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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려터진 넷플릭스? 누가 망 중립성을 건드리는가

영화 ‘봄날은 간다’에서 은수가 상우에게 묻는다. “라면 먹고 갈래?”

미국에서는 언젠가부터 비슷한 느낌으로 “Netflix and chill?”이라고 한다고 한다. 우리 집에 가서 넷플릭스나 볼까? 그만큼 넷플릭스가 일상의 한 부분이 돼 있다는 이야기다.

Image by imnow316 on Pixabay

세계적으로 가입자가 1억4,000만 명에 육박하고 한국에서도 100만 명을 넘어선 공룡 사업자, 넷플릭스가 망 중립성 논쟁에 다시 불을 붙이고 있다. 망 중립성(Net Neutrality)이란 네트워크 사업자가 모든 데이터를 동등하게 다루고, 사업자와 내용·플랫폼·전송방식 등에 어떤 차별도 하지 않아야 한다는 합의된 원칙이다.

트래픽을 감당할 수 있나?

문제는 넷플릭스의 가입자가 급증하고 트래픽 부담이 늘어나면서 네트워크 회선을 늘려야 하는데 그 비용을 누가 부담하느냐를 두고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당장 넷플릭스가 버벅거리면 이용자들은 넷플릭스를 탓하기 보다는 통신 사업자를 탓하게 된다. 이른바 OTT(스트리밍 비디오) 서비스가 TV를 대체하고 IPTV 시장까지 잠식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한국에서는 3위 사업자인 LG유플러스가 지난해 11월부터 IPTV 셋톱박스를 통해 넷플릭스를 공식 서비스하고 있다(참고 링크). 지난달 25일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킹덤’이 공개된 직후 5일 동안 LG유플러스의 신규 가입자 수가 평소보다 3배 늘었다는 발표도 있었다.

유플러스 블로그에서 이미지 일부 발췌 https://blog.uplus.co.kr/3381

유플러스 블로그에서 이미지 일부 발췌

넷플릭스가 공개하고 있는 데이터에 따르면 한국에서는

  1. LG유플러스 3.87Mbps로 가장 빠르고
  2. KT 2.68Mbps,
  3. SK브로드밴드 1.64Mbps이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통신 3사 모두 망 증설에 막대한 비용을 쏟아 붓고 있지만 트래픽 증가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나마 LG유플러스는 넷플릭스와 제휴를 맺고 캐시 서버를 설치하면서 빨라진 편이지만, KT와 SK브로드밴드는 이용자들이 화질이 떨어진다며 항의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넷플릭스와 손을 잡자니 IPTV 시장을 송두리째 내줄 판이고, 넷플릭스를 무시하자니 이용자들의 불만을 방관할 수 없는 상황이다.

문제는 밑빠진 독처럼 망을 늘려 봐야 늘어나는 넷플릭스 트래픽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페이스북도 비슷한 논란을 치렀지만, 캐시 서버까지는 갖다 줄 테니 망 사용료(회선 연결 비용)은 통신사들이 부담하라는 게 서비스 사업자들 주장이고, 캐시 서버가 아니라면 막대한 국제 회선 접속 비용을 물어야 할 판이라 질질 끌려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통신3사 인터넷 속도

망 중립성 원칙의 오해와 진실

망 중립성 논란의 쟁점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서비스 사업자들에게 망 사용료를 받을 것인가. 네이버와 카카오 등 한국 사업자들만 수백억 원의 망 사용료를 내고 있어 역차별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일부 언론에서 페이스북이 KT와 SK브로드밴드에 망 사용료를 내기로 했다는 보도와 함께 유튜브와 넷플릭스 등도 망 사용료를 부담해야 한다는 주장이 계속되고 있는데 페이스북은 망 사용료를 내는 게 아니라 한국에 캐시 서버를 설치하고 연결 비용을 일부 부담하기로 한 것이라 성격이 조금 다르다.

둘째, 망 사용료를 받는다면 그 비용은 최종적으로 누가 부담할 것인가. 인터넷이 고속도로라면 넷플릭스나 페이스북, 유튜브 등은 고속도로를 지나는 자동차라고 할 수 있다. 가입자 입장에서는 이미 통행료(통신요금)를 부담하고 있는데 자동차 회사에 추가로 도로 증설 비용을 요구하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망 사용료를 부과하면 넷플릭스 등의 요금이 오르게 되고, 이미 통신요금을 내고 있는 가입자들이 우회적으로 요금을 추가로 부담하게 된다.

셋째, 5G 시대라고 다를까. 통신사들이 계속 요구하는 것은 차등 요금제를 두자는 것이다. 회선에 과감한 투자를 해서 좀 더 빠른 속도의 서비스를 내놓을 테니 요금을 더 올릴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이다. 언뜻 그럴 듯한 이야기지만, 한 번 망 중립성 원칙이 무너지면 저가 요금제의 서비스를 떨어뜨리면서 결국 전체적으로 요금을 올리는 결과가 될 가능성이 크다. 5G에 사활을 걸고 있는 통신 사업자들은 좀 더 빠른 서비스를 명분으로 요금을 올리려할 것이고 그 과정에서 어떻게든 망 중립성 원칙에 손을 대려할 것으로 보인다.

넷플릭스

넷플릭스 같은 거대 콘텐츠 사업자들이 진출하면서 토종 OTT 서비스가 무너지고 IPTV 시장이 흔들리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역차별을 막는다는 이유로 새로운 규제를 만들 명분이 없다. 해외 서비스 사업자들에게도 망 사용료를 부과해야 한다는 주장은 통신사들의 이해를 반영한 것이고 역시 명분이 없다. 결국 서비스 경쟁으로 풀어야 할 문제고 망 중립성의 원칙을 허물어야 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라고 볼 수도 없다.

복잡하지만 분명한 것은 있다. 인터넷은 공공재다. 인터넷에 접속하는 누구나 동등하게 정보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게 세계적으로 합의된 원칙이다. 미국에서 지난해 6월 연방통신위원회(FCC)가 망 중립성 원칙을 공식 폐기했지만, 여전히 주마다 입장이 다르고 구글과 페이스북 등이 법적 투쟁을 예고하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는 상태다. 일부 언론이 미국도 망 중립성 원칙을 버렸다며 호들갑을 떨고 있지만 동의할 수 없다.

망 중립성은 사업자들의 밥그릇 싸움이 아니라 열린 인터넷의 핵심 철학이다. 한국에서는 5G 서비스 도입과 함께 망 중립성 논쟁이 다시 재연될 조짐이다. 트래픽 부담이 크다는 이유로 특정 서비스를 차단하거나 속도에 차등을 둬서는 안 되고 그걸 허용해서도 안 된다. 중요한 것은 과점 구조의 통신사들이 담합해서 망 중립성 원칙을 훼손하고 특정 콘텐츠나 서비스를 차별하거나 가입자들에게 비용을 전가하는 것을 막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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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소개

이정환
슬로우뉴스 편집위원 / 미디어오늘 사장

더 나은 세상이 가능하다. 이정환닷컴! (leejeonghw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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