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우리포트] 일단 더 내고 자동으로 삭감… 차등 인상에 20% 후려치는 개혁, 국회 통과 가능성 거의 없다고 보는 이유.
윤석열 정부가 강조한 4대 개혁은 의료개혁과 노동개혁, 교육개혁, 그리고 연금개혁이다. 의료개혁은 의료대란으로 이어졌고 노동개혁과 교육개혁은 손도 대지 못한 상태다. 연금개혁은 이제 막 정부 제안이 나온 상태다.
윤석열 정부가 제안한 연금개혁의 해법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차등 인상과 둘째, 자동 조정장치다.
이게 왜 중요한가.
- 많게는 1억 원 이상 연금 급여가 줄어들 수도 있다.
- 사회적 합의가 전제돼야 하는데 데이터가 너무 부족한 상태다.
- 윤석열 정부는 기금 소진을 얼마나 늦출 수 있는지 강조하면서 정작 국민의 연금이 얼마나 깎이는지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있다. 슬로우뉴스가 구체적으로 시뮬레이션을 해봤다.
핵심 개념.
- 보험료율: 월급의 몇 %를 보험료로 떼가느냐다.
- 소득 대체율: 40년 동안 한 달도 빼지 않고 냈을 경우 평균 소득의 몇 %를 연금으로 받을 수 있느냐다.
- 보험료율 9%에 소득 대체율이 40%라면, 월급이 300만 원인 경우 20세에서 60세까지 40년 동안 월 27만 원씩 합계 1억2960만 원을 내고 65세부터 월 120만 원씩 84세(평균 기대수명)까지 산다면 합계 2억7360만원을 돌려 받을 수 있다. (실제로 40년 동안 납입하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에 훨씬 줄어든다.)
마지막 연금 개혁이 언제였더라.
- 2007년 노무현 정부 때다. 그대로 내고 덜 받는 개혁을 했다.
- 2007년 이전에는 보험료율 9%에 소득 대체율 60%였는데 소득 대체율만 단계적으로 40%로 낮췄다. (이듬해 50%로 낮춘 뒤 해마다 0.5%포인트씩 낮춰서 올해 42%, 2028년이면 40%가 된다.)
- 현행 연금 구조는 다음 그림과 같다.
지난 국회에서의 논의.
- 국민연금 공론화위원회는 올해 4월 보험료율과 소득 대체율을 각각 13%와 50%로 올리는 방안을 내놨다.
- 21대 국회 막바지,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보험료율 13%에 합의했지만 소득 대체율을 각각 43%와 45%로 제안했다. 민주당이 44%까지 양보했지만 국민의힘이 모수 개혁만으로는 안 된다며 거부해서 무산됐다.
- 만약 13+44%가 받아들여졌다면 지금 20세는 40년 동안 1억8720만 원을 내고 84세까지 3억96만 원을 돌려받게 된다. (월급 300만 원 기준.)
윤석열 정부의 제안.
- 낸 것보다 더 많이 받아 가는 게 문제니 좀 더 많이 내게 만들자는 게 핵심이다.
- 첫째, 보험료를 13%로 올리되 나이에 따라 인상 속도를 다르게 잡는다. 소득 대체율은 최종 42%로 고정한다.
- 둘째, 자동 조정장치를 도입했다. 원래 물가 상승률을 반영하게 돼 있는데 가입자 수와 기대 여명 등을 감안해 인상액을 조정한다는 계획이다. 결국 급여를 깎겠다는 이야기다.
젊은 사람이 더 낸다.
- 정부의 차등 인상안에 따르면 내년 20세(2005년생)는 40년 동안 평균 11.7%의 보험료를 내야 한다. 내년 50세(1975년생)는 지난 27년 동안 보험료율이 9.0%였기 때문에 남은 10년 동안 오르더라도 40년 평균을 하면 9.8%밖에 안 된다. 월급 300만 원 기준으로 하면 40년 동안 3663만 원이나 더 내게 된다.
- 소득 대체율은 50세가 50.6%, 20세는 42.0%다. 50세가 더 적게 내고 더 많이 받는다. 역시 같은 돈을 내고도(월급 300만 원 기준으로) 2005년생이 1975년생보다 5369만 원을 더 적게 받는다.
- (참고로 국민연금 가입자 3년 평균 소득을 A값이라고 하는데 2024년 A값은 298만9237원이다.)
어떻게 다른가.
- 간과해서는 안 될 대목이 있다. 어차피 장년층(40대와 50대)은 조건이 좋을 때 납입했기 때문에 이제 와서 후려쳐봐야 크게 흔들기는 어렵다. 남은 기간 동안 더 많이 내게 할 수는 있지만 한계가 있다.
- 현행 제도에서는 내는 돈은 거의 같지만 소득 대체율에 큰 차이가 난다.
- 정부 안으로 갈 경우 내년 기준으로 50세(1975년생)는 개편 이전과 비교해서 남은 10년 동안 1368만 원을 더 내고 325만 원을 더 받게 된다. 20세(2005년생)는 남은 40년 동안 4815만 원을 더 내고 1317만 원을 더 받게 된다. 모두가 더 내고 더 받는 구조지만 젊은 세대의 기여와 부담이 더 크다.
- 다음 그림이 정부 안을 기준으로 연령에 따른 평균 보험료를 비교한 결과다.
- 다음 그림은 기대 수명 84세를 기준으로 소득 대체율을 나타낸 결과다.
문제는 인구 구조.
- 다음은 2022년 기준으로 국민연금 가입자의 연령대와 기준 소득 분포를 집계한 결과다.
- 나이가 들면서 소득도 늘어나겠지만 2030세대가 4050세대와 비교해서 인구도 적고 소득도 적다. 보험료도 적게 내고 연금 재정에 기여도도 낮다.
- 지금의 20대와 30대가 국민연금을 받을 나이가 되는 50년 뒤에는 국민연금을 내는 청년층이 지금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게 된다. 2022년 기준으로 20대가 673만 명인데 2072년이 되면 271만 명으로 줄어든다. 30대도 687만 명에서 323만 명으로 줄어든다.
- 국민연금 기금은 2041년 최대 1778조 원까지 늘어났다가 2057년 완전히 소진될 전망이다. 2050년이면 이미 수입은 126조 원인데 지출이 321조 원으로 세 배에 육박한다.
재정안정론과 소득보장론.
- 연금개혁의 여러 쟁점이 있지만 분명한 건 한국의 보험료율과 소득 대체율이 다른 나라보다 낮다는 사실이다. 소득 대체율이 낮은 건 보험료율이 낮기 때문이고 보험료율이 낮은 건 인상 시기를 놓쳤기 때문이다.
- 재정 안정을 강조하는 쪽에서는 어차피 내는 돈이 적으니 적은 돈에 맞춰 소득 대체율을 적정 수준으로 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 소득 보장을 강조하는 쪽에서는 소득 대체율을 OECD 평균 수준으로 높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부족한 부분을 국고에서 지원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 ‘내가만드는복지국가’는 “가입 기간이 짧게 남은 중장년의 보험료율 인상과 오랜 기간 보험료 인상 부담을 안아야 하는 청년의 보험료율 인상 속도를 달리하는 ‘차등보험료안’은 연령대별 형평성을 개선하는 취지를 지닐 수 있다”고 평가했다. 찬성하는 쪽이다.
-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은 “세대별 노동시장 여건과 생활 수준 등을 포괄적으로 고려하지 못한 근시안적인 정책 아이디어”라고 반발했다. “출생 연도를 기준으로 차등 보험료율을 적용하는 것은 수평적 조세 정의를 훼손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주장이다.
자동 조정? 자동 삭감이라는 함정.
- 윤석열 정부가 도입하겠다는 자동 조정장치는 크게 두 가지 변수가 있다.
- 첫째, 인구 구조의 변화다. 인구가 줄어서 보험료 수입이 줄어들면 급여를 깎겠다는 이야기다.
- 둘째, 기대 수명의 변화다. 수명이 늘어나면 수급 개시 연령을 늦추겠다는 이야기다.
- 애초에 국민연금 급여는 물가 상승률을 자동 반영하게 돼 있다. 40년 뒤 길게는 70년 뒤를 내다보고 하는 투자다. 그런데 자동 조정장치가 도입되면 물가 상승률을 반영하지 않을 수 있다.
- 윤석열 정부는 2054년 자동 조정장치를 발동할 경우 기금 소진 시점이 2077년으로 늘어나고 좀 더 앞당겨서 2036년에 도입할 경우 2088년까지 늘어날 거라고 보고 있다.
자동 조정장치로 얼마나 깎이나.
- 국민연금연구원이 낸 지난해 보고서에서 가입자 변동률은 연평균 -1.2%, 여기에 평균 수명 증가율 0.4%를 더하면 1.6% 정도 급여를 삭감해야 한다는 분석을 내놓은 바 있다. 물가 상승률이 2%라면 실제로 0.4(=2-1.6)%만 반영한다는 이야기다.
-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에 따르면 만약 2036년에 자동 조정장치가 발동되면 1971년생은 평생 받게 될 수급 총액이 4억3777만 원에서 3억6403만 원으로 7374만 원이 줄어든다. 나이와 발동 시점에 따라 다르지만 많게는 1억5000만 원 가까이 줄어들 수도 있다. (2054년에 발동할 경우 1989년생은 6억8012만 원에서 5억4684만 원으로 줄어든다. 아래 그림 참조.)
- 여기에 수급 개시 연령도 늦어질 수 있다. 국민연금연구원은 1978~1986년생의 수급 개시 연령을 66세로, 1987~1998년생은 67세로, 1999년생 이후는 68세로 늦추는 방안을 제안했다. 60세 은퇴 이후 소득이 없다면 최대 7년 이상을 버텨야 한다는 이야기다.
- 오종헌(공적연금국민행동 사무국장)은 자동 조정장치가 도입되면 20% 정도 총액으로 급여가 삭감될 거라는 분석을 내놨다. 연금 수령 마지막 시점 기준으로는 35%가 줄어들 거라는 계산이다. “소득대체율을 42%로 올려도 자동삭감장치 적용시 평균적으로 소득대체율은 33.6%가 되며, 마지막 시점 기준으로는 27.3% 수준이 되는 상황”이라는 이야기다.
- 오종헌은 “결국 ‘자동’적으로 안정화 장치가 작동되는 것이 아니라, 아예 항구적으로 급여의 가치를 깎겠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면서 “말이 좋아 안정화 장치지 그냥 연금 지급을 줄이겠다는 말을 기만적으로 포장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언론의 반응.
- 경향신문은 “소득보장보다 지속가능으로 기울었다”고 평가했다. “계층 간 불평등과 노인빈곤 등 우려를 해소할 보완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세대 간 갈등만 부추기게 될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 조선일보는 “기금 고갈 시점을 이 개혁안대로 하면 16년, 자동 조정 장치까지 도입하면 32년 늦출 수 있다”면서 “21년 만에 국민연금 개혁안을 단일안으로 내놓은 데는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 중앙일보는 “물가 상승을 고려한 실질 연금액이 깎이는 단점은 있지만 세대 간 형평성에 맞도록 기성세대에도 일정한 양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동아일보는 “보험료율 인상 속도를 젊은 세대에 유리하게 차등화하는 방안은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데다 세대 간 견해차가 커 합의에 이르기 더욱 어렵다”고 지적했다. “능력이 아닌 나이에 따라 부담을 달리하는 것은 사회보험 원칙에 맞지 않다”는 이야기다.
- 한국일보는 “보험료율 인상 폭이 가장 큰 장년층을 설득할 후속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서울신문은 “정치적 유불리를 떠나 진정 국민연금의 지속가능성을 고민하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 한겨레는 “모든 의제를 패키지로 처리하려 하면 또 해를 넘길 공산이 크다”면서 “여야가 의견 접근을 이룰 여지가 큰 쟁점부터 순차적으로 처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현실적인 쟁점.
- 당장 50대부터 보험료가 더 빠르게 오르면 같은 일을 하더라도 급여 부담이 더 커진다.
- 1975년생 이상을 채용하지 않으려는 사업장이 늘어날 수도 있다. 고용 페널티가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으로 50대 국민연금 가입자는 675만 명, 이 가운데 가입 기간이 10년 미만인 가입자가 208만 명에 이른다. 이들은 10년을 못 채우면 연금을 받지 못하고 그동안 낸 보험료에 이자를 더한 반환 일시금을 돌려받고 끝난다.
- 보험료가 오르면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사각지대에 머무르면서 최소 가입 기간 10년을 채우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 1975년생과 1976년생이 1년 차이로 보험료율이 최대 2%포인트 차이 난다는 것도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월 소득이 300만 원이라면 2028년 기준으로 1975년생은 39만 원을 내는데 1976년생은 33만 원을 낸다. 소득이 같은 데도 보험료가 6만 원 차이가 난다.
- 50대로 갈수록 비정규직과 자영업자가 많고 지역 가입자 비중이 높다는 특성도 고려해야 한다. 50대 취업자 671만 명 가운데 비정규직이 163만 명, 자영업자가 159만 명, 무급 가족종사자가 23만 명에 이른다. 지역 가입자 가운데 상당수가 연금 가입을 꺼릴 가능성이 있다.
결론.
- 정부의 의지와 별개로 민주당이 반대하는 안은 국회에서 통과될 수 없다.
- 지난 4월 국민의힘은 구조개혁이 빠져서 동의할 수 없다는 이유로 합의를 거절했다. 모수개혁이 중요한 게 아니라고 했다. 그런데 6개월 뒤 정부가 들고 온 안은 국민의힘 안보다 더 후퇴했을 뿐만 아니라 역시 구조개혁은 없다. 이걸로 민주당을 설득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나.
- 당장 자동 조정장치는 국민들(가입자들) 손실이 크고 반발도 거세다. 용돈연금을 넘어 푼돈연금으로 전락할 거라는 우려도 나온다.
- 차등 인상도 형평성 논란을 설득할 명분이 부족하다. 당장 40대와 50대 부담이 늘어나는 것 같지만 장기적으로는 20대와 30대의 부담이 더 크다.
- 한국의 노인 빈곤율과 노인 자살률은 OECD 1위다. 남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우리의 미래일 수도 있다.
- 기금 소진은 심각한 문제지만 보험료를 높이거나 소득 대체율을 깎는 정도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국고 지원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지만 국고 지원 없이 풀 수 있는 문제도 아니다.
- 근본적으로 국민연금의 보장성 강화에 대한 적극적인 해법을 내놓아야 한다. 실업과 출산 등에 크레딧을 늘리되 구체적으로 어떻게 재원을 마련할 것인지 이야기해야 한다. 사각지대를 어떻게 보완할 것인지 대책을 제시해야 한다.
건강한 사람들이 많아 졌고, 일하고자 하는 사람도 늘었다. 세상의 변화 속도도 너무 빠르고, 학교에서 배운 지식들은 폐기 속도가 빨라졌다. 나, 가족들의 행복을 위해서 성공을 위해서 무언가 자신의 명예를 남기기 위해서 다들 분주하게 열심히 살아 왔다. 정부의 연금에 대한 운영 성과를 올리고, 정년도 늘리고, 인구 감소에 따른 총 수령격차도 연단위로 촘촘하게 해서 대비 해야 하지 않을까요 !!! 지금 이라도 다시 한번 정리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