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3분기 실적은 ‘어닝 쇼크’였다. (시장의 기대보다 좋으면 ‘어닝 서프라이즈’, 안 좋으면 ‘어닝 쇼크’라고 한다.)

3분기 매출이 79조 원, 영업이익은 8.9조 원에 그쳤다. 시장의 컨센서스는 매출 80조9003억 원에 영업이익 10조7717억 원이었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컨센서스 대비 각각 1.9조 원 못 미쳤다. 예상은 했지만 더 안 좋았다.

이게 왜 중요한가.


  • 삼성전자는 한국의 대표적인 기업이다. 삼성전자가 성장의 한계를 맞았다는 지적은 오래됐지만 오늘 실적 발표는 피크 아웃(peak out)을 지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다는 물증이다.
  • 삼성전자의 지지부진한 주가는 단순히 경기 순환이나 실적 부진뿐만 아니라 코리아 디스카운트와 CEO 리스크의 결과다. 한국 경제 성장 모델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 필요한 시점이다.

실적 발표와 함께 나온 사과문.


  • 전영현(삼성전자 부회장, DS 부문장)이 사과문을 냈다.
  • 이런 내용이다.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과로 근원적인 기술경쟁력과 회사의 앞날에 대해서까지 걱정을 끼쳤다.”
  • “재도약의 계기로 만들겠다”고 했고 세 가지를 약속했다.
  • 첫째, 기술의 근원적 경쟁력을 복원하겠다.
  • 둘째, 미래를 더 철저히 준비하겠다.
  • 셋째, 조직문화와 일하는 방법도 다시 들여다보고 고칠 것은 바로 고치겠다.

사과문의 의미.


  • 이재용(삼성전자 회장)의 메시지가 아니었다.
  • 첫째, 반도체(DS) 부문이 위기의 원인이라고 본다는 의미다.
  • 둘째, 잘 해보겠다 이상의 메시지가 없었다.
  • 셋째, 투자자들에게 아무런 확신도 주지 못하는 메시지였다.

위기는 이제 시작이다.


  • 지난해 사상 최악의 영업 적자를 기록하면서도 주가가 올랐던 건 올해 실적이 개선될 거라는 기대 때문이었다.
  • 올해 1분기와 2분기 실적이 나쁘지 않았는데도 주가가 폭락을 거듭한 건 피크 아웃(Peak Out)의 우려 때문이었다. 피크를 지나면 한동안 내리막길을 가야 한다.
  • 반도체는 주문 들어오면 찍어서 파는 물건이 아니다. 선도적인 투자와 규모의 경제가 필요하고 수요가 따라줘야 한다. 잘 나가다가도 때를 놓치면 훅 갈 수 있다.

어닝 쇼크의 의미.


  • 삼성전자는 사실 네 가지 회사가 섞여 있다고 봐야 한다. 반도체(DS)와 디스플레이(DX), 모바일(IM), 가전(CE) 등등. 사이즈는 모바일이 가장 크지만 반도체가 성장의 축이고 변동 폭도 크다. 대략 반도체가 좋으면 실적이 좋은 것이고 반도체가 안 좋으면 안 좋은 것이다.
  • 아래 그림은 4개 사업 부문의 지난 10년 영업이익 추이를 분기별로 추적한 결과다.
  • 아래 그림은 올해 2분기 삼성전자의 매출과 영업이익 비중을 나타낸 것이다. (3분기는 아직 부문별 실적이 공개되지 않았다.) 2분기 기준으로 보면 반도체 부문이 매출의 35%와 영업이익의 61%를 차지한다.
  • 3분기는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이 크게 줄었을 거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9.1조 원 가운데 반도체 부문이 절반 수준에 그칠 가능성이 있다. 이익 기여도가 크게 줄었다는 이야기다.
  • 3분기도 꺾였지만 4분기 실적은 더 좋지 않을 수 있다. 대세 하락의 초입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 삼성전자 주가는 반도체 경기에 선행한다. 확실히 바닥을 친다는 신호가 확인돼야 반등을 기대할 수 있다.

삼성전자의 2025년에 확신이 없는 이유.


  • 반도체 산업은 냉장고나 에어컨 같은 가전제품과 다르고 스마트폰과도 다르다. 세대를 건너뛸 때마다 대략 5년 정도의 슈퍼 사이클을 따라간다. 업 사이클과 다운 사이클을 오가면서 생산 능력과 시장의 수요, 재고 처리에 따라 이익률이 달라진다.
  • 지난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이 바닥을 쳤던 건 D램 재고가 쌓이면서 가격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올해 들어 재고가 소진되면서 다시 가격이 뛰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수요가 따라붙지 않는 상황이다. D램은 4분기에도 반등이 쉽지 않다. 반도체 전문 분석 업체 트렌드포스는 “연말까지 반등 가능성이 작다”고 전망했다. “낸드 플래시도 공급 과잉이 악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 반도체 시장은 7nm 이하 첨단 공정과 레거시 공정으로 양극화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첨단 공정에서 한발 뒤처진 데다 레거시 시장에서는 공급 과잉에 직면한 상태다. HBM(고대역폭 메모리)과 DDR5 등 AI 기반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데 SK하이닉스에 1위 자리를 내줬고 스마트폰과 PD 등 레거시 D램 시장은 가뜩이나 수요가 부진한데 중국 업체들까지 가세하면서 마진이 계속 줄고 있다.
  •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를 비롯한 중국산 메모리 공세도 심각한 위협이다. CXMT의 D램 생산 능력은 현재 세계 4위다.
  • 신한증권이 이런 분석을 내놨다. “예상을 하회하는 스마트폰 수요, 구형 메모리 수요 둔화, 비메모리 적자 폭 확대, HBM 시장 진입까지 우려 가중, 환율 영향, 일회성 비용도 수익성을 훼손하고 있다.”

전략의 실패.


  • 이재용은 2019년 ‘비전 2030’을 발표했다. 2017년 2월 국정 농단 사건으로 징역 5년을 선고받고 구속됐다가 2018년 2월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감형되면서 풀려난 뒤 이재용의 첫 프로젝트였다.
  • “133조 원을 투자해 2030년 시스템 반도체 세계 1위를 달성하겠다”고 선언했지만 지난 5년 동안 실적은 참담했다. (2020년 1월 파기 환송심에서 다시 징역 2년6개월이 확정돼 다시 구속됐다가 가석방으로 풀려났다. 별개로 불법 승계 재판도 진행 중이다.)
  •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은 크게 D램낸드, LSI파운드리로 나뉜다. 지난해 D램도 2260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지만 낸드와 LSI파운드리에서 각각 7.8조 원과 6.8조 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했다.
  •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사업에서 경험이 많지 않았고 전망도 불확실했다. 실제로 대만의 TSMC가 시장 점유율을 48%에서 61%로 늘리는 동안 삼성전자 점유율은 19%에서 11%로 줄었다.
  • 최신 파운드리 공정인 4nm의 수율이 25% 미만이라는 이야기도 돈다. 100개를 만들면 75개 이상을 버린다는 이야기다. 최근 60%까지 올라왔다고 하지만 너무 시장을 쉽게 봤다는 말이 나왔다.
  • 유진투자증권은 이렇게 분석했다. “가혹하게 이야기하자면 삼성전자 비메모리 사업부의 상대적 성과는 2011년을 피크로 계속 뒷걸음질 쳤다. 90조 원 이상을 투자했다는 것도 놀랍지만 이렇게 용납할 수 없을 정도로 낮은 투자 효율성에도 불구하고 비메모리 사업에 대한 전략적 수정이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는 게 더욱 놀랍다.”

HBM 테스트, 약속을 못 지켰다.


  • 삼성전자의 미래를 생각하면 사업 부진도 문제지만 최신형 HBM 출시 지연이 더 큰 문제다. HBM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연결해 데이터 처리 속도를 혁신적으로 끌어올린 고성능 D램이다.
  •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내년에는 HBM이 D램 시장의 10% 규모로 성장할 텐데 HBM3e가 전체 수요의 80%를 차지하게 된다. 삼성전자는 일찌감치 HBM 사업에 뛰어들었지만 HBM2e에서 HBM3e로 넘어오는 과정에서 수율을 맞추지 못해 아직 제품을 출시하지 못한 상태다.
  • 업계 2위 SK하이닉스가 8단 HBM3e를 출하하고 엔비디아에 독점 납품하고 있는 것과 달리 삼성전자는 아직 테스트 단계에 머물러 있다.
  • 트렌드포스가 집계한 HBM 시장 점유율은 2022년 기준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마이크론테크놀로지가 50:40:10이었는데 2023년에는 53:38:9로 기울었다. 올해 삼성전자 점유율은 더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특히 HBM3e는 SK하이닉스가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 황민성(삼성증권 연구원)은 “AI 투자를 위험 감수(risk on)로 접근해 왔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좋은 이야기를 해도 당연하다는 반응이 대다수”라며 “AI 상업화 지연과 단기 비효율성의 리스크가 주가에 반영되고 있는 단계”라고 지적했다. “100원을 투자해서 1원을 버는 시대가 언제까지나 지속될 수는 없다”는 이야기다.
  • 황민성은 “HBM은 고객사의 스펙에 맞춘 커스터마이징이 필요하기 때문에 선점 효과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의 주가 부진은 근본적으로 기술 리더십에 대한 의문 때문”이고 “단순히 주가가 싸다는 이유로 시장의 관심이 돌아올 거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 아래 그림은 HBM 판매 전망이다. 시장은 이미 HBM3e로 넘어왔는데 삼성전자는 아직 HBM2e에 머물러 있는 상태다.

업계 평가.


  • 이승우(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과거의 삼성전자답지 않은 현재의 삼성전자가 답답하기만 하다”고 평가했다. “HBM에서 시장이 원하는 결과를 만들어내지 못했고 흑자 전환이 가능할 거라던 파운드리는 여전히 돌파구를 찾지 못한 채 적자의 늪에서 헤어 나올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 삼성전자가 지난 7월 투자자 대상의 컨퍼런스 콜에서 했던 약속은 지켜지지 못했다. 이승우는 “분명 개선은 되고 있지만, 그 속도가 시장의 시점에서 보면 너무 느리다”고 지적했다.
  • 노근창(현대차증권 애널리스트)은 “4분기에도 경쟁 업체들 대비 부진한 실적이 이어질 것 같다”고 전망했다.
  • 강대석(유안타증권 애널리스트)은 “인텔은 AMD 같은 경쟁사에 밀린 뒤 만회하지 못하면서 시가총액도 역전됐다”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수익률 갭이 확대된 것과 유사한 우려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다만 “최근 주가는 이런 우려를 충분히 반영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10만 전자’ 문턱에서 ‘5만 전자’로.


  • 7월9일 8만7800원이 고점이었다. 2022년 9월 5만2600원이 바닥이었으니 67% 정도 올랐다가 2년 만에 거의 다 까먹은 상황이다.
  • 시가총액 기준으로는 524조 원을 찍고 358조 원으로 줄었다. 2년 남짓한 동안 166조 원이 날아간 셈이다.
  • 악재는 상당 부분 반영됐다는 평가도 있지만 여전히 반등의 계기를 찾지 못하는 상황이다.
  • 개인 투자자들 손실이 컸다. 개인 투자자들은 9월 한 달 동안 7조 원어치를 순매수하는 동안 외국인 투자자들은 8조 원어치를 팔아치웠다.
  • 삼성전자 주식 매수자들의 매물 구간을 보면 7만5000~8만 원에서 매입한 물량이 31% 정도다. 8만 원 이상 가격에서 거래된 물량도 27%나 된다. 최근 3년 동안 삼성전자 주식 매수자의 82%가 손실을 보고 있다는 분석도 있었다.

“겨울이 다가온다”는 모건스탠리 보고서.


  • 모건스탠리가 낸 “겨울이 다가온다(Winter looms)”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SK하이닉스의 목표 주가를 26만 원에서 12만 원으로 54% 후려쳤다.
  • 대략 이런 내용이다. “SK하이닉스의 피크 사이클 신호등이 빨간색으로 깜박이고 있다. 현재의 D램 사이클 상승세가 사라지면 이미 악화하고 있는 낸드 사업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업사이드 리스크와 D램과 HBM의 설비투자 증가를 고려하면 2024년 이후의 리스크가 과소평가되고 있을 수 있다.”
  • SK하이닉스를 후려쳤는데 삼성전자 주가가 더 빠졌다. 삼성전자에도 해당하는 내용이고 삼성전자 실적 전망이 더 안 좋기 때문이다.
  • 증권사 컨센서스를 종합하면 SK하이닉스 3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8조1262억원, 6조7679억원이다. SK하이닉스 영업이익이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을 크게 앞설 가능성이 크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지난 20년 주가.


  • 기업 가치 비교는 시가총액으로 봐야 더 정확하다. 삼성전자 시가총액은 480조 원을 웃돌았다가 350조 원 수준으로 빠진 상태고 SK하이닉스는 170조 원을 넘겼다가 130조 원까지 빠진 상태다.
  • 10년 전 10배 수준에서 지금은 2~3배 수준으로 격차가 줄어든 상태다.
  • 주가 그래프를 보면 삼성전자의 부진이 두드러진다. SK하이닉스는 2022년 저점 대비 3배 이상 올랐다가 여전히 2배 이상인데 삼성전자는 ‘5만 전자’에서 ‘8만 전자’를 찍고 다시 ‘5만 전자’까지 떨어진 상황이다.
  • 부문별 매출을 보면 삼성전자의 위기가 실감 난다. 삼성전자 반도체 DS(디바이스 솔루션) 부문은 지난해 내내 영업 적자를 냈다. 누적 14.9조 원이다.
  • 대략 보면 올해 들어 2분기까지는 그림이 좋았지만 2분기가 단기 고점이었을 수 있다.
  • 삼성전자 주가는 기본적으로 6개월 가까이 반도체 전망에 선행한다. 당장 지금 돈을 버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내년에도 잘 벌 것인가를 내다보고 주가가 움직인다. 지난해 실적이 안 좋을 거라고 하니 2022년에 주가가 빠졌다가 올해 살아날 거라고 하니 지난해 올랐다.
  • 내년에 안 좋을 거라는 전망이 많으니 주가가 빠지는 것이다.

삼성전자 부도설.


  • 일부 언론에서 부도설을 거론하기는 했지만 아직은 섣부른 전망이다.
  • 2분기 기준으로 현금 유보금이 138조 원에 이르는 삼성전자가 유동성 위기에 내몰릴 가능성은 거의 없다. 하지만 반도체 산업은 순식간에 판이 바뀐다. 기회를 놓치거나 방향을 잘못 잡으면 길게는 10년 가까이 뒤처질 수 있다.
  • 인텔이 대표적인 반면교사다. 지난 2분기엔 2조 원 넘게 손실이 나서 전체 직원의 15%를 해고했다.
  • 올해 들어 영업 손실이 1분기와 2분기에 각각 11억 달러 16억 달러로 기록했다. 주가가 60% 가까이 폭락했고 시가총액은 1000억 달러 이하로 내려갔다.
  • “영업손실이 한동안 계속돼도 버틸 여력은 충분하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 다만 최고 경영진의 소극적 행보가 위기설을 키운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영진들이 현재의 위기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대처하고 있고, 장기적으로는 어떤 전략으로 성장성을 유지할지 명확한 메시지를 직접 발표해도 좋을 시점”이라는 이야기다.

바닥은 어디에.


  • 하나증권은 D램 가격이 지난 분기 대비 하락 폭이 극대화되는 시점이 주가의 저점이라고 본다. 그렇다면 주가의 고점은 상승 폭이 축소되는 시점이다. 그런데 그게 올해 2분기와 3분기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 올해 3분기 D램 가격 상승 폭은 11%, 여전히 오르고 있지만 2분기 19%에는 못 미친다.
  • 무엇보다도 HBM(고대역 메모리)이 변수다.
  • 삼성전자의 주가 폭락은 실적 부진 때문이라기보다는 장기적인 전망을 보여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 우리은행 투자상품전략부는 “저평가 매력이 본격화되기까지 좀 더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반등은 하겠지만 좀 더 기다리거나 멀리 내다봐야 한다는 이야기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 아래 그림은 주요 반도체 기업 주가수익비율(PER)을 비교한 결과다. 이익 대비 주가가 어느 정도인가 나타내는 지표로 숫자가 높을수록 주가가 높게 평가된다는 의미다.
  • 삼성전자는 지난해 실적 기준으로 PER가 37배였지만 올해 실적 기준으로는 11배 수준으로 줄었다. 지난해는 실적 대비 시장의 기대가 컸고 올해는 기대가 낮아졌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는 영업 적자였기 때문에 PER를 계산할 수 없고 올해는 8배 미만으로 낮아진 상태다.
  • 올해 한국 주식 시장이 특히 안 좋았다. 세계적으로 평균 17% 올랐는데 한국은 코스피 -3.2% 코스닥 -11.3%다.
  • 첫째, 모멘텀 부족과 둘째, 외국인 이탈로 수급 공백이 장기화하고 있다.
  • 윤석열 정부가 밀어붙인 밸류업 프로젝트도 잘 안됐다.
  • 삼성증권 분석에 따르면 한국 주식시장은 지수가 오르면 PER가 줄어드는 경향을 보인다. 이익이 늘어나는데도 주가가 받쳐주지 못한다는 의미다.
  • 반도체 업종만 놓고 보면 PER가 10 밑으로 떨어지면 외국인들이 사기 시작하고 10을 넘어서면 외국인들이 팔기 시작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실적 기준으로 주가 6만1300원은 PER가 16.4배다. 올해 예상 실적을 기준으로 하면 11배 정도가 된다. SK하이닉스는 7배 정도다.
  • 다음은 주요 주가지수의 연초 대비 수익률을 비교한 결과다. 한국보다 수익률이 낮은 나라는 브라질과 러시아 정도다.
  • 삼성전자 주가가 빠진 영향도 크지만 애초에 한국 시장이 전체적으로 밸류에이션이 낮게 잡혀 있는 상황이다.
  • 대만의 TSMC와 비교하면 삼성전자 매출은 3배 수준인데 시가총액은 3분의 1에도 못 미친다.

AI 거품론.


  • AI 거품론은 좀 더 확인이 필요한 상황이다. 여전히 기대와 우려가 엇갈린다.
  • 세콰이어캐피털이 지난 6월 6000억 달러짜리 질문이란 보고서를 내서 논쟁을 촉발했다. 주요 AI 기업의 자본 지출(Capex)이 3000억 달러에 육박하는데 이익이 조금이라도 나려면 매출이 6000억 달러는 돼야 한다는 계산이다. 문제는 아직 시장이 그 정도 사이즈가 안 된다는 데 있다.
  • 주요 빅 테크 기업의 매출 대비 자본 지출은 20% 수준이다. 과거 트렌드 대비 과도한 수준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 역설적으로 삼성전자가 HBM3e 상용화에 실패하면서 엔비디아의 그래픽 카드 블랙웰 공급이 늦어지고 있고 초과 공급 우려도 꺾인 상황이다. 삼성전자가 뛰어들면 경쟁이 격화되면서 가격이 낮아질 텐데 아직은 SK하이닉스가 주도하는 판이라는 이야기다.

CEO 이재용의 책임.


  • 권오현(전 삼성전자 사장)이 쓴 ‘초격차’라는 책이 있다. 권오현은 이 책에서 “압도적인 1등이 아니면 지속적인 성장이 어려운 환경”이라며 “절대적인 경쟁력 확보를 전략 목표로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 이 책이 나온 게 공교롭게도 2018년 9월이었고 삼성전자가 역대 최대 영업이익(분기 17.4조 원)을 기록했을 때였다.
  • 안타깝게도 삼성전자는 격차를 벌리기는커녕 지금은 오히려 SK하이닉스를 뒤쫓아가야 하는 상황이 됐다.
  • 이건희(전 삼성전자 회장)가 쓰러지면서 이재용이 경영 전면에 나선 게 올해로 10년이다.
  • 이재용의 가장 큰 패착은 2019년 파운드리 사업을 확대하면서 HBM 조직을 축소한 것이다. 지난해는 법인세를 내지 않을 정도로 이익이 줄었다. 지난 4월에는 비상 경영을 선언하고 임원들에게 주 6일 근무를 권고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 만약 다른 기업에서 이 정도로 시장 예측에 실패하고 주가가 폭락한다면 주주총회에서 CEO를 경질하라는 요구가 빗발쳤을 것이다. 삼성전자는? 이재용과 계열사 우호 지분을 모두 더해서 18% 가까이 되기 때문에 이재용이 스스로 물러나지 않는 이상 이재용 체제가 흔들릴 가능성은 없다. 이재용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은 0.7%밖에 안 되는데 삼성물산과 삼성생명을 통해 우회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구조다.

이재용에게 남겨진 질문.


  • 반성문이 아니라 전략을 이야기해야 한다. 강도 높은 문책성 인사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지만 근본적으로 이재용의 책임이 가장 크다고 할 수 있다.
  • 지금 삼성전자가 겪고 있는 위기는 애니콜 화형식 같은 걸로 넘어설 수 있는 위기가 아니다.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꾸라고 호통치는 시대도 아니고 임원들 주말 근무로 갑자기 없던 기술력과 경쟁력이 생겨날 리도 없다.
  • 시가총액 500조 원을 넘보던 기업의 CEO답게 이재용은 다음과 같은 질문에 답해야 한다.
  • HBM3e 출시가 늦어지는 이유가 무엇인가. HBM 조직을 축소한 것은 치명적인 판단 착오 아니었나.
  • 메모리 1위라는 초격차 신화에 안주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격차가 사라진 지금 이재용의 비전은 무엇인가.
  • 파운드리 시장에서 TSMC 점유율이 60%가 넘는다. 인텔이 파운드리 사업을 접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삼성전자 점유율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11.3%까지 떨어졌다. 이 시장에서 버틸 수 있다고 보나.
  • 이병천(강원대 교수)은 “권한과 책임은 비례한다”면서 “이재용도 예외일 수 없다”고 지적한 바 있다. 삼성전자의 위기는 현재보다 미래에 있다. 그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것이 CEO의 역량이다. 이재용이 과연 이 위기를 돌파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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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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