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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발간하는 신문과방송 7월호 커버스토리 주제는 “포털과 언론”이다.

일단 새로운 포맷의 기획인데다 다양한 논의를 담았다는 점을 높게 평가하고 싶다. 포털부터 시작해 신문사와 방송사, 온라인 신문과 인터넷 신문, 학계의 의견을 고루 수용한 것도 흥미롭다.

신문과방송 2018년 07월호 (No. 571) http://www.kpf.or.kr/site/kpf/research/selectNewsPaperView.do?seq=574655
신문과방송 2018년 07월호 (No. 571)

[dropcap font=”arial” fontsize=”18″]첫 글은 네이버[/dropcap] 기고로 시작한다. 네이버의 공식 입장이라 의미가 없지는 않다. 작성자 이름이 없는 것도 눈길을 끈다. 몇 가지 포인트를 짚어보면,

  1. 네이버 첫 화면 첫 줄은 3,000만 명이 본다.
  2. 3분기부터 뉴스 편집을 하지 않는다.
  3. 기사에 대한 과도한 여론 집중을 해소하기 위해 검색 중심으로 재편한다.
  4.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도 첫 화면에서 뺀다.
  5. 뉴스캐스트는 실패했다. 아웃링크로 가되 가이드라인을 강화할 계획이다.
  6. 댓글 조작을 막기 위해 정치 기사는 최신순으로만 배열한다. 댓글 제한도 강화한다.
  7. 정보 플랫폼으로 간다.

네이버의 이야기는 딱히 새로울 게 없다. 핵심은 결국 뉴스를 계속하고 싶지만, 뉴스 때문에 욕을 먹고 싶지는 않다는 것이다. 뉴스는 어차피 돈이 안 되고 적당히만 하겠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다.

신문과방송 7월호 특집인 '포털' 첫 글은 '네이버'라는 필명(익명)으로 실렸다. http://www.kpf.or.kr/synap/skin/doc.html?fn=ALLF_201807021249422800.pdf&rs=/synap/result/newspaper/
신문과방송 7월호 특집인 ‘포털과 언론’의 첫 글은 네이버가 ‘네이버’라는 필명(익명)으로 기고한 글이 실렸다.

[dropcap font=”arial” fontsize=”18″]서울신문 논설위원 박현갑[/dropcap]은 “이번 조치는 임시 방편”일 뿐이고 “뉴스 편집권은 계속 갖고 가겠다는 것”이라고 불만을 터뜨린다.

박현갑은 대안으로 “네이버를 대신할 뉴스 포털로 한국온라인신문협회의 홈페이지 활용을 제안”하고 있다. “소속 회원사의 기사 및 광고 노출 기준에 대한 가이드라인과 수익 배분 기준 마련을 놓고 회원사들의 갈등을 우려할 수 있으나 저널리즘을 추구하는 언론인들이 모인 만큼 방안을 마련할 수 있다고 본다”는 이야기다.

창의적이지만, 말도 안 되는 소리고 언급할 가치도 없다. (한국온라인신문협회 홈페이지가 궁금하다면 여기로.)

한국온라인신문협회

참고로 한국온라인신문협회의 회장이 바로 박현갑이다.

[dropcap font=”arial” fontsize=”18″]인터넷신문협회 사무국장 김기현[/dropcap]의 글 역시 솔직히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제목은 “뉴스 공급자와 이용자 외면한 반쪽 짜리 대책”인데 “디지털 뉴스의 신뢰를 쌓기 위한 공동의 책무”라는 막연한 이야기만 늘어놓고 있다.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우선이지, 인링크냐 아웃링크냐 같은 방법이 우선될 수는 없다”면서도 그래서 뭘 어쩌란 말인지가 없다.

네 가지 제안이라고 내놓은 것은 첫째, 이용자를 최우선으로 고려하라는 것과, 둘째, 신뢰받는 뉴스를 제공하기 위해 언론사와 책임을 함께 하라(이게 무슨 말인가)는 것과, 셋째, 이용자에게 가치 있는 뉴스가 무엇인지 끊임없이 모색하라는 것과, 넷째, 정치권의 강요나 정부 규제로부터 자율성과 독립성이 보장돼야 한다는 것 등이다. 넷째는 이해하겠지만 앞의 세 가지는 하나마나 한 말이다.

[dropcap font=”arial” fontsize=”18″]한국신문협회 전략기획부장 정우현[/dropcap]의 글은 더욱 난감하다. 아웃링크를 제도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 같지만, 자율적인 해결은 불가능하고 제도화도 유예기간이 필요하다면서도 “정상적인 저널리즘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 언론사, 가치 있고 신뢰할 만한 기사가 우선 노출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신문협회의 주장은 아웃링크로 가되 메이저 언론사들 중심으로 트래픽을 몰아줘야 한다는 의미다.

[dropcap font=”arial” fontsize=”18″]KBS 디지털뉴스팀장 김양순[/dropcap]은 알고리즘 공개를 주문하고 있는데 역시 공허하다. 2006년에 네이버에서 탈퇴해 봤더니 안 되겠더라, 이제는 혼자 빠져나갈 수는 없지만, 최소한 공정한 게임의 룰이 필요하다는 정도의 주장일 텐데 어쩐지 결론이 약하다.

“편향 없는 저널리즘 철학을 세우고 알고리즘을 만드는 과정을 (투명하게) 까놓고 만납시다.”

익숙한 주장이지만, 알고리즘을 공개하는 검색엔진은 없고 알고리즘을 투명하게 공개한다고 해도 결국 네이버 안에서 누가 더 큰 파이 조각을 차지하느냐의 경쟁일 뿐이다.

[dropcap font=”arial” fontsize=”18″]조선일보 디지털전략실장 우병현[/dropcap]은 아웃링크는 가능하지도 않을 뿐더러 아웃링크가 답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우병현이 보기에 물 밑에 숨어있는 빙산의 밑둥은 가두리 검색엔진이다. 난공불락의 네이버의 철학이고, 한국의 폐쇄적인 콘텐츠 환경을 만든 요인이다. 우병현은 “수요 독점의 최대 피해는 저널리즘의 하향 평준화”라고 지적하면서도 “네이버의 인터넷 시장 지배를 현실로 보고 그에 상응하는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우병현은 "가두리 전략에 종속된 언론 공정위가 독점 규제 나서라"는 글에서 "가두리 검색에 특화된 알고리즘"을 네이버의 "기업 DNA"이라고 지적한다. http://www.kpf.or.kr/synap/skin/doc.html?fn=ALLF_201807021243587080.pdf&rs=/synap/result/newspaper/
우병현은 “가두리 전략에 종속된 언론 공정위가 독점 규제 나서라”는 기고에서 “가두리 검색에 특화된 알고리즘”을 네이버의 “기업 DNA”이라고 지적한다.

그러나 “콘텐츠 구매가와 콘텐츠 공급업체의 원가를 살펴 수요 독점성을 확인”하고 “검색엔진과 뉴스 서비스를 분리할 정도로 강력한 처방”을 내리는 것이 가능할지는 의문이다.

네이버가 뉴스 서비스를 포기하면 카카오가 반사이익을 볼 것이고 그렇다고 아예 뉴스 어그리게이션 서비스를 전면 금지하는 것도 가능하지 않다. 네이버 뉴스가 사라진다고 독자들이 조선닷컴으로 몰려갈 거라고 기대하기도 어렵다.

[dropcap font=”arial” fontsize=”18″]세종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임종수[/dropcap]의 글은 “네이버, 위원회 뒤에 숨어선 안 된다”는 것이지만, 제목이 내용을 충실히 담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핵심은 다음 대목이다.

“뉴스가 범람하는 시대 질 좋은 저널리즘은 고고성을 울리는 저널리즘이 아니다. 개인화되고 최적화된 미디어 시대의 뉴스 질은 결국 나 자신의 ‘효용성’에 응답하는 것이다. 저마다 개인화된 대중(personalized mass)이 연결된 사회에서는 여야 대표가, 유명 셀럽이, 재벌 3세가, 어느 지역의 사고가 저널리즘의 전부여서는 안 된다. 자신의 삶에 플러스가 되는 뉴스의 혁신과 제공 방식의 혁신이 필요하다.”

위원회 뒤에 숨지 말라는 것도 맞는 말이지만, “언론사들이 포털의 무책임성을 말하는 것은 뉴스 편집에서 자사의 뉴스가 소외됐을 때 제기하는 수사일 때가 많다”는 대목과 “뉴스를 ‘편집’하는 데 있어 포털의 책임성은 뉴스 상품의 자유롭고 건전한 경쟁 유도로 옥석을 구분해 나와 사회적 효용성이 닿는 뉴스에 경쟁력을 부여하는 것”이라는 지적은 앞의 김기현과 정우현의 글에서 아쉬운 대목에 대한 답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만약 포털에 뉴스가 값싸게 제공됐다면 그만큼 싸구려였기 때문”이라거나 “어차피 뉴스 자체를 생산하지 않는 포털에 깊은 저널리즘적 통찰의 책임성을 요구할 수는 없다”는 지적도 적절하다.

다만 좀 더 적극적으로 의제를 발굴하고 사회적 영향력에 걸맞는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지적은 원론적이면서도 그나마 최선의 해법이라고 할 수 있다.

네이버는 방 안의 코끼리와 같다. 모두가 코끼리의 존재를 알고 있다. 외면한다고 해서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네이버는 방 안의 코끼리와 같다. 모두가 코끼리의 존재를 알고 있다. 외면한다고 해서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여러 입장이 충돌하는 것 같지만 다음 세 가지 질문으로 압축된다.

  1. 네이버가 뉴스를 포기하게 할 수 있는가. (박현갑과 우병현)
  2. 포기할 수 없다면 그나마 아웃링크가 답인가. (정우현)
  3. 아웃링크가 답이 아니라면 알고리즘 공개(또는 합리화)가 답인가. (김기현과 김양순)

내 의견을 묻는다면 세 가지 모두 답은 부정적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포털의 사회적 책임(임종수)을 강조하는 막연한 결론으로 뭉개는 것도 곤란하다.

위원회 뒤에 숨지 말라는 지적도 필요하지만, 당장 네이버가 뉴스 편집을 알고리즘에 맡기기로 한 이상 당장은 알고리즘을 감시하고 알고리즘 변수를 설정하는 데 사회적인 합의를 모으는 게 최선일 수도 있다. 위원회가 문제가 아니라 위원회가 좀 더 공적인 가치를 반영하고, 저널리즘 생태계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감시와 견제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단계적으로 아웃링크로 옮겨가는 가능성을 열어두되, 그 전에 아웃링크의 노출 기준과 공정성 원칙에 대한 사회적 합의도 필요할 것이다. 분명한 것은 알고리즘은 그 자체로 합리적이지도 공정하지도 않다는 것이다. 알고리즘도 결국 사람이 만드는 것이고, 수많은 변수를 설정하고 캘리브레이션하는 과정에서 플랫폼의 의도와 이해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네이버

위의 세 가지 질문에 답을 찾지 못한다면 어쨌거나 지금 당장은 과도기의 해법을 고민해야 할 때다.

뉴스의 브랜드(언론사 로고)를 좀 더 부각하도록 요구할 수도 있을 것이고, 독자들이 뉴스의 맥락을 따라잡을 수 있도록 언론사마다 기사를 묶어서 볼 수 있게 하거나 관련 기사 목록을 언론사가 직접 편집할 수 있게 하는 등의 방안을 제안할 수도 있을 것이다. 페이스북 인스턴트 아티클이나 구글 AMP처럼 아웃링크와 인링크 사이의 중간 단계의 콘텐츠 플랫폼을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네이버가 아웃링크를 꺼리는 건 속도와 편의성 때문이고 독자들 역시 마찬가지다. 언론사에 트래픽과 광고를 넘겨주면서 일관된 인터페이스를 가져갈 방법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당장은 기사 노출 데이터를 좀 더 투명하게 공개하고, 광고 수익을 배분하도록 유도하면서 네이버가 뉴스 유통 채널과 어그리게이션 서비스로서 역할에 충실하도록 압박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진입 장벽을 낮추거나 이너써클의 경계를 허물되 전재료를 어떻게 단계적으로 철수할 것인지도 고민해야 한다. 네이버가 의지만 있다면 전재료를 축소하고, 플러스 프로그램을 확대하는 사회적 타협도 가능할 것이다.

지금 거론되는 네이버 때려잡기는 대부분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언론사들에게 선택하라고 발뺌하거나 최악의 경우 배를 째라고 나올 테니까. 때리려면 구체적으로 때려야 조금이라도 바꿀 수 있다. 하고 싶은 이야기는 많지만 여백이 부족해 여기까지만 적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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