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공유하기

[슬로우데이터] 보도자료에서 숫자를 이야기하는 방법.

서울시가 지방세 체납을 카카오톡 메시지로 알려주는 서비스를 한 달 동안 테스트했는데 결과가 흥미롭다.

  • 5만 건을 발송했는데 카톡을 열어본 사람 비율은 24%다.
  • 카톡 메시지를 열어본 사람 가운데 66%가 세금을 냈다. 일단 읽게 만들면 행동을 유도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 카톡을 보낸 사람 대비 세금을 낸 사람 비율이 24%다. 박지수(서울시 재무국 세무과 직원)는 “기간이 짧아 종이 고지서와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면서도 “꽤 높은 비율이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 메시지를 열어보지도 않고 세금을 낸 사람도 전체 발송 건수 대비 8%나 됐다. (세금을 낸 사람 가운데 34%는 열어보지 않고 낸 사람들이다.) 물론 이들은 카톡 메시지와 상관 없이 냈을 수도 있고 제목만 보고 냈을 수도 있다.
  • 5만 건을 발송하는 데 든 비용은 470만 원. 만약 종이 고지서로 발송했다면 4500만 원이 들었을 것이란 설명이다. 탄소 배출을 484kg 줄이고 53그루의 나무를 심는 효과다.
  • 송영민(서울시 세무과장)은 “지방세 체납자 가운데 92%가 30만 원 이하의 소액 체납”이라면서 “종이 고지서 제작과 발송으로 인한 높은 징수 비용과 장기 체납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새로운 시도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TMI.


  • 서울시 보도자료에 표현이 명확하지 않아 여러 언론이 정확하지 않은 설명을 내보냈다.
  • 원문은 다음과 같다. “시범운영 1개월 동안, 카톡 체납 알림으로 수신된 약 5만 건의 체납 중 1만2000건이 납부(납부율 24%)됐고 상세 내역을 열람한 경우 수신자의 66%가 납부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상세 내역을 열람하지 않고도 전체 납부 완료 건 대비 34%에 달하는 납세자가 체납액을 납부하는 등 카톡체납 알림 안내 서비스가 체납 징수율을 높이는 데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 연합뉴스가 제목에 “3명 중 2명 납부”라고 썼고 상당수 언론이 그대로 인용했는데, 정확하게는 “카톡을 열어본 사람 가운데 3명 중 2명이 냈다”고 해야 한다. 슬로우뉴스 슬로우레터도 “지방세 체납, 카톡 알림 했더니 66%가 납부”라고 중간 제목을 뽑았는데 정확한 표현이 아니다. (지금은 수정했다.)

‘쓸고퀄’이지만 정확한 설명은 다음과 같다.


  • A: 카톡을 열어보고 납부한 사람은 16%.
  • B: 열어보고 납부하지 않은 사람은 8%.
  • C: 안 열어보고 납부한 사람은 8%.
  • D: 안 열어보고 납부도 안 한 사람은 68%다.
  • 납부한 사람 비율이 24%(=A+C)라는 것도 중요하지만 C는 카톡 효과인지 아닌지가 명확하지 않다.
  • 일단 카톡을 열어본 사람이 24%(=A+B)라는 건 확실한 도달률 지표다.
  • 열어본 사람 가운데 납부한 사람 비율이 66%(=A÷(A+B))라는 것도 의미있는 데이터다.
  • 서울시는 C가 전체 납부 건수(=A+C) 대비 34%(=C÷(A+C))라는 사실을 강조했는데 역시 C와 카톡의 인과 관계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크게 의미 부여를 하기 어렵다.
  • 참고로 [납부한 사람(A+C) 가운데 안 열어보고 납부한 사람(C)이 34%]라는 사실은 [열어본 사람(A+B) 가운데 납부한 사람(A)이 66%]라는 사실과 전혀 별개다. A+C=100%가 된 건 공교로운 우연이다.

아쉬운 대목.


  • 서울시 보도자료에는 공무원들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숫자가 들어있지만 전체 맥락을 읽기에는 부족했다. 가뜩이나 이 경우는 24%라는 숫자가 우연히 두 군데 나타나고 34%도 공교롭게 겹쳐서 혼란을 유발했다.
  • 확실하게 하려면 정확한 숫자를 공개하면 된다. 5만 건을 발송했는데 A와 B, C, D가 각각 몇 명이라고 밝혔다면 훨씬 정확한 기사를 쓸 수 있었을 것이다. 공무원들이 임의로 뭐가 중요한지 판단하고 데이터를 임의로 선택하기 때문에 만든 혼동이다. 공개 가능한 모든 로 데이터를 첨부하고 기자들이 판단하게 하면 된다.

관련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