런 정보들은 어떻게 해야 얻을 수 있는 건가요?
다시 또 감탄합니다.
어떤 것을 공부하면 알 수 있나요?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