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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콤비네이터’는 왜 기본소득 실험을 할까

기본소득은 노동 여부에 관계없이 모든 사회 구성원에게 균등하게 지급하는 소득을 말한다. 정부가 무상으로 금전을 제공해 사람들이 더 창조적인 삶을 살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액셀러레이터인 와이콤비네이터(Y Combinator)는 이런 기본소득에 대해 관심을 보이는 건 물론 직접 대규모 실험도 진행 중이다. 와이콤비네이터는 2016년 기본소득 연구에 투자를 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5년간 대규모 기본소득 실험을 계획 중이라고 밝혔다.

앞서 밝혔듯 기본소득은 정부가 모든 국민에게 최소한의 생활에 필요한 현금을 계속 지급한다는 구상이다. 이미 18세기 사상가인 토머스 페인(Thomas Paine)이 주장한 바 있고, 60∼70년대에도 활발한 논의가 일어나기도 했다.

물론 기본소득을 두고 일하는 의미를 잃게 만든다든지 일하는 사람이 줄고 국가 경제에 타격이 될 것이라는 비판도 있다. 하지만 반대로 무의미한 노동을 줄이는 한편 사람들이 좀더 창조적이고 생산적인 행동을 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와이콤비네이터 CEO인 샘 알트만(아래 사진)은 와이콤비네이터의 일 자체도 어떤 면에선 기본소득과 통하는 면이 있다고 말한다. 기업 지원에 조건 없는 자금을 제공하듯 개인에게 기본소득을 제공해 활동을 지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와이콤베네이션 CEO 샘 알트만 (출처: 위키미디어 공용, CC BY 2.0)

와이콤베네이터 CEO 샘 알트만 (출처: 위키미디어 공용, CC BY 2.0)

캐나다·핀란드·네덜란드도 ‘기본소득 실험 중’

1974년부터 1979년까지 캐나다에선 1,000가구를 대상으로 현금을 지급한 민컴(Min come)이라는 실험이 이뤄졌다. 그 결과 근무시간이 실제로 줄어든 건 남성은 1%, 기혼여성은 3%, 미혼여성은 5%에 그쳤다고 한다. 노동자는 가정에서 지내는 시간이 늘었고, 자녀의 학력은 올랐다. 병원에 가는 빈도가 줄고, 보건 의료 시설에도 정신 건강과 관련한 불만 건수가 주는 등 긍정적 효과가 많았다.

물론 이 실험은 캐나다 정권이 바뀌면서 도중에 중단돼 실험의 최종 결론은 나오지 않았다. 다만 매니토바대학 경제학자인 이블린 L.포켓(Evelyn L. Forget)은 지난 2011년 민컴 실험 결과를 정리한 보고서(The town with no poverty)
를 공개하면서 기본소득 도입이 빈곤을 없애고 다른 문제를 완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히기도 했다.

지난 2016년 스위스에선 일률적으로 월 2,500스위스프랑(약 274만 원)을 기본소득으로 보장할지 여부를 묻는 국민 투표를 실시한 바 있다. 스위스에선 이미 2013년 12만 명이 넘는 사람들의 서명을 받아 기본소득 제도 도입을 요구하는 운동이 일어나기도 했다. 당시 기본소득 보장 제도안은 성인 국민이라면 누구에게나 매달 2,500스위스 프랑, 미성년자라면 625스위스 프랑을 지급하는 형태다.

2013년 10월4일 모든 국민에게 월 2,500 스위스프랑(우리 돈 약 300만 원)을 지급하는 걸 골자로 한 기본소득법 국민발의안이 12만여 명의 시민이 서명해 연방의회에 부쳐졌다. 이 날 법안을 주도한 시민단체 회원들은 연방의회 앞마당에 스위스 국민 800만 명을 상징하는 5라펜 동전 800만개를 뿌려놓고, 발의안 통과를 맘껏 축하했다. 기본소득 헌법개정안은 국민투표에 부쳐졌지만, 2016년 6월 5일 찬성 23.1%, 반대76.9%로 부결됐다. (출처: ©  swissinfo.ch )

2013년 10월4일 모든 국민에게 월 2,500 스위스프랑(우리 돈 약 274만 원)을 지급하는 걸 골자로 한 기본소득법 국민발의안이 12만여 명의 시민이 서명해 연방의회에 부쳐졌다. 이 날 법안을 주도한 시민단체 회원들은 연방의회 앞마당에 스위스 국민 800만 명을 상징하는 5라펜 동전 800만개를 뿌려놓고, 발의안 통과를 맘껏 축하했다. 기본소득 헌법개정안은 국민투표에 부쳐졌지만, 2016년 6월 5일 찬성 23.1%, 반대76.9%로 부결됐다. (출처: © swissinfo.ch )

이 제도에 필요한 비용 대부분은 세금을 통해 조달한다. 또 제도를 도입하게 되면 기존 사회보장 제도 일부는 멈추고 소득보장 제도를 일원화하겠다는 것이다. 기본소득 도입에 필요한 비용 중 4분의 1은 기존 사회보장 제도에서 충당한다. 또 복잡한 사회보장제도를 단순한 기본소득을 담보로 한 소득 보장 제도로 일원화, 행정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민투표 전 한 조사에선 기본소득 제도 도입의 장단점에 대해 기본소득을 주면 일을 그만두겠다는 답변은 2%, 상황에 따라 직장을 떠날 수도 있다는 답이 8%를 기록하는 등 일에 대한 의욕 저하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었다. 하지만 세금이 높아지고 실제 도입하면 노동 의욕 저하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교차했다. 또 일하는 사람과 일하지 않는 사람 간 발생할 불공평과 이에 따른 불만도 있었다.

2016년 6월 5일 실제로 진행된 국민투표에선 스위스 23개주 득표 결과 찬성 23.1%, 반대 76.9%로 나타났다. 정치인 중에서도 기본소득 제도 도입을 지지하는 움직임은 거의 없는 등 기본소득에 대한 부정적 견해가 더 높게 나타난 것이다.

네덜란드 

하지만 여전히 기본소득 실험은 현재진행형이다. 2017년 네덜란드 위트레흐트에선 생활 보호 대상자를 대상으로 현금을 무상 지원하는 대규모 실험 진행을 시작했다. 이곳에서 진행된 실험이 캐나다와 달랐던 점은 한정된 사람에게만 자금을 지급했다는 것이다. 생활보호자 중 성인에게 1,000달러, 유부남이거나 자녀 등이 있다면 1,450달러를 매달 무상 지급하는 것이다.

실험에 참여한 위트레흐트 시민은 300명이다. 이들은 모두 수입 등에 따라 3개 그룹으로 나뉜다. 네덜란드 정부는 이들 그룹마다 다른 규칙을 마련했다. 피험자 중 50명은 새로운 일자리를 얻어도 무조건 지급하는 식이다.

핀란드

핀란드도 기본소득 실험을 시작했다. 2017년 1월부터 시작한 기본소득 실험은 25∼58세까지의 성인남녀 중 일자리에 종사하지 않는 2,000명을 대상으로 2년간 매달 560유로(약 71만 원)를 무상 지급하는 것이다.

물론 핀란드는 실업 급여 같은 기존 사회보장제도가 있지만, 이 제도는 실험 기간 동안 취업을 해도 장려금 명목으로 돈을 계속 받을 수 있다는 게 차이다. 실업급여 같은 수급 방식도 아니고 취업을 한다고 해도 보고할 의무도 없다. 물론 일자리를 갖지 않아도 무방하다. 돈은 어디에 써도 자유다. 다만 이전까지 받아오던 기존 사회복지제도 혜택은 모두 받을 수 없다.

핀란드 정부가 기본소득 제도 실험에 나선 이유는 정부기관 업무 감소와 동시에 빈곤층을 줄이는 한편 실업률을 개선하겠다는 데에 있다. 핀란드 내 실업률은 8.1%다. 하지만 기존 복지제도 혜택을 받는 사람의 경우 수입이 조금이라도 생기면 보조금도 받지 못하게 된다. 오히려 일자리를 가져보려는 의욕을 저하시킨다는 것이다. 지원금을 반환하지 않도록 한 것도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이다. 아직까지 결과가 나온 건 아니지만 반년 후 이뤄진 간이 조사에선 참자가의 스트레스가 줄어들고 구직 동기에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한다.

와이콤비네이터의 기본소득 실험 

와이콤비네이터는 이렇게 전 세계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기본소득 실험을 미국에서도 실시해 기본소득이 어떻게 기능할지에 대해 알아보겠다는 입장이다. 기본소득에 대한 부정적 의견이 존재함에도 꾸준한 관심이 이어지는 이유 중 하나는 인간의 일을 대체할 수 있는 로봇, 인공지능 등 기술 발전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추세가 계속 된다면 지금 당장 생존을 위해 일을 한다면 앞으로는 일의 의미 자체가 바뀌게 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와이콤비네이터 CEO 샘 알트만은 앞으로 50년 뒤에는 예전 사람들이 굶주리는 걸 두려워했다는 걸 이상하게 생각할 것이라고 말한다. 이런 점에서 일할 필요가 없어지면 사람들이 어디에 시간을 할애하게 될지를 알아보기 위해서라도 기본소득 실험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그는 와이콤비네이터가 하는 일 자체도 어떤 면에선 기본소득과 통하는 면이 있다고 말한다. 기업 미션 완수를 위한 지원에 조건을 붙이지 않고 자금을 일정 기간 제공하는 게 최소한의 돈, 기본소득을 제공해 인간 활동을 지원하는 것과 비슷하다는 얘기다.

동전 돈

와이콤비네이터는 미국 오클랜드에서 파일럿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수십 가구 정도를 대상으로 매달 1천~2천 달러를 제공한다. 2018년부터 이뤄질 본격 실험에선 21∼40세 성인남녀를 대상으로  2개 주에서 

  • 900명에게는 3년간 매달 1천 달러
  • 100명에게는 5년간 매달 1천 달러
  • 1,800명에게는 3년간 매달 50달러
  • 200명에게는 5년간 매달 50달러를 제공한다.

샘 알트만은 한 인터뷰에서 와이콤비네이터로부터 기본소득을 받지 않았다면 에어비앤비나 레딧 같은 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물론 기본소득제도가 쓸데없는 돈낭비라는 말도 있지만 그는 100만 명이 낭비해도 그 중 1명이 애플이 만들 수 있다고 말한다. 또 일자리에 대한 정의는 항상 변한다면서 75년마다 일자리 중 50%가 변화하고 있다면서 지금 일이라고 부르는 것도 수천 년 전에 봤다면 웃을 일이라고 말한다.

테슬라와 스페이스X 창업자인 엘론 머스크 역시 기본소득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그는 로봇이나 인공지능이 진화하면서 결국 인간이 지금 하는 일은 로봇이 대체할 세상이 올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2016년 이 같은 생각을 밝힌 바 있다.

엘론 머스크는 로봇 등 기술 발전에 따라 일자리가 감소하면 기본소득이 필요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출처: 위키미디어 공용, CC BY 2.0)

엘론 머스크는 로봇 등 기술 발전에 따라 일자리가 감소하면 기본소득이 필요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출처: 위키미디어 공용, CC BY 2.0)

자동화가 진행되면서 기본소득이나 혹은 비슷한 제도가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 것이다. 머스크는 이렇게 된다면 사람들은 다른 일에 더 집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관심을 끌 수 있는 시간을 얻을 수 있게 될 것이며 레저 시간도 늘어나게 되는 등 일에 묶여 있지 않을 미래가 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앞으로 10년, 20년 뒤에는 인류의 지능을 능가하는 인공지능이 등장할 것이라며 인공지능이 공공 안전에 위협이 되지 않게 인공지능 개발을 정부가 규제하는 게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동시에 자동화가 미래 사회 구조까지 바꾸게 될 것이라면서 예를 들어 10년 안에 만들어질 자율주행 자동차가 20년 안에 운송 산업 구조를 뒤흔들고 같은 기간 노동자 중 12∼15%가 실직하게 된다는 것이다. 로봇과 인공지능, 이로 인한 자동화를 통해 인간이 할 수 있는 줄어들 현실에 대한 대안으로 기본소득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일자리 감소 혹은 소득 불평등 해소 대안?

국내에서도 소득 불평등 해소를 위해 기본소득을 도입하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미 해외에서 나온 것처럼 굳이 엘론 머스크의 발언처럼 거창한 미래가 아니라 최저임금보다 더 현실적이라는 주장도 있다.

[노동 없는 미래; Why the Future is Workless]라는 저서로 알려진 호주 팀 던럽 박사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기본소득에 대한 갑론을박은 있겠지만, 일을 통해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권에서) 인간의 존엄성을 확인한다고 생각하지만, 수많은 사람이 존엄성과는 거리가 먼 일자리를 갖고 있다며 기본소득이 단순 일자리 문제를 떠나 질이 떨어지는 시대의 해법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지금은 기본소득에 대한 정의나 효과, 이런 문제가 해결된다고 해도 예산 확보 방안 등 다양한 연구가 필요한 시점이다. 기존 복지제도 대신 기본소득을 도입하거나 혹은 기존 복지제도는 그냥 놔둔 채 기본소득을 도입할 수도 있다.

어떤 방식이 됐든 최소한의 소득 보장선, 말 그대로 기본소득이라면 빈곤층 하락을 막을 수 있는 방편이 가능성은 충분하다. 와이콤비네이터 실험에서도 적용했듯 이런 최소한의 선이 미국에선 월 1,000달러 가량이라고 한다. 1,000달러 기본소득이라면 GDP를 8년 정도면 12%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상대적으로 빈곤층도 소비활동을 더 할 수 있게 되는 만큼 전체 수요가 증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런 검증 과정 뒤에는 재원 확보가 숙제다. 이와 관련해 고소득층을 중심으로 높은 세율을 적용하거나 빌게이츠 등이 찬성표를 던지기도 했던 로봇세 혹은 이산화탄소 배출 등 다양한 과세에 대한 가능성을 검토해볼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이를 위해선 실제 환경을 고려한 대규모 실험은 필수라고 할 수 있다. 캐나다나 핀란드, 네덜란드, 미국 등 해외에서는 이미 기본소득에 대한 실험이 진행 중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 스톡턴(Stockton)이라는 도시도 2018년부터 주민을 대상으로 한 기본소득 제도 시험 운용을 시작할 예정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도시 스톡턴도 2018년부터 기본소득에 대한 실험을 준비 중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도시 스톡턴도 2018년부터 기본소득에 대한 실험을 준비 중이다.

이 도시는 SEED(Stockton Economic Empowerment Demonstration)라는 프로그램을 정부 지원 하에 진행한다. 전체 진행 기간이나 인원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주민 중 일부를 선발해 매달 500달러, 연간 6,000달러 기본 소득을 지급할 예정이다.

스톡턴의 경우 2012년 전까지만 해도 미국 내에서 손꼽히는 재정 파탄 도시였다고 한다. 실업률도 7.3%로 미국 내 평균 4.3%를 웃돈다. 평균 연봉도 4만 4,797달러로 캘리포니아 평균 연봉 6만 1,181달러보다 낮다. 범죄율도 높다. 기본 소득 실험을 진행하려는 이유는 이런 빈곤이나 불평등 해소를 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기본소득 실험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실제 도입 여부를 떠나 도입에 따른 영향이나 올바른 방향성, 소득불균형 해소 등 다양한 문제에 대한 해소책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한 적극적인 연구와 시도가 필요할 수 있다.

키사 KISA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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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소개

이석원
초대 필자, 테크홀릭 기자

(現) 테크홀릭 발행인 겸 대표 / (現) IT&테크트렌드 저자 및 IT칼럼니스트 / (前) 전자신문인터넷 이버즈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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