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코리아 칼럼] 6.3대선 의제. ‘지역’ 소멸 막아야 ‘국가’ 소멸 피할 수 있다. 의제 초광역 경제권 키워 공간의 서열화·신분화 해소하라. (변창흠 / 세종대 행정학과 교수) (⌚7분)

어처구니 없는 비상계엄 선언과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심판을 통해 당초 일정보다 2년이나 앞당겨 6월 3일 대통령 선거가 실시될 예정이다. 이번 대통령 선거는 단순히 새로운 대통령을 선택하는 데 머물러서는 안된다. 우리 사회의 복합적인 위기를 해소하고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를 한 단계 발전시킬 수 있도록 국민적 지지를 기반으로 추진력을 확보하는 기회가 되어야 한다.

오늘날 우리 사회는 대외적인 안보 위기, 디지털 전환에 따른 산업경쟁력 위기, 저출산 고령화로 인한 인구구조 급변, 민주주의와 거버넌스의 위기, 사회경제적·공간적 불평등 위기, 기후변화와 에너지 전환의 위기 등 복합적인 위기에 빠져있다.

또한 우리나라는 두 개의 상반된 모습이 함께 나타나고 있다. 하나는 ‘역동적인 한국’(Dynamic Korea)으로 표현되는 각종 성과와 평가이다. 세계 10위권의 경제규모와 혁신국가이자 K-문화로 대표되는 문화 선진국의 모습이 그것이다. 반면 ‘정점을 지나간 한국’(Peak Korea)라는 표현에서 잘 드러나듯 점점 쇠퇴하고 있는 모습도 있다. 통계청이 추계한 2070년 총인구는 합계출산율을 1.02로 가정했을 때 3153만 명에 불과하고, 2122년에는 1085만 명에 불과하다. 국가 소멸을 심각하게 걱정해야 할 우울한 미래이다.

이러한 정점 한국과 국가 소멸 위기의 한국을 만들어낸 것은 치열한 경쟁문화와 서열주의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서열화는 경쟁의 승자가 모든 것을 다 독차지하는 사회를 용인할 뿐만 아니라, 직장과 직업, 대학, 주택에조차 줄세우기로 나타난다. 경쟁과 서열화가 공간에서는 서울·수도권 일극집중과 지역의 소외·소멸로 나타나게 된다. 서울과 수도권 지역에 거주하거나 소재하는 것이 곧 신분이 되는 것이다.

대선 후보들은 이러한 위기를 어떤 비전과 목표를 가지고 어떤 전략과 실행방안을 통해 추진할 것인지 대통령 선거 과정에 투명하게 밝히고, 이를 토론을 통해 검증을 받고, 국민의 선택을 받아야 한다.

초광역권 균형 발전이 최우선 과제

현재의 지역 불균형발전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는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집중에 있다. 그런데 수도권이 서울과 서울을 둘러싼 인천광역시와 경기도 시·군으로 구성된 초광역 경제권이라면, 수도권과 불균형한 지역은 바로 비수도권 초광역 경제권이다.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의 집중이 가장 심각한 지역 불균형발전 문제라면, 지역 균형발전 정책은 수도권에 대응할 수 있는 지역 초광역 경제권을 육성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다행히 우리나라에는 인구 및 경제규모, 역사 및 문화적 정통성을 갖춘 5개 초광역 경제권이 존재해왔다. 수도권, 충청권, 대구·경북권, 부산·울산·경남권, 호남권이 그것이다.

모든 공간 단위가 균형 있게 발전할 수는 없다. 지역의 초광역 경제권의 육성을 지역 균형 발전 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설정하면 지역 정책의 목표와 전략이 비교적 분명해지게 된다.

지방분권과 지방재정 조정제도는 중앙정부의 권한을 초광역 경제권에 어떻게 이양할 것인지가 핵심 과제가 되어야 한다. 지역에 대한 재정 투자의 확대도 모든 단위의 지자체에 분산하기보다는 수도권에 대비해서 경쟁력이 취약한 지역 초광역 경제권의 광역인프라, 산업경제, 대학 교육, 의료시설, 문화 등의 경쟁력을 향상하는 데 역점을 둬야 한다.

세종 행정수도 개헌


계엄과 탄핵심판으로 치르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차기 대통령실의 입지에 대한 관심이 쏠리면서 세종 행정수도 완성이 새롭게 주목을 끌고 있다. 청와대를 떠나 갑작스럽게 용산으로 이전했던 대통령실을 다시 청와대로 복귀시켜야 하나? 차제에 최초의 구상과 마찬가지로 새로운 행정수도를 완성할 수 있도록 세종시로 이전하자는 주장이 설득력을 갖게 된 것이다.

세종시의 행정수도 완성이라 할 때 수도란 무엇을 의미하는가? 헌법재판소는 신행정수도에 대한 위헌심판 판결문(2004. 10. 21.)에서 국민의 대의기관인 의회를 통한 입법기능이 수행되는 곳과 국가원수이자 행정부의 수반인 대통령의 소재지를 수도의 중요한 요소로 보았다. 이에 따라 세종 행정수도를 완성하려면 대통령실과 함께 국회가 모두 세종시로 이전해야 한다.

그런데 민주당과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자들은 세종시 행정수도 완성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면서도 어떤 기능을 이전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서로 다른 입장을 취하고 있다.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국회 세종 의사당과 대통령 세종 집무실 건립을 적극 추진하지만, 대통령실과 국회의 완전 이전은 헌법 개정과 국민적 합의라는 난관을 극복해야 한다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밝히고 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회의 세종시 이전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반면, 대통령실 이전에 대해서는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세종시의 행정수도 완성을 위해서는 수도에 관한 헌법 조항을 신설해야 한다. 헌법 개정은 국민적 합의뿐만 아니라 여야의 합의를 거쳐야 하므로 성사 자체가 쉽지 않다. 이번 대선 과정에 각 후보가 대통령 세종 행정수도 완성을 선거공약으로 채택하고, 구체적인 실행 방안으로 헌법 개정 일정을 제시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대통령 당선자는 세종 행정수도 완성을 위한 종합계획과 단계별 로드맵을 작성하고, 정부 부서 내에 종합 콘트롤타워로 세종수도완성기획단과 세종수도완성추진위원회를 설치해야 하고, 국회에도 세종행정수도지원특별위원회를 구성해서 추진력을 갖도록 유도해야 한다.

지방분권 개헌


현재 각 당과 후보들은 헌법 개정과 관련해 이원집정부제와 대통령 중임제 등 권력 재편과 관련된 쟁점을 중심으로 주장할 뿐, 국민들의 삶과 직접 관련이 있는 지방분권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하지 않고 있다.

권력 재편 주제로는 여야 간 합의뿐만 아니라 국민적 합의를 도출하기 어렵기 때문에 오히려 여야와 국민 모두가 합의에 이를 수 있는 지방분권형 개헌을 우선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문재인 정부가 2018년에 추진했던 헌법 개정안에서는 헌법 제1조 3항에 “대한민국은 지방분권국가를 지향한다”고 규정하고 있었으므로, 분권형 개헌에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다.

지방분권형 개헌 논의가 본격화할 때 지방분권의 주체가 될 지방정부의 성격과 위상에 대해서도 논의와 합의가 필요하다. 초광역 경제권의 행정주체에게 중앙정부의 권한을 이양하려면 행정구역 개편이 전제되어야 한다. 현재의 기초와 광역자치단체로 구성된 지방행정체제는 사회경제 변화, 기술 변화, 교통통신의 발달과 인구구조의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준연방제를 구성하는 초광역 행정자치단체, 시·군의 연합인 기초자치단체연합, 읍·면·동의 자치단체화 등 3계층 지자체를 목표로 설정하고 전면적인 행정구역 개편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다만 단기적으로는 초광역 특별행정기구에 대한 정부의 권한 이양과 획기적인 지원, 기초자치단체 연합에 대한 부문별 행정서비스 통합 관리, 읍·면·동을 준자치단체로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다.

[공유대학] ③ 벼랑 끝 지방대, 도시는 소멸 위기, KBS 2021.08.10. 보도 캡쳐.

지역 균형발전, 세 가지 실행정책 제안

지난 수십 년간 지역 균형발전을 명분으로 각종 투자와 지원정책을 추진했지만, 균형발전 효과는 미약했고 수도권 집중을 막을 수는 없었다. 이러한 결과가 나타나게 된 것은 추진하는 정책의 실행력이 부족했기 때문이었다. 엄밀히 말하면 정책의 실패가 아니라 정책 실행모델의 실패인 경우가 더 많았다. 사업의 추진 주체, 방식, 재원조달, 사업대상과 시기를 명확하게 설정하지 않는 정책은 슬로건에 불과할 뿐 추진력을 갖기 어려웠던 것이다.

실행력을 가지면서 지역균형발전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정책을 몇 가지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재생에너지 기본소득과 재생에너지 산업클러스터의 조성 방안이다. 일반적으로 햇빛과 풍력을 이용한 재생에너지 생산의 잠재력을 지닌 지역은 새로운 입지적 장점을 지니고 있다. 재생에너지를 활용해야 하는 기업을 유치하여 산업클러스터를 조성할 뿐만 아니라 재생에너지로부터 발생하는 소득을 지역주민들에게 기본소득으로 배당하는 것을 의무화하자는 것이다.

전남 해남의 솔라시도는 대규모 태양광 발전을 기반으로 AI데이터센터와 재생산업 신도시를 시도하고 있다. 전남 신안군은 ‘신재생 에너지 개발이익 공유제’를 통해 지역주민들에게 햇빛연금과 바람연금을 제도화했다. 재생에너지가 가장 풍부한 지역은 대부분 가장 낙후된 지역임을 고려할 때 재생에너지를 기반으로 한 산업의 육성은 지역발전을 위한 새로운 모멘텀이자 경쟁력이 될 수 있다.

둘째, 수도권의 개발이익을 활용하여 지역특화형 복합 주거플랫폼을 추진하자는 것이다. 주택은 단순히 주택 수요에 대응하는 주거상품이 아니라 지역을 변화시키고 지역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플랫폼이 될 수 있다. 삶의 공간일 뿐만 아니라 지역사회 문제 해결을 위한 복합 서비스 거점으로 주택을 활용한다면, 주택은 지역발전의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

전국에 돌봄, 혁신창출, 일자리, 공공서비스, 에너지 전환 기능을 갖춘 주거플랫폼을 과감하게 50만호 이상 공급해야 한다. 수도권의 택지개발과 주택분양에서 발생하는 개발이익을 균형발전기금으로 환수하여 지역 주거플랫폼 사업의 수익성 부족과 관리운영을 지원해야 한다.

혁신적인 주거플랫폼은 지역의 핵심거점이 되어 주거문제뿐만 아니라 생활의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 새로운 삶의 양식을 창출함으로써 위계화, 서열화한 삶의 방식을 전환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시범단지 역할을 할 수 있다. 현재 국토교통부가 연간 몇천호 수준으로 추진 중인 지역활력타운을 전면적으로 확대시행한다면 지역발전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고향사랑 기부제의 혁신을 통해 지방재정을 확충하고 재정불균형을 해소하자는 제안이다. 고향사랑 기부제는 시행 첫 해인 2023년에 52만 5천 건 650억 원. 2024년 77만 4천 건 879억 원에 불과하다. 일본의 고향납세제가 2022년 기준 9654억 엔(약 9조 3천억 원)인 점을 고려하면 너무나 미약하다.

일본의 고향납세제는 지방정부 간 지방세 이전제도로 설계되어 기부자가 특정 지자체에 고향납세하면, 기부자의 주소지 지방세 공제혜택을 주고, 고향납세 지자체가 답례품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고향사랑 기부금을 납부하면 개인소득세를 세액공제하는 방식으로 활용하고 있어서 지자체 간의 재정 이전기능이 없다.

지방세 납세자가 희망하는 지자체에 지방세를 납부하면 주소지 지방세를 공제하도록 지방세법을 개정해야 한다. 또한 지자체가 특정한 목적사업을 미리 제시하고 이 사업의 추진을 목적으로 고향사랑 기부금을 모집할 수 있도록 크라우드펀딩형 고향사랑 기부제를 도입해야 한다. 일본에서 활용 중인 기업의 전문인력 파견형 고향사랑 기부제나, 기업판 고향사랑 기부제도 도입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수입한 일본의 ‘고향사랑기부제’. 사실 애향심보다는 지자체별 가성비 상품으로 경쟁한다. 사진은 미야코노조시(규슈 지역 시)의 고향사랑기부품목인 와규와 소주. 야코노조시.

포용과 혁신의 사회로 다시 태어날 기회

윤석열 정부는 대통령 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와 자치분권위원회를 지방시대위원회로 통합했다.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 때도 ‘균형발전’을 삭제해서 국가균형발전위원회를 지역발전위원회로, 균형발전특별회계를 지역발전특별회계로 명칭을 변경한 바 있다. 어떤 명분이든 균형이란 나눠먹기라는 낙인을 찍은 것이다.

이제 균형의 가치를 다시 복원해야 한다. 지방시대위원회를 국가균형발전위원회와 같은 위원회 조직이나 국가균형원과 같은 행정조직으로 재탄생시켜야 한다. 이와 함께 자치분권의 가치를 다시 한번 확인해야 한다. 기득권 지역의 이익 지키기가 아니라 지역과 주민의 자율성과 참여를 보장하는 가치로 다시 평가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지방분권 개헌을 통해 자치분권 국가를 명시해야 하고, 모든 권력이 국민으로부터 나오듯, 지방정부의 자치권도 주민으로 나온다는 사실을 명시해야 한다.

분권과 균형이 사라진 공간을 효율성과 능력주의, 경쟁력과 일자리가 차지한다면 우리는 기어이 서열화와 국가 소멸의 위기를 극복할 수 없게 된다. 이번 대통령 선거는 갈등과 국가 소멸의 위기에 빠질 것인가, 아니면 포용과 혁신의 사회로 다시 태어날 것인가를 선택하는 기회이다.

정점 한국을 넘어 지속가능한 발전과 삶의 질 개선을 위해서는 국민들의 총의를 모아 헌법 개정과 세종 행정수도 완성을 공론화하고 다음 대통령이 실행을 약속하도록 압력을 행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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