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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에 등장할 ‘독립형’ 가상현실 헤드셋

진화의 속도가 빠르다고는 하나 가상현실은 여전히 해결해야 문제들이 수두룩하다. 그 중에서도 가상현실 헤드셋은 콘텐츠 개발이나 응용 프로그램 환경 개선 외에도 대중화를 위해 찾아야 할 답이 많다. 그런데 가상현실 관련해 가장 흥미로운 현상도 헤드셋에서 시작된다.

컴퓨팅 부품과 센서, 디스플레이 같은 핵심 기술을 조합한 가상현실 헤드셋에 변화가 커질수록 가상현실 환경도 크게 바뀌게 마련이다. 단순히 공간만 볼 수 있던 가상현실도 새로운 센서 조합으로 일정한 공간을 움직이는 룸 스케일 가상현실로 확장되었고, 이제 공간의 제약을 벗어나기 위한 기술을 갖춘 가상현실 헤드셋으로 또 한 번의 진화를 준비하고 있다.

2018년 등장할 독립형 가상현실 헤드셋

1. 구글, 월드센스 

구글은 지난해 데이드림(Daydream)이라는 VR 플랫폼을 공개했다. 데이드림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VR 헤드셋에 꽂아서 다루는 가상현실 플랫폼으로 앞서 나온 다른 스마트폰 VR과 차별화되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구글은 개발자 행사인 ‘I/O 2017’에서 스마트폰을 꽂는 VR이 아닌 독립형 VR 프로젝트인 ‘월드센스’ (WorldSense)를 발표한다.

‘월드센스’는 좀더 진화된 가상현실 헤드셋으로 스마트폰이나 PC 같은 외부 장치와 별도 센서를 연결하지 않아도 카메라와 가속도 센서 등으로 독립적으로 작동하는 기기다. 월드센스 개발에는 HTC와 레노버가 참여한다.

2. 페이스북(오큘러스), 오큘러스 고

구글 ‘월드센스’와 비슷한 헤드셋을 내놓겠다고 발표한 곳이 하나 더 있다. 페이스북이 인수한 오큘러스다. 오큘러스는 10월 초 개최한 개발자 행사인 오큘러스 커넥트 4(OC4)에서 내년에 출시할 독립형 가상현실 헤드셋 두 가지를 공개했다.

먼저 공개한 오큘러스 고(Oculus Go)는 스마트폰을 꽂지 않는 독립형 가상현실 헤드셋으로 2018년 초 199달러에 출시된다. 오큘러스의 모바일용 가상현실 플랫폼을 탑재한 삼성 플래그십 스마트폰과 기어 VR을 구입하지 않아도 누구나 동일한 플랫폼의 콘텐츠를 실행할 수 있기 때문에 가상현실 대중화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오큘러스 고

3. 페이스북(오큘러스), 프로젝트 산타 크루즈

페이스북 행사에서 눈길을 끈 것은 ‘프로젝트 산타 크루즈'(Project Santa Cruz)다. 프로젝트 산타크루즈는 페이스북이 2016년 오큘러스 커넥트 3에서 선보였던 것으로 처음엔 단순히 외부 장치와 선을 없앤 독립형 오큘러스 고와 비슷한 개념의 제품이었다. 하지만 페이스북이 올해 공개한 프로젝트 산타 크루즈는 그보다 더 진화했다. 구글 ‘월드센스’처럼 외부에 별도 센서를 설치하지 않아도 영역과 컨트롤러를 센싱할 수 있다.

4. HTC, 바이브 포커스 

HTC도 독립형 가상현실 헤드셋 시장에 도전장을 던졌다. HTC도 11월 중순 개최한 개발자 행사에서 바이브 포커스(Vive Focus)를 선보였다. 바이브 포커스는 구글 월드센스 플랫폼을 탑재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HTC는 구글과 협력을 포기하고 구글 월드센스와 비슷한 월드스케일(WorldScale)이라는 비슷한 기술을 내놨다. 독자 생태계 구축을 선언한 것이어서 관심을 끈다.

바이브 포커스

사실 스마트폰이나 PC를 이용하지 않는 가상현실 헤드셋의 등장은 오래전 예고된 것이었다. 전통적인 가상현실 기기 제조사가 아니더라도 많은 스타트업들이 모바일 부품과 플랫폼을 결합한 독립형 가상현실 헤드셋을 개발해왔기 때문이다.

독립형 무선 VR 헤드셋의 핵심은 ‘6 자유도’

2018년 선보일 것으로 보이는 오큘러스와 HTC, 레노버의 무선 가상현실 헤드셋은 스마트폰을 이용하던 가상현실 플랫폼과 유사한 제품이 아니다. 외부 센서 없이 어떤 공간에도 이용자가 움직이는 대로 볼 수 있는 6 자유도(6 Degree of Freedom)를 구현한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독립형 가상현실 장치는 외부 카메라나 센서를 이용해 공간과 사물 위치를 추적하는 기술을 담고 있다.

독립형 가상현실 장치는 외부 카메라나 센서를 이용해 공간과 사물 위치를 추적하는 기술을 담고 있다.

6 자유도는 가상현실의 몰입감을 높이는 중요한 요소다. 보통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가상현실은 고개를 숙이거나 좌우로 돌리거나 양옆으로 눕히는 정도는 무난하게 몰입할 수 있지만, 앉은 자리에서 일어섰을 때 가상현실 속 공간도 함께 위로 움직이는 탓에 굳이 일어서야 할 의미가 사라진다. 이에 비해 6 자유도는 가상현실 헤드셋을 쓴 고개를 돌리거나 앞으로 숙이고 젖히는 것은 물론 앞으로 걷거나 앉거나 뜀박질을 하는 등 실제 몸의 움직임에 따라 가상현실 공간에서 높이나 원근감이 바뀌므로 몰입 경험이 더 높아진다.

이러한 6 자유도를 구현하는 것은 콘텐츠 뿐만 아니라 헤드셋을 쓴 이용자의 움직임을 추적하는 기술을 적용해야 한다. 앞서 오큘러스 리프트나 HTC 바이브 같은 PC용 가상현실 헤드셋은 외부에 2개 이상의 추적 센서를 탑재해 일정 공간 안에서 헤드셋과 컨트롤러의 움직임을 추적한 뒤 이를 처리한다. 추적 정확도가 매우 높은 것은 장점이지만, 센서 연결을 위해 많은 확장 단자를 요구하는 것과 센서 범위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 단점이다.

종전 가상현실의 문제를 조금이나마 해결한 것이 마이크로소프트 혼합 현실 장치다. 혼합 현실 장치는 외부 센서 대신 가상현실 헤드셋 외부에 카메라로 외부 공간과 장애물을 측정하고 컨트롤러 움직임을 추적해 이를 가상현실 안에 반영한다. 외부 센서로부터 신호를 추적하는 게 아니어서 연결 단자를 줄인데다, 케이블 길이 만큼 좀더 넓은 범위를 움직일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여전히 강력한 성능의 PC를 케이블로 연결해야 하는 만큼 공간과 이동성에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

케이블을 없애고 이동성을 높이는 해결책은 결국 처리 장치와 추적 기술을 내장한 가상현실 헤드셋으로 좁혀진다. 지금은 희미해진, 한 때 융합 현실(Merged Reality)이라는 이름으로 선보였던 인텔 프로젝트 얼로이는 이러한 결론에 매우 근접한 가상현실 헤드셋이었다. 인텔이 손을 뗀 이후 위축될 것으로 보였던 융합 현실형 헤드셋은 오큘러스의 프로젝트 산타 크루즈와 구글 월드센스, 그리고 HTC 월드스케일처럼 외부 컴퓨팅 장치와 연결하지 않고 6 자유도를 구현할 수 있는 완전 독립형 헤드셋으로 확장됐다.

프로젝트 산타 크루즈는 외부 연결 없이 헤드셋 센서만으로 컨트롤러와 외부 공간을 추적한다.

프로젝트 산타 크루즈는 외부 연결 없이 헤드셋 센서만으로 컨트롤러와 외부 공간을 추적한다.

가상현실에서도 중요해지는 가상화 컴퓨팅

독립형 가상현실 헤드셋은 앞서 말한 대로 공간의 제약이 없는 만큼 더 큰 공간의 가상현실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 영화 [발레리안 : 천개의 행성]에서 주인공은 사막 같은 허허벌판에서 가상현실 헤드셋처럼 생긴 HMD를 쓴 뒤 ‘빅 마켓’이라는 가상현실 공간을 돌아다니는 것처럼, 빈 공간의 위치 정보와 가상현실 콘텐츠를 섞어 새로운 유형의 서비스를 만들 수도 있다.

다만 가능성 있는 시나리오보다 좀 더 현실적인 접근도 필요하다. 이를테면 컴퓨팅 환경의 전환이다. 이동성을 강화한 독립형 가상현실 헤드셋은 기본적으로 디스플레이와 처리장치, 그리고 입력 인터페이스를 하나로 뭉친 컴퓨팅 장치다. 가방에 넣어 다니던 노트북과 마찬가지로 휴대용 컴퓨터가 되는 셈이다. 굳이 가상현실 콘텐츠를 즐기기 위한 목적이 아니더라도 훨씬 넓은 공간에서 작업할 수 있고, 헤드셋 자체의 추적 센서로 공간과 컨트롤러를 인지하면 어디에서나 작업할 수 있는 환경을 꾸밀 수 있다.

이동성을 강화했지만, 성능이 낮은 독립형 가상현실에서 가상화는 중요한 해법일 수 있다.

이동성을 강화했지만, 성능이 낮은 독립형 가상현실에서 가상화는 중요한 해법일 수 있다.

하지만 독립형 가상현실 헤드셋도 약점은 있다. 기본적인 부품이 고성능은 아니므로 자체적인 처리 능력은 한계가 있다. 오큘러스와 HTC, 구글은 모두 퀄컴 스냅드래곤 835 모바일 프로세서를 중심으로 하드웨어를 개발 중이다. 이유는 단순하다. 대다수 독립형 헤드셋이 퀄컴이 제시한 가상현실 헤드셋 레퍼런스를 기초로 개발되고 있어서다. 때문에 독립형 가상현실 헤드셋은 모바일 프로세서의 처리 능력을 넘어서는 작업에는 한계가 있다.

이 한계를 극복하는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PC 같은 처리 성능을 갖고 있지 않더라도 PC 성능을 필요로 하는 작업을 할 수 있는 길은 열려 있다. 원격 컴퓨팅 또는 가상화 컴퓨팅이다. 독립형 가상 실 하드웨어가 충분한 성능과 소프트웨어를 실행할 수 없어도 이용자가 활용할 수 있는 고성능의 컴퓨팅 자원을 원격으로 연동해 가상현실에서 필요한 컴퓨팅 파워를 끌어와 쓸 수 있다.

네모닉 플랫폼은 가상현실 내에서 각각 다른 운영체제로 실행 중인 여러 개 가상화 머신을 띄워 작업하는 데모를 선보였고, 엔비디아는 VM웨어와 협업해 쿼드로GPU로 구축된 데이터 센터의 가상화 환경에서 처리한 가상현실 그래픽을 스트리밍하는 가상현실 가상화를 2016년 VM월드에서 공개하기도 했다. 그 이전의 가상현실도 가상화는 가능성 있는 요소였지만, 컴퓨팅 파워가 충분한 환경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진 않았다.

엔비디아는 VM웨어와 함께 쿼드로 칩셋 기반의 가상현실 가상화를 스트리밍을 선보이기도 했다.

엔비디아는 VM웨어와 함께 쿼드로 칩셋 기반의 가상현실 가상화를 스트리밍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와 달리 이동성을 높인 독립형 가상현실 하드웨어 환경을 감안하면 앞으로 가상현실 가상화는 지금보다 가치 비중을 더 높일 수밖에 없는 조건이 만들어지고 있는 셈이다. 독립형 가상현실 장치는 기존 가상현실의 단점을 해소하는 것을 넘어 새로운 기회를 만들고 있다.

키사 KISA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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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소개

최필식
초대 필자, 테크G 발행인

(現) 테크G 발행인 / (現) IT 블로그 ‘chitsol.com’ 운영자 / (前) 월간 PC사랑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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