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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우드 시장에서 마이크로소프트의 거침없는 약진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 10월 말 클라우드 업계를 가장 뜨겁게 달군 뉴스는 마이크로소프트가 100억 달러짜리 제다이(JEDI) 프로젝트를 따낸 사건이다(참고 링크). 제다이(JEDI; Joint Enterprise Defense Infrastructure) 프로젝트는 미 국방부의 기본 인프라를 클라우드로 전환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제다이 프로젝트 오바마 정부부터 시작된 미국 정부의 ‘클라우드 퍼스트’ 전략의 매우 중요한 상징적인 프로젝트다. 향후 클라우드 시장의 판도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는 이러한 대형 프로젝트에서 클라우드 시장의 공고한 2위인 마이크로소프트가 1위 아마존을 누르고 계약을 따낸 것이기에 더욱 의미가 있다.

제다이 프로젝트
단일 벤더, 100억 달러, 10년 독점 ‘제다이 프로젝트’는 MS의 품으로 돌아갔다.

이번 제다이 프로젝트는 단일 벤더가 약 10년 동안 사실상 독점적으로 미 국방부에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게 되는 매우 드문 대규모 계약이다. 이 계약 하나 만으로 클라우드 시장의 판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기에 세간의 많은 관심을 끌 수밖에 없었다. 또한 많은 이슈들을 만들어 내며 최초 계약 완료 목표 시점인 2018년 9월보다 1년 이상 훌쩍 넘긴 2019년 말에야 최종 벤더가 결정되었다. 본고에서는 그간의 과정을 정리해 보고자 한다.

제다이 프로젝트: 단일 벤더, 100억불, 10년 독점

제다이 프로젝트를 향한 클라우드 서비스 벤더들의 경쟁은 2018년 3월 처음으로 RFP 드래프트가 공개되면서 시작되었다. 단일 벤더에 의한 사실상 독점의 100억 불짜리 계약은 매우 이례적인 것이라 처음부터 큰 화제가 되었다. 드래프트 공개 당시 제시된 일정에 의하면 2018년 5월초까지 RFP 최종 버전을 완료하고, 그 해 9월말까지 계약을 끝낸다는 것이다. 이 정도 규모의 초대형 프로젝트를 이렇게 짧은 기간 안에 그것도 단일 벤더와 한 번에 계약을 완료한다는 당시 일정 목표에 대해 업계에서는 매우 회의적이었다. 결과적으로 이런 회의적인 시각이 틀리지 않았음이 확인된 셈이다.

제다이가 처음 공개되면서 공공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전통 IT 기업들이 본격적으로 수주에 참여할 것이라는 것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IBM, 오라클, 마이크로소프트 등이 대표적인 기업들이다. 그러나 클라우드 시장을 큰 격차로 리드하고 있는 아마존이 이들 기업보다 제다이 계약에 유리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제다이 프로젝트의 기본 목적이 이미 민간 분야에서 널리 쓰이고 있는 클라우드 기술을 국방에 적용함으로써 비용과 안정성에 있어서 민간수준의 경쟁력을 갖추자는 것이므로 아마존 AWS를 가장 유력한 후보로 거론하는 것은 매우 타당해 보였다. 특히 아마존은 CIA와 진행하던 6억 불짜리 프로젝트를 통해 보안에 매우 민감한 공공 클라우드 서비스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준 상태였다.

구글의 제다이 프로젝트에 대한 대응도 관심을 끌 수밖에 없다.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와 함께 퍼블릭 클라우드 시장에서 이미 빅3의 반열에 올라 있는 구글이 주요 경쟁사로 거론되는 것은 매우 당연하다. 특히, 이 프로젝트가 소위 ‘승자독식’을 전제로 하고 있기에 이 프로젝트를 수행할 수 있는 회사로는 빅3인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이란 것이 일반적인 판단이었고, 한 회사를 굳이 더 넣는다면 IBM까지라고 보는 것이 타당했다. 오라클은 이 프로젝트 경쟁 구도에서, 특히 단일 기업 계약을 전제로 하고 있는 상황에서 낄 수 있는 자리는 없어 보였다.

아마존 MS 구글의 3파전 그리고 굳이 넣는다면 IBM까지
아마존 MS 구글의 3파전 그리고 굳이 넣는다면 IBM까지

구글의 입찰 포기, IBM과 오라클의 낙마, 오라클의 소송

2018년 7월 25일 드디어 제다이 프로젝트에 대한 공식적인 입찰이 시작된다. 아마존은 퍼블릭클라우드 시장의 압도적 1위 기업을 배경으로 가장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기 시작했고, 마이크로소프트는 공공시장에서의 풍부한 경험과 경쟁력을 겸비한 2위 클라우드 기업으로 아마존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로 부각 되었다. 시장 3위 구글도 충분한 잠재력을 가진 후보로 제다이 프로젝트에 참여할 것으로 여겨졌다.

IBM은 2013년 소프트레이어(Softlayer) 인수부터 시작하여 최근 레드햇 인수까지 클라우드 사업에 대한 투자를 강화해 오며, 공공분야에서의 오랜 사업 경험을 바탕으로 JEDI 문을 두드리는 잠재 후보의 자격을 갖추고 있었다. 오라클은 여전히 공공분야의 강자임엔 틀림이 없으나, 클라우드 사업에서의 미미한 존재감으로 인해 잠재 후보로서 거리가 있어보였다. 오라클은 제다이가 단일 벤더 계약으로 가는 것을 포함 전반적인 계약 입찰 프로세스가 불공정하다고 공공연하게 비판하며 이에 대해 미국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오라클은 미국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오라클은 미국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제다이 입찰의 주요 후보 중 하나였던 구글은 일찌감치 입찰 포기를 선언했다. 그 첫 번째 이유로 제다이 프로젝트가 구글의 인공지능 원칙7)과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두 번째 이유로는 구글이 확보하고 있는 정부 인증 항목들이 계약의 요구사항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구글이 이 입찰을 포기하게 된 배경에는 구글이 진행하던 군사 목적의 인공지능 드론 프로젝트에 대한 직원들의 강력한 저항이 한 몫을 한 것으로 판단된다. 구글은 메이븐(Maven)으로 알려졌던 이 프로젝트에서 내부 직원들의 반발로 인해 재계약 없이 발을 빼는 것으로 결정한다.

구글이 빠진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IBM, 오라클의 경쟁에서 다수의 예상대로 IBM과 오라클이 떨어져 나가고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가 최종 주자로 남게 된다. 이후 오라클은 IBM과 더불어 JEDI 입찰과 관련된 전반적인 프로세스에 대해 강력히 불만을 토로하였으며, 특히 오라클은 2018년 12월에 제기한 소송으로 국면 전환에 대한 희망을 살려보려 하였으나 연방법원이 이 소송을 기각함으로써, 이젠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의 양자 대결로 확실하게 굳혀진 상황이 되었다. 한편 국방부는 아마존과의 계약을 선호하며 이쪽으로 이미 기울어졌다는 소문이 업계에 널리 퍼지고 있었다.

아마존 음모론과 트럼프의 관심, 낙찰기업 발표 연기

이 때 또 하나의 변수가 등장하는데 바로 트럼프 대통령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제다이 프로젝트에 관해 언급을 한 것이다. 계약을 위한 요건 자체가 공정하지 않으며 아마존에 유리하게 되어 있다는 불만을 너무 많이 듣고 있다는 것이다. 아마존과 제다이 입찰에서 경쟁하는 회사들이 제시한 일종의 아마존 음모론에 트럼프가 반응을 한 것이다.

오라클을 중심으로 제기된 이 음모론에 의하면 10년간 100억 불짜리 클라우드 프로젝트가 생성되는 과정에 국방부 전 현직 관료들과 아마존 관계자들이 얽혀 있다는 것이다. 이런 일련의 관계가 요약되어 있는 한 장의 흐름도(아래 이미지 참조)가 실제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되었다고도 한다. 아마존과 제프 베조스에 대한 트럼프의 반감이 제다이 경쟁에서 아마존에 불리하게 작용했을 것이란 추측도 물론 많이 회자되고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 책상위에 놓여 있었다는 제다이 프로젝트 생성 과정에 대한 음모론 (출처: Jonathan Swan’s Twitter)
트럼프 대통령 책상위에 놓여 있었다는 제다이 프로젝트 생성 과정에 대한 음모론 (출처: Jonathan Swan’s Twitter)

때마침 트럼프는 마크 에스퍼(Mark Esper)를 신임 국방장관으로 임명한다. 새로 임명된 에스퍼 국방장관은 제다이 계약이 아마존에게 유리하게 인위적으로 조작이 되어 있는지 전면 재조사한다고 발표한다. 이제 제다이 계약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게 된다. 원래 8월이면 최종 승자가 결정될 것으로 예상했으나, 또 다시 연기된 것이다.

이 조사 결과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알려진 바가 없다. 하지만 최종 낙찰자를 결정하는데 조사 결과가 중요한 열쇠가 되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조사 결과에 대한 문의가 쇄도하였으나 국방부는 특별히 이 조사에 타임라인을 정해놓고 있지는 않다는 응답만 되풀이할 뿐이었다. 언제 최종 낙찰자가 결정될지 아무도 예견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

한편, 마이크로소프트가 자사의 협력 벤더들을 통해 국방부에 76억 달러 상당의 오피스365를 제공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 계약은 제다이와는 완전 별개이지만, 오피스365가 클라우드 기반의 서비스라는 점 때문에 당시 아마존과 마지막 경쟁구도 있던 마이크로소프트에 유리하게 작용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제다이 최종 낙찰자가 발표되기 직전 발생한 또 다른 흥미로운 사건은 제다이 프로젝트 전면 재조사를 지시한 에스퍼 국방부 장관이 마이크로소프트가 최종 낙찰자로 발표되기 직전에 자신을 제다이 리뷰에서 배제한다고 발표한 것이다. 에스퍼 장관의 아들이 최초 입찰기업으로 참여했던 IBM에서 근무한 이력을 들어 스스로 조사 및 의사 결정 과정에서 빠진 것이다. 이 후 3일 만에 마이크로소프트가 최종 낙찰자로 결정된 것으로 보면, 이미 이 시점에 낙찰자가 정해져 있던 것으로 추정해 볼 수 있다.

트럼프는 '아마존'으로 기울었던 것으로 알려진 제다이 프로젝트 입찰 전쟁에서 막판 새로운 변수로 떠오른다. (출처: Gage Skidmore, Donald Trump, CC BY SA) https://flic.kr/p/9hHrit
트럼프는 ‘아마존’으로 기울었던 것으로 알려진 제다이 프로젝트 전쟁에서 막판 새로운 변수로 떠오른다. (출처: Gage Skidmore, Donald Trump, CC BY SA

제다이 타임라인 그리고 시사점

제다이 프로젝트가 마이크로소프트에 낙찰될 때까지 벌어진 관련 사건을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 2018년 3월 7일: 국방부 RFP 드래프트 공개, 의견 수집 및 조정 시작
  • – 7월 25일: 공식 입찰 시작
  • – 10월 초: 구글 입찰 포기
  • – 12월: 오라클의 JEDI 프로젝트 불공정에 대한 소송 제기 (아마존 편향됨을 강조)
  • 2019년 4월 초: IBM과 오라클 경쟁에서 탈락
  • – 7월 12일: 오라클 소송 기각
  • – 7월 18일: 트럼프 대통령이 JEDI 프로젝트에 대해 언급
  • – 7월 23일: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 취임
  • – 8월 1일: 에스퍼 국방장관 JEDI 프로젝트 전면 조사 지시, 낙찰 기업 선정 연기
  • – 10월 22일: 에스퍼 국방장관 JEDI 프로젝트 결정과정에서 스스로 배제
  • – 10월 25일: 마이크로소프트 JEDI 프로젝트 최종 낙찰기업으로 결정

2018년 초부터 시작된 제다이 프로젝트 전쟁의 결과는 결론적으로 아마존에게는 큰 충격을 마이크로소프트에게는 시장 1위와의 격차를 줄이며 아마존을 더욱 강하게 압박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어느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결과였지만 기존 공공시장의 절대 강자들의 끈질긴 도전, 이로 인한 정치권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가 일부 반영되었다는 것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특히 경쟁에서 이미 배제된 이후에도 오라클과 IBM은 끈질기게 제다이 프로젝트와 아마존과의 연루설을 주장함으로써 결국 계약을 지연시킬 수 있었다. 이는 결정적으로 아마존에 불리한 상황으로 작용하고 말았다. 이러한 연유로 마이크로소프트가 비록 최종 승자일지라도, 오라클 역시 제다이 프로젝트에 어떤 형태로든지 관여할 것으로 조심스럽게 예측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가 클라우드 비즈니스를 위해 그간 지속적으로 아마존과 격차를 줄이며 성장해 온 성과가 이번 결과를 가져온 가장 중요한 요인임을 부정할 수 없다. 사티아 나델라가 마이크로소프트 호의 선장이 된 이후 개방과 공유를 주장하며, 그의 주특기인 클라우드 비즈니스에 많은 역량을 집중한 결과이다. 클라우드 시장에서의 1위를 향한 마이크로소프트 행보의 한 주요 마일스톤이 이번 제다이 프로젝트 승리인 것이다. 마치 마이크로소프트의 승리를 예견하듯 때마침 관련 보고서가 나온 것도 결코 우연이 아닌 듯하다.

마이크로소프트 CEO 사티아 나델라(Satya Nadella) (출처: 위키미디어 공용 CC BY-SA 4.0) https://en.wikipedia.org/wiki/Satya_Nadella
마이크로소프트 CEO 사티아 나델라(Satya Nadella) (출처: 위키미디어 공용 CC BY-SA 4.0

마이크로소프트가 제다이의 최종 승자가 되었지만, 앞으로 해결해야할 많은 문제가 산적해 있다. 짧은 기간 동안 급격하게 발전하고 변하는 기술 분야에서 향후 10년 앞을 내다보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다시 말해서 마이크로소프트는 예측할 수 없는 불확실성에 대해 전략적 준비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제다이가 처음 2년, 그리고 3년 + 5년 계약하는 구조이지만, 보수적인 공공 프로젝트의 특성상 중간에 벤더가 바뀔 가능성은 거의 없다. 어떻게 해서든 파트너들과 엮어서 제다이의 목표를 향해 앞으로 나아가고, 또한 최신 트렌드를 적극 반영하는 노력도 게을리 할 수 없다. 이번 제다이 경쟁에서는 탈락했지만, 아마존이나 구글, IBM, 오라클과의 관계도 무시할 수 없다. 특히 오라클은 이번 마이크로소프트의 제다이 수주를 놓고 자기 ‘지분’을 주장해 올 가능성이 다분히 있다. 이런 복잡한 관계를 잘 풀어나가야 하는 것도 마이크로소프트가 해결해야 할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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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글은 한국정보화진흥원의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으며, 클라우드스토어 씨앗 이슈리포트에 동시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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