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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흡, 문제 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자와의 사전 조율을 거친 것으로 알려져, ‘박근혜의 첫 번째 인사’라는 평을 받았던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지명자. 꾸준히 국민대통합을 외쳤던 박근혜 당선자의 인사라는 점에서 나름의 기대를 모았으나, 안타깝게도, 이는 첫걸음부터 ‘어그로’를 끌며 어그러졌다. 그가 지명되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야권과 시민사회는 대체로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으며, 언론의 전반적인 논조도 우호적이지 않았다.

‘박근혜의 첫 번째 인사’, 이동흡 지명 첫날의 풍경

비판에 가장 앞장선 것은 진보 색채의 경향, 한겨레 등이었다. 경향은 그의 지명 사실이 알려진 4일 그가 보수성향을 떠나 체제 옹호성 합헌 결정을 많이 냈다는 비판을 2면 기사로 다루며, 경찰 버스를 이용해 서울광장을 봉쇄한 것에 대해 합헌 의견을 제시한 것 등을 예로 들었다. 한편 한겨레는 야간 옥외집회 처벌 조항이나 인터넷 선거운동 금지 조항 등에 대해 합헌 의견을 낸 것을 예로 들어 이를 ‘극단적 보수색’을 드러낸 인사라고 평가하였다. 심지어 경향한겨레는 그가 지명되자마자 사설을 통해 지명 철회 또는 용퇴를 요구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진보 색채의 언론만 비판에 나선 건 아니었다. 한국일보 역시 부적절한 인사라는 사설을 냈으며, 국민일보 역시 논조는 비교적 온건했으나, 그의 인선이 헌법재판관 구성을 획일화할 우려가 있다며 반대하는 사설을 냈다. 중앙은 사안을 비교적 중립적인 관점에서 다루는 가운데 지역 문제, 보수색채 등에 있어 우려의 의견을 전달하였다.

물론 조심스러운 입장이나, 옹호에 가까운 입장을 표하는 언론도 있었다. 조선일보는 정치적으로는 보수적, 개인 권리에는 진보적이라는 조심스러운 평가를 했으며, 동아일보는 그의 인선을 매끄러운 정권 이양의 단면이라 묘사했다. 한국경제는 이 지명자에 대한 부적정성을 주장하는 것이 헌재를 정치재판소쯤으로 보는 시각과 무관치 않다며 옹호론에 힘을 보태기도 했다. 이것이 그가 헌법재판소장으로 지명된 후 첫날의 풍경이다. 비교적 보혁 구도가 명확히 갈리는 가운데, 중도 진영에서 상대적으로 비판론에 힘을 보탠다.

이동흡 지명을 비판하는 두 가지 근거: 보수적 판결과 출신 지역

지명 후 첫 날 그의 지명을 비판하는 근거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뉘었다. 첫 번째는 보수성향, 또는 체제 옹호적 성향으로 정의되는 그의 판결이다. 미네르바 사건으로 대표되는 전기통신기본법 47조 1항에 대하여 합헌 의견을 냈으며, 인터넷 선거운동을 규제하는 공직선거법에 대해 합헌의견을 냈고, 야간 옥외집회를 금지한 집시법에 대해서도 합헌의견을 내는 등 기본권을 침해하는 의견을 많이 냈다는 지적이다. 또한, 친일재산 환수법에 대한 위헌 의견, 국가가 위안부 피해자 배상청구 노력을 하지 않는 것은 행복추구권 및 재산권을 침해한다는 헌법소원에 대해 합헌 의견을 낸 일은 민족적 관점, 보수적 관점에서 그를 비판하는 중요한 소재가 되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브리핑에서 격한 논조로 그를 비판한다.

두 번째는 출신 지역 문제였다. 대통령과 같은 TK(대구경북) 지역 인사라는 점이다. 헌법재판소장과 대통령이 같은 지역 출신인 일이 없었다는 전례를 들어 특정 지역에 대한 권력 집중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가십을 넘어 재앙 수준으로 퍼져가는 의혹들

일단 지명 후 첫날까지는 대부분 사람들이 이런 ‘공식적인’ 이야기에 더 집중했지만, 사실 이후 벌어질 일들을 생각해보면 이보다 좀 더 ‘비공식적인’ 이야기에 주목해야 했을지도 모르겠다. 이날 한겨레는 “지금 헌재 사람들은 거의 절망하는 분위기”라는 헌재 분위기를 전했는데, 사실 이때까지만 해도 이런 헌재 내부의 부정적 기류는 한겨레나 오마이뉴스 등 일부 진보언론만이 다루는 ‘가십’에 가까웠다. 그러나, 그건 정말이지 시작에 불과했다.

성향이나 출신 지역이 가장 큰 걸림돌로 보였지만, 훨씬 큰 흠결들이 그의 헌법재판소장 행(行) 길을 가로막았다. 저작권법을 위반했다는 의혹이 터졌다.  ‘세계로 나아가는 한국의 헌법재판’이란 책이 다른 사람들의 글을 상당 분량 엮은 것임에도, 편저 또는 공저로 표시하지 않고 이동흡 著(저)로만 표시했다는 의혹이었다. 수원지법장으로 있을 때 송년회를 준비하며 경품 추첨을 위해 삼성에서 물건을 받아오라고 했다는 의혹이 터졌다. 진보언론만 이런 의혹 보도에 동참한 것도 아니다. 채널 A는 양도소득세 부과를 피하기 위해 위장 전입했다는 의혹이 있다고 보도했다. 이것이 실거주 조건을 위반했다는 연합 보도주민등록법을 위반한 것으로 보인다는 동아 보도가 뒤따랐다.

돈과 관련된 추문도 이어졌다. 6년간 예금액이 6억 늘었다는 의혹이 터졌다. 연 1억 수준인 헌법재판관의 급여를 고려할 때 도무지 설명되지 않는 것이었다.  여기에 의료보험 회피 의혹까지 터졌다. 그가 공무원 연금급여로 월 391만 원을 받아 둘째 딸의 월 340만 원보다 높은 소득을 올림에도 불구하고, 둘째 딸이 이 후보자를 부양한다고 등록해 편법으로 의료보험을 회피했다는 것이다.

‘항공권깡’ 의혹도 이어졌다. 독일에서 열린 국제법회의에 참석하며 주최 측이 제공한 이코노미 좌석 대신 비즈니스 좌석표를 구입하고 그 차액을 헌법재판소에 신청해 받았는데, 정작 실제 이용한 항공권은 또 달랐다는 것이다.  950만원 상당의 퍼스트클래스 항공권을 프레스티지 항공권 530여만 원짜리로 바꿔 차액을 챙겼다는 의혹도 터졌으며, 이어 특정업무비 전용 의혹까지 화룡점정을 찍었다. 출장과 관련한 의혹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부인을 대동해 ‘국제화 연수’ 출장을 가 딸을 만났다는 주장, 출장 세부내역서나 보고서가 없었다는 주장, 부인과 함께 유럽 출장을 가 7일을 ‘문화시찰’로 보냈다는 주장 등도 뒤따랐다.

가족을 둘러싼 추문도 많았다. 장남이 증여세를 탈루했다는 의혹, 장남이 군 복무 중 일반사병보다 2배 많은 휴가 일수를 받았다는 의혹도 있었으며, 3녀의 미국 유학비를 불법송금했다는 의혹도 있었다.

어찌 보면 ‘가십’에 가까우면서도, 헌법재판관에 어울리는 품행을 해 왔는지 의심케 하는 얘기들도 속속 터져 나왔다.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승용차 홀짝제를 시작하여 관용차를 하루건너 하루만 쓸 수 있게 되자 개인차량용 기름값을 요구했으며, 이것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관용차를 하나 더 달라고 요구해 결국 내줬다는 의혹이 터졌다. 검찰에 골프장 예약을 부탁했다는 증언이 나왔으며, 외부 강연 등에 헌재 연구관을 동원했다는 의혹까지 터졌다.

해단식을 앞두고 룸살롱에서 후배 판사들에게 ‘2차 나가 보고 싶지 않느냐, 하고 싶으면 시켜 주겠다’ 발언했다는 의혹이 터져 성 추문까지 나아갔으며,  퇴임 후 지하창고에 짐을 보관하며 “어차피 다시 돌아올 텐데 짐을 챙겨갈 필요가 있느냐”고 발언했다는 의혹으로 내정설이 나오거나 권력지향적 측면이 주목받기도 했다.  헌재 내부 관계자는 출판기념회에 직원 참석을 강제했다는 의혹, 삼성 협찬을 지시했다는 의혹이 사실이며, 그의 보수 성향에도 일관성이 없다는 증언을 남기기도 했다. 법원 내부통신망에는 여직원에게 법복을 입히고 벗기게 했다는 의혹, 주말마다 서울에 올라가면서 직원에게 톨게이트까지 관용차를 운전하게 한 뒤 고속도로 한가운데에서 내리게 했다는 의혹, 황제 테니스를 즐기며 눈치 없이 자신을 이기려 드는 사람과 경기할 때는 라켓을 내던지는 방법으로 이기기도 했다는 의혹 등이 올라왔다. 그야말로 까도 까도 나오는 ‘양파’였다.

DocWelt, "양파" (CC BY)

DocWelt, “양파” (CC BY)

정치적인 부분에서도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소위 ‘유신 비호 의혹’. 헌법재판관 시절 긴급조치 1·2·9호 헌법소원관련 주심이었던 그가, 공개변론이 있은 뒤에도 1년 가까이 사건을 묵히고 방치한 채 퇴임했다는 의혹이다. 심지어 헌재소장의 재촉에도 이를 미뤘다는 의혹도 제시되었다. 거기에 여당 의원에게 정치자금을 후원했다는 의혹이 보도되며, 그의 보수 성향을 단순히 재판관으로서 양심 문제로 수렴하기도 어려워졌다.

내부의 부정적 기류는 최악의 상황까지 치달았다. 판사 54명을 포함해 법원 구성원 688명이 참여한 법원노조의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89%(612명)가 그가 헌법재판소장으로 ‘부적합하다’고 응답했다. ‘적합하다’는 응답자는 2%(16명)에 불과했다. ‘후보자가 민주·개혁적 소신으로 사회정의를 구현하고 사회·경제적 약자에 대한 입장을 잘 반영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잘할 것’이라고 대답한 응답자는 3%(17명) 뿐이었고, 88%(608명)가 ‘잘 못할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의혹에 대해 열심히 해명을 내놓았지만, 이를 다시 반박하는 관계자 증언이 이어졌다. 그야말로 점입가경이었다.

소위 ‘보수’ 언론에선 노골적으로 ‘소극적인’ 보도 태도로 일관

여기에서, 어떤 사람은 작은 문제를 발견할지도 모르겠다. 이 지명자에 대한 의혹을 설명하기 위해 인용한 대부분의 기사가 한겨레, 경향 등 대부분 진보 성향의 언론의 것이라는 점이다. 헌데, 실제로 그랬다. 진보 성향의 언론이 의혹 보도에 적극적인 것에 비해, 보수 성향의 언론은 채널A가 비교적 적극 보도한 것을 제외하면 뒤로 물러난 인상이 짙었다.

예를 들어 한국경제의 한 기사는 야당의 의혹 제기와 이에 대한 해명을 함께 싣고, 아니고 말고식 인사청문회가 되어선 안 된다는 여당 반응과 헌재소장 공백이 불가피하다는 내용으로 방점을 찍기도 했다.  동아는 진보 성향 언론보다 비교적 늦게나마 비판적인 사설을 냈으나, 심도 있는 분석과 의혹에 대한 철저한 검증을 요구하는 수준에 불과했고, 거기에 헌재의 보수 성향 가속화에 대한 우려는 ‘9분의 1의 영향력을 가질 뿐’이라 일축하기까지 했다. 조선일보는 사실상 침묵을 이어갔으며 청문회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이후에야 관련 기사를 내놓았다. 진보 성향의 언론과 보수 성향의 언론이 같은 논조를 갖는 것도 물론 이상한 일이긴 하겠지마는, 이런 ‘노골적인’ 차이를 보였다는 것은 이 사태에서 또 한 가지 주목해야 할 포인트가 될 것 같다.

이동흡 지명자는 실로 놀라울 정도로 수많은 의혹을 쏟아냈다. 근래 인사청문회가 하나같이 웬만한 도덕적 상처는 아무렇지도 않은 양 넘어가는, 그야말로 사회 전반의 도덕성 상실을 우려케 하는 수준이었긴 했다지만, 이 지명자에 대해 쏟아지는 의혹은 개중에서도 압도적이다. ‘피고인 수준’이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였으니 말이다.

박근혜 당선자의 ‘침묵의 정치’, 더 이상은 안 된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자는 그동안 ‘침묵의 정치’로서 이러한 문제 제기로부터 한 발자국 떨어진 자리에 서 있었다. 하지만 이젠 아니다. 그는 이제 대통령 당선자이며, 설령 그것이 본인의 책임이 아닐지라도 어쨌든 그 위치로 인해 최고의 책임을 져야만 하는, ‘국가의 원수’가 될 것이다. 그는 고위공무원의 도덕성에 대해 늘 확고한 뜻을 밝혀 왔으며, 또한 늘 법치를 중시해왔다. 사실 이 지명자가 여기까지 온 것만으로도 타격이다.

이것은 부끄러움에 대한 기록이다. 한 나라의 법을 상징하는 인물 중 하나가, 지명 후 인사청문회까지 보름을 겨우 넘기는 시간 동안 얼마나 많은 의혹과 추문에 시달렸는지, 법의 권위를 얼마나 무너뜨렸는지에 대한 것이다. 인사청문회가 열린 21일, 새누리당의 인사청문특위 위원들은 대체로 “결정적 하자가 없다”는 의견을 내놓았다고 한다. 다시 한 번, 이것은 정말이지 부끄러움에 대한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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