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내란재판 7호] 롯데리아 묵시록… 2025년 6월 1주차(6.2~6.6) (⏳5분)
5월 마지막 주에는 윤석열과 경찰 간부들의 공판이 진행됐습니다. 윤석열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의원들을 끌어내기 위해 도끼로 문을 부수라고 했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경찰 고위간부들의 재판에서는 증인으로 출석한 국수본 간부들이 여전히 방첩사의 정치인 체포 목적을 모른채 길안내 지원만 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대선이 있었던 이번 주에는 윤석열을 제외한 김용현 전 국방부장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김용군 전 헌병대장의 7차 공판과 조지호, 김봉식, 윤승영, 목현태 등 경찰 간부들에 대한 8차 공판기일이 열렸습니다. 짧게 돌아봅니다.
1. “내 앞에 오면 다 말하게 되있어”
- 김용현, 노상원, 김용군 등 재판(2024고합1522)
김용현 등에 대한 재판은 지난 주에 이어 ‘롯데리아 회동’의 참석자중 한명인 구삼회 준장의 증인신문이 계속되었습니다. 롯데리아 회동이란, 내란 당시 선관위를 장악하고 직원들을 체포해 부정선거 증거를 확보하려 했던 전현직 군인들이 안산 상록수 롯데리아에서 모여 작전을 모의하고 검토했던 일을 말합니다. 11월 17일, 12월 1일, 3일까지 모두 세번 있었는데요, 이중 구삼회가 참여한 회동은 12월 3일 모임이었습니다. 당시 회동에는 이 재판의 피고인인 노상원과 김용군, 방정환 국방부 혁신기획관도 참여했습니다. 장소가 안산이었던 것은 모임을 소집한 노상원의 점집(노상원은 전직 군인이자 무속인입니다) 근처였기 때문입니다.
검사의 신문에 대한 구삼회의 증언들은 피고인들 간의 관계를 드러냈습니다. 선관위 장악과 직원들 신병 확보 등 작전 전반을 구체적으로 기획하고 가담자들을 조직한 실무 진행자는 노상원이며, 김용군은 노상원에게 지시받는 입장, 김용현은 뒤에서 계획을 지시 및 승인한 책임자 포지션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구삼회와 방정환은 계엄사령부에 만들어질 ‘제2수사단(부정선거 의혹을 수사할 조직)’의 단장과 부단장 내정자였습니다.

구삼회 증인은 이들의 대화를 들으면서 이 회동이 선관위 장악 계획을 처음 논의한 모임이 아니라고 느꼈으며, 결행 전에 확인하는 모임 같았다고 증언했습니다. 특히 노상원은 김용군을 “나랑 중요한 일을 하는 예비역 선배”라고 소개했는데, 계획을 확인하면서 자신이 후배인데도 김용군이 틀린 내용을 말하면 “내가 말했잖아요”라고 타박하듯이 자주 말했다고 합니다. 특히 노상원은 자신의 인맥을 과시하기 위함인지, 김용현 뿐만 아니라 윤석열과의 관계도 과시했다고 합니다. 자신이 몇일 전에 윤석열을 만났는데, 윤석열이 “정보사령관님 오셨냐”며 먼저 경례했다는 것입니다. 엄연히 민간인 신분인 그가 12.3 내란의 비선 실세였음을 짐작케 합니다.
계엄으로 선관위를 장악한 후에는 선관위 직원들을 대거 체포하려고 했는데요, 노상원은 이와 관련해 “선관위원장은 당신(김용군)이 직접 확보하세요”라고 지시했다고 합니다. 또한 노상원과 김용군은 4~6장 정도 되는 같은 내용의 서류를 보면서 계획을 검토했는데, 그중에는 중간중간에 4~50명 정도 되는 사람들의 명단과 선관위라는 단어가 있었다고 합니다. 납치할 선관위 직원들의 명단으로 추정됩니다. 더구나 노상원은 방정환에게 “이런 건 내가 전문가잖아. 내가 다 알아서 할게. 내 앞에 오면 다 말하게 돼 있어.”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체포된 직원들 상대로 자신이 직접 조사를 주도할 것이며, 부정선거에 대한 거짓 자백을 받아내기 위해 고문까지도 암시한 것으로 보입니다.

한편 피고인 측 변호사들은 검찰이 구삼회의 증인 신문에 앞서 기억 환기를 돕기 위해 안산롯데리아 CCTV를 그에게만 보여주겠다고 하자, 해당 CCTV가 증거능력이 없는 것이라며 재판부에게 거세게 반발했습니다. 이로 인해 증인신문 시간이 수십분간 지연되기도 했습니다. 결국 재판부는 구삼회에 대한 반대신문을 다 마치지 못하고 다음 기일에 한번 더 그를 부르기로 했습니다. 다음 공판은 6월 12일로 예정되어있습니다.
2. 경찰로부터 인계 받아라
- 조지호, 김봉식, 윤승영 등 재판(2025고합51)
6월 5일(목)에 진행된 경찰 수뇌부에 대한 재판에서는 지난주까지 국수본 간부들이 증인으로 나와 방첩사의 협조 요청 목적이 ‘정치인 체포인 줄 몰랐다’는 취지로 증언했었는데요. 이번엔 방첩사 소속으로 방첩수사단 신동걸 소령이 증인으로 출석했습니다. 그는 계엄 때 국회로 출동했던 이른바 ‘체포조’였습니다. 다만 그는 실제로 정치인들을 체포하는 임무라기 보단, 현장(여의도)에서 체포된 정치인들을 구금시설(수방사)로 이동하는 것이 임무였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는 검사의 질문에 자신이 출동하던 당시에 받은 지시 내용을 증언했습니다. 12월 4일 오전 0시 38분경, 구민회가 연결해준 그룹전화를 받았는데 이때 김대우 방첩수사단장(군사재판 피고인, 준장)에게서 “현장 병력과 경찰로부터 신병을 인계 받아서 포승줄과 수갑을 채워서 신병을 (수방사로)보내라”는 내용이었다고 합니다.

피고인 측 변호인이 여러 기억이 뒤섞였던 것 아니냐, 체포활동을 하는 사람 중에는 경찰이 없던 것 아니냐는 취지로 반대신문했지만, 신 소령은 ‘현장 병력과 경찰’이라는 표현이 분명히 있었다고 반박했습니다. 국가수사본부 간부들이 자신들은 정치인 체포 목적이라는 것을 몰랐으며, 실제 체포도 자신들은 하지 않고 길안내만 하는 것으로 이해했다는 주장과는 배치되는 증언입니다.
또한 방첩사 팀장급 이상이 참여한 채팅방에 방첩사 최 모 소령이 ‘기존 부여된 구금인원 전면 취소. 모든 팀은 우원식, 이재명, 한동훈 중 보시는 팀 먼저 체포해서 구금시설(수방사)로 이동하시면 됩니다’라는 내용을 올렸던 사실도 공개되었습니다. 국회에 시민들이 모여들면서 여러 정치인들의 체포가 여의치 않게 되자 다급해진 나머지 핵심 인물들 체포에 집중했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다음 공판에는 6월 18일(수)에 열릴 예정이며, 군사재판의 피고인이자 구민회와 신동걸 등에게 정치인 체포 지시를 내린 김대우 방첩사 수사단장이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입니다.

이번 주의 재판 동향 요약
- 구삼회 증인이 롯데리아 회동에서 있었던 일을 자세히 증언했습니다. 노상원이 계획을 주도한 정황, 부정선거 입증을 위해 선관위 직원들에게 자백을 강요하려 했던 정황이 나왔습니다.
- 계엄 당일 여의도로 출동했던 방첩사 간부는, 현장 병력과 경찰로부터 정치인들을 인계받으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증언했습니다. 방첩사와 국수본 간 진실게임 양상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 윤석열 재판 (개요)
4월 4일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이 파면된 이후, 현직 군인 피고인들을 제외하고 주요 내란범들에 대한 공판은 3개로, 모두 지귀연 판사가 재판장인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에서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 재판들을 간단히 정리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1) 윤석열 재판(2025고합129) : 설명이 필요없는 내란 우두머리 입니다. 재판에 넘겨진 12.3 내란의 세가지 큰 덩어리, ①계엄군과 경찰의 국회 침탈 및 봉쇄, ②방첩사령부와 경찰 등의 주요 정치인 체포 시도, ③계엄군의 선관위 점령 모두에 대해 최종 지시자이자 책임자입니다.
2) 조지호 전 경찰청장과 김봉식 전 서울청장 등 경찰 수뇌부에 대한 재판(2025고합51) : 내란에 관여한 경찰 수뇌부에 대한 재판입니다. 내란에서 경찰은 위 세가지 덩어리에 모두 투입되었으며, 계엄군과 보조를 맞추어 국회와 선관위 주변에 배치되고, 방첩사령부 등의 정치인 체포 시도에 협조했습니다.
3) 김용현 전 국방부장관과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김용군 제3야전군 사령부 헌병대장에 대한 재판(2024고합1522) : 윤석열의 명령을 받아 12.3계엄을 전체적으로 기획 및 실행한 책임자들에 대한 재판입니다. 구체적인 계엄 계획을 설립하고 계엄군을 움직여 실행했으며, 특히 선관위를 점거해 직원들을 체포하고 서버 반출을 시도했습니다.
⚖ 주간내란재판 (연재)
시민들의 노력 끝에 헌법재판소가 윤석열을 8:0 만장일치로 파면했고, 새로운 정부도 들어섰습니다. 그러나 내란수괴 윤석열은 여전히 구속되지 않고 거리를 활보하고 있습니다. 주요 내란범들에 대한 형사재판도 아직 초반 단계입니다. 참여연대는 시민들이 내란 재판의 근황을 쉽게 따라잡을 수 있도록, 한주간 재판의 흐름을 핵심만 요약해 짚어주는 ‘주간 내란재판 리포트’를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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