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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5월 6일 홍대 ‘걷고 싶은 거리’.

문재인 당시 후보자는 직접 거리에서 유권자를 만나 다양한 유권자의 바람을 듣고, 포옹(프리허그)도 하는 행사를 가졌다. 그 행사에서 ‘발언’하고, 문 후보자와 포옹한 시민은 여럿이다. 그중에는 한 비정규직 청년도 있었다. KT스카이라이프 비정규직 (해고자) 김선호 씨다. 선호 씨는 그날 문 후보자에게 이런 바람을 전했다.

“이번 투표로 사회 양극화 문제가 꼭 해결됐으면 좋겠고요. 제가 3년 동안 소속이 네 번 바뀌면서 정규직화될 기회를 회사가 박탈했는데, 여러분도 잘 아시는 KT스카이라이프라고, 거기서 기회를 박탈했는데 문재인 후보님께서 대통령이 되신다면, 꼭 비정규직 문제에 관심을 가져주시고, 사회 양극화를 줄이는 데 이바지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김선호, 아래 동영상 46:20 이후)

YouTube 동영상

언론도, 행사 스케치 기사에 가깝긴 했지만, 선호 씨 사연에 관심을 가졌다. 가령, 한겨레 “3년간 소속이 네 차례나 바뀌면서 정규직 기회를 박탈당했다는 케이티(KT) 스카이라이프 비정규직 노동자의 사연을 들었을 때는 어깨를 토닥였다.”고 보도했다.

선호 씨도 행사 직후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마음에 문재인 후보님을 찾아뵈었습니다.”라면서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프리허그’ 동영상과 자신의 사연을 올렸다. 커뮤니티 유저들도 응원과 격려 댓글로 화답했다. 어쩌면 동화 속 해피엔딩을 기대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거의 반년이 지났다. 궁금하다.

 

선호 씨는 정규직이 됐을까? 

 

  • 2017년 10월 30일
  • 인터뷰이: 김선호 KT스카이라이프 노동자
  • 인터뷰어: 민노씨

 

발언하는 김선호 씨(출처: 문재인 TV에서 캡쳐)
발언하는 김선호 씨(출처: 문재인 TV에서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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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단한 자기소개.

하루하루 열심히 가족의 생계를 위해서 일하는 32살 청년이다. 회사 측이 면접을 볼 때, “열심히 일하면 정규직 기회가 있다”고 해서 3년동안 열심히 일했지만, 현재는 해고 상태다. 정당한 권리를 되찾기 위해 싸우고 있다.

= 가족의 생계를 위해서? 

어머니, 할머니 그리고 외삼촌과 함께 산다. 어머니와 삼촌이 청각 장애인이시다. 그래서 내가 생계를 책임져야 했다.

= 지금은? 

실업급여를 받고 있는 상태다. 원래 받던 급여의 절반이 조금 안 되는 수준이다.

= 실업급여는 언제까지 받나. 

내년 1월까지.

= 얼마 안 남았네? 

염동선 위원장은 이마저도 기간이 끝났다. 염 위원장은 가장이라서 상황이 더 안좋다. (염동선 위원장은 김선호 씨와 함께 해고당한 스카이라이프 비정규직 노동자로, 둘은 2인만으로 KT노조의 제2노조인 KT새노조 산하의 KT스카이라이프지회를 설립한 상태다. – 편집자)

= KT스카이라이프의 직원 규모는.  

정규직은 320명 정도고, 비정규직(콜센터 포함)까지 포함하면 1천 명이 넘는 걸로 안다. 그런데 비정규직은 공식 통계에 잡히진 않을 수 있다. 왜냐하면, 대개 파견이나 도급이라서… 직고용한 계약직만 통계로 잡힐 거다. KT 자회사 중에서도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큰 규모의 회사다. 2016년 기준으로 매출액은 6천억 원을 넘고, 당기순이익도 6백억 원을 넘는다.

출처: 사람인 http://www.saramin.co.kr/zf_user/bbs-tong/view/com_idx/946
출처: 사람인, ‘KT Sky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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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사에서 해고까지

 

  • ’14년 5월: KT스카이라이프 입사(계약서 작성 전).
  • ’14년 6월: 회사 측은 계약서 작성을 지연하더니 KT스카이라이프가 아닌 ‘케이티아이에스'(KTIS) 계약서를 들고와서 계약을 종용. 선택의 여지가 없는 상황에서 일단 사인.
  • ’14년 6월 ~’14년 12월: 케이티아이에스 소속으로 계약 유지(만 8개월).
  • ’15년 1월: 회사가 대놓고 말하진 않았지만, 위장 도급의 위험이 있으니 “직고용”으로 바꾸자는 분위기가 감지됨. 15년 1월부터 스카이라이프 계약직으로 신분이 바뀜.
  • ’15년 1월 ~ 12월: KT스카이라이프 계약직 노동자(직고용)로 일함.
  • ’16년 1월~4월: 회사는 계약을 연장할 수 없다고 하고, 도급(= KTIS  계약)으로 돌리겠다고 함. KTIS 계약이 여의치 않아서 4개월을 “무소속으로”(개인 위탁계약)으로 일함. 여기서 가장 중요한 체크 포인트는 입사 이후 소속은 계속 달라졌지만, 하는 일은 달라지지 않았다는 점.
  • ’16년 5월 말: 5월 1일부터 일한 걸로 하자는 ‘소급 계약’을 KTIS 계약서로 도급으로 체결.
  • ’16년 5월 ~’17년 4월까지(만 1년): KTIS 도급 계약.
  • ’16년 10월: 노동청에 불법파견, 위장도급 등 혐의로 진정.
  • ’17년 2월: 노동청 진정은 각하(내사 종결). 이것을 이유로 해고됐다고 본인(김선호)은 판단함.
  • ’17년 3월: 형사 고소(현재 상태: 노동부는 사건 조사 완료), 노동청(노동청에서 대질신문 1회, 일반신문 2회 받음)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고, 검찰은 기소/불기고 여부 등을 결정해야 하는 상태.
  • ’17년 4월 말 ~ 현재: 계약 만료로 사 측으로부터 해고 통지받음. 현재까지 이 해고자 신분은 유지되고 있음.
  • ’17년 5월: 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노동행위’와 ‘불법해고’ 혐의로 KT스카이라이프를 제소.
  • ’17년 5월 6일: 문재인 당시 후보와 ‘프리허그’.
  • ’17년 6월: 회사는 김선호, 염동선에게 ‘특별채용’을 제안.
  • ’17년 9월: 지방노동위원회는 진정에 대해 ‘각하’ 결정. (참고로, 프리허그 이후 회사 측의 태도가 많은 변화를 보였다고 함. 회사 측 노무사가 “문재인 대통령과 프리허그했을 때 보고 사실 정말 깜짝 놀랐다.”고 말했던 걸로 봐서는 프리허그가 ‘특별채용’ 결정에 상당한 영향을 준 것으로 보임(김선호 씨의 주장). 하지만 지노위 심판장에서 회사 측 대리인인 노무사의 발언은 “이제 도저히 안되겠다.”(= 채용할 수 없음)였음. (’17년 9월 27일)

 

  • ’18년 5월 8일: 복직 후 첫 출근. (’18년 5월 8일 오전 7:40 업데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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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전한 삶을 조각내는 ‘쪼개기 계약’ 

 

= 처음부터 ‘쪼개기 계약’이었나. 

아니다. 입사 당시에는 KT스카이라이프 계약직으로 입사하기로 했다(‘계약직 직고용’). 그런데 그렇게 1달 동안 일했지만, 계약서 작성이 미뤄졌다. 문제를 제기했지만, 정규직 박 팀장은 조금만 기다려달라고 했다. 그런데 어느 날, KT스카이라이프가 아닌 KTIS 계약서를 들고 왔다. 그리고 그 계약서로 계약해야 한다고 했다. 그 계약이 아니면 어떤 계약도 할 수 없다고, 회사를 나가야 한다고. 부당한 걸 알면서도 울며 겨자먹기로 계약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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쪼개기 계약? 

일정한 기간(2년)이 지나면 비정규직원을 정규직으로 채용해야 하는 기간제법[footnote]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를 위한 법률[/footnote]을 회피하기 위해 한 회사에서 (정규직원과) 똑같은 일을 하면서도, 회사 소속만 계속 바뀌는 것을 말한다. 비정규직원이 정규직이 되는 것을 회피하는 편법, 꼼수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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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동안 '똑같은 일'을 해오면서 신분(소속)은 4번이나 바뀌어야 했던 김선호 씨. 일명 '쪼개기 계약'. (출처: 채널A, 청년 울리는 쪼개기 계약... 기업의 꼼수 캡처) https://www.youtube.com/watch?v=3RiHNfcdUpo
3년 동안 ‘똑같은 일’을 해오면서 신분(소속)은 4번이나 바뀌어야 했던 김선호 씨. 일명 ‘쪼개기 계약’. (출처: 채널A, ‘청년 울리는 쪼개기 계약… 기업의 꼼수’ 중에서)

= 쪼개기 계약은 선호 씨에게 어떻게 체감됐나. 

순간순간마다 실망하게 되더라. 언제 안정감을 가질 수 있을까. 이 회사도 사람을 부속품으로 보는구나, 그런 느낌. 인간 대 인간으로 대하지 않는구나… 그런 느낌을 자주 받았다.

= 가령 어떤 상황에서 그런 감정을 가지게 되나. 

업무 환경이 “타이트”했고, 우리 팀이 실적 기준이다보니까, 시장에서 보는 실적 기대치와 회사가 바라보는 실적 기대치가 다르다. 회사의 기대치가 시장의 기대치 높다보니 회사는 ‘항상’ 만족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회의실에서 이야기 도중에 ‘욕설’을 한다던가, 다른 팀원들도 다 듣고볼 수 있는 공개된 자리(팀장실)에서도 욕을 했다. (= 누가?) 팀장이. 고성은 기본이고, 욕설은 옵션이다.

= 고성은 기본, 욕설은 옵션? 직접 그런 일을 당했나? 

내가 직접 당한 건 딱 한 번이다. 나와 함께 싸우는 염동선 위원장이 그런 욕설을 자주 들었다.

= 염동선 위원장만 욕설을 들을만한 이유가 있었나.

아무래도 영업 파트 쪽이 그게(욕설) 좀 심하다.

= 영업 파트? 

나는 재고 관리 파트고, 염동선 위원장은 영업 파트다. 영업 파트는 거래처에 휴대폰을 공급하고, 거래처는 휴대폰을 판다. 영업 직원이 얼마나 좋은 거래처, 좋은 인맥을 쌓느냐가 영업 실적에 그대로 반영된다. 거래처의 양과 질이 얼마나 좋으냐에 따라서 능력을 평가받는 일이다. 그래서 노동 강도가 좀 더 세다.

= 팀장이 정규직원에 대해서는 달리 대했나. 

정규직원에게는 아예 ‘터치’가 없다. 도급 직원에게만 그런 식으로 대한다.

– ‘터치’가 없다? 좀 더 구체적으로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이를 설명하면. 

정규직은 6시면 대부분 칼퇴근이다. 남아서 야근하는 직원은 대부분 도급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리고 노동 강도도 비정규직이 훨씬 세다. 어느 정도냐면, 정규직에게 비정규직이 하는 똑같은 일하라고 하면 못할 것으로 생각한다.

= 예를 들면?

가장 차이가 나는 건 비정규직은 근무 시간이 길다는 거다. 연장근로 시간까지 계약서에 포함시켜서 연봉을 정한다. 예를 들어, 처음에 계약할 때는 연봉 2,400에 주 40시간이라고 할 것처럼 하다가, 나중에는 연봉 2,400만 원에 주 50 몇 시간까지 연장근로할 수 있다는 계약서를 들고 와서 ‘너 이 계약할 거니, 말 거니’ 이렇게 양자택일을 강요하는 식이다. 계약하지 않으면 바로 집으로 가야 하는 상황을 만들어 놓으니 대부분은 계약하지 않을 수 없다.

비정규직의 노동은 더 고달프다
비정규직의 노동은 ‘객관적으로’ 더 길고 고달프다.

= 정규직원은 도급 직원이 차별당한다는 주장에 동의할 것으로 보나. 

별로 동의하지 않을 것 같다. 노동청에서 정규직원과 대질 신문(對質 訊問)했는데, 그 분 태도가 돌변하더라.

= 돌변? 어떻게?

정규직원인 A과장이라는 분이 있다. 같이 일할 때는 회식도 함께하고, 고민도 나누고 했다. 그런데 대질 신문을 했을 때 전혀 다른 사람이었다. 본인이 했던 행동을 전부 부정했다.

= A과장에게 어떤 느낌을 받았나.

배신감을 느꼈다.

= 회사에서 A과장과의 관계는 어땠나. 

A과장은 40대 초반으로 내가 하는 업무를 총괄하고, 나에게 업무를 지시하는 사람이었다. 내가 맡은 업무가 많다보니까 시한을 못 지킬 것 같을 때에는 A과장에게 기한을 좀 연장해달라고 요청하곤 했는데, 잘 들어주는 편이었다. 우리 회사가 직책을 한 단계 높여 부르는 문화가 있어서 평소에 ‘차장님’이라고 불렀고, A과장 장모님 돌아가셨을 때도 조문했던 그런 나쁘지 않은 기억이 있다. 어머니와 외삼촌이 장애인인 내 가정사도 알고 계셨고. 그런 사람이 안면을 바꾸니까 망치로 한 대 맞은 기분이랄까…

= 정규직원과의 급여 차이는 얼마나 되나. 

정규직이 1.5~1.7배 정도로 더 받는 것으로 안다.

= 같은 일을 하고, 경력도 비슷한데, 내가 100만원 받을 때 정규직은 150~170만원 받는다는 건데, 어떤 느낌인가.

박탈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 쪼개기 계약의 해법은 뭐라고 생각하나. 

현행법(기간제법)으로는 해결할 수 있는 뚜렷한 방법이 없는 것 같다. 회사가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라면, (정규직으로) 끌어 안아야 하는데, 그런 회사가 없는 것 같다. 법의 헛점을 노리고, 노동자를 소모품처럼 버려버리니까. 회사가 자발적으로 바뀌어야 하는데, 그럴 가능성은 희박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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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스카이라이프 노조의 반대

 

= 스카이 정규직노조(민주노총 언론노조 산하 KT스카이라이프지회, 단일노조)에서 선호 씨의 정규직화를 반대했다. 

그렇다. 프리허그를 하고 나서 1달 뒤에 인사팀이 나와 염동선 위원장을 정규직으로 특별채용하겠다고 제안했다. 특별채용의 절차적 규정상 인사팀에서 정규직 노조의 의견을 물었다. 집행부에선 “이의 없다”고 인사팀에 답변했다. 하지만 이에 관한 소문이 사내에 퍼지면서 일반 평노조원 사이에서 반대 여론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평노조원들이) 노조사무실에 찾아와서 ‘이 사람들(나와 염동선)은 안 된다’는 항의를 했다고 한다.

= 왜 같은 노동자끼리 반대했다고 생각하나.

정규직원들은 나를 채용하면 자신들이 박탈감을 느낀다고 생각할 것 같다. 자기들은 그래도 공부 열심히해서 시험 보고, 면접 보고 공채로 들어왔는데, 계약직을 정규직으로 뽑아버리면 그게 오히려 자신들에게는 공정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 정규직원들의 그런 입장에서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자기들 기득권만 지키려 하고, 이익만 지키는 건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스카이라이프 노동조합 홈페이지 첫 화면, "당신이 노동조합입니다" 단, 비정규직은 빼고.... http://www.skylifeunion.or.kr/xe/
스카이라이프 노동조합 홈페이지 첫 화면, “당신이 노동조합입니다” 단, 비정규직은 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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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스카이라이프 노조의 현재 입장은? 

 

최정욱 위원장은 “개인적인 의견이라면 얼마든지 구체적인 의견을 낼 수 있겠지만, ‘위원장’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지회 전체의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혀야 하는 위치라는 점을 고려해달라”면서, 민주노총 언론노조 산하 KT스카이라이프지부의 공식 입장은 “공식적으로 입장을 표명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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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호 씨가 정규직이었다면 어땠을 것 같나. 

당연히 (비정규직원을) 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와 염동선 위원장뿐만 아니라 우리보다 훨씬 더 오랫동안 비정규직으로 차별받은 분들이 있다. ‘컨설턴트'(설치기사)인데, 이 분들도 어서 정규직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정규직 노조에서 컨설턴트 관련해서는 ‘지지’ 성명를 발표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렇다. 그런데 지금은 분위기가 좀 미묘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 노조 집행부와의 관계는 어떤가. 

그렇다. 종종 조언도 구하고, 현재 회사 상황도 듣고 있다. (= 그러면 노조 집행부와는 원만한 사이인가?) 국감 나가는 날에도 커피샵에서 만났다. 나쁘지 않은 사이다.

= 선호 씨의 정규직화를 반대하는 노조원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자기 상황이 아니라고 회사의 이익을 대변하지 말고, 노동자라면, 노동자로서의 애환을 함께 느꼈줬으면 좋겠다. 비정규직 노동자도 성실하게 일했다면, 기회를 박탈당하는 것이 아니라 끌어안는 포용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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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과의 포옹… 짧은 한여름밤의 꿈 

= 문재인 대통령(당시 후보)과 프리허그 했을 때 어떤 기분이었나.

회사가 좀 놀랐것 같다는 생각은 했다. 사실상 대통령을 목전에 둔 후보에게 3만명이 모인 자리에서 이야기를 했으니까 영향이 있을 것으로 봤다.

= 회사가 놀랐다고 보나. 

직접 ‘놀랐다’고 이야기를 했으니까.

= 프리허그가 없었다면? 특별채용 제안이 있었을까? 

잘 모르겠다.

= 프리허그 이후에 회사가 만나자고 했을 때는 ‘이제 정규직 되는구나’하고 생각했을 것 같다. 

당연히 그랬다. 전화로 첫마디로 “인사팀 OOO인데, 염동선, 김선호 씨를 정규직으로 특별채용을 하려고 하니까 좀 보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 이제 정규직되는구나 생각했다.

= 기뻤을 것 같다. 가족들에게 가장 먼저 좋은 소식을 전했을 것 같은데. 

부당해고당했다는 걸 모른다. 걱정하실까봐…. (= 가족은 아직 선호 씨가 해고당한 걸 모르나?) 그렇다.

= 프리허그 이후의 짧았던 관심이 지금은 식었다. 그런 세상 민심이 야속하진 않나. 

이 이슈를 어떻게든 공론화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다른 많은 중요한 이슈들이 새롭게 터진다. 세상 민심이 야속하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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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의 변심 

= 먼저 특별채용을 제안했던 회사 태도가 지금은 돌변했는데. 그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인사팀 과장을 세 번, 본부장 포함해서 인사팀 과장을 두 번 더, 마지막으로 인사팀장과 과장을 만났다. 이렇게 총 6회에 걸쳐서 정규직화 채용에 관해 논의했다.

그런데 형사 고소 절차가 진행되면서 회사 측 태도가 바뀌었다. 회사 측 입장을 대리하는 법무법인 태평양이 ‘이 사람들(나와 염동선)을 채용하면 (회사 측의) 유죄를 인정하게 셈이라면서, 회사에 대한 형사 소송과 정규직 채용을 서로 별개 문제로 보기 어렵다고 했다고 한다.

= 정규직 채용에 소송이 걸림돌이라면 우선은 정규직 채용을 위해 소송을 그만두면 되지 않나 생각할 수도 있는데.

“소송 때문에 정규직 채용이 지연되고 있다”고 회사 측은 말했다. 그래서 우리(나와 염동선)는 “소송을 취하하면 그대로 (정규직화가) 진행되느냐”고 물었다. 이 질문에 회사 측은 답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이니 애초에 채용하지 못할 핑계로 가지고 나온 것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다. 즉, 회사가 내 무기(소송이라는 무기)를 내려놓게 하려는 꼼수로 생각된다. 나로선 정규직으로 먼저 채용한다면 소송은 얼마든지 취하할 수 있다.

= 앞으로 이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현재로선 법적인 해결만 남은 것 처럼 보인다. 회사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가 있으면 좋겠지만, 그럴 것 같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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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측의 현재 입장은? (연락하기로 하곤 연락 없음) 

 

KT스카이라이프 측에 연락해 입장을 물었다. KT스카이라이프는 내 두 가지 질문(1. 먼저 특별채용을 제안한 이유는 무엇인지 2. 왜 지금은 그런 입장을 바꿨는지)에 관해 입장을 다시 한 번 정리해서 확인하고, 회신하겠다고 약속했다. 회사 측 입장을 정리하기에 넉넉한 시간이 흘렀지만, 아직까지 연락은 오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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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앞으로 스케줄은 어떻게 되나.

앞으로 시위를 주기적으로 할 생각이고, 일단 검찰의 결정(기소 여부)을 지켜볼 생각이다.

= 주변에서 도와주는 분들은 있나. 

KT새노조, 공공운수노조, 마포구 정의당에서 도움을 주고 계시다.

= 시민단체 쪽에선?

희망연대에서도 도움을 주셨다.

= 끝으로 회사에 하고 싶은 말.

지금이라도 잘못을 인정하고, 스스로 말했던 정규직 특별채용을 이행하기 바란다.

= 끝으로 독자에게. 

바쁘시겠지만, 조금만 시간을 내서 관심을 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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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그리고 모두 행복하게 살았어요

 

내 여자친구는 [효리네 민박]을 즐겨본다. 나는 한 번도 [효리네 민박]을 본 적 없다. 여친의 휴대폰을 흘낏 보거나 거기서 흘러나오는 행복한 목소리들만 가끔 짧게 만나곤 했다. 그렇게 지나치듯 짧게 만나는 행복의 풍경과 목소리도 이렇게 따뜻한데, 이렇게 부러운데, 그걸 모두 다 ‘구경’하면, 구경꾼의 질투는 더 커질 것 같았다. 그 구경꾼의 삶은 어쩌면 더 초라해질 것 같았다. 거기에 아무리 효리와 상순이의 진심이 담겨 있더라도, 그 삶은  구경꾼에겐 영원히 닿을 수 없는 “생의 벽지(僻地)”[footnote]기형도, ‘바람은 그대 쪽으로’ 중에서[/footnote]니까.

효리네 민박

“그리고 모두 행복하게 살았어요.”

마치 [효리네 민박]의 따뜻한 풍경과 목소리처럼, 동화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이 익숙한 관용구를, 그래도 ‘완전히 새로운 대한민국’에서는 가끔씩 실현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게 누군가에게는 과분한 ‘로또’라고 하더라도, 그런 로또식 정의가 공평이나 형평의 정의를 짓밟는다는 생각, 나에겐 별로 없다. 그렇게라도 행복한 사람이 한 명 더 생기면 그건 그것대로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런 넉넉함이 우리 안에 깃들길 바랐다. 아니 질투심 때문에 [효리네 민박]을 보지 못하는 나에게 깃들길 바랐다.

모든 걸 떠나 자기 밥그릇에 대한 그 놀라운 초감각보다 그저 자신의 상처를 바라보는 것의 십분의 일만큼이라도 타인에 대한 연민을 진화시켜면 좋지 않을까 생각했다. 조금만 양보해도 충분히 먹고 살만한 사회. 그게 우리가 바라는 ‘완전히 새로운 대한민국’이지 않은가 말이다. 지나간 박근혜의 시대, 그 시대정신은 각자 알아서 살길 찾으라는 ‘각자도생’이었다. 그렇다면 새 시대, ‘완전히 새로운 대한민국’의 시대정신은 무엇이어야 하나. 나는 그게 ‘부자되세요'(이명박)이거나 ‘각자도생'(박근혜)이 아니라 ‘그리고 모두 행복하게 살았어요’이기를 바랐다.

박근혜가 세월호 7시간만에 나타나 했던 소리는 믿어지지 않을만큼 참담한 것이었다. (출처: YTN 당시 보도 화면)
박근혜가 세월호 7시간만에 나타나 했던 말 아닌 말. ‘각자도생’의 박근혜 시대를 상징하는 이미지. (출처: YTN 당시 보도 화면)

가령, 기간제 교사는 임용고시를 통과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들을 정규직화하면, 게임의 규칙을 무너뜨리는 것이라든지, 진정한 정의는 ‘기회의 평등’이지 ‘결과의 평등’은 아니라는 자못 합리적으로 보이는 언어는 얼마나 정의로운 언어일까. ‘기회의 평등’이라는 언어가 불합리한 기득권과 명백한 차별을 모두 정당화할 수 있을만큼 높은 가치인지 그리고 ‘결과의 평등’과 ‘기회의 평등’, 그 둘 하나만을 서로 양립 불가능한 양자택일로 선택해야 하는 문제인지, 나는 묻고 싶다. 나는 기간제 교사의 정규직 전환에 관한 논란에서 전교조가 이렇게 말해주길 기대했다.

‘기간제 교사의 정규직화를 전폭적으로 찬성한다. 하지만 이 결정이 초래할 문제가 적지 않다. 이 문제를 다함께 해결하고, 교육의 대계를 다시 세우기 위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그 합의를 도출하기 위한 대토론을 제안한다.’

물론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지난 9월 4일, 전교조는 기자회견을 통해 기간제 교사의 정규직 전환에 대한 반대 의사를 명확히 했다(참조: 한국일보).

문재인으로 상징되는 시대정신이 '완전히 새로운 대한민국'이라면 그것은 어떻게 가능할 것인가. (출처: @knuepck) https://twitter.com/knuepck/status/816546973452935168
문재인으로 상징되는 시대정신이 ‘완전히 새로운 대한민국’이라면 그것은 어떻게 가능할까. (출처: @knuepck)

다 떠나서, 그 언어는 ‘완전히 새로운 대한민국’에 어울리는 언어일까, 아니면 ‘각자도생’의 대한민국에 어울리는 언어일까. 완전히 새로운 대한민국에 어울리는, 그런 시대를 상징하는 ‘사회적 내러티브’를 하나둘쯤은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그런 사회적 내러티브가 있어야, 그런 시대정신을 세워야 좀 더 멋진 미래를 그려낼 수 있지 않을까, 그래야 다시 소시민적 욕망으로 회귀하는 대한민국을 끌고, 그 관성을, 적폐를 돌파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렇게 언젠가, 20년 뒤에, 50년 뒤에 우리는 완전히 새로운 대한민국의 첫 국민으로 역사에 기록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다. 전교조마저 이토록 소시민스럽고, 보수적인 선택을 하는 마당에 어떤 누구에게 돌파구를 기대할 수 있을까. 이제 그런 기대감은 포기하는 편이 ‘합리적’이겠지.

내 고딩 시절, 전교조 선생님을 진심으로 존경했고, 그 선생님들(국어 선생님과 불어 선생님)이 학교에서 쫓겨난 뒤에, 전적으로 쫓겨난 전교조 선생님들에 대한 의리 때문은 아니었지만, 나도 학교에 가는 일을 그만뒀다. 지금까지 살면서 고등학교 자퇴를 가장 잘한 결정 중 하나로 생각한다. 한 번도 그 결정 후회한 적 없다. 하지만 전교조라는 말은 이제는 낯설다. 그 말은 항상 지켜주지 못한 미안함과 마음의 스승에 대한 존경을 떠올리는 말이었지만, 이제는 그냥 나와 별로 상관없는, 낯선 타인의 언어가 되어버렸다. 별다른 감흥이 없다. 그렇다고 전교조를 비난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그저 합리적인 판단을 했을 뿐이니까. 그저 소시민이 되어버린 것 뿐이니까.[footnote]이 문제와는 별개로, 전교조의 법외노조화는 즉각 철회되어야 마땅하다고 생각한다.[/footnote]

전교조, '참교육의 함성으로' (출처: 전교조) http://www.ktu.or.kr/web/eduhope/introduce/symbol.php?menu_id=1080
전교조, ‘참교육의 함성으로’ (출처: 전교조)

선호 씨의 정규직화를 막는 KT스카이라이프 측의 입장은 예상했던 바다. 그보다 나에게 더 아프게 다가온 건, 선호 씨의 정규직화를 반대한 KT스카이라이프의 정규직 조합원들이다. 전교조를 탓하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는 것처럼, 나는 그 조합원들을 탓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나는 너다.

그래서 그런 소시민적 이기심에 의해 조금씩 점령당하는 대한민국의 풍경에 무슨 대단한 실망을 표하고 싶은 생각도 없다. 내 새끼가 이제 유치원 들어가는데, 내 하나뿐인 딸내미가 이제 곧 대학 입학인데, 부모님 칠순에 동남아 여행이라도 보내드리고 싶은데, 그걸 누가 탓할까, 그 마음을 누가 비난할까. 오히려 깊은 동질감과 자기 연민을 느낀다.

그게 나를 더 쓸쓸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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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 KT스카이라이프에 직접고용 명령내리기로. 

고용노동부(김영주 장관)은 KT스카이라이프에 대해 불법파견 판정을 내린 데 이어 회사 측에 직접고용 명령을 내리기로 했다. (참조: 뉴시스, 2017. 10. 31. 18:03)

서형수 (더불어민주당 의원): “서울서부지청이 KT스카이라이프 사건을 불법파견으로 판단하고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면 사업주에 대한 직접고용 명령을 내려야 하는 것 아닌가”

김영주 고용부 장관: “불법파견 노동자의 고용안정을 위해 시정되도록 지도하겠다.” (직접고용 명령을 내리겠다는 뜻으로 풀이됨.)

– 2017. 10. 31.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부  종합감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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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노동청, KT스카이라이프에 “직접 고용” 시정지시 

요약: 서울지방고용노동청서울서부지청, (주)케이티스카이라이프에 귀하들(염동선, 김선호)을 “직접 고용”하도록 시정지시(시정기한: 2017. 12. 15.)함. (업데이트: 2017. 11. 23. 오후 7:33.)

KT스카이라이프 스카이라이프

방금 문 대통령과 프리허그한 ‘비정규직 청년'(KT스카이라이프 해고자) 김선호 님께서 반가운 소식을 전했습니다. 오늘 노동청이 회사에 “직접 고용” 시정지시했다는 내용입니다.

  1. KT스카이라이프는 파리바게뜨(파리크라상)처럼 ‘버티기'(불복)할 수도 있고,
  2. “직접 고용”이 법률상 반드시 정규직 계약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노동청 공문에는 “국민의 나라 정의로운 대한민국”이라는 문구가 최상단에 적혀 있습니다. 일부 독자들은 문 대통령과 프리허그했다는 이유만으로 정규직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저 역시 문 대통령과 프리허그했기 때문에 이 청년이 마치 ‘로또’에 당첨된 것처럼, 마땅히 정규직이 되어야 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1. 이 청년은 정규직과 같은 일을 하지만, 더 적은 월급을 받습니다.
  2. 이 청년은 정규직과 같은 일을 하지만, 더 힘든 일에 배치받습니다.
  3. 이 청년은 정규직과 같은 일을 하지만, 더 오랜 시간 야근합니다.

이것은 “정의로운 대한민국”이 반드시 극복해야 하는 ‘불평등’이고, 노동 적폐입니다. 이 청년이 정규직이 되어야 하는 이유는 이 청년이 ‘마치 로또에 당첨된 것처럼’ 문 대통령과 프리허그해서가 전혀 아닙니다. 그것이 마땅하고, 당연한 일이기 때문에, “정의로운 대한민국”의 상식이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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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스카이라이프 직접고용명령 이행 기한(’17. 12. 15.) 도과 

KT스카이라이프가 김선호, 염동선 씨를 직접고용하라는 정부의 명령을 거부했습니다. 아래는 12. 15일 자  KT민주화연대의 성명서 중 일부입니다.

3년간 일한 KT스카이라이프에서 해고된 염동선, 김선호 씨는 오늘도 회사에 출근하지 못했습니다.

오늘, 12월 15일은 고용노동부가 두 청년 비정규직을 직접고용하도록 지시한 기한입니다. 지난달, 고용노동부는 KT스카이라이프가 두 노동자를 3년 동안 4차례 쪼개기 계약하며 불법파견한 사실을 인정하고, 직접고용 하도록 지시했습니다.

KT스카이라이프는 지난 1년 동안 비정규직 문제 해결 요구를 묵살해왔고, 이제는 정부의 지시마저 거부하고 있습니다.

위성방송사업자 KT스카이라이프와 기간통신사업자인 KT는 각종 공익 사업을 홍보하고, 국민기업을 자처하고 있습니다. 올해 KT 황창규 회장은 1만명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공언하기도 했습니다.

정작 ‘국민기업’ KT는 내부의 비정규직 문제는 방치하고 있습니다. ‘비정규직 정규직화’는 촛불 혁명에서 나온 시민의 요구이자, 새 정부의 주요 정책입니다. KT가 계속해서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거부한다면, ‘국민기업’이 ‘국민’의 뜻을 거스르겠다는 행태가 됩니다.

(업데이트: ’17. 12. 18. 오후 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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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염동선, 김선호 복직 관련, ’18. 6. 5. 오후 7:40)

[box type=”info” head=”[KT새노조 성명서] KT스카이라이프 두 명의 해고노동자 복직을 환영하며“]

많은 사람들이 문재인 대통령과 프리허그한 청년 비정규직으로 기억하는 KT새노조 스카이라이프지회 염동선, 김선호 조합원이 마침내 정규직으로 복직했다.

지난해 4월 30일, KT스카이라이프에서 3년동안 4번의 쪼개기 계약 후 해고된지 1년 1개월만에 어렵게 이뤄낸 승리이다.

김선호 사무국장은 지난 5월 8일, 염동선 지회장은 오늘 6월 1일자로 KT스카이라이프에 출근했다.

문재인 정부의 주요 과제인 청년 비정규직의 문제의 상징과도 같았던 이 두 청년의 복직은 한국사회에 여러가지 평가와 의미로 기록될 것이다.

우선, 이들이 비정규직 신분으로 단 두 명으로 된 노동조합을 만들어서 싸움을 시작했다는 사실을 주목해야 한다. 정규직 중심 노동조합 운동이 귀족노조로 불리며 사회적으로 고립되던 한국 사회에서 비정규직이 노동조합을 만들어 싸우고 성공했다는 점에서 의미 깊다.

또한, 이번 싸움은 비정규직 정규직화와 노동조합을 강조하는 새 정부 정책의 영향과 촛불운동의 열기를 이은 사회적 지지를 함께 받았다. 노동부는 이례적으로 KT스카이라이프에 불법파견 판정과 함께 직접고용지시까지 내렸다.

다음으로는, 과거 KT정규직 중심으로 활동하던 KT새노조가 이들의 싸움을 계기로 KT그룹사와 비정규직으로 활동의 범위를 넓혔다는 점이다. 이번 싸움에 자극받은 여러 KT그룹사에서 노조 결성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본사와 계열사가 함께하는 노동운동의 모델이 될 것이다.

반면, 이번 싸움 과정을 되짚으며 우리가 반드시 지적하고 넘어가야할 문제가 있다.

KT새노조 스카이라이프지회는 대통령과 허그하고, 공중파를 비롯한 각종 언론과 SNS에 활발히 알려졌음에도 불구하고, 결과적으로 최종 복직하기까지 1년이 넘게 걸리는 매우 힘겨운 싸움을 했다.

이는 촛불 이후 사회분위기에서도 비정규직 문제 해결이 결코 쉽지 않음을 보여준다.

충격적이게도 이번 싸움에서 최대 난관은 다름 아닌 KT스카이라이프 정규직 노조의 이기심과 기득권이었다.

민주노조라고 자처하는 언론노조 산하 스카이라이프 정규직 노조는 노동부가 불법파견 판정을 내린 상황에서도 두 비정규직의 복직을 반대했다.

심지어 복직 논의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기존 정규직과의 정서가 맞지 않는다며 노조 주도로 복직 반대 서명운동을 하기까지 했다.

언론노조라는 이들의 행태가 과연 얼마나 국민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을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기존 정규직 언론노조 KT스카이라이프 지부는 이번일을 계기로 깊은 반성과 성찰이 필요하다.

지난 1년여간 KT스카이라이프 사측의 악랄한 행태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회사는 2017년 중순에 복직제의와 협상을 구실로 시간을 끌다가 취소하는 수법으로 KT 황창규 회장이 스카이라이프 사건으로 언론에서 비난 받는 것을 사전에 차단 했다.

끝내, 올해 채용 합의에서는 적성에 맞는 업무배치를 하겠다는 당초 약속을 깨고 전혀 관련없는 기술 직군을 신설해서 배치하고, 염동선 지회장을 연고가 없는 전라도 광주로 발령내는 등 전형적인 적폐의 민낯을 보여주었다.

게다가 사측이 정의당과 함께 기획한 기술직 정규직 전환 행사에도 스카이라이프지회 두 명을 배제하는 등 입사 전부터 노조차별을 자행했다.

하지만, 이러한 어려움에도 스카이라이프지회는 복직 이후에 아직까지 제대로된 노조가 없는 KT그룹 비정규직, 간접고용 노동자를 위해 활동을 계속할 것이다.

스카이라이프지회가 복직에 성공할 수 있었던 데는 무엇보다도 사회적 연대의 힘이 컸다. 희망연대노조, 지역시민단체, 정치권 등 사회적 연대가 있었기에 길고 어려운 싸움을 이길 수 있었다.

KT새노조와 스카이라이프지회는 우리가 받았던 연대의 힘을 분명히 기억하고, KT그룹사의 노동 문제 해결과 사회적 연대에 모든 역량을 다 쏟을 것을 다짐한다.

2018년 6월 1일

KT새노조 스카이라이프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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