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비평] 박정훈 대령 무죄, 불의한 명령에 항거한 군인의 손을 들다. (⏰14분)
고(故) 채상병의 사망 사건 해병대 수사단장이었던 박정훈 대령은 사건을 수사하고, 결과를 경찰에 이첩했지만, 군검찰은 수사 결과를 불법적으로 회수했습니다. 그런데 이를 언론에 폭로한 박정훈 대령을 기소했습니다. ‘이첩을 보류하라’는 이종섭 당시 국방부장관의 명령에 따르지 않았고, 상관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주장이었죠.
하지만 군사법원은 1심에서 박정훈 대령에게 ‘무죄’를 선고하며, 군인이라고 할지라도 불의한 명령에 항거할 수 있고, 항거하여야 한다는 당연하지만 어려운 길을 보여주었습니다. 이근우 교수(가천대학교 법학과)가 비평했습니다.

사건의 배경
이 판결은 2023년 7월 19일 오전 9시 10분경 경상북도 예천군에서 폭우 피해자 수색작전 중 사망한 고(故) 채상병 사망사건을 수사했던 해병대 수사단장에 관한 군검찰의 군형법상 상관명예훼손, 항명 기소에 대한 제1심 판결이다.
이 판결의 이해를 위해서는 배경이 된 일련의 사건들을 먼저 알아둘 필요가 있다. 이 사건 배경에는 경북경찰청에 대한 해병대 수사단의 수사 결과 이첩에 대해 청와대에서 시작되어 국방부장관, 해병대사령관으로 이어지는 부당한 이첩중단, 이첩보류 외압이 선행되어 있다.

채상병의 사망을 초래한 배경에는
- 전날부터 영주댐 방류로 인하여 해당 지역의 수위가 높았고,
- 수변 유실이 심한 현장 환경에서 무리하게 안전장비도 없이,
- 오히려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복장으로 가슴까지 물 속에 들어가는 인간띠 방식의 수변수색을 지시, 강행한 점이 있었는데,
- 해병대 수사단은 안전통제 관련자에 대한 업무상과실치사의 혐의가 있다는 판단을 내리고, 해병대 1사단장을 포함한 관련자의 혐의를 적시하여 경북경찰청으로 이첩하려 하였다.
- 최종 결재권자인 국방부장관 이종섭은 수사결과를 대면 보고받고 결재했지만, 이후 ‘경찰 이첩 보류’를 전화로 지시하였고,
- 국방부 법무관리관 등이 수사단장에게 ‘관련자 혐의사실 삭제’는 등의 연락을 하였다.
- 그 후 국방부 검찰단은 수사서류를 경북경찰청으로부터 법적 근거 없이 회수하는 등의 행위를 하였고, 당초 수사결과 그대로 이첩한 수사단장 박정훈 대령에 대해 국방부는 집단항명수괴(‘집단항명’수괴라고 하면서도 그 ‘집단’에 해당하는 수사단의 하급 구성원들은 기소하지 않았음) 혐의(나중에 항명 혐의로 변경)로 보직해임하고 기소하였던 것이다.
군검찰의 기소 내용
이 사건에서 군검찰은
- ‘항명’을 1) 기록 이첩 보류 명령에 대한 항명과 2) 기록 이첩 중단 명령에 대한 항명으로 구성하였고,
- ‘상관명예훼손’의 경우 ‘2023.8.11. 09:30경 서울 용산구에 있는 국방부검찰단 청사 앞에서 기자의 질문에 대해서 한 대답 등 언론 인터뷰에서 국방부장관 이종섭이 ‘사단장의 처벌’에 대해 언급한 사실이 없음에도 이를 질문하였다고 발언한 사실을 공연히 허위사실을 적시한 것’으로 하여 기소하였다.
그런데 이러한 기소 과정에서 ―법원의 공소권 남용 판단에서 지적되지만― 집단항명(항명)의 성립 여부나 상관명예훼손 혐의의 주요 사실에 대한 조사가 매우 미흡하였다는 점이 나타난다. 과연 이 기소가 판결문에 기소검사로 이름이 올라간 염○○의 독립적 판단에 의한 것이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있고, 만약 이 과정에 또 다른 상부의 압력이 있었다면, 향후 박정훈 대령에 대한 부당한 기소 지시 자체도 직권남용에 해당할 수 있는 것이다.

법원의 판단
1. 피고인 측 공소권 남용 주장의 배척
: ‘군검찰의 공소권 남용이다’ 주장했지만, 받아들이지 않은 재판부
이 사건 판결에서 중앙지역군사법원은 먼저 피고인 측(박정훈 대령 측)이 제기한 ‘공소권 남용’ 주장을 애매하게 배척하였다.
검사에게는 공소에 대한 재량권이 부여되어 있다. 하지만 이를 자의적으로 공소권을 행사하여 피고인에게 실질적인 불이익을 줌으로써 소추재량권을 현저히 일탈하였다고 보여지는 경우에는 이를 공소권 남용으로 보아 공소제기의 효력을 부인할 수 있다. 다만 재판부는 여기서 자의적인 공소권의 행사라 함은 단순히 직무상의 과실에 의한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적어도 미필적이나마 어떤 의도가 있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2001.9.7. 선고 2001도3026)을 제시한다.
재판부는
- ▲ 피고인의 수사 절차상의 방어권 및 변론권을 침해할 뿐만 아니라 적극적인 방어권 행사의 일환으로 이루어진 언론 인터뷰 및 기자회견 내용을 추가 기소한 것은 피고인의 권리를 중대히 침해함으로써 공소권을 자의적으로 행사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기도 한다고 하면서도,
- △ 일부자의 기소 내용에 부합하는 진술이 있었고,
- △ 항명죄와 상관명예훼손죄는 군 위계질서를 심각히 훼손하여 군기강을 문란케 하는 중대한 범죄로써 이 사건 공소제기에 이르게 된 경위 및 이 사건이 군기강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볼 때 피고인 및 변호인이 주장하는 사정만으로는 당해 사건에서 어떠한 의도를 가지고 자의적으로 피고인의 항명 및 상관명예훼손에 관한 혐의를 기소하였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보았다. 따라서 피고인 및 변호인 측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재판부는 판단의 근거를 아래와 같이 제시했다.
① 피고인은 군검찰 조사 당시부터 이 법정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사령관의 기록 이첩 보류 명령은 없었고, 장관 지시에 따른 기록 이첩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회의와 토의를 하였을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점
② 피고인은 군검찰 조사 당시 2023.7.31. 16:00경 해병대사령부에서 열린 회의가 종료된 후 수사단으로 복귀하였다가 해병대사령관 호출로 집무실에 다시 들어간 상황과 관련하여, 해병대사령관 김계환으로부터 “오늘 오전 31일 11:00에 대통령실에서 회의가 있었는데, 국방비서관이 대통령에게 해병1사단 사망사고 관련해서 수사결과를 보고하면서 ‘사단장 등 8명을 업무상과실치사 혐의가 있는 것으로 경찰에 이관하겠다’라는 보고를 하였고, 그 보고를 듣자마자 대통령께서 ‘국방부장관을 연결해라’라고 하면서 군사 관련 보고받은 것 중에 가장 격노하셨다”, “대통령께서 ‘도대체 이런걸로 사단장을 처벌하면 대한민국에서 사단장을 누가 하겠느냐’라고 말씀하셨다”라는 말을 들었다는 진술을 하고 있고, 2023.8.1. 16:00경 국방부 법무관리관(유재은)과 통화를 한 이후에 해병대사령관 집무실로 올라가서 해병대사령관과 대화를 하던 중 해병대사령관이 본인의 휴대폰을 보면서 ‘차관 지시사항’, J 혐의자, 혐의내용 빼라. 수사라는 용어 대신 조사라는 용어를 사용해라. 해병대는 왜 말하면 말을 안듣는 것이냐’라는 문자 메시지를 읽어주었다는 사실 등을 진술하고 있는 점
③ 해병대사령부 수사단 중앙수사대장 박세진은 이 법정에서 피고인에게 들었다던 대통령실 회의에 관한 내용을 군검찰 제1회 조사 당시 진술하였다고 하나 조서에는 반영되지 않았다고 진술하고 있는 점
④ ‘故 채상병 익사 사건의 관계자 변경시 예상되는 문제점’ 문건 사본에 ‘VIP → 안보실 → 장관’ 메모가 기재되어 있는 점
⑤ 피고인은 국방부장관의 2023.7.31.경 지시가 이미 보고 완료한 보고서의 내용과 달리 혐의자 변경을 내용으로 하는 것으로서 부당한 명령에 해당하고 이를 따를 수 없다고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는 점
⑥ 위와 같은 주장 및 사실들은 이 사건 기록 이첩 보류 명령이 항명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정당한 명령인지 여부에 대한 판단의 전제가 될 수 있는 점
⑦ 군검찰이 위와 같은 주장 및 사실들을 확인하기 위하여 국방부장관 및 차관, 대통령실(국가안보실) 군관계자, 해병대사령관 등에 대한 충분한 조사 및 수사, 휴대폰 포렌식 절차를 통한 확인 등의 면밀한 수사가 이루어지지는 않은 점
⑧ 상관명예훼손의 피해자이며 해병대사령관 명령의 원인이 된 지시를 내린 국방부장관 이종섭에 대한 대면조사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은 점
그러나 재판부의 판단 근거(⑥~⑧)를 보면 군검찰은 범죄성립의 중요한 요소가 되는 중요 사실조사(혹은 그 시도조차) 없이 해병대 수사단장 박정훈을 자의적으로 기소한 것이다. 기소검사 염○○ 개인의 ‘미필적 의도’를 원용하여 자의성을 부정할 성질의 것이 아니다. 이 사건 기소가 무리하고 부실하게 이루어진 배경에 청와대에서 국방부, 군검찰 지휘부로 이어지는 ‘격노’가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위에 인용된 대법원 판결도 ‘공소권 남용 여부’ 자체를 판단한 것이 아니라, 하급심 판결에서 공소권 남용 여부를 판단하지 않았음을 지적하여 파기환송한 것일 뿐이다. 이러한 판시 취지는 검사의 단순한 직무상 과실만으로는 공소권 남용으로 볼 수 없지만, 피고인에게 실질적 불이익을 주려는 의도가 미필적으로라도 있을 때 인정할 수 있다는 취지이다. 이 사건 기소는 전형적으로 수사단장 박정훈에게 기소를 통해 실질적 불이익을 주려는 군 조직의 의도가 분명하게 드러난다.

2. 항명죄 ‘무죄’ 판단
: 이첩 보류 명령 있었는지 증명 충분하지 않고, 정당한 명령도 아니야
(1) 항명죄 판단의 전제 ― 복종의무의 대상이 되는 군사상 명령은 존재하는가?
군형법 제44조는 상관의 정당한 명령에 반항하거나 복종하지 아니한 사람을 처벌하도록 하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상관의 정당한 명령’이란 상관이 특정인 또는 특정할 수 있는 다수인에 대하여 개별적·구체적으로 내리는 명령으로서 군사상의 의무를 부과하는 내용이어야 한다. 그리고 그 군사상의 의무에는 반드시 작전행위라는 군의 고유한 임무뿐 아니라 군의 사기, 군기 및 군의 질서를 유지하는 데 직접적으로 연관된 임무도 포함된다고 보아야 한다. 다만, 그 명령이 군사상의 필요성을 넘어 지나치게 개인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어서는 안 된다(대법원 1996.10.25. 선고 96도2233 판결, 대법원 2012.12.27. 선고 2012도1602 판결 등 참조).
또한 항명죄의 대상이 되는 명령인지 여부는 구체적인 명령의 목적, 상황, 취지 등을 고려하여 판단되어야 할 것이다(고등군사법원 2011.11.15. 선고 2011노147 판결 참조). 또한 군사에 관한 의무를 부과하는 것으로서 그 내용이 특정되어 있어야 하고, 수명자에게 개별적으로 하달되어 복종을 요구하는 것이어야 하며, 단순한 충고나 희망, 요구와는 구별된다(육군고등군사법원 1988.7.20. 88항122 판결 참조).
그래서 피고인 측은 기록 이첩 보류 및 중단 명령 자체가 군사상의 의무를 부과하는 내용에 관한 명령이 아니라고 주장하였는데, 군사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피고인 측 주장의 취지는 이첩 보류, 중단이 아직은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군사상 명령에 이르지 않은 것이라고 주장한 것인데, 재판부는 이첩중단 명령의 경우 그 단계를 넘어서서 구체적 개별적 명령이 발령된 것으로 본 것이다.

(2) 해병대사령관의 기록 이첩 ‘보류’ 명령, 구체적·개별적 명령이 존재했다고 보기 어렵다
기록 이첩 보류 명령에 대한 항명 혐의와 관련하여, 군검사는 해병대사령관 김계환이 피고인 박정훈에게 ① 2023.7.31. 16:00 경 해병대사령부 중회의실에서 기록 이첩 보류 명령을 하였고, ② 그때부터 2023.8.1. 20:40경까지 해병대 사령관집무실 해병대사령부 충무실 및 덕산스포텔에서 수차례에 걸쳐 기록 이첩 보류 명령을 하였다고 주장했다.
반면 피고인 박정훈 측은 해병대사령관의 기록 이첩 보류 명령이 없었고, 국방부장관의 지시에 따른 기록 이첩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회의 또는 토의를 하였을 뿐이라고 주장하였다.
이에 대해서 군사법원은 관련자들의 진술에 비추어 해병대사령관 김계환이 피고인에게 기록 이첩 보류 명령을 한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든다고 하면서도 다른 관련자의 진술 내용을 통하여 “해병대사령관은 2023.7.31.부터 8.1.경까지 국방부장관이 언급한 8.9.(수)에 이첩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발언을 한 것으로 보이기는 하나, 피고인에게 이첩을 보류하라는 명령을 개별적·구체적으로 명확하게 하였다기 보다는 피고인을 포함한 해병대사령부 부하들과 함께 기록 이첩 시기 및 방법에 대한 회의와 토의를 주로 하였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하였다.
특히 “2023.7.31.부터 이첩 보류 명령을 수차례 하였다는 해병대사령관의 진술은 자신의 군검찰 최초 조사 당시의 진술과도 일부 차이가 있을 뿐만 아니라 객관적 증거인 군사보좌관과의 텔레그램 메시지의 내용, 해병대사령관의 업무수첩 기재 내용 등과도 부합하지 않는 부분이 상당수 존재하며, 자신의 명령에 따르지 않고 이첩 중이라는 피고인의 보고를 받고서도 당황하여 그 즉시 중단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말하고 있는 부분과도 일관되지 않아 이를 선뜻 믿기 어려워 보인다”고 보았다.
재판부는 판단의 근거를 아래와 같이 제시했다.
“특히 해병대사령관이 기록 이첩 보류 명령을 분명하게 하였다는 진술과는 배치되는 아래와 같은 여러 객관적인 사정 및 상황들, 즉
① 2023. 8. 1. 10:17 경 해병대사령관 김계환은 국방부 군사보좌관 박진희와의 텔레그램 메시지 대화에서 이첩 예정일을 물어보는 질문에 “계획된 것은 내일 오전 10시입니다. 법무관리관실과 이야기하여 국방부 지침 받을께요? 조만간 이첩이 어렵다는 것을 어떻게 해야 할지 많이 고민이 됩니다. (중략) 위험성이 많은 부분이라 법무관리관과 수사단장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중략) 오후에 심층 토의하고 문자 드리겠습니다.”라는 텔레그램 메시지를 박진희에게 보내고, 같은 날 15:29 경 “1. 이첩시기는 장관님 귀국 후 지침 받고 하겠습니다.”, “○ 예상되는 문제점은 내일 10시 경찰청 이첩하기로 되어있어 기자들이 예의주시 중으로 추측성 기사, 외압, 수사 미진 등 보도 예상” 등의 텔레그램 메시지를 보내면서 마지막에 “○ 해병대 수사단 조사결과를 조사본부로 이첩하여 재검토 건의”라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낸 후, 같은 날 16:09 경 “조사본부를 고려한 이유는 1. 이미 유가족에게 설명이 되었고, 2. 궁색하기는 하지만 이첩일자를 늦추는 이유가 해병대 수사단이 조사한 결과가 적절한지 판단 측면입니다. 모든 사람들이 법적인 책임이 있는 것을 잘 알기에 조심하고 있습니다.”라는 내용의 텔레그램 메시지를 보낸 바 있고, 같은 날 17:33경 “지금은 장관님과 통화 안 해도 될 것 같습니다. 조금 더 검토 중입니다.”라는 텔레그램 메시지를 최종적으로 보낸 사실이 있는 점,
② 해병대사령관 김계환은 자신의 업무수첩에 “☆☆ ※ 장관님, 제가 책임지고 넘기겠다(내일)”라는 문구를 기재한 후 삭제한 사실이 있는 점,
③2023.7.31.부터 8.1.경까지 수차례 기록 이첩 보류 명령을 했다던 해병대사령관이 2023.8.2. 10:00 경 ’이첩 중이다.’라는 피고인의 보고를 받고서도. 그 즉시 피고인을 상대로 이첩 중단 명령을 하거나 중단 조치를 취하지 않고 50여 분경이나 지나고 나서야 피고인에게 전화하여 기록 이첩 중단 지시를 한 점 등은 오히려 해병대사령관 김계환의 진술보다는 이첩 시기 및 방법에 대한 회의와 토의만 있었다고 주장하는 피고인의 진술에 더 부합하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쟁점과 관련해서는 피고인의 진술과 상반되는 관련자 진술의 신빙성을 완전히 배척한 것은 아니고, “결국 군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해병대사령관이 국방부장관의 지시를 따를 것인지에 관하여 회의 내지 토의한 것을 넘어, 피고인에 대하여 구체적·개별적인 기록 이첩 보류 명령을 하였다고 보기는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를 찾을 수 없다”고 하여 당시 해병대사령과의 토의과정이 명시적인 명령인지 아닌지 충분히 입증되지 않아 ‘의심스러울 때에는 피고인의 이익으로’라는 원칙에 따라 항명죄의 대상이 되는 ‘명령’으로 판단하지 않은 것이다.
의심스러울 때에는 피고인의 이익으로
“형사재판에서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할 수 있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고, 이러한 정도의 심증을 형성하는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대법원 2015.2.26. 선고 2014도11771 판결 참조)”는 법리.

(3) 해병대사령관의 기록 이첩 ‘중단’ 명령, 정당한 명령으로 보기 어렵다
기록 이첩 중단 명령에 대해 군검사는, 피고인이 2023. 8. 2. 10:51 경 해병대사령부 내 해병대수사단 중앙수사대장 집무실에서, 제1광역수사대장이 해병상병 순직사건 조사기록을 같은 날 10:30부터 안동시에 있는 경상북도경찰청으로 전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상관인 해병대사령관으로부터 ‘당장 인계를 멈춰!’라는 명령을 받았음에도 기록 이첩 중단에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고 기록을 경상북도경찰청에 전달함으로써 상관의 명령에 복종하지 아니하였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피고인(박정훈 대령) 측은 ▲ 해병대사령관으로부터 2023.8.2. 10:51 경 기록 이첩을 멈추라는 취지의 명령을 받은 후, 이를 수행하기 위해 수사팀에 연락을 취하였으나 연결이 되지 않았을 뿐이고, 설사 이첩 중단 지시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 이는 군사경찰설치부대장의 지휘대상이 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 수사지휘 대상이 되더라도 혐의대상자나 혐의사실을 변경하라는 국방부장관의 지시는 군사법경찰관의 수사독립성을 본질적으로 훼손하는 것이며, ▲ 국방부장관이 개별적 사건에 관해 해군참모총장을 거치지 않고 직접 해병대사령관에게 수사지휘 하였으며 ▲ 수사지휘권이 전혀 없는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것이기 때문에 국방부장관의 지시는 위법한 것이고 해병대사령관의 이첩 중단 명령도 국방부장관의 위법한 지시에 근거한 명령으로 정당한 명령이 아니라고 주장하였다.
군사법원은 아래와 같이 쟁점을 정리하였다.
- 피고인이 해병대사령관의 이첩 중단 명령을 따르지 않은 사실이 있는지 여부
- 군사경찰설치부대장인 해병대사령관에게, 기록 이첩 중단 명령을 할 수 있는 권한이 있는지 여부 및 해당 명령이 정당한 명령인지 여부
- 해병대사령관의 ‘이첩 중단 명령’이 군사법경찰관의 수사독립성을 본질적으로 훼손한 것 인지 여부
- 수사지휘 과정상 위법사항이 존재하는 것인지 여부
재판부는 해병대사령관에게도 이 사건 기록 이첩과 관련한 직무를 관장하고 지휘·감독할 권한은 있으며, 피고인이 해병대사령관이 8.2. 10:51경 내린 이첩 중단 명령을 따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하였다.
하지만 재판부는 군사법경찰관이 군사법원에 재판권이 없는 범죄를 인지한 경우에는 지체 없이 대검찰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또는 경찰청에 사건을 이첩해야 할 의무를 규정(‘법원이 재판권을 가지는 군인 등의 범죄에 대한 수사절차 등에 관한 규정’ 제7조)하고 있으므로, 군사법원에 재판권이 없는 범죄에 대한 이첩 시 해병대사령관의 직무 관장 및 지휘·감독권의 범위는 해병대수사단의 군사법경찰관이 법령에 따라 기록 이첩 의무를 지체 없이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만 지휘·감독할 의무가 있다고 보았다(판결문 25-26쪽. “위 규정의 입법목적과 개정 군사법원법의 입법 취지에 비추어 볼 때 군사법원에 재판권이 없는 범죄에 대한 이첩 시 군사경찰부대 설치부대장의 직무 관장 및 지휘·감독의 범위도 법령의 입법 취지에 맞도록 해석함이 상당하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따라서 군사법원에 재판권이 없는 군인 등의 범죄 이첩의 경우에 해병대수사단 군사법경찰관에 대한 해병대사령관의 직무 관장 및 지휘·감독권의 범위는 해병대수사단이 특별한 이유 없이 기록 이첩을 지체하거나 이첩을 중단하는 경우 등에 있어 오히려 지체 없이 기록을 이첩할 수 있도록 지휘·감독해야 할 법령상 권한 및 의무가 있는 것이고, 이 사건 기록을 특별한 이유 없이 이첩 중단할 것을 명령할 권한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즉 해병대사령관이 피고인에게 한 기록 이첩 중단 명령은 법령에 근거한 정당한 명령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결국 재판부는 “해병대사령관의 기록 이첩 중단 명령은 특별한 이유가 없는 것으로 보이고, 단지 국방부장관의 지시를 따르기 위한 목적에서 비롯된 것임을 알 수 있으며, 국방부장관 지시의 목적은 피고인이 2023. 7. 30. 보고한 ‘해병대 1사단 고(故) 채상병 사망원인 수사 및 사건처리 관련 보고서’의 결과와 다른 내용으로 기록이 이첩될 수 있도록 사건인계서의 내용을 수정하기 위한 목적에서 내려진 것으로 보이는바, 해병대사령관이 기록 이첩 중단 명령을 하게 된 동기와 목적, 국방부장관 지시의 의도, 그 방법등에 비추어 볼 때 정당한 명령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봤다.
결국 항명의 공소사실을 구성하는 ① ‘해병대사령관의 기록 이첩 보류 명령이 존재하였는지 여부’는 해당 명령이 있었는지에 대한 범죄의 증명이 불충분하다는 점, ② ‘해병대사령관의 기록 이첩 중단 명령’은 정당하지 않은 명령이라는 점에서 ‘무죄’로 판단하였다.

3. 상관명예훼손 ‘무죄’
: 국방부·해병대 관련자들 진술 믿기 어렵고, 박정훈 발언은 가치 중립적
군검사는 박정훈 대령이 언론 인터뷰에서 “(이종섭 당시 국방부장관이 보고를 듣고) ‘사단장도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어야 하느냐?’라고 질문을 하셨고”라고 말한 것이 허위이며, 이를 통해 상관인 국방부장관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군사법원은 관련자들의 진술을 적시한 후, 이종섭 전 국방부장관 등의 진술보다 박정훈 대령의 진술의 신빙성이 더 높아보인다고 판단했다.
▲ 피해자 국방부장관 이종섭을 제외한 나머지 참고인들의 진술은 국방부장관의 발언을 들은 기억이 없다거나 기억나지 않는다는 진술들로 국방부장관의 발언 유무를 확인하기에는 부족해 보이고,
▲ 오히려 해병대사령부 정훈공보실장 이윤세는 “현장에서 누군가가 ‘1사단장도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어야 하느냐?’라는 말을 했다.”고 진술하고 있는 점
▲ 특히 피고인의 진술은 국방부 최고위 상관인 피해자에게 직접 대면 보고하며 피해자의 반응까지도 살폈던 피고인의 구체적 기억에 따른 진술이라는 점 등은 당시 보고 배석자들이었던 참석자들의 기억이나 진술보다는 더 신빙성이 높아 보인다.
▲ 한편 사단장도 처벌하는 것이냐를 물어본 사실이 없다고 진술하는 국방부장관 이종섭의 진술은 장성급 장교의 처벌 및 이에 따른 후속 인사문제가 관련된 보고의 내용 및 성격을 고려할 때 장성급 장교의 처벌 여부가 확인되며 거론되는 것이 오히려 자연스럽고, 장성급 장교의 처벌 문제가 전혀 거론되지 않았다고 진술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고 경험칙에도 부합하지 않아 보여 이를 쉽게 믿기 어렵다.
또한 피고인의 해당 발언이 이루어진 경위나 발언과정, 표현에 비추어 “피고인의 발언 자체만으로는 그 의도, 취지, 경위 등을 쉽게 찾기 어려운 가치 중립적인 표현으로 볼 수 있다.”고 하면서 무죄를 선고했다.
불의한 명령에 항거할 수 있고 항거하여야 한다
이 사건 공소제기 과정이나, 그 이전의 이첩보류, 이첩중단 요구 과정에서도 알 수 있듯, 사건의 배경이 된 ‘고(故) 채상병 사망’사건의 수사 결과에 불만을 품은 청와대의 불법적인 하명에 따른 국방부장관 이종섭, 해병대사령관 김계환의 부당한 지시가 있었고, 이에 불응한 해병대수사단장 박정훈에 대한 부당한 공소제기에 대하여 중앙지역군사법원이 두 혐의 모두를 무죄를 선고한 의미있는 판결이다. 수사단장 개인에게는 길고 긴 고통의 시간이었을 것이고, 아직도 사건이 마무리 된 것은 아니지만, 이 판결로 큰 위안이 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개인적으로는 사건 초기 뉴스에 등장하는 대통령의 ‘격노’, ‘항명’이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는데, 2024.12.3.을 지나고 난 뒤로 너무도 선명하게 이해되었다. 일종의 전조 증상이었던 셈이다. 반대로 힘들지만 엄격한 상명하복 관계에 있는 군인이라고 할지라도 불의한 명령에 항거할 수 있고, 항거하여야 한다는 당연하지만, 어려운 길을 보여주었다. 저 비상식적 계엄의 밤에 방첩사 법무실 7인의 법무관들이 보여준 용기에도 같은 경의를 보낸다.

⚖ 광장에 나온 판결: 277번째 이야기
– 박정훈 대령의 상관명예훼손·항명 혐의에 ‘무죄’ 선고한 군사법원 1심 판결
– 중앙지역군사법원 중령 김종일(재판장), 소령 박소은, 소령 김정길 군판사 2025.1.9. 선고 2023고43 [판결문 보기]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는 최근 판결 중 사회 변화의 흐름을 반영하지 못하거나 국민의 법 감정과 괴리된 판결, 기본권과 인권 보호에 기여하지 못한 판결, 또는 그 와 반대로 인권 수호 기관으로서 위상을 정립하는 데 기여한 판결을 소재로 [판결비평-광장에 나온 판결]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주로 법률가층에만 국한되는 판결 비평을 시민사회 공론의 장으로 끌어내어 다양한 의견을 나눔으로써 법원의 판결이 더욱더 발전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