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우레터 2023년 10월 10일
‘피의 보복’이 시작됐다.
- 오늘 아침 신문 1면은 모두 이스라엘 소식이다. 가자 지구에 지상군 투입이 임박했다는 사실을 제목으로 뽑은 신문이 많고 시민 피해를 강조한 신문도 있다. 경향신문 머리기사도 눈길을 끈다. “극단의 전쟁, 시민은 없었다.”
- 베냐민 네타냐후(이스라엘 총리)가 “하마스가 있는 모든 곳을 폐허로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가자 지구는 이미 전기와 물이 끊긴 상태다.
- CNN은 “대학살(carnage)이 우려된다”고 보도했다. 하마스가 이스라엘에서 납치한 100여 명의 인질을 인간 방패로 내세울 가능성도 있다.
- 한국의 전쟁 위험을 강조한 신문도 있다. 세계일보는 “한국도 북한의 장사정포 기습 공격에 대비해야 한다”는 기사를 머리기사로 내걸었다. 조선일보도 “우리 군의 안보 전략에도 비상이 걸렸다”고 경고했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미국-이란 대리전으로 번진다.
- 하마스의 배후에 이란의 이슬람혁명수비대(IRGC)가 있었다. 8월부터 이스라엘 공격을 준비했다는 월스트리트저널 보도를 여러 언론이 인용하고 있다.
- 이란은 공식적으로는 개입을 부인했지만 “하마스의 공격은 합법적인 방어”라고 평가했다. 미국이 항공모함을 파견하는 등 발 빠르게 움직인 것은 이란의 개입을 차단하기 위해서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하마스의 공격 이유 세 가지.
- 인남식(국립외교원 교수)의 분석이 돋보인다.
- 첫째, 팔레스타인 내부의 주도권 경쟁이다. 이스라엘에서 팔레스타인인은 가자 지구와 서안 지구에 분산돼 있다. 서안지구의 파타가 상대적으로 온건 성향인 것과 달리 하마스는 무력 충돌로 차별화하려는 것 같다는 분석이다.
- 둘째, 이스라엘의 혼란을 부추기려는 전략이다. 베냐민 네타냐후(이스라엘 총리)의 사법 제도 개편을 두고 비판이 들끓는 지금이 공격 시점이라고 봤을 거란 이야기다.
- 셋째,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의 수교를 막으려는 지정학적 포석이다. 인남식은 “이슬람권의 맏형(사우디아라비아)이 이스라엘과 손을 잡으면 팔레스타인의 존립 기반이 더욱 위태로워진다”면서 “판을 흔들기 위한 도발을 한 셈”이라고 분석했다.
- 이스라엘의 고민은 두 가지다.
- 첫째, 이스라엘 국민들이 포로로 잡혀간 상태라 반격이 쉽지 않다.
- 둘째, 팔레스타인 민간인 피해가 늘어날 경우 안팎에서 비난이 쏟아질 수도 있다.
- 최악의 시나리오를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상대를 배척하는 종교의 교리가 담긴 종말론 즉 아마겟돈의 서사다. 이 서사는 현실이 되면 안 된다. 비유로만 남아야 한다.”
한국형 ‘아이언 돔’은 없다.
- 세계 최강이라 자랑하던 이스라엘의 ‘아이언 돔’은 한꺼번에 쏟아진 5000발의 로켓을 막지 못했다.
- 한국도 ‘아이언 돔’ 도입을 검토했으나 북한은 한 시간에 최대 1만6000발을 쏠 수 있다. 게다가 방어지역도 넓다. “하마스가 가랑비라면 북한은 집중호우”라는 표현도 나온다. 한겨레는 “철통같은 ‘아이언 돔’이 뚫린 게 아니라 애초에 ‘아이언 돔’ 자체가 철통이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 안홍욱(경향신문 논설위원)은 “’아이언 돔’이 아니라 대화와 협력을 통해 쌓는 평화가 더 우수한 방어체계”라고 지적했다.
오늘의 TMI.
김행 금지법 만든다.
- 신현영(민주당 의원)이 발의했다. 인사청문회에 정당한 이유 없이 출석하지 않거나 중도 퇴장한 경우 사퇴한 것으로 간주한다는 내용이다.
- 국민의힘은 권인숙(여성가족위원장)이 편파적으로 의사 진행을 해 항의 차원에서 퇴장한 것이지 도망간 게 아니라는 입장이다. 그래서 아직 청문회가 끝난 게 아니라는 해석도 나온다.
- 대통령실 분위기도 달라졌다. 강행한다는 입장이었는데 일단 비워두고 가는 게 좋다는 의견을 검토하고 있다는 게 동아일보 보도다. 국민의힘이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전망을 좋지 않게 보고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가능하다.
이영애의 신문 광고.
- 경향신문에 의견 광고가 실렸다.
- 이영애가 이승만 기념관에 기부한 걸 두고 경향신문과 인터뷰한 정병욱(역사문제연구소 소장)은 “이승만 중심으로 역사를 다시 쓰려는 의도”라며 “이승만 기념관 건립과 같은 작업의 최종 목표는 건국사를 다시 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 오마이뉴스는 이를 인용해 ”이영애의 기부가 오히려 갈등을 증폭시키는 촉매제 역할을 하는 듯해 안타까울 뿐”이라고 지적했다.
- 이영애는 오마이뉴스에 보내는 편지 형식의 의견 광고에서 “이념을 앞세워 서로 미워하며 갈등하는 것보다는 포옹하며 감싸주는 화합이 우리나라를 더 성숙한 자유민주주의 국가로 발전시키는 게 아닌가 싶어서 돌아가신 대통령 모든 분들의 공을 기리며 기념재단에 기부를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한 달 1만7926명(9월), 신생아 최저 기록 깨졌다.
- 지난 4월 기록한 역대 최소 출생인구보다 더 줄었다. 사망자는 2만6257명, 한 달 사이 인구가 7212명 줄었다.
- 한국 인구 평균 연령은 44.6세다.
해법과 대안.
모성보호 위반, 사법 처리는 6% 뿐.
- 오늘은 임산부의 날이다.
- 6년 동안 모성보호 위반이 6174건인데 이 가운데 야간근로나 휴일근로 관련 위반이 78%, 시간외 근로 위반이 8%였다.
- 직장갑질119에 따르면 직장인 46%가 육아휴직을 자유롭게 쓰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신질환은 가족 책임? 치료 공백이 문제다.
- 보호의무자 제도 때문에 경찰이나 지방정부가 개입을 꺼린다는 게 동아일보의 진단이다. 강제 입원을 시키려면 보호의무자의 동의가 필요한데 조건이 까다로워 보호의무자로 인정는 것도 쉽지 않다.
- 보호의무자의 요청으로 입원하는 경우가 68%, 경찰과 지방정부의 요청으로 응급입원하는 경우가 각각 22%와 10%다.
- 핵심은 치료받게 하는 것이다. 정신질환자 범죄가 늘어나는 것은 치료 시기를 놓쳤기 때문이다. 제때 치료를 받으면 범죄를 저지르는 비율이 일반인보다 낮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관된 견해다.
- 사법입원제 도입보다 보호의무자 제도 개선이 더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족이나 후견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중립적이고 독립적인 심사 기관이 입원과 퇴원을 결정하게 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 백종우(경희대 교수)는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 제도를 폐지하는 것이 인권과 치료를 동시에 보장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의 첫걸음”이라고 강조했다.
스쿨존 벌금 너무 낮다.
- 오스트레일리아 뉴사우스웨일스주에서는 스쿨존 과속에 최대 4000호주달러의 벌금을 부과한다. 원화로 344만 원 정도다.
- 한국은 무인 단속 장비를 두 배로 늘렸지만 교통 사고가 줄어들지 않았다. 5년 동안 17명의 어린이가 스쿨존 교통사고로 죽었다.
다르게 읽기.
가치 착출이 지배하는 주식시장.
- 주식시장이 기업에 자금을 조달하는 기능보다 번 돈을 빼내가는(value extraction) 수단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신장섭(싱가포르국립대 교수)은 “주주 환원은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을 늘리도록 해 투기 이익을 높이기 위한 정치적 용어”라고 지적했다.
- 주식시장 참가자들은 대부분 기업이 투자를 잘할 가능성을 놓고 투기하는 것이지 자신이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 지난해 기준으로 신주 발행 등으로 주식시장에 유입된 돈은 22조 원인데 배당과 자사주 매입으로 주주들에게 빠져나간 돈은 48조 원이다.
- 2000년부터 2022년까지 유입은 184조 원인데 유출은 344조 원이다.
- 신장섭은 “정부가 기업과 주식시장의 중간에서 가치창조와 가치착출 간에 균형을 잡아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정감사에 기업인 증인 95명.
- 3분 발언하려고 9시간 기다린다는 말이 나온다.
- 중앙일보가 증인과 참고인 명단이 확정된 10개 상임위를 집계했더니 기업인이 95명이었다. 나머지 7개 상임위를 더하면 지난해 144명을 넘어설 거라는 전망이다.
- “일단 센 사람 불러놓고 보자”는 분위기 이면에는 “의원들 힘 과시용”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종천(숭실대 교수)은 “내가 이만큼 힘이 있다는 걸 과시하려는 일종의 완장질“이라고 지적했다. ”정치 공세를 위한 증인 벌세우기만 반복한다”는 지적도 있다.
더 깊게 읽기.
미국의 허락이 떨어졌다.
-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중국 공장에 미국 반도체 장비 반입을 허용하기로 했다. 이게 반도체 업계에서는 매우 중요한 뉴스다.
- 지난해 10월 1년 유예를 해줬고 다시 연장해 달라고 했는데 통 크게 기한 없이 허용하겠다는 답변이 왔다.
- 급한 불은 껐고 3~4년 정도 더 중국 공장을 유지할 수는 있지만 중국 리스크가 여전히 남아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 미국 정부의 보조금을 받는 반도체 기업들이 중국 공장의 생산능력을 10년 동안 5%를 초과해 확장하지 못하게 하는 ‘반도체법 가드레일’ 규정이 여전히 변수다.
밑줄 쳐 가며 읽은 칼럼.
16년 동안 아무 것도 안 했다.
- 연금 개혁 이야기다. 국민의힘은 재정 안정화를 강조했고 민주당은 소득 보장 강화를 강조했다. ‘더 걷고 덜 받자’와 ‘더 받자’의 간극을 좁히지 못했다.
- 문재인 정부는 손을 놨고 윤석열 정부도 남은 시간을 허비할 가능성이 크다.
- 전문가들은 재정안정-소득보장-공무원연금 등과의 형평성 제고 등 단계적 개혁을 점진 추진하자고 제안했다. 국회가 연금 특위 활동 기한을 내년 5월까지 미뤘지만 임기 막판이라 흐지부지될 가능성이 크다. 장인철(한국일보 논설위원)은 “이러니 한국 정치가 4류 소리를 안 듣겠느냐”고 비판했다.
군인은 무엇을 지키느냐는 질문.
- “미국의 군대가 지키는 것은 국가, 집단이나 종교가 아닙니다. 군주, 폭군 또는 독재자도 아닙니다. ‘독재자가 되고 싶어 하는 사람’도 물론 아닙니다. 우리는 미국의 헌법, 미국이라는 가치를 수호하겠다고 서약했고, 이를 위해 기꺼이 목숨을 내놓습니다.”
- 마크 밀리(미국 합참의장)의 이임사가 화제다. 2019년 도널드 트럼프(당시 미국 대통령)가 임명했고 4년 임기를 채우고 물러나면서 한 말이다.
- “우리가 흘리는 피는 표현의 자유를 위한 것입니다. 군이 피를 흘리는 이유는, 집회의 자유, 적법절차, 언론의 자유, 투표권, 그 밖의 미국인이기에 누릴 수 있는 모든 기본권을 지키기 위한 것입니다.”
- 유정훈(변호사)은 “한국의 군대는 구체적으로 무엇을 지키려고 하느냐”고 묻는다. 국민을 위해 목숨을 바친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이야기다.
한국판 베버리지 보고서를 만들어 보자.
- 박래군(인권재단 사람 이사)의 제안이다. 1942년 영국 정부의 요청으로 만든 사회보장 제도의 이론적 바탕이 된 보고서다.
- “총선 전에 시민사회에서부터 ‘한국판 베버리지 보고서’를 만드는 작업을 착수하면 어떨까? 전쟁 중에도 미래를 위해 준비했던 베버리지의 열정이 한국 시민사회에 요구된다. 앞이 보이지 않는 답답한 때일수록 미래를 열어갈 비전을 치열하게 고민하고, 모아가야 한다.”
누가 수박인가 따져보자.
- 손호철(서강대 교수)의 도발적인 칼럼이 눈길을 끈다.
- “민주당을 전체주의로 이끌고 있는 ‘개딸’과 친명 강경파들이야말로 국민의힘 프락치 아니냐”는 지적이다. 손호철은 “분단 상황에서 오랫동안 사용돼 온 역사적 개념인 ‘수박에 대한 모독’”이라고 지적했다.
- 한국에서 ‘수박’은 역사적 맥락이 있다. 군사 독재 시절 검찰은 공안 사범을 세 가지 과일로 분류했다. 토마토는 겉도 빨갛고 속도 빨간 빨갱이, 사과는 겉은 빨갛지만 속은 하얀 우파, 그리고 수박이 겉은 푸른데 속은 빨간 위장된 좌파라는 분류였다.
- 손호철은 오히려 “민주당의 진짜 문제는 겉으론 ‘중도우파’ 정당에 속해 있지만 속은 ‘좌파’ 내지 ‘진짜 진보’인 ‘진정한 수박’ 의원이 없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보궐 선거 이기는 쪽이 내년 총선에 진다?
- 이관후(건국대 교수)는 “보궐선거의 승리가 이긴 쪽의 오만함을 극대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이관후는 오만함에 대한 심판이 민주주의의 핵심 원리라고 본다.
- 한국 국민들은 특히 더 권력의 오만함을 싫어한다. “보궐선거 승리가 총선에서 독배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오늘의 슬로우뉴스.
아이를 차에 두고 내리는 엄마아빠들.
- 미국에서는 지난 25년 동안 940명의 아이들이 방치된 차 안에서 죽었다. 한국은 정확한 통계가 없지만 어린이집 통원 차량에서 방치된 어린이가 숨진 사건도 있었고 뇌 손상으로 의식 불명에 빠진 사건도 있었다.
- 아이들의 사망 원인은 대부분 고열로 인한 장기 손상이다. 몸이 붉다 못해 자주색으로 익고 몸 안의 장기가 자가 분해된다. 머리를 쥐어뜯은 채 발견되는 경우도 많다. 안전벨트에 묶여 발버둥치다가 손톱이 다 빠진 채 발견된 아이도 있었다. 뒷좌석에서 아이가 죽어있는 줄도 모르고 죽은 아이를 태우고 어린이집으로 아이를 데리러 온 아빠도 있었다.
- 워싱턴포스트가 소개하는 해법은 다음과 같다. 스마트폰이나 핸드백, 사무실 출입증 등을 아이 옆에 두는 것도 좋다. 스마트폰을 집어들려면 아이를 확인해야 한다. 아이를 차에 두고 갈 수는 있지만 스마트폰을 두고 가는 경우는 많지 않고 10분 만에 스마트폰을 찾으러 다시 돌아올 것이다. 카시트를 뒷좌석에 설치하려면 카시트에 커다란 곰 인형을 앉혀 두는 방법도 추천한다. 아이를 카시트에 앉히려면 곰 인형을 조수석으로 옮겨야 한다. 곰 인형이 옆자리에 앉아 있으면 아이가 뒤에 앉아있다는 의미다. 어린이집이나 베이비시터와 시간 약속을 하는 것도 좋다. “9시 반까지 내가 애를 데려오지 않으면 저에게 꼭 전화를 해주세요.”
- 문제를 드러내는 것은 여전히 중요하다. 다만 문제를 전시하고 비극을 강조하는 것만으로는 변화를 만들 수 없다. 간단한 것부터 시작할 수 있다.
Hey there! This is kind of off topic but I need some help from an established blog. Is it very difficult to set up your own blog? I’m not very techincal but I can figure things out pretty fast. I’m thinking about making my own but I’m not sure where to begin. Do you have any ideas or suggestions? Many than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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