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공유하기

[슬로우데이터] 지역구 득표율과 의석수의 격차… 국민의힘 지지자들의 사표, 최소 27석.

가능성이 높은 전망을 해본다. 다음 총선 이전에 국민의힘이 주도하는 선거법 개편 논의가 시작할 수도 있다. 지금의 선거제도(소선거구제)가 영남 자민련 수준으로 쪼그라든 국민의힘에 절대적으로 불리하기 때문이다.

  • 아래 그래프는 역대 선거에서 지역구 득표율 합계와 의석수를 비교한 결과다.
  • 2016년(20대 총선)은 국민의힘이 더 많은 표를 얻고도 의석수가 더 적었다.
  • 2020년(21대 총선)은 득표율 격차는 8.4%포인트인데 의석수는 77석이나 차이가 났다. (점유율로는 25.7%포인트 격차.)
  • 2024년(22대 총선)은 득표율 격차가 5.4%포인트. 의석수 차이는 67석이다. 의석수 점유율로는 24%포인트 격차다.

중대선거구제였다면 지금보다 27석 이상 더 가져갔을 것이다.

  • 이게 말하는 게 뭐냐면,
  • 첫째, 국민의힘 지지자들의 사표가 많다는 것이고,
  • 둘째, 지금의 승자독식의 소선구제가 국민의힘에 불리하다는 이야기다.
  • 셋째, 중대선거구제나 완전 연동형으로 갔다면 지금보다 27석 이상을 더 가져갈 수 있었을 거란 계산도 가능하다.
  • 승자독식의 소선거구제에서는 전국 단위 지지율이 큰 의미가 없다. 얼마나 전국적으로 고른 지지율을 확보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 수도권만 놓고 보면 국민의힘의 불리한 구도가 더욱 두드러진다.
  • 핵심은 이것이다. 지금의 소선거구제는 민주당에 유리하고 국민의힘에 불리하다.
  • 올해 총선 결과에서 서울만 따로 놓고 보면 민주당이 296만 표, 국민의힘은 263만 표로 33만 표 정도 차이가 나는데 의석수는 민주당이 37석, 국민의힘이 11석을 가져갔다.
  • 경기+인천도 민주당이 427만 표, 국민의힘은 327만 표를 얻었다. 100만 표가 차이 나는데 민주당이 74석, 국민의힘은 8석에 그쳤다.
  • 결국 국민의힘은 올해 수도권에서 43.7%의 득표율을 기록했지만 122석 가운데 19석밖에 못 챙겼다. 비율로는 17%가 채 안 된다.

수도권 44% 득표율에 의석은 17%뿐.

  • 2020년에도 41.2%의 득표율을 기록하고도 16석밖에 못 챙겼다.
  • 2012년에는 심지어 새누리당이 득표율은 높았지만 의석수는 뒤졌다. 이때만 해도 수도권에서는 졌지만 전국에서 이겼기 때문에 별다른 문제의식이 없었을 수도 있다.
  • 다시 올해 총선 결과를 보면 경기 용인병에서 부승찬(민주당)이 8만1538표를 얻고 고석(국민의힘)이 8만687표를 얻어 851표차로 승부가 갈렸다. 국민의힘은 수도권 전역에서 이런 아슬아슬한 격차 때문에 수많은 사표(죽은 표)를 만들었다.
  • 언제나 이랬던 건 아니다. 과거에는 비교적 득표율과 의석수가 대체로 비례했고 때로는 민주당이 의석수를 더 적게 받는 경우도 있었다. 2012년 이후 수도권에서 민주당 강세 경향이 굳어지면서 국민의힘 계열 보수 정당이 불리한 상황이 됐다.

국민의힘의 선택은?

  • 애초에 병립형 회귀냐 준연동형이냐가 쟁점이 아니라 비례 의석을 크게 늘리거나 중대선거구제로 개편하는 게 국민의힘이 의석수를 크게 늘리는 전략이 될 수 있다. 권역별 비례제나 석패율제도 검토해 볼 수 있다. 그게 아니면 절반 가까이 걸려 있는 수도권 의석을 거의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영남의 맹주 역할로는 100석 안팎이 고작이지만 중대선거구제로 가면 득표율에 맞먹는 40~45%를 가져갈 수 있다.
  • 이걸 예상하지 못했을까? 수도권은 이미 민주당 강세 지역이고 한동안 바뀌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전국이 동일한 선거구인 대선에서 국민의힘이 이기고 총선에서 지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21대 총선과 22대 총선에서 확인됐듯이 득표율과 의석수의 격차는 갈수록 확대되는 추세다.
  • 국민의힘이 선거구제 개편을 못했던 이유는? 역설적으로 국민의힘 의원들 상당수가 당 대표를 지낸 김기현처럼 영남의 지역 기반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개별 의원 차원에서는 내 지역구만 잘 관리하면 되는데 굳이 파이를 쪼갤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 민주당 역시 마찬가지다. 큰 그림이 있어서라기보다는 한국의 양대 정당은 개인 사업자들의 연대 조직 같은 느낌이 됐다. 4년에 한 번 뭉치지만 당선이 되고 나면 굳이 판을 흔들 이유가 없다. 내가 다음에 또 당선될 수 있느냐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위성정당으로 가장 큰 손해를 본 정당은 조국혁신당?

  • 하나만 더 살펴보자. 국민의힘이 비례대표제도 손보고 싶어 할 가능성이 크다.
  • 다음의 첫 번째 그림은 올해 총선의 비례 의석 배분 산식이고 두 번째 그림은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위성정당을 만들지 않았다고 가정하고 시뮬레이션한 결과다.
  • 둘 다 위성정당을 만들지 않으면 민주당은 비례의석을 1석도 가져가지 못하고 국민의힘도 11석으로 쪼그라든다. 조국혁신당이 12석에서 31석으로 늘어난다. 범야권의 파이가 더 커진다.
  • 물론 사표를 방지하는 심리에서 민주당 표가 조국혁신당이나 개혁신당 등으로 더 몰릴 수도 있고 녹색정의당이나 다른 군소 정당이 3% 이상 득표를 했을 수도 있다.
  • 분명한 것은 지금의 준연동형 비례 대표 시스템에서 거대 양당이 위성정당을 만들면 군소 정당의 진입을 원천 차단하는 결과가 된다는 사실이다.
  • 지금 시스템에서는 국민의힘도 절대 유리하지 않다는 걸 지금쯤 이해하지 않았을까.

관련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