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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뉴스를 안 본다”고 했다. 왜 안 보냐고 하니 “너무 괴로워서”라고 말했다. “종이신문 안 본 지는 여러 해 된 것 같고요. 포털 뉴스 검색을 안 한 지도 꽤 오래된 것 같아요.”

며칠 전 손석희(전 JTBC 사장)가 진행하고 유시민과 김희원(한국일보 뉴스스탠다드실장)이 패널로 참여한 토크쇼가 화제였다. 두 사람의 대화도 흥미로웠지만 몇 가지 중요한 질문이 남았다. 깊게 들어가 보자.

이게 왜 중요한가.


  • 두 사람이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한 것 같지만 결국 같은 이야기다.
  • 유시민은 주류 언론을 믿을 수 없어서 사람들이 유튜브를 찾는다고 주장했고 김희원은 그래도 주류 언론의 역할이 있다고 항변했다. 문제가 많다는 걸 전제로 독자와 업자의 입장이 갈렸을 뿐이다.
  • 왜 유시민 같은 사람들까지도 언론을 조롱할까. 단순히 유시민의 태도를 문제 삼기보다는 한국 사회 전반에 언론에 대한 냉소와 불신이 크다는 사실을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된다.
  • 소셜 플랫폼 시대, 주류 언론의 역할 모델과 전략을 다시 설정해야 할 때다.

손석희가 오랜 만에 MBC에 복귀했다.


  • 손석희의 질문들’은 5회로 끝나는 파일럿 프로그램이다. 반응이 좋으면 정규 프로그램으로 갈 수도 있다는 의미다.
  • 역시 손석희다, 이런 반응도 있지만 예전 같지 않다는 아쉬움도 있었다. 저널리즘의 위기를 이야기하려면 단순히 요즘 누가 뉴스 보나, 이런 접근을 넘어 좀 더 깊이 있는 질문을 던졌어야 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시민과 김희원 사이에 손석희의 개입이 없었다.
  • 전체적으로 좋은 기획이었다. 아쉬움이 있다면 그만큼 우리가 손석희에게 기대 수준이 높아서 그럴 수도 있다.

유시민의 세 가지 문제의식.


  • 첫째, “언론을 믿을 수 없으니 유튜브로 간다”고 했다. 유시민은 언론은 사실을 편집한다고 본다. “언론 인터뷰를 하면 몇 줄 나오는데 그건 내가 한 말이 아니었다. 그런데 유튜브 방송에서 1시간 이야기를 하면 400만 명 넘게 본다. 국민들이 뭘 더 믿겠나.”
  • 둘째, “주류 언론이 하지 못하는 걸 유튜브가 한다”고 했다. 이를 테면 디올 백 논란은 유튜브 채널 ‘서울의소리’ 작품이었다. 주류 언론은 한동안 뭉개다가 뒤늦게 기사를 내보내기 시작했다.
  • 셋째, “언론은 왜 민주당 정부만 비판하는가.” 유시민은 “언론은 보수 정권이 들어서면 야들야들해진다”고 비판했다.

유시민은 왜 뉴스를 안 본다고 했을까.


  • 이런 말을 했다. “언론이 픽한 사실만 뉴스가 되는 거예요. 그리고 언론이 이건 중요한 뉴스야, 그러면 그것이 큰 뉴스가 되고 이거는 사소한 거야, 하면 작은 뉴스가 돼요. 수용자는 뉴스를 결정하는 과정에 개입할 수 없어요. 그러니까 화가 나는 거죠.”
  • 유시민이 뉴스를 안 보는 사람은 아니다. 뉴스를 안 보는 게 아니라 뉴스를 안 볼 정도로 주류 언론을 불신한다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이다.
  • 유시민이 이날 방송에서 보인 태도는 전형적인 뉴스 회피(News Avoidance)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 조사(2019년)에서 왜 뉴스를 안 보느냐고 물었더니 “믿을 수 없거나 편향적이라서”라는 답변이 42%로 가장 많았다(중복 포함). 이 비율이 다른 나라들과 비교해서 높은 편이다. “불편한 주제를 많이 다룬다”는 답변은 39%, “논쟁에 휘말리고 싶지 않아서”라는 답변도 19%나 됐다.
  • 유시민은 최근 출간한 ‘그의 운명에 대한 아주 개인적인 생각’에서 “언론 전체가 보수 정당과 대자본과 기득권 집단 쪽에 가담해 모든 저널리즘 규범을 파괴한 상황”에서 “한겨레를 비롯한 ‘기자들의 언론’은 스스로 균형을 잡는 데 치중했다”고 지적했다. 유시민이 ‘김어준의 뉴스공장’과 ‘매불쇼’ 등을 ‘새로운 저널리즘’이라고 평가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 “민주당의 총선 압승에 기여한 것은 ‘새로운 저널리즘’이었다. 그들은 우리가 아는 저널리즘 규범의 일부를 무시했다. 편향됐다는 비난을 감수하면서 세상의 균형을 이루기 위해 싸웠다. 대중과 소통하고 교감하면서 뉴스를 만들었다. 대중은 그들이 만든 뉴스의 가치를 승인했다. 그래서 새로운 저널리즘이라고 하는 것이다.”
  • 다음 그래프는 갤럽이 분기 단위로 조사하는 ‘한국인이 가장 즐겨 보는 뉴스 채널’ 추이다. 한때 JTBC가 40%를 웃돌기도 했지만 2024년 2분기 기준으로 20%가 넘는 채널은 MBC가 유일하다. 상당수 국민들 반응은 “즐겨 보는 채널이 없다”는 것이다.

믿을 수 없는 언론, 유튜브가 대안이 될 수 있을까.


  • 유시민은 두 가지를 강조했다. 첫째, 우리가 보는 뉴스는 편집된 것이다, 그래서 편집되지 않은 전체를 보고 싶다는 것이고, 둘째, 유튜브에 가면 내가 원하는 뉴스를 골라볼 수 있어서 좋다고 했다. 보여주는대로 보고 싶지 않다는 이야기다.
  • 유시민이 지적한 것처럼 언론의 권력은 무엇이 중요하고 중요하지 않은가 판단하고 의제를 설정하는 힘에서 나온다. 유시민은 그 힘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 유시민은 두 가지를 간과하고 있다. 첫째, 주류 언론이든 유튜브든 편집되는 건 마찬가지고, 둘째, 어차피 우리는 뉴스를 골라 본다. 주류 언론을 믿을 수 없는만큼 유튜브도 믿을 수 없고 모든 걸 의심하면서 보고 적극적으로 선택해야 하는 세상이다.

레거시 미디어의 영향력이 예전 같지 않은 건 사실이다.


  • 아래 그림은 유튜브와 레거시 미디어의 이용 시간을 비교한 것이다. 한국 국민은 유튜브를 하루 평균 67분 본다. TV 보는 시간은 평균 22분, TV로 뉴스나 시사 프로그램을 보는 시간은 6분 정도다. 종이신문은? 이미 1분 미만으로 줄어든지 오래다.
  • (유튜브 이용 시간은 와이즈앱리테일이 스마트폰 이용자들 대상으로 확보한 데이터를 추산한 결과를 5120만 명 기준으로 역산해서 1인당 하루 이용시간을 역산했다. 신문과 TV 이용시간은 언론 수용자 조사에서 19세 이상을 대상으로 한 표본 조사 결과를 하루 시청 시간으로 나눈 결과다.)
  • 언론 수용자 조사에서는 인터넷 뉴스나 포털 뉴스 이용 시간을 따로 집계하지 않았다. 다만 퍼블리시 조사에서는 2020년 6월 기준으로 포털에서 뉴스 읽는 시간은 1.8분, 뉴스미디어 사이트에서 뉴스 읽는 시간은 1.1분에 그쳤다. 전체 인터넷 이용시간은 25분이었다. 2023년 기준으로는 더 줄었을 가능성이 있지만 공개된 데이터는 없다.
  • 여러 데이터에서 일관되게 확인할 수 있는 건 종이든 온라인이든 모바일이든 한국 사람들의 뉴스 읽는 시간이 하루 평균 5분이 채 안 된다는 사실이다. 유튜브는 보지만 뉴스는 안 본다고 말하는 세상이다. 전체적으로 인터넷 이용 시간이 줄고 유튜브를 비롯해 동영상 소비 시간이 늘었다.

유튜브가 만드는 완전히 다른 숫자들.


  • 오마이뉴스에서 만드는 오마이TV는 지난 총선을 앞두고 4월 한 달 동안 월 1억 뷰를 찍었다. 지상파 뉴스는 요즘 메인 뉴스 시청자 수가 70만 명이 채 안 된다.
  • 유시민이 말한 것처럼 유시민이 출연한 ‘매불쇼’는 조회수 420만 뷰를 찍었다.
  • ‘손석희의 질문들’ 1편은 본방 시청률이 5.9%, 같은 날 MBC ‘뉴스데스크’ 4.1%보다 높았다. 시청률 6%면 시청자 수로 80만 명에서 많이 잡아도 100만 명 정도다. ‘질문들 1편’은 유튜브에 토막 클립으로 올라 와 있는데 가장 많이 본 영상은 500만 뷰가 넘는다. MBC조차도 유튜브에 훨씬 더 많은 시청자가 있다는 이야기다.
  • 유시민이 출연한 ‘질문들’ 2편도 유튜브에서는 가장 많이 본 영상이 130만 뷰와 111만 뷰, 78만 뷰, 합치면 320만 뷰 이상이다. 역시 본판보다 유튜브에서 더 많이 봤다. ‘질문들’은 유튜브에는 부분 클립만 공개돼 있고 전체 방송은 MBC 웹 사이트에서 2200원을 내야 볼 수 있다.
  • 실제로 손석희의 ‘질문들’을 보고 분노했던 사람들 상당수는 유튜브 편집본만 보고 방송 전체를 보지 않았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주류 언론이 하지 못하는 걸 유튜브가 한다, 실제로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 열린공감TV에서 이야기했던 청담동 룸살롱 이슈를 여전히 사실이라고 믿는 사람들이 많다.
  • 김어준이 이야기한 세월호 고의 침몰설은 사실 무근으로 드러났지만 김어준이 언제나 허무맹랑한 주장만 하는 건 아니다. 선거관리위원회 디도스 공격 의혹은 일부 사실로 확인됐다.
  • 주류 언론은 팩트 취재를 하는데 유튜브는 그렇지 않다고 볼 것도 아니다. 지난 지방선거 때는 ‘뉴스공장’에서 던진 페라가모 구두 논란이 실제로 선거 판도를 흔들었다. 생태탕집 주인 아들이 직접 출연해서 오세훈을 봤다고 말했다. ‘뉴스공장’만큼 현업 정치인들이 많이 출연하는 프로그램도 없다.
  • 탄핵 소추안이 통과된 이정섭(수원지검 검사)의 처남댁이 출연해 수사 개입 의혹을 폭로한 것도 ‘뉴스공장’이었다.
  • 드루킹 사건도 ‘뉴스공장’에서 나온 음모론에서 출발했다. 영향력이 없다고 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 김어준이 TBS에 합류하기 전 TBS의 청취율은 3% 수준이었는데 ‘뉴스공장’ 청취율은 13~15%를 찍었다. 유튜브 조회수는 평균 300만~500만 뷰를 찍었다. TBS 시절부터 본방보다 유튜브 버전이 훨씬 더 영향력이 컸다는 이야기다.
  • 다음은 지지 정당에 따른 선호 매체의 차이를 살펴본 여론조사 결과다. (이용자 데이터를 통해 본 한국 매체의 정치지형과 이용자의 정파별 매체 이용, 권오성 외.)
  •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청취자 가운데 민주당 지지자 비율이 97%에 육박했다. 오마이TV와 한겨레 등도 90%가 넘었다. 동아일보와 중앙일보 등은 국민의힘 지지자 비율이 50%가 넘고 조선일보와 TV조선은 80%가 넘었다. 유시민이 말한 것처럼 우리 모두가 보고 싶은 채널을 골라본다는 이야기다.

언론은 민주당만 비판한다, 이런 주장은 어떤가.


  • 몇 가지 학습된 경험이 있다. 몇 가지만 꼽아볼까.
  • 김정숙 여사 논란이 있었다. 왜 김윤옥(이명박 부인)은 ‘김윤옥 여사’라 했으면서 김정숙(문재인 부인)은 ‘김정숙씨’라고 부르느냐는 비판이 있었지만 한겨레는 원래 ‘씨’라고 쓰는 게 원칙이었다. 한겨레는 독자 설문까지 해가면서 결국 예외적으로 ‘김정숙 여사’라고 쓰기로 했지만 불신을 거둬들이지 못했다. 한겨레21은 심지어 문재인 표지 사진으로 안 예쁜 걸 썼다고 비난을 받기도 했다.
  • 문재인 ‘혼밥’ 논란은 사소하지만 애티튜드(태도)의 문제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많았다.
  • 조국 사태를 거치면서 언론에 대한 불신이 폭발했다. 조국에게 문제가 없는 건 아니다. 다만 탈탈 털어서 감옥에 보낼 수 있을 때까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수사가 과연 정의로운 것인가, 이런 질문에 제대로 답을 하는 언론이 많지 않았다.
  • 한겨레는 데스크가 제목을 고쳤다가 기자들이 성명을 내고 국장 퇴진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만큼 내부적으로도 이견이 많았다는 이야기다.
  • 검찰총장이 대통령이 됐고 이재명(민주당 대표)에게 먼지털이 수사가 똑같이 반복되고 있다고 보는 국민이 많다. 정작 한동훈(국민의힘 대표)과 김건희(대통령 부인) 등에 대한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데 언론의 비판이 예전 같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언론도 독자도 모두 편향이 있다.


  • 다음은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 조사(2020년)에서 “나와 같은 관점의 뉴스를 선호하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다. 한국은 이 비율이 44%로 40개국 평균 28%보다 16%포인트 높았다. “나와 반대 되는 관점의 뉴스를 선호한다”는 비율은 4% 밖에 안 됐다. 한국이 특히 뉴스의 편식이 심하다고 할 수 있다.
  • 스스로를 진보나 보수로 규정한 사람들이 “나와 같은 관점의 뉴스를 선호한다”는 비율이 높았다.
  • 연령에 따른 차이도 있었다. 46개국 평균과 비교하면 한국은 60대 이상에서 뉴스 회피 경험이 더 많았다. 73%가 “뉴스를 회피한 경험이 있다”고 답변했다. 스스로를 진보 성향이라고 보는 응답자는 72%, 보수 성향이라고 보는 응답자는 69%였다. 평균보다 살짝 높았다.

유튜브와 기성 언론의 차이가 어디에 있다고 보나.


  • 한국에서 ‘기레기’라는 말이 처음 등장한 때가 2014년 세월호 사고 직후였다. 유병언(청해진해운 실소유주)을 괴물로 만들고 유족들에게 색깔론을 뒤집어 씌웠다.
  • 기레기 담론에 다시 불이 붙은 건 2019년 조국(당시 법무부 장관 후보) 청문회였다. 압수수색 현장에서 점심 메뉴를 물어보는 기자들 움짤이 돌기도 했다. 뭐라도 물어보는 게 기자들의 일이지만 그만큼 언론에 대한 불신과 냉소가 심했다.
  • 박근혜 때는 그 유명한 ‘형광등 100개’ 논란이 있었다. 박근혜 때 그렇게 두 손 곱게 모으고 공손하게 듣기만 하던 기자들이 정권이 바뀌고 나니 물어뜯기 시작했다는 비판도 있었다. 장충기 문자도 언론이 신뢰를 잃게 된 계기다. 도와드릴 거 없냐고 묻는 기자들도 있었고 충성을 다짐하고 선물에 감격하는 언론사 간부도 있었다.

김희원의 반박은 어떻게 봤나.


  • 주류 언론에 문제가 없는 건 아니지만 좋은 보도가 없는 건 아니다. 김희원이 말한 것처럼 채 상병 사건 관련 단독 보도도 계속 쏟아지고 있다. 윤석열과 한동훈의 갈등도 주류 언론이 보도하지 않았으면 알려지지 않았을 것이다. 박근혜를 끌어내린 건 1000만 촛불의 힘이지만 JTBC와 TV조선, 한겨레 등 언론의 탐사 보도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
  • 한 사회의 저널리즘은 수많은 언론의 협업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언론은 서로 참조하고 보완하면서 사회의 의제를 견인하는 작업이다. 잘 나가던 시절 JTBC처럼 어느 한 언론이 의제를 주도할 수도 있지만 단독 플레이로는 한계가 있다. 이슈가 발생하면 수많은 언론이 따라가기 마련이고 크고 작은 퍼즐이 모여 어떤 식으로든 진실의 실체가 드러나게 된다. 언론을 싸잡아서 못 믿겠다고 말하는 건 비판과 토론, 의제 설정 시스템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말이다. 언론이 잘 났다고 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언론은 여전히 부실하지만 그렇다고 언론의 역할을 전면 부정해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다.

유시민은 뒤늦게 마지못해서 보도하는 것이라고 했다.


  • “김건희(대통령 부인)와 한동훈의 문자 메시지도 이미 1월부터 입수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묵혀 뒀다가 이제 때가 됐구나 해서 조금씩 나오기 시작한다”고 했다. 일단 유시민의 말은 추측일 뿐 전혀 근거가 없다.
  • 유시민이 왜 이렇게까지 냉소적인 사람이 됐을까. 언론이 팩트를 필터링하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진짜 진실은 따로 있고 알려진 건 일부거나 의도된 것이라고 보는 오래된 음모론이다.
  • 유시민은 지난해 한동훈 명예훼손으로 유죄를 선고 받기도 했다. 본질에서 어긋난 사건과 보도였다는 피해의식이 있는 것 같다.
  • 일부 언론이 팩트를 깔고 뭉갤 수는 있지만 그런 시대가 아니다. 결국 드러나게 돼 있다. 잠깐 숨길 수도 있고 몇 사람을 속일 수도 있지만 모두를 영원히 속이는 건 불가능하다. 우리에게는 최소한 그런 정도의 믿음이 있다.
  • 사건은 발생하기도 하지만 의미를 부여하고 해석하면서 만들어지기도 한다. 일단 기사가 쏟아지면 무시할 수 없게 된다다. 검찰은 이런 이슈 쏠림 현상을 이용한다. 뉴스를 흘리면서 여론 재판으로 몰고 간다. 언론은 알면서도 떡밥을 물지 않을 수 없고 언론 보도가 계속 쏟아지면 언젠가 사건의 성격이 달라진다.
  • 법정까지 가지 않아도 그 이상의 처벌과 정치적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이게 검찰 정치고, 지난 몇 년 사이 한국에서 벌어진 일이다. 과연 이게 실체적 진실인가, 이런 질문을 독자들이 던지고 있다.

김희원도 공격을 많이 받지 않았나.


  • “저는 언론의 잘못한 점도 상당히 많이 있다고 봐요, 신뢰를 잃을 만한 일이 많이 있었다”고 시작했지만 언론이 잘하고 있는데 왜 비난하느냐, 이렇게 받아들인 사람이 많았다.
  • 만약 김희원이 언론이 늘 옳은 건 아니다, 우리는 편향과 편견 덩어리다, 그래도 노력하고 있다, 독자들도 이런 현실을 전제하고 봐야 한다, 달라져야 한다, 이렇게 시작했으면 메시지가 달랐을 수도 있다.
  • 주류 언론의 팩트 취재와 확인이 없어도 유튜브가 풍성해질까. 김희원은 “저널리즘 규범을 지키면서 권력 감시와 진실 보도를 하는 기성 언론의 역할은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 이런 말을 했다. “정의는 겨우 힘들게 이기는 것이고 진실은 가까스로 밝혀지는 것이다. 그 노력을 기자들이 하고 있다.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

진보적일수록 언론을 불신한다는 건 왜 그런 건가.


  • 한국은 원래 신뢰도 불신도 하지 않는다는 사람 비율이 높은 편이다. 그런데 스스로 진보적이라 생각하는 사람일수록 이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다. 스스로를 매우 보수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불신이 높은 편이다.
  • 두 사람이 간과한 대목이 있다. 언론사는 단일한 주체가 아니고, (온갖 다양한 사람들의 집합이고 생각은 모두 다르다. 조선일보처럼 비교적 일사불란한 곳도 있지만 한겨레처럼 다른 의견이 충돌하는 곳도 있다.) 기자들도 늘 실수를 하고 사고를 치기 마련이고, 옳은 것처럼 보이는 게 시간이 지나면 아니기도 하고 그러면서 진실에 접근하고 다른 사실과 관점으로 넘어가기도 한다.
  • 뉴스는 생물이다. 문제가 있으면 바로 잡고, 상호 참조도 하고, 베껴쓰기도 하고 인용하기도 하면서 실체적 진실에 접근하는 과정이라고 보는 게 맞다.
  • 한국은 다른 나라들과 비교하면 특히 정치 뉴스에 대한 불신이 크다. 다른 섹션은 오히려 회피하느 정도가 높지 않은 편이다. 정치 뉴스에 대한 불신은 극단적인 진영 정치와도 무관하지 않다.
  • 언론 선호도 조사에서 눈길을 끄는 대목은 진보 성향 응답자들의 MBC 결집이 강력한 반면 보수 성향 응답자들은 KBS와 TV조선으로 갈려 압도적인 선호로 나타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 2024년 2분기 갤럽 조사에서는 MBC가 21%로 1위, KBS가 15%로 2위, YTN이 10%로 3위였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진보 성향 지지자들이 MBC를 선호한다고 답변했다. 보수 성향 지지자들은 KBS가 1위였다. 신뢰도라기 보다는 선호도라고 보는 게 맞다.

의제 설정의 권위와 신뢰.


  • 바비 젤리저(펜실베이니아대 교수) 등은 ‘저널리즘 선언’에서 “뉴스에 대한 신뢰의 감소는 전문적 사회제도 전반에 대한 신뢰의 감소와 불가분의 관계”라고 분석했다.
  • 저널리즘의 기능은 ①실제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고 있는 정치적‧문화적 엘리트와 ②정보에 입각한 정치적 결정을 내리기 위해 엘리트가 제공한 내부 정보를 활용하는 일반 대중의 관계를 전제로 한다. 유시민은 ①에 해당할 가능성이 크지만 ②에 머물지 않겠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셈이다.
  • 랜스 베넷(워싱턴대 교수)이 제안한 저널리즘 색인화(journalistic indexing) 개념은 저널리즘의 보도가 일반적인 여론 지형보다 엘리트의 합의 또는 분열에 더 의존한다는 이론이다. 언론이 의제를 나열(indexing)할 뿐 권력이 설정한 범위를 벗어나 의제를 제안하거나 주도하지 않는다는 비판적 관점이다.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고 언론이 비판적인 거리를 지킨다는 전제에서 저널리즘에 대한 신뢰가 형성되는데 기본적인 믿음이 무너져 있는 상태라는 이야기다.
  • 신우열(전남대 교수) 등은 이 책의 역자 후기에서 “지금껏 저널리즘이 누구를 배제하고 소외시켜왔는지에 대한 반성이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 바비 젤리저는 “언론인들은 엘리트에 대한 의존과 규범에 대한 존중에서 벗어나야 하고 수용자로부터 구분되고자 했던 태도에 이의를 제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혁명을 수용하려면 혁명이 일어나지 않게 만든 모든 조건을 근절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 우리는 계속해서 이게 전부인가 하고 물어야 한다. 그동안의 취재 관행을 극복하고 의견을 더 넓게 구해야 한다. 절대적으로 옳은 것도 없고 독자들이 일방적으로 받아들이는 시대도 아니다. 당장 유튜브와 경쟁에서 신뢰와 평판을 확보해야 한다. 읽히지 않는 언론은 존재하지 않는 거나 마찬가지다.

정리를 해보자. 유튜브 시대에 저널리즘은 살아남을 수 있을까.


  • 기성 언론 대 유튜브, 또는 TV 대 유튜브의 구도가 아니다. 신문 대 유튜브의 구도도 아니다. 대립하는 개념이 아니다.
  • 콘텐츠와 플랫폼을 달리 봐야 한다. 유시민이 정확하게 지적했지만 유튜브에 좋은 콘텐츠가 많다는 건 기성 언론에 없는 콘텐츠가 늘어나고 있다는 정도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 TV나 신문 기성 언론도 유튜브에서는 콘텐츠 공급자다. 수많은 채널 가운데 하나라고 봐야 한다.
  • 기성 언론의 영향력이 줄어드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렇다고 기성 언론의 역할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유시민이 편집된 뉴스에 반감을 보였던 것처럼 정보 접근권이 늘어나는 것은 환영할 일이고 퀄리티 페이퍼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는 시대다.
  • 주류 언론은 여전히 의제 설정 능력과 고도의 취재 전문성을 요구 받고 일반인이 갈 수 없는 영역에 접근할 수 있는 특권을 누린다. 그걸 제대로 못하니 욕을 먹는 것이다.
  • 언론은 저마다 편향이 있다. 편향을 감안하고 봐야 한다. 유튜브를 골라보는 것 좋지만 계속해서 의심하고 토론하고 에코 체임버에 빠지지 않도록 다른 의견에 의도적으로 노출하는 게 중요하다. 사람들의 생각이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걸 전제해야 한다. 언론인들이나 독자들이나 내가 아는 게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 저널리즘에 대한 신뢰 같은 건 원래 있지도 않았고 기대할 것도 없다. 언론인은 원래 욕먹는 직업이다.
  • 내가 김희원이라면 이렇게 말했을 것 같다.
  • “언론을 믿고 안 믿고의 문제가 아닙니다. 모든 언론을 의심하세요. 우리는 누구나 우리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이야기하지만 절대적인 진실 같은 건 없습니다. 기자들도 늘 실수를 합니다. 옳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시간이 지나서 달라지는 경우도 많습니다. 뉴스를 비판적으로 읽어야 합니다. 그건 유튜브 채널도 마찬가지죠. 언론을 믿지 못해서 유튜브를 믿는다는 건 위험합니다. 언론을 믿지 못해서 유튜브만 보겠다고 한다면 그것도 선택의 영역이지만 시야를 가두고 더 큰 진실을 보지 못할 위험이 있습니다. 아무 것도 믿지 마세요. 다른 의견과 다른 생각에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진실은 저 너머에 있고 질문과 판단은 우리의 몫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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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댓글

  1. 수용자가 의심해야 하는 언론이 사회에 어떤 가치가 있는지 납득할 수 없습니다. ‘절대적인 진실’이 없다고 말하는 것은 언론의 책무를 저버리는 행위에 다름 아닙니다. 기자들의 실수를 용납해야 한다면, 언론이 폄하하는 유튜브 크리에이터와 다를 바가 있습니까? 그러므로 ‘언론을 믿지 못해서 유튜브를 믿는다는 건’ 당연한 귀결입니다. ‘더 큰 진실을 보’여야 하는 것은 저널리즘 규범을 준수하며 기자들이 완수해야 할 책무입니다.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질문과 판단은 우리의 몫입니다.’ 그러한 연유로 언론의 편향이 아닌 다양한 시각을 접할 수 있는 유튜브를 참고합니다. 낡아 빠진 ‘저널리즘 규범’을 내세울 것이 아니라 다수가 동의하는 ‘시대 정신’을 반영해 주길 바랍니다.

  2. 결국 권력 이동의 문제라고 봅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과거 언론은 얼마나 큰 권력을 갖고 있었습니까? 대한민국 헌법 제1조 말마따나, ‘(언론의) 모든 권력은 국민(독자, 시청자, 청취자)로부터 나온다.’ 라는 명제는 제대로 작동하고 있습니까? 유튜브가 궁극적인 대안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만 기성 언론보다는 더 적극적으로 독자가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구조라고 생각합니다. 언론을 믿지 못해 유튜브를 믿는것은 위험합니까? 그렇다면 지금까지는 기성 언론의 역할 덕에 안전했습니까?

  3. 기성 미디어들은 유튜브와 비교해서
    시간적, 공간적 제약으로 인해
    새로운 관점과 현안에 깊이 들어가는게 거의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사람들이 기존과 같은 요약된 주장이나 정보를 더이상 원하지 않는거죠.

  4. “저는 언론의 잘못한 점도 상당히 많이 있다고 봐요, 신뢰를 잃을 만한 일이 많이 있었다”고 시작했지만 언론이 잘하고 있는데 왜 비난하느냐, 이렇게 받아들인 사람이 많았다. ㅡ>>>> 전체의맥락을 읽었을때 그렇게 받아들이게끔 하더라구요. 언어로만 소통하지 않습니다. 비언어적 소통이 더 크다는 연구결과도 어디서 봤는데 그 희번뜩 눈과 삐뚤어진 입과 말투에서 어디ㅡㅡㅡ 자기반성이나 전제로 보이던가요?? 비언어적 소통에 대해 좀 알아보심이 좋겠습니다. 저 같은 아무 것도 모르는 보통 사람은 매우 불쾌함을 느꼈고 왼쪽으로 한걸음 조근 최소항 반걸음은 나아가는데에 일조했다고 할수있습니다. 잘못되었을수도 있지만 그 안하무인적 태도가 현 언론이 국민을 대하는 태도라고 느껴졌어요. 엠비씨에서 분위기 완전 다른 상ㄸㄹㅇ를 데려온거 아니자나요? 그래도 대표자격이니 데려온거자나요? 그런 분들이 기사쓴다 생각하니 불신이 더 치솟더라구요!!!

  5. 처음부터 끝까지 개판인 토론입니다. 레거시 미디어, 유튜브 모두 장단점이 있습니다. 레거시 미디어의 문제를 유튜브가 해결하기도 하지만, 유튜브 자체의 문제도 분명 존재하죠. 근데 유시민 씨가 하는 주장을 보면 유튜브는 절대무결한 존재이며 레거시 언론은 모두 쓰레기다 이딴 주장만 하고 있으니 제대로 된 토론이 안 됩니다.

    서로가 장단점을 언급해야 하는데, 유시민 씨가 ‘유튜브는 절대무결함’을 선언하고 토론을 시작하니 김희원 씨는 유튜브가 가진 문제를 지적하기만 하고, 유시민 씨는 그걸 궤변으로 반박만 하면서 토론이 개판이 됩니다. 지금 같은 시대에 언론과 유튜브는 어떤 역할을 해야할 지 이야기를 해야하는데 토론 주제가 유튜브는 완벽한 언론이다 VS 아니다로 바뀌어버리네요… 저런 귀중한 기회를 날린 유시민 씨가 참 한심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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