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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9월 28일부터 개정된 의료법이 시행되면 의료광고와 관련해서 여러 가지 새로운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크게 다음 두 가지다.

1. 의료광고 심의제도 부활

가장 큰 변화는 의료광고에 대한 사전심의제도가 사실상 부활한다는 것이다.

본래 일정한 범위의 의료광고를 하려는 자는 사전에 광고물의 심의를 받아야만 했고, 심의를 받지 않은 광고를 할 경우 형사처벌과 행정처분을 받았다. 심의의 주체는 보건복지부장관이었다. 이러한 사전심의제도에 대해 2015년 12월 23일 헌법재판소는 위헌이라고 판단했다. 광고도 표현의 자유로 보장되기 때문에 행정권이 주체가 되어 사전에 발표 자체에 제한을 두는 것은 위헌이라는 취지였다. 사전심의제도가 잠시 사라진 동안에도 자의로 사전심의를 받고자 하는 의료인, 의료기관이 있으면 심의는 계속 할 수 있었지만, 더는 ‘의무’가 아닌데 누가 사전심의를 신청하겠는가. 그동안 의료광고는 사전심의 없이 비교적 자유롭게 진행되었다.[footnote]나는 2015년 대한한의사협회의 의료광고심의위원회 위원으로 위촉되었었다. 그런데 위촉 직후 헌재의 위헌 판결이 있었고, 사실상 심의회는 중단되었다.[/footnote]

다음 달 시행될 개정 의료법에서는 의료광고의 사전심의를 시행하되, 민간에게 심의권한을 위임하고 심의기관도 여러 개 둘 수 있도록 했다. ‘행정청’에 의한 사전심의가 아니라는 점을 부각하여 규정한 것이다. 물론, 아무리 민간에 권한을 위임했더라도 사전심의를 받지 않은 의료광고는 전혀 시행할 수 없다는 점, 민간 심의기관이 사실상 행정청의 권한의 위임을 받아 심의를 할 것이라는 점에 비추어 볼 때 개정법 역시 위헌성을 띠고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일단 사전심의제도가 부활한다는 것이다.[footnote]나도 다시 한의사협회의 의료광고심의위원으로 위촉되어 활동을 앞두고 있다.[/footnote]

사전심의제도가 사라졌던 2년 반 가량 시행되었던 의료광고는 이제 어떻게 될까? 원칙적으로는 2018년 9월 28일 이후에도 계속 진행될 광고라면 사전심의를 받아야 할 것이고, 심의받지 않은 광고를 9월 28일 이후에도 시행할 경우에는 형사처벌 및 행정처분(경고)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만약 새로운 의료법에 따라 사전심의를 받지 않았다는 점을 이유로 형사처벌 및 행정처분을 받는 사례가 나타나다면 사전에 허락받지 않은 표현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것에 대한 위헌 판단을 다시 한 번 받아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의료광고에 관한 사전심의가 부활한다. (출처: Truthout.org, CC BY)
의료광고에 관한 사전심의가 부활한다. (출처: Truthout.org, CC BY)

2. ‘환자에 관한 치료경험담’의 광고 금지

지금까지의 법률에서는 ‘소비자로 하여금 치료 효과를 오인하게 할 우려가 있는 광고’만을 금지했었다. 진료나 수술 후기를 이용한 광고는 전면적으로 금지되지 않았고 일반 대중에게 노출하지만 않으면, 예컨대 로그인을 한 후에만 볼 수 있도록 하면 허용되었다.

그러나 개정법은 ‘환자에 관한 치료경험담’ 광고 자체가 소비자로 하여금 치료 효과를 오인하게 할 우려가 있는 광고라고 못박고 있다. 이 부분에서 많은 의료기관 및 소비자들의 혼란이 예상된다.

의료인이나 의료기관이 그동안 해오던 광고를 못하게 되는 것은 물론이다. 그런데 ‘환자’가 순수하게 자신의 치료 경험담을 인터넷을 통해 게시하는 경우, 환자는 의도치 않게 해당 의료기관을 홍보하는 셈이 될 수 있다. 그런데 의료광고는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의료인’ 또는 ‘의료기관’만이 할 수 있다. 따라서 환자가 치료경험담을 공유하는 것도 자칫 잘못하면 의료법 위반으로 평가될 위험이 있는 것이다. 개정 의료법의 시행을 앞두고 일부 보건소 등에서는 파워블로거에게 치료경험담 포스팅을 삭제하라는 요청을 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치료경험담의 공유가 반드시 역효과를 가져온다고 보기는 어렵다. 환자의 치료후기 게시를 무분별하게 금지할 경우 ‘페이션츠 라이크 미; Patients Like Me’와 같은 환자들의 경험담 나눔 플랫폼은 우리나라에서 절대 등장할 수 없다.

환자가 자신의 질환을 스스로 관리하고, 그 경험을 공유하는 '페이션츠 라이크 미' https://www.patientslikeme.com/
환자가 자신의 질환을 스스로 관리하고, 그 경험을 공유하는 ‘페이션츠 라이크 미’

경험담 나눔 플랫폼을 통해 환자들이 경험을 공유하면 더 높은 치료효과를 가져옴과 동시에 환자들이 보다 많은 정보를 공유함으로써 보다 주도적으로 자신의 질병을 다룰 수 있게 된다. 광고인지 아닌지 불분명한 경우도 많지만, 치료경험담의 공유는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 있음에도 개정 의료법에 따르면 이러한 공유가 사실상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의료광고는 성격상 국민의 보건과 건강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다른 광고들에 비해 규제가 많다. 사전심의제도가 없다고 해서 의료법에 정한 규제들이 사라진 상태는 아니었다. 그러나 사전심의제도가 없는 상황에서는 일단 의료법에 위반되는 광고라도 광고를 집행한 뒤에 적발되지 않기를 기원할 수도 있었겠으나, 사전심의제도가 부활한 이상 의료법에 따라 광고를 제작해야 한다. 소비자를 위한 올바른 정보 전달과 광고 사이의 균형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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