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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머니 환전 사건: 게임머니를 팔아도 환전

피고인에게 불리한 확장해석이나 유추해석 안 된다!

형법을 지배하는 중요한 원칙 중 하나로 유추해석금지의 원칙이라는게 있습니다. 유추해석금지의 원칙이란 형벌법규는 문언에 따라 엄격하게 해석·적용되어야 하고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확장해석하거나 유추해석해서는 안된다는 원칙을 말합니다. 만약 형벌 법규에 대한 해석과 적용이 자의적으로 이루어진다면 자의에 의한 입법을 허용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될 것입니다.

대법원은 2012년 12월 13일 유추해석 금지의 원칙과 관련한 흥미로운 판결을 선고했는데, 이번 기회에 판결 내용을 간략히 소개할까 합니다. 사건의 대략적인 사실관계는 다음과 같습니다. 한모 씨는 자신의 사무실에 컴퓨터를 설치해두고 악성 프로그램을 유포시킨 뒤, 악성프로그램에 감염된 사용자들의 정보통신망에 침입하여 상대방의 패를 보면서 게임을 하여 게임머니를 획득하였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획득한 게임머니를 일명 ‘게임머니상’들에게 넘기고 게임머니 100억당 현금 10~16만원을 송금받았습니다.

게임머니 환전 사건 개요

게임머니 환전 사건 개요

이에 검사는 한모씨를 게임산업진흥에관한법률(이하 ‘게임법’) 제32조 제1항 제7호(이하 ‘이 사건 조항’) 위반으로 기소하였는데 동 조항은 다음과 같습니다.

게임법 제32조 제1항 제7호

“누구든지 게임물의 이용을 통하여 획득한 유·무형의 결과물을 환전 또는 환전 알선하거나 재매입을 업으로 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된다”

위 사건에 대해 1심 법원은 유죄를, 2심 법원은 무죄를 선고했고, 대법원은 다시 유죄를 인정하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는데, 법원이 각각의 심급마다 다른 결론을 내린 이유는 이 사건 조항에 대한 해석이 각각 달랐기 때문입니다.

게임머니 환전건 판결 결과

게임머니 환전건 판결 결과

본 사건에서 가장 중요한 쟁점은 한모씨가 게임머니상에게 ‘게임머니를 넘기고 현금을 송금받은 행위’가 ‘환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였습니다.

2심: 게임머니를 넘기고 현금을 받는 것과 ‘환전’은 다르다

2심 법원에서는 이 사건 조항에서 말하는 ‘환전’이란 ‘게임머니를 받고 돈을 주는 행위’만을 의미하며, ‘게임머니를 주고 돈을 받는 행위’는 포함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는데,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수범자는 게임 제공업자로 한정된다고 해석

첫째, 이 사건 조항은 원래 ‘음반·비디오 및 게임물에 관한 법률’을 근거로 문화관광부장관이 고시한 ‘게임제공업소의 경품취급기준’에 규정되어 있다가 음반·비디오 및 게임물에 관한 법률이 폐지되면서 게임법에 규정된 것인데, 종래 문광부 고시에서는 ‘경품을 환전 또는 환전알선하거나 제공되어진 경품을 재매입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고 있었고, 이러한 조항은 ‘게임제공업자’만을 수범자로 한정하고 있었으므로, 이 사건 조항에 규정된 ‘환전’은 ‘게임결과물을 수령하고 돈을 받는 행위’만을 의미한다는 것입니다.

게임머니를 파는 것은 환전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해석

둘째, 종래 문광부 고시에서의 ‘환전’이 ‘게임결과물을 받고 돈을 주는 행위’만을 의미한 이상 종래 문광부 고시의 내용이 게임법으로 옮겨오면서 수범자가 ‘게임제공업자’에서 ‘누구든지’로 확대되었다고 하더라도 ‘환전’의 의미가 ‘게임결과물을 주고 돈을 받는 행위’까지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될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환전상을 규제하기 위한 규정

마지막으로 이 사건 조항은 환전이 아니라 환전을 ‘업으로’ 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게임결과물을 받고 돈을 주는 행위’를 ‘업으로’ 하는 소위 환전상을 규제하기 위한 처벌규정이라고 해석함이 상당하다는 것입니다.

  • 한모씨는 게임제공업자가 아니고,
  • 게임머니를 넘기고 돈을 받는 것과 ‘환전’은 의미가 다르며,
  • 이 사건 조항은 이런 행위를 주로 하는 전문 환전상을 규제하기 위한 것이니 환전상이 아닌 한모씨는 무죄다

결국, 2심 법원은 한모씨가 ‘게임결과물을 주고 돈을 받은 행위’는 게임법상의 ‘환전’이 아니기 때문에 게임법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대법원: 게임결과물을 주고 돈을 받으면 ‘환전’에 해당한다

하지만, 대법원은 2심 법원과는 정반대로 ‘게임결과물을 주고 돈을 받는 행위’도 ‘환전’에 해당한다고 결론을 내렸는데, 그 주요한 근거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이 사건 조항은 수범자를 ‘게임제공업자’가 아닌 ‘누구든지’라고 명시하고 있으므로 환전상이 아닐지라도 한모씨를 포함한 모든 사람이 이 사건 조항을 준수하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둘째, ‘환전’의 통상적 의미에는 ‘게임결과물을 수령하고 돈을 교부하는 행위’ 뿐만 아니라 ‘게임결과물을 주고 돈을 받는 행위’도 포함된다는 것입니다.

셋째, 이 사건 조항은 ‘환전 및 환전알선’과 ‘재매입’만을 규정하고 ‘매도’에 관하여는 규정하고 있지 않은데, ‘재매입’이란 이미 환전된 게임결과물을 다시 매수하는 행위로서 게임제공업자 등이 환전업자로부터 그가 환전행위로 취득한 게임결과물을 다시 매수하는 행위를 금지하고자 하는 것인데, 재매입의 상대방은 이미 게임결과물을 환전행위로 취득한 사람이어서 위 조항 중 ‘환전’ 부분에 의하여 규제대상이 될 것이기 때문에 ‘매도’에 대하여 별도로 규정할 필요가 없는 것일뿐, 위 조항에서 ‘매도’가 존재하지 않는 것이 ‘환전’의 의미를 ‘게임결과물을 받고 돈을 주는 행위’에 한정됨을 전제로 한다고 볼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주의! 업으로서의 환전을 금지, 단순 환전은 가능

마지막으로, 이 사건 조항은 게임결과물에 대한 환전·환전알선·재매입을 ‘업으로’ 하는 행위만을 금지하고 있을 뿐이고, 단순한 환전을 금지하고 있지 아니하므로 ‘게임결과물을 주고 돈을 받는 행위’가 위 조항이 정한 ‘환전’의 의미에 포함된다고 해석한다고 하더라도 처벌대상이 지나치게 확장되게 된다고 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즉, 대법원의 게임머니 환전에 대한 해석은 이랬던 것입니다.

  • ‘누구든지’라는 문구는 모든 사람이 이 규정을 준수해야 한다는 뜻이다
  • ‘환전’에는 ‘게임머니를 받고 돈을 주는 행위’ 뿐만 아니라 ‘게임머니를 주고 돈을 받는 행위’도 포함된다.
  • 규정에 ‘매도’라는 말이 없는 건 매도가 이미 환전에 포함되기 때문이지, 환전이 게임머니를 사는 경우만을 의미하기 때문은 아니다. 즉, 팔든 사든 모두 규제 대상이다.
  • 단순한 의미의 환전(예: ‘리니지’에서 단순 사용자가 게임에서 취득한 아이템을 사고파는 행위)을 금지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게임머니를 팔아 돈을 받는 행위가 환전이라 하더라도 처벌대상이 지나치게 넓어지는 건 아니다.

언어의 가능한 의미를 넘느냐 넘지 않느냐가 기준

대법원의 ‘환전’ 범위 해석은 해석가능한 언어 범위 내로 타당

유추해석이나 확장해석을 판단하는 기준은 형벌법규에 대한 해석이 언어의 가능한 의미를 넘는지 여부입니다. 국립국어원의 표준 국어 대사전은 ‘환전’을 ‘1. 환표로 보내는 돈’, ‘2. 서로 종류가 다른 화폐와 화폐, 또는 화폐와 지금(地金)을 교환함. 또는 그런 일’이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게임머니도 가상세계에서 사용되는 화폐이기 때문에 게임머니를 실제 화폐로 교환하는 것과 실제 화폐를 게임머니로 교환하는 것 모두 2.에서 말하는 환전에 포함된다고 해석할 수 있을 것이고, 그렇게 해석한다고 하여 언어의 가능한 의미를 넘는다고 볼 수는 없을 것입니다. 따라서, 대법원의 ‘환전’ 범위에 대한 판단은 유추해석 금지의 원칙에 반하지 않는 타당한 해석이라고 보여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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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소개

슬로우뉴스 편집위원, 게임물관리위원회 위원

집단지성과 민주주의를 지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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