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우레터 2024년 3월 27일 (수).
“총선 이후가 두렵다.”
- “공멸의 총선.” 중앙일보 1면 머리기사다. 하상용(서강대 교수)은 “복수 정치의 예고편”이라고 평가했다. “정치 보복이 한국 정치의 디폴트가 된 것 같다”는 이야기다.
- “권력을 넘겨줬을 때의 공포 때문에 협치보다는 상대를 무너뜨려야 한다는 생각으로 가득 차 있다”는 분석이다.
- 박명림(연세대 교수)은 “저출산과 북핵, 지방소멸 등 갈등의 의제를 진영 논리로 접근하니 국가적 난제를 어느 한쪽도 해결하지 못하는 상태가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파는 문재인 때 더 비쌌다.”
- 대통령실이 내놓은 해명이다.
- “대파가 875원이면 합리적인 가격이라고 생각이 든다”고 한 게 논란이 되자 “지난 정부에서는 6981원/kg까지 올라 ‘파테크’나 ‘반려대파’와 같은 신조어가 유행하기도 했다”고 강조했다.
- 할인 전 가격은 4250원이었는데, 납품단가 지원 2000원, 자체 할인 1000원, 농축산물 할인지원 375원이 적용되면서 최종 판매 가격이 875원이 됐다는 설명이다.
- 문재인 정부에서 대파 가격이 더 비쌌던 건 맞다.
- 하지만 논란이 됐던 건 하필이면 윤석열이 찾은 하나로마트가 파격적인 할인을 했고 여전히 다른 마트들은 두 배 가까이 비싼 가격이라는 데 있다. 대통령실은 윤석열(대통령) 방문이 가격 할인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은 언급하지 않았다.
한 단이냐 한 뿌리냐.
- “좌파나 우파가 아니라 대파 때문에 선거를 망칠 것”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오는데 이수정(국민의힘 수원정 후보)이 논란에 기름을 끼얹었다.
- “시장에 가서 한 단이라고 얘기할 땐 그 안에 수십 뿌리가 들어있다. 875원은 한 뿌리를 이야기하는 것이다. 한 봉다리에 세 뿌리냐 다섯 뿌리냐가 중요하다.”
- 이재명(민주당 대표)은 “국민은 ‘바이든’이라고 들었는데 ‘날리면’으로 우긴 것과 같은 국민 청력 테스트”라고 비난했다.
‘대파 게이트’, 국민의힘도 화들짝.
- 최재형(국민의힘 서울 종로 후보)이 “(가격표에 875원이 붙은) 상황에 대한 충분한 설명 없이 그냥 그것으로 모시고 간 보좌 기능에 문제는 있다”고 말했다.
- 단순히 대파 문제가 아니다. 서병수(국민의힘 부산 북갑 후보)는 “(875원이) 할인에 또 할인을 거듭하고 쿠폰까지 끼워서 만들어 낸 가격이라면 결코 합리적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열고 ‘이런 점은 잘못했다, 미안하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해야 하지 않겠냐”고 말하기도 했다.
쟁점과 현안.
꼬이는 의정 갈등.
- 대한의사협회 회장에 임현택(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이 당선됐다.
- 초강성으로 꼽힌다. 당장 “전공의와 교수를 포함해 대화 창구를 만들겠다”고 했지만 책임자 처벌을 전제 조건으로 내걸었다. “조규홍(보건복지부 장관)과 박민수(보건복지부 차관) 등을 파면하고 안상훈(전 대통령실 사회수석비서관)의 공천을 취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의대 정원은 늘릴 게 아니라 오히려 500~1000명 감축해야 하고 정부의 필수 의료 (지원) 패키지는 전면 백지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 “정부는 의사를 이길 수 없다”는 발언으로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노환규(전 의사협회 회장)는 “표를 얻기 위해 일을 저질렀다”면서 “힘으로 의사들을 누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니 어처구니가 없다”고 비난했다.
2000명 고집하지 말자는데.
- 대통령실이 물러설 분위기가 아니다. 윤석열은 “의대 증원은 의료 개혁의 출발점”이라고 거듭 확인했다.
- 오늘 조선일보 1면 머리기사는 “여당에서 나오는 2000명 협상론”이다. 한동훈(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대화를 하면서 의제를 제한할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고 안철수(국민의힘 의원)도 “재검토하자”고 말했다.
- 총선을 2주 앞둔 상황에서 정부와 여당의 정치력을 검증하는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 윤석열과 한동훈의 갈등에 다시 불이 붙을 수도 있다.
- 5년 2000명 대신 10년 1000명으로 하자거나 올해만 증원하고 내년에 다시 평가하자는 등의 제안도 나오지만 이미 대학별로 증원 규모를 확정한 상태다.
조국 펀드, 1시간도 안 돼 200억 원 모았다.
- 8분 만에 50억 원, 18분 만에 100억 원, 54분 만에 200억 원이 모였다.
- 선거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모집한 펀드다. 총선 이후 국고 보조금을 받아 원금과 이자(연 3.65%)를 돌려준다는 계획이다.
- 조국혁신당의 파죽지세에 보수 진영은 속수무책이다. 최원규(조선일보 논설위원)는 “조국의 몰염치와 안면몰수는 도를 넘은 지 오래”라며 “그런데도 그 당을 지지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아무리 몰염치의 시대라지만 그 현실이 답답하기 그지없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더 깊게 읽기.
범야권 200석 불가능하지 않다.
- 조선일보의 분석이다. 이미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이 180석에 열린민주당 3석과 정의당 6석, 야권 성향 무소속 1석을 더하면 범야권이 190석이었다.
- 만약 수도권과 부울경(부산·울산·경남)에서 민주당이 몇 석을 더 얻고 조국혁신당 돌풍까지 겹치면 충분히 가능한 수치라는 계산이 나온다.
- 지난달까지만 해도 “과반은 아니라도 1당은 할 수 있다”는 분위기였는데 이종섭(호주 대사) 논란으로 120석 수준으로 목표가 줄었다가 최근에는 “103석만 유지해도 좋겠다”는 말이 나오는 상황이다.
- 한겨레는 국민의힘 예상 의석수를 120~130석으로 지난 총선 때보다 늘어날 거라고 전망했다. 서울만 놓고 보면 4년 전에는 49석 가운데 41석을 민주당이 가져갔는데 올해는 48석 가운데(1석 줄었다) 36석에 그칠 거라는 분석이다. 동작갑과 동작을, 강동갑이 국민의힘에 넘어갈 가능성이 있다.
- 세계일보가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자체 판세 분석을 종합한 결과 국민의힘은 82석, 민주당은 110석을 우세 지역으로 꼽고 있다. 60여 곳이 접전 상황이다.
- 동아일보에 따르면 민주당은 수도권에서 최대 98석, 전국적으로 254석 가운데 161석까지 보고 있다. 서울은 21석이 확실한데 35석까지 늘 수 있을 거라는 분석이다. 국민의힘은 90석 이상 많게는 98석까지 보고 있다. 기대 수준이 많이 낮아졌다는 이야기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지금 판세가 마지노선”이라며 “이제 올라갈 일만 남았다”고 말했다.
결국 투표율이 변수.
- 지난 총선 투표율은 66%였다.
- 김대진(조원씨앤아이 대표)은 “60~65%가량이면 야당이 이기겠지만 55% 미만이면 이길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다르게 읽기.
압수수색은 다 들고 가라는 치트키가 아니다.
- 검찰이 이진동(뉴스버스 대표)과 허재현(리포액트 기자) 등을 압수수색 하면서 휴대전화와 노트북 등의 전자 정보를 통째로 저장한 정황이 드러났다.
- 한겨레는 “위법한 압수영장 집행”이라고 지적했다. 압수수색 영장은 필요한 자료를 확보하라는 것일 뿐 저장해두고 언제든지 꺼내보라고 허용한 게 아니다. 수사와 무관한 자료까지 통째로 저장했다가 별건 수사에 이용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 민주당은 윤석열이 검찰총장 시절 위법한 정보 수집이 이뤄졌다며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했다. 조국혁신당은 총선 뒤 국정조사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 검찰은 기술적 한계가 있다는 입장이다. 이를테면 카카오톡 대화방은 하나의 데이터베이스로 저장되기 때문에 범죄 관련 사실만 뽑아내는 게 기술적으로 불가능하고 캡처하듯 하나의 이미지로 통째로 확보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 한국일보는 “민간인 사찰까지 몰고 가는 것은 정치적 의도에서 비롯됐다고 보는 쪽이 많다”면서도 “일종의 불법 점유이자 개인정보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해법과 대안.
다문화 학생 늘어나는데.
- 한국어 교육기관이 턱없이 부족하다. 서울 대림동의 다문화교육지원센터에서는 오전과 오후에 각각 20명과 45명이 수업을 듣는다. 민간 위탁까지 4개 센터를 운영하고 있는데 공간이 부족해 주 4일 수업을 주 2일로 줄이고 줌 수업까지 하는 상황이다.
- 서울시 초중고의 다문화학생은 2만388명, 4년 동안 14% 늘었다.
공무원 엑소더스.
- 5년 미만 공무원 퇴직이 3년 사이 두 배 이상 늘었다. 지난해에만 1만3321명이 떠났다. 낮은 임금과 민원인의 폭언과 폭행, 재난 대응 등 비상근무 등 열악한 노동 조건이 원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 올해 9급 공무원 공채 경쟁률은 21.9 대 1. 32년 만에 가장 낮다. 며칠 전 공무원 시험은 결시율이 24%가 넘었다.
- 정부가 9급에서 4급까지 승진에 필요한 최저 연수를 13년에서 8년으로 줄이고 최고 근무 수당도 올리기로 했다.
- 고도 성장기 관료 전성시대가 저물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종수(연세대 교수)는 “골방에서 3~4년씩 시험 준비만 하는 게 아니라 보편적 글로벌 인재를 선발할 수 있는 채용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오늘의 TMI.
소득 적을수록 외롭다.
- 지금의 삶에 만족한다는 답변이 74.1%로 1년 전 75.4%보다 줄었다. 만족도는 소득 수준에 비례했다. 통계청 사회 지표다.
- 한국 국민의 83%가 보수와 진보 간의 갈등 수준이 심각하다고 답변한 것도 눈길을 끈다.
- ‘외롭다’고 느끼는 사람이 18.5%였다. 월 소득 100만 원 미만에서는 35.1%나 됐다. 600만 원 이상은 13.6%였다. 중년보다 20대가 더 외로웠다.
- 사교육 참여율은 78.5%, 사교육비는 월평균 43만4000원이었다.
국세 감면 77조 원.
- 사상 최대 규모다. 감면율이 15.8%다. 법정 한도를 2년 연속 넘겼다.
- 그나마 이것도 올해 전망일 뿐 지난해처럼 세수가 줄어들면 감면율이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 이상민(나라살림연구소 수석전문위원)은 “지난해처럼 국세 수입 전망도 엇나가고, 각종 조세지출의 일몰 연장과 함께 R&D 투자 세액공제처럼 조세지출 확대 일색으로 나아가면 앞으로도 법정한도를 계속 웃돌게 되면서 예측 불가 재정 운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감옥에서도 79억 원 연봉.
-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재판 중인 조현범(한국타이어 회장) 이야기다. 지난해 3월 구속돼 11월 보석으로 풀려난 상태다. 한국타이어와 한국앤컴퍼니에서 각각 31억 원과 47억 원을 받았다.
- 전문 경영인인 안종선(한국타이어 사장) 연봉이 8억 수준인 것과 비교하면 6배 규모다. 황제 보수라는 말이 나온다.
청년안심주택? 안심이 아니라 근심.
- 무주택 청년의 주거 안정을 위해 공급한 청년안심주택에 공실이 늘고 있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12곳 가운데 9곳이 입주자를 찾지 못해 추가 모집을 하고 있다.
- 17㎡(5평) 가구가 보증금이 5000만~1억 원, 월세가 35만~60만 원, 여기에 10만 원 안팎의 관리비가 붙는다. 가격 경쟁력이 없다는 말이 나온다.
- 서울시는 결국 채워질 거라는 입장이다. “시세보다 저렴해도 역세권 자체가 가격이 높기 때문”이라고 한다.
밑줄 쳐가며 읽은 칼럼.
양보하면 권위가 무너진다?
- 노원명(매일경제 사회부장)의 칼럼은 윤석열이 의대 정원 확대를 밀어붙이는 멘탈리티를 짐작하게 한다.
- 노원명은 “국민이 특정 집단의 눈치를 보고 그 위세 앞에 정부 권위가 번번이 무너지는 게 문제의 본질”이라고 강조했다. 의사들의 반발에 굴복해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다.
- “윤석열이 대통령이 의사 증원의 원칙을 큰 훼손 없이 지켜낸다면 국가의 권위를 되살린 대통령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있다. 대통령 후임들이 덕을 볼 것이고 우리 자식들이 더 반듯한 나라에서 살게 된다.”
- 과연 그럴까. 최근 갤럽 여론조사에서는 정원 확대를 추진해야 한다는 답변이 47%, 반대한다는 답변이 6%, 규모와 시기를 조정해야 한다는 답변이 41%였다. 대략 반반이다. 정부의 대응에 대해서는 잘못하고 있다는 답변이 49%로, 잘하고 있다는 답변 38%보다 많았다.
박노자가 말하는 윤석열의 미래.
- 강경 보수의 시대다. 독일에서는 사민당 지지율이 15%까지 떨어졌는데 극우 성향 AfD(독일을 위한 대안)는 20%에 육박한다. 프랑스에서는 극우 성향의 국민연합 지지율이 29%까지 올랐다. 스웨덴에서도 네오나치 계열의 스웨덴민주당이 20% 이상의 지지율을 얻고 있다.
- 박노자(노르웨이 오슬로대 교수)는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 여러 나라에서 크고 작은 트럼프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 유럽에서 강경 보수가 약진하는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국가 주권의 회복”이 시대적 화두가 됐다. 둘째, 복지 축소가 아니라 “국민 공동체를 위한 적정 수준의 복지”를 외치고 있다. 박노자는 이 지점에서 유럽과 한국의 강경 우파에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고 본다.
- “주권이나 공동체에 관심이 없고 오로지 부자 감세에 혈안이 돼 있는 윤석열 정권은 과연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을 수 있을까. 상류층과 중상층 말고는 안중에 두지 않는 엘리트형 강경 우파는 정치적 미래가 밝지 못하리라는 게 나의 예상이다. 극소수만을 위한 정치는 결국 필연적으로 파산한다는 게 지금껏 우리가 세계사에서 얻은 교훈이다.”
‘피라미드 게임’으로 보는 학폭의 해법.
- 드라마 ‘피라미드 게임’에서 성수지(김지연)는 “누구도 꼴찌가 돼서는 안 된다”는 게 불가능하다면 “차라리 모두가 꼴찌가 돼서 게임을 깨부수자”고 제안한다.
- 피라미드 게임이 가능했던 건 소수의 가해자가 아니라 다수의 방관자들의 ‘나만 아니면 돼’ 심리였다.
- 핵심은 이것이다. 방관자는 가해자나 피해자와 무관한 제3자가 아니다. 방관자는 기본적으로 가해를 강화하고 구조화하는 방조자다. 방관자들이 방조자가 아니라 방어자로 나서면 학교폭력은 매우 어렵거나 구조적으로 불가능하게 된다.
“복수 정치의 예고편”이라는 조중동의 사설이 공허하고 또한 사악한 의도를 의심하는 이유는
지난 대선 이후 단 한 조각의 정치도 없이 야당 당수와 한번의 회의도 안 하면서 수사만 계속하는, 실제 목에 칼을 집어넣으며 죽이려 하고, 지금의 총선까지도 연기 가능한 재판 일정을 고수하며 시간을 잡아먹는 이 꼼꼼한 악날함에 대한 신날한 평가가 왜 선행되지 않고
그저 “복수는 나빠, 둘 다 잘못이야, 용서하며 정치해” 운운하며 당연히 있어야 할 “징치의 시간”을 벌써부터 염려하고 막고자 함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