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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퇴진 촛불집회의 모습. 2016. 11. 19. 광화문. 옥토 제공.

한 달 전 여론조사 잘 안 맞는 이유는?

  • 2012년에는 새누리당 지지율이 29%였는데 과반을 확보했다.
  • 2016년에도 여론조사에서는 새누리당이 앞섰지만 뚜껑을 열고 보니 거의 동률이었다. (민주당:새누리당=123:122)
  • 2020년에는 민주당 지지율이 39% 정도였는데 과반을 넘어 전체 의석의 60%를 확보했다. (더불어시민당과 열린민주당 포함)
  • 물론 각각의 변수는 있었다. 2012년에는 김용민(민주당 후보)의 막말 논란이 터졌고 2016년에는 새누리당이 공천 파동으로 표를 많이 잃었다. 2020년에는 코로나 특수 상황이었다.
  • 올해 총선은 일단 민주당+조국혁신당의 지지율이 국민의힘 지지율과 거의 비슷비슷한 상황이다. 조국혁신당은 지역구 후보를 거의 못 낼 가능성이 크지만 조국혁신당 지지자들이 민주당과 상당 부분 겹친다고 보면 박빙 승부가 될 거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보수 과표집 논란, 어떻게 볼까.

  • 여론조사 표본 추출이 잘못돼서(보수 성향 시민들이 여론조사 응답률이 높아서) 국민의힘 지지율이 높게 나온다는 의혹이 많았다.
  • 장슬기(MBC 데이터 전문기자)는 “보수나 진보가 여론 조사에서 더 많이 잡히고 덜 잡히는 건 어디가 과표집됐다기보다는 정치의 상황을 반영한다고 보는 게 더 정확하다”고 지적했다.
  • 스스로를 보수라고 생각하거나 진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비율이 계속 바뀌기 때문에 보수 성향 응답자가 많다는 건 실제로 보수가 많을 가능성도 있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갤럽 여론조사에서 스스로를 ‘보수’라고 답한 사람이 33%, ‘진보’라고 답한 사람이 29%였다. 박근혜 탄핵 국면에서는 ‘진보’가 40%에 육박할 때도 있었다.
  • ‘진보’가 여론조사에 응답을 하지 않는다는 건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실제로 투표장에 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이야기다.
  • MBC 여론M이 국내 여론조사를 종합해서 집계한 결과 3월 첫째 주 정당 지지도는 국민의힘이 37%, 민주당이 33%, 조국혁신당이 5%, 개혁신당이 2%, 녹색정의당과 새로운미래가 각각 1%씩으로 나타났다.

서울과 경기도는 달랐다.

  • 한겨레가 서울과 인천, 경기만 따로 여론조사를 해봤는데 서울은 정부 심판론과 정부 지원론이 각각 47%와 48%였다. 인천은 56:38, 경기도는 57:37로 정권 심판론이 크게 앞섰다.
  • 어느 당이 제1당이 될 거라고 보느냐는 질문에 서울 응답자의 49%가 국민의힘을 선택했다. 민주당은 42%였다. 수도권 전체로 보면 국민의힘 43% : 민주당 47%로 오차 범위 안에서 접전이다.

언더독이 승부 가른다.

  • 잘 나가는 쪽이 지지율을 쓸어 담는걸 밴드웨건(편승) 효과라고 하고 밀리는 쪽이 동정표를 얻는 걸 언더독 효과라고 한다.
  • 서울은 1987년 민주화 이후 9차례 선거에서 민주당 진영이 7차례 이겼다. 4년 전에는 서울 49석 가운데 41석을 쓸어 담았다. 한국일보는 서울에서 국민의힘의 언더독 전략이 먹힐 거라고 본다. 중‧성동갑 등 “‘비명횡사’가 부각된 지역에서 정권 심판론이 희석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 마포갑은 4년 전 민주당이 13%포인트 차이로 압승했는데 2년 전에는 윤석열(대통령)이 12%포인트 이상 표를 얻었다. 양천갑도 총선에서는 민주당이 이겼지만 대선은 국민의힘으로 돌아선 곳이다.
  • 한병도(민주당 전략기획위원장)는 “서울 서대문갑과 송파갑, 경기 성남분당갑이 중요한 격전지”라고 말했다.

‘스윙보터’의 전쟁이다.

  • 결국 같은 표현이지만 부동층이 핵심 변수다. 서울과 수도권에 122석이 몰려 있는데 부동층이 가장 많은 곳이 이 지역이다.
  • 동아일보가 19~21대 총선을 분석했더니 서울 18곳과 경기도 22곳이 스윙보터였다. 한 번 이상 정당이 바뀐 곳이라는 의미다.

쟁점과 현안.


세 가지가 없는 선거.

  • 비전과 인물과 바람이 없다.
  • 한국일보의 분석이다. “상대를 심판하겠다는 말만 무성할 뿐 뭘 하겠다는 건지 알 수가 없다”는 이야기다. 안병진(경희대 교수)은 “미래 어젠다가 사라졌다”고 지적했다.
  • 선거가 한 달 앞인데 국민의힘이나 민주당이나 제대로 된 공약이 없다. 친윤과 친명이 공천을 싹쓸이하다시피 하면서 참신한 인물도 눈에 띄지 않는다. 제3지대 정당이 난립하지만 2016년 국민의당 같은 돌풍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민주당 위성정당 시민사회 비례 확정.

  • 전지예(금융정의연대 운영위원)와 김윤(서울대 의대 교수), 정영이(전국농민회총연맹 구례군농민회장), 임태훈(전 군인권센터 소장) 등 네 명이다.
  • 전지예가 반미 단체 겨레하나 출신이라는 이유로 보수 언론의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김윤은 의대 증원에 찬성하는 개혁론자다.
  • 민주당의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은 시민후보 4명을 포함해 진보당 3명과 새진보연합 3명과 민주당이 추천한 후보자 20명을 교차 배치해서 30번까지 후보를 낸다는 계획이다.
더불어민주연합 국민후보 임태훈(전 군인권센터 소장).

민주당 선대위는 이재명+이해찬+김부겸.

  • 이탄희(민주당 의원)는 고사했다.
  • 임종석(민주당 의원)도 거론됐지만 반대 여론이 많았다고 한다.
  • 이해찬(전 민주당 대표)이 선거 기조를 잡고 김부겸(전 국무총리)이 대중 유세에 주력한다는 구상이다. 이재명(민주당 대표)은 계양을에 집중한다.

권은희의 양보.

  • 이낙연(새로운 미래 대표)이 민형배(민주당 의원)와 광주 광산을에서 맞붙는다.
  • 이낙연이 권은희(전 국민의힘 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광산을에 출마하겠다고 했고 권은희가 출마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 권은희의 이력이 새삼 눈길을 끈다. 사법고시+경찰 출신이다. 국가정보원 여론 조작 사건을 폭로한 뒤 민주당에 입당해 광산을 보궐선거에 출마해 당선됐다. 20대 국회에서는 국민의당 간판으로 광산을에서 재선에 성공했다. (바른정당과 바른미래당을 거쳐) 21대 국회에서는 국민의당 비례 후보로 당선됐는데 국민의당이 미래통합당과 합병하면서 국민의힘 의원이 됐다. 지난 1월 탈당하면서 의원직을 상실한 상태다.
  • 권은희가 이낙연의 제안을 “상황을 고려하면 양해가 되는 결정이라고 이해했다”고 말했다.

다르게 읽기.


0명과 2000명 사이.

  • 이윤주(경향신문 정책사회부장)는 “필수·지역의료를 선택하는 의사가 늘어나도록 시스템을 만드는 것은 물론 정부의 책임”이라면서도 “그러나 그것이 의사를 늘리지 말아야 할 이유가 될 수도 없을뿐더러, 필수·지역의료 공백을 현재 심각한 수준으로 방기한 책임에서 의사들 역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 2000명일 필요도, 0명일 근거도 없다”는 이야기다.

수가 타령으로 신뢰 얻겠나.

  • 필수 의료의 수가가 낮다는 지적이 많았지만 의사협회가 수가 산정에 개입하고 있다는 사실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이진희(한국일보 논설위원)는 “수가는 총액보다 분배의 문제가 크다”고 지적했다. 개원의들 이기주의 때문에 필수 의료의 수가를 낮춘 것 아니냐는 이야기다.
  • 코로나 팬데믹 때 재택치료 환자 관리를 신청한 병원과 의원들은 간호사를 시켜서 하루 두 차례 전화를 걸면 8만 원씩 받았다. 100명을 관리하면 하루 800만 원, 한 달이면 수억 원에 이른다. “초고소득 그룹인 의사 사회가 수가가 낮다는 말만 반복하면 어떻게 신뢰를 얻을 수 있겠느냐”는 이야기다.
  • 정영도(전남대 의대 학장)는 “필수의료라든지 지역의료, 의사 수에 관해서 우리 의사 선배들이 선제적으로 대응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더 깊게 읽기.


“한국의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있다.”

  • 한국은 자유민주주의 지수에서 0.60점으로 179개 나라 가운데 47위를 기록했다. 덴마크가 0.88점으로 1위, 스웨덴과 에스토니아, 스위스, 노르웨이 순이다. 일본도 0.73점으로 30위다.
  • 이 연구소는 지표의 하락세가 뚜렷한 나라를 독재화(autocratization)로 분류하는데 한국도 독재화가 진행 중인 42개 나라에 포함됐다.
  • 특별히 한국을 찍어 “세계에서 보기 드물게 민주주의가 회복하는 사례로 소개했던 한국이 박근혜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갔다”고 지적한 것도 눈길을 끈다. “우익 보수 성향 윤석열이 집권한 뒤 전임 정권의 노력을 무력화했다”고 평가했다.
  • “인권 운동가 출신 문재인이 한국을 박근혜 이전으로 되돌려 놓았지만 한국의 대통령은 5년 단임제다. 윤석열 취임 이후 전임 문재인 정부 인사들에 대한 강압적인 처벌과 성평등에 대한 공격 등으로 한국의 자유민주주의지수는 하락세로 돌아섰다. 한국은 여전히 자유민주주의 국가지만, 문재인의 노력은 무력화됐다.”

피의자 이종섭 출국.

  • 이종섭(전 국방부 장관)은 범죄 피의자다. 해병대 사망 사건을 축소 은폐한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 출국 금지 상태에서 호주 대사로 내정이 됐고 부랴부랴 공수처 조사를 받은 뒤 출국 금지가 풀리자마자 곧바로 빠져나갔다.
  • 경향신문이 1면 머리기사로 비중 있게 다뤘다. 외압 의혹을 고발한 박정훈(대령)은 항명 등의 혐의로 보직 해임되고 재판을 받고 있는데 의혹의 핵심인 이종섭은 영전했고 신범철(전 국방부 차관)과 임종득(전 국가안보실 차장) 등은 공천을 받았다.
  • 신장식(조국혁신당 대변인)은 “조폭 두목이 ‘조용해질 때까지 바깥에 나가 있어’라고 말하는 조폭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경향신문은 “총선 정국의 새로운 핵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종섭(전 국방부 장관, 가운데). 국방부 제공.

해법과 대안.


국민연금 두 가지 개혁안.

  • 지금은 9%(보험료율)를 내고 40%(소득대체율)를 돌려받는다. 국회 연금개혁 특위가 내놓은 개혁안은 다음과 같다.
  • 1안은 13%를 내고 50%를 돌려받는 방안이고, (더 내고 더 받기.)
  • 2안은 12%를 내고 40%를 돌려받는 방안이다. (찔끔 더 내고 그대로 받기.)
  • 동아일보는 사설에서 “’실망스럽다’는 혹평을 받았던 민간자문위원회 안보다도 후퇴한 내용”이라고 지적했다.
  • “일본은 연금 줄 돈을 100년 치, 캐나다는 150년 치 쌓아두고 있는데 우린 31년 치밖에 없다. 이걸 고작 38∼39년으로 늘리려고 2007년 이후 멈춰 서 있던 연금개혁의 시동을 요란하게 건 후 회의비나 자문료 명목으로 세금을 펑펑 써온 것인가.”

암 투병 경비원에 1000만 원 건넨 아파트가 있다.

‘할마’와 ‘할빠’도 육아휴직 받을까.

  • 황혼육아가 느는데 ‘할마(할머니+엄마)’와 ‘할빠(할아버지+아빠)’에 대한 지원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오스트레일리아는 조부모 육아휴직을 보장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무급이지만 주보호자일 경우 양육비 지원도 받을 수 있다. 독일에서는 부모가 아프거나 장애가 있어 직접 키우기 어려운 환경이라면 육아휴직 급여 수급 자격을 준다.
  • 고용노동부는 부모가 육아휴직을 사용하지 못하는 상황에서만 단계적으로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자칫 돌봄 노동을 다른 가족에게 전가하는 빌미가 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오늘의 TMI.


로맨스 피싱 당한 스위스 청년, 범인 잡고 돌아갔다.

  • 얀 안드레 아발로(27세, 대학생)는 “가장 나쁜 건 아무것도 안 하는 것”이라며 “범죄를 저지르면 꼭 붙잡힌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 아버지 사망 보험금으로 받은 25만 달러 가운데 15만 달러를 인스타그램에서 만난 한국인 여성에게 송금했다. 이 여성은 “빚을 갚아주면 스위스에 찾아가서 결혼하겠다”고 했다.
  • 알고 보니 여자 친구 사진을 이용한 한국 남성의 피싱 사기였다. 아발로는 한국에 들어와 계속 대화하다가 지하철 물품 보관소에 현금을 맡겨두라고 하자 가짜 현금을 담아두고 경찰과 함께 사흘 동안 잠복한 끝에 범인을 붙잡았다.

틱톡 퇴출 통과될까.

  • 미국 의회는 틱톡이 미국 이용자들의 개인 정보를 빼내 가는 것으로 의심한다. 하원에서 민주당과 공화당이 틱톡 퇴출에 합의한 상태다. 표결만 남았다.
  • 틱톡 사업권을 165일 안에 매각하지 않으면 애플과 구글 앱스토어에서 제거하겠다는 내용이다. 중국과 연결고리를 끊거나(미국 기업에 팔거나) 퇴출시키겠다는 극단적인 압박이다.
  •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액티비전이 인수 의향을 밝힌 바 있다. 오픈AI 등이 공동 인수 후보로 거론된다.
  • 도널드 트럼프(전 미국 대통령)도 변수다. “틱톡을 없애면 메타가 두 배로 성장할 것”이라며 “지난 선거에서 사기를 친 페이스북이 더 잘되기를 바라지 않는다”고 말했다.

TSMC는 50억 달러 받는다.

  • 삼성전자와 경쟁하는 대만 반도체 기업이다. 미국 애리조나주에 400억 달러를 들여 공장을 짓고 있는데 미국 정부가 보조금을 지급할 거라고 한다. 당초 예상의 절반으로 줄어든 규모다.
  • 삼성전자는 텍사스주에 170억 달러를 들여 공장을 짓고 있는데 보조금이 줄어들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TSMC 제공.

윤석열이 던진 마일리지 합병.

  •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을 앞두고 마일리지 병합이 뜨거운 감자였는데 윤석열이 “단 1마일의 피해도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질렀다.
  • 중앙일보는 “문제는 제휴 마일리지”라고 지적했다. 이를테면 신용카드 마일리지 가운데 아시아나항공은 1000원에 1.5마일인데 대한항공은 1000원에 1마일인 경우도 있다. 아시아나항공 마일리지를 대한항공 마일리지로 1:1 전환하면 부담이 많이 늘어나게 된다.
  •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아시아나항공 마일리지의 가치는 9500억 원에 이른다.
  • 이은희(인하대 교수)는 “대통령이 선제적으로 ‘불이익 불가’ 방침을 선언함에 따라 향후 마일리지 개편에 대한 여론 부담의 상당 부분은 대한항공이 지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인천국제공항공사 제공.

밑줄 쳐 가며 읽은 칼럼.


북유럽 따라가는 걸로 안 된다.

  • 핀란드도 지난해 합계출산율이 1.26명까지 떨어졌다. 스웨덴도 1.45명에 그쳤다. 한국만 떨어지는 게 아니다. 대만은 0.87명, 싱가포르도 0.97명밖에 안 된다. 중국도 곧 0명대로 진입할 거라는 관측이 나온다.
  • 최준영(율촌 전문위원)은 “세계적으로 출산은 모든 것을 갖춘 자들만의 특권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 “대한민국이 당면한 저출산이라는 과제는 세계 보편적 문제이며, 사회 환경 변화에 따른 인식 변화가 누적되면서 나타난 인류 초유의 공통 과제이다. 한정된 자원을 단기간 저출산 극복이라는 불가능한 과제에 투입하는 것은 당연히 비효율적이다. 저출산의 극복이 아니라 저출산 사회에 어떻게 적응할지를 고민하고, 어디에 자원을 투입할 것인지를 판단하는 것이 우리의 과제가 되어야 한다.”

기후 정치는 미래의 정치다.

이재용에게 좋은 게 한국에도 좋다고?

  • 윤홍식(인하대 교수)은 착각이라고 본다. “재벌 총수에게 좋은 게 국민에게 떡고물이 되어 떨어진 시대는 이미 30여 년 전에 끝났다”는 이야기다.
  • “우리가 여전히 재벌 총수에게 좋은 게 국민에게도 좋은 것이라는 착각에 빠져 있다면, 이는 확실하지도 않은 눈앞의 작은 이익에 눈이 멀어 우리 모두의 불행을 자초하는 것”이라는 이야기다.
  • “재벌 총수에게 좋은 것이 국민 다수에게 나쁜 것일 수도 있다는 현실을 직시하자. 이재용 회장이 삼성은 아니다. 삼성도 대한민국이 아니다.”
이재용(삼성전자 회장). 2023년 3월 26일. 중국 텐진 사업장. 삼성뉴스룸 제공.

피드백.


모든 통계를 의심하라.

  • 3월8일 슬로우레터에서 인용한 대기업 일자리 비중은 원본 데이터에 논란이 좀 있었습니다. KDI(한국개발연구원) 자료인데 한겨레는 한국이 그리스보다 GDP가 8배인데 250명 이상 대기업 수는 더 적다고 지적했죠.
  • KDI가 “더 많은 대기업 일자리가 필요하다”는 보고서를 냈는데 조금만 들여다봐도 숫자가 이상하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250명 이상 대기업 일자리 비중이 14%라는데 통계청 데이터를 보면 300명 이상 일자리가 32%가 넘습니다.
  • KDI 데이터는 사업체 기준이고 통계청 데이터는 기업체 기준이라 다릅니다. 사업체 기준으로 잡으면 은행 지점 등이 대기업에 포함되지 않으니 대기업 비중이 더 적게 잡힌다는 게 경향신문의 지적입니다.
  • KDI도 실수를 인정했고요. “기업체 기준으로 집계한 일자리 행정통계가 있다는 사실은 몰랐던 부분”이라며 “기업체 기준으로는 (결과가) 달라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군요. “보고서 작성 당시에는 OECD 통계가 사업체 기준으로 집계한 것으로 간주했는데, 확인해 보니 OECD는 기본적으로 기업체 단위로 집계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동일한 기준으로 나열하면 (국가별 대기업 비중)순서가 바뀔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아직 KDI 홈페이지에는 별다른 공지가 없습니다.
  • 한겨레는 “(대기업의 일자리 비중이 작다는 건) 소수 재벌 대기업으로의 경제력 집중을 빼놓고 설명하기 어렵다”고 지적했지만 KDI 자료에 기업체 기준과 사업체 기준이 뒤섞여 있다면 이 자료만 두고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 (”경제 규모가 같다고 가정하면, 그리스의 대기업 수가 한국보다 8배 이상 많다”는 설명도 정확하지 않습니다. ‘대기업 수’가 아니라 ‘대기업 일자리 수’라고 해야 하고요. GDP가 8배라고 대기업 일자리 비중이 8배가 돼야 한다는 비교도 이상하죠.) 일단 재벌이 없는 나라들 가운데서도 한국보다 대기업 일자리 비중이 작은 나라가 상당수 있습니다.
  • 슬로우뉴스도 KDI 보고서를 꼼꼼히 검증하지 못했습니다. 경향신문은 KDI 자료가 왜곡됐다고 지적했고 한겨레는 아직 정정 보도가 없습니다.
  • KDI 같은 공신력 있는 연구 기관이 낸 자료도 황당무계한 실수가 있을 수 있고 언제나 한 번 더 확인하고 검증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습니다.

‘쓸고퀄’이지만 기사 AS.

  • 2020년 경제총조사 데이터에서 좀 더 구체적인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 한국의 기업체 수는 576만 개인데 사업체 수는 603만 개입니다. 2개 이상의 사업체를 두고 있는 기업이 비율로는 1%지만 종사자 수로는 29%를 차지합니다. 여기에서 통계의 불일치가 발생하죠.
  • 핵심은 이것입니다. 사업체 기준으로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나누면 안 됩니다.
  • 기업체 기준으로 정확하게 대기업은 몇 %일까요. 통계가 워낙 제각각이라 갖다 붙이기 나름이라고 보는 게 맞습니다. 매출액이 0원이고 유급 종사자가 0명인 기업들을 포함할 거냐 말 거냐에 따라 달라지지만 그나마 일자리 행정통계가 일자리 비중을 가장 잘 나타낸다고 할 수 있습니다. 300명 이상을 고용하는 기업이 전체 일자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2.5%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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