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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파리 기후변화협정 탈퇴를 선언했을 때 가장 강력하게 비판한 이들은 누구였을까요? 애플의 팀쿡은 직원들에게 편지를 썼고, 페이스북의 마크 주커버그는 페이스북 포스트를 남겼으며, 트위터의 잭 도시도 트윗을 남겼습니다.

구글도, 마이크로소프트도, 테슬라도, 아마존도, 세일즈포스도, 심지어 우버도 모두 같은 목소리로 외쳤습니다.

“기후 변화에 대응하지 않는 것은 핵심 비즈니스 기회를 잃는 것이다.”

그린피스

기후변화 무대응은 핵심 비즈니스 기회를 잃는 것!

이들 기업은 트럼프 대통령이 파리협정 탈퇴 선언을 하기 전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 저널, 뉴욕 포스트 등 저명한 신문사에 전면 광고를 싣기도 했습니다. 그들은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것이 결국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고, 새로운 일자리와 시장 그리고 성장의 기회를 창출하며, 예측 불가능한 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게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한마디로 기후 변화에 대응하는 것이 산업 경쟁력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었죠.

37년간 광고를 통해 기후변화에 관한 여론을 호도해 온 미국 최대 에너지기업 엑손모빌(하버드대 연구 참고)조차도 대외적으로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파리기후협정에서 탈퇴하면 안 된다는 서한을 보냈었죠. 엑손모빌은 기후변화에 따른 위험을 투자자들에게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투자를 유치한 혐의로 지난 2015년부터 미국 뉴욕 주 검찰 등의 수사를 받고 있습니다.

잘나가는 기업들은 특징이 있습니다. 바로 기후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더 나아가 재생가능 에너지 지지 활동에 열성을 쏟는다는 것입니다. 영국의 씽크탱크인 인플루언스맵이 이 달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 대상 250개 기업 중 기후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기업은 15개, 적극적으로 반대하는 기업은 35개, 나머지는 입장을 정하지 않은 기업들이었습니다.

이들을 달리 표현한다면 변화를 기회로 삼는 기업, 변화를 인정하지 않고 구시대에 머물러 있는 기업, 변화의 흐름을 읽지 못하고 있는 기업으로 분류할 수 있을 겁니다.

새 시대, 시장을 주도할 것인가 구시대에 머무를 것인가?

뉴욕시 기후주간은 바로 변화를 기회로 받아들인 기업들의 무대입니다. RE100은 기업들이 사용하는 에너지원을 재생가능 에너지로 바꾸기 위한 캠페인으로, 2014년 시작된 이래 현재까지 111개 기업이 동참했습니다(2017년 9월 25일 기준). RE100은 각 기업별 목표 시점까지 전 사업장을 100% 재생가능에너지로 운영하겠다는 기업들의 약속입니다. 현재 RE100 기업이 사용하는 재생가능에너지 양은 뉴욕시 전체를 밝히고도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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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에너지경제 (AEE: Advanced Energy Economy) 연구소에 따르면, 미국 포춘 100대 기업 중 71개가, 500대 기업의 43%가 이미 재생가능 에너지를 통한 지속가능 목표를 수립했습니다(기사 참조). 그 흐름 속에서 단연 돋보이는 것은 바로 IT 기업들입니다.

미국은 2015년에만 3.4 기가와트 규모의 재생가능에너지 거래가 이루어졌고, 이 중 3분의 2가 IT 기업들에 의한 것이었습니다. RE100에 포함되지는 않지만,  재생가능 에너지 사용 선언을 한 IT기업은 국내 기업인 네이버를 포함해 총 6 곳이 있습니다.

이들 기업이 재생가능에너지를 선택하는 이유는 뭘까요? 기업이 왜 발 벗고 에너지 전환을 견인하고 있는 걸까요?

기업 경쟁력 평가의 지표, 기후 변화 대응!

기후변화 대응은 국제신용평가사 및 투자자들이 기업 경쟁력을 평가하는 중요한 지표입니다. 앞서 언급한 RE100, 또 탄소공개프로젝트(CDP)나 다우존스지속가능성 지수(DJSI)와 같은 국제 이니셔티브는 업계 내에서 널리 인정받고 있습니다.

이들은 기업의 재생가능에너지 조달에 관한 높은 기준을 수립해 재생가능에너지 사용 정도에 따라 기업들에 차별적인 점수를 매기고 있으며, 선도 기업들 간 모범 사례 공유를 장려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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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아가, 자산 소유자의 81%와 자산 관리자의 68%는 기후 변화를 “전체 투자 포트폴리오의 주요 위험 또는 기회”로 보았으며,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의 인텔리전스 유닛(Economist Intelligence Unit)은 개인 투자자들이 기후변화로 인해 지금부터 다음 세기까지 보수적으로 잡아도 약 4조 2천 억 달러를 잃을 수 있다고 예측했습니다. 스탠포드 대학과 UC 버클리 연구진도 최근 보고서를 발표하며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기업부터 정계까지 우리 사회가 그동안 작동해온 방식을 바꾸지 않는다면, 21세기 말까지 전 세계적으로 소득이 23% 감소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즉, 기후변화 대응 계획을 갖추고 있다는 것은 미래를 전망하고 불확실성을 관리할 전략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로 기업 경쟁력을 나타내는 중요한 지표가 된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얼마나 적극적으로 재생가능에너지 중심의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해나가고 있는지 홍보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소비자와 고객사도 재생가능 에너지 요구하는 시대

깨끗한 에너지로 만든 제품을 기업에 요구하는 구매자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고, 일부 기업들도 자사 사업장 뿐 아니라 부품 공급업체들에게까지 깨끗한 에너지를 사용하도록 권고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컨설팅회사 콘 커뮤니케이션(ConeCommunications)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92%이상의 고객들은 기업이 사회, 환경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기를 기대하고 있으며, 그 중 약 88%는 그 이상의 노력을 취하는 기업의 제품이나 서비스에 관심을 두겠다고 응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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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피스가 2011년 페이스북의 석탄 사용 중단을 요구하는 “석탄과 친구 끊기” 캠페인 (Unfriend Coal campaign)을 시작했을 때, 백만 명에 가까운 페이스북 사용자들이 적극 동참했고, 페이스북은 장기 계획 하에 100% 재생가능에너지 사용을 약속한 최초의 IT기업이 됐습니다.

애플 역시 사용자들의 요구로 2012년 재생가능에너지 약속을 한 이래, 모든 데이터센터를 100% 재생가능에너지로 운영하고 있고, 미국, 중국 등을 포함한 24개의 사업장 또한 100% 재생가능에너지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애플은 현재 자사에서 사용하는 전력의 96%를 재생가능에너지로 조달하고 있으며, 협력업체들까지도 100% 재생가능에너지로 확대해 나갈 계획입니다.

현재 일본, 중국 등에 위치한 애플 납품 업체 8곳은 2018년까지 100% 재생가능에너지를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업데이트: 9월 21일, 애플은 일본 내 자사 사업장 및 판매점 운영을 100% 재생가능에너지로 운영한다고 밝혔고, 100% 재생가능 에너지로 제품을 생산하는 협력업체도 6곳이 추가되었다고 새로운 소식을 밝혔습니다(관련 소식)).

그리고 이런 흐름은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 SK하이닉스 등 한국의 애플 협력업체 11곳 들이 마주하고 있는 현실입니다. 이런 흐름에 묵묵부답인채로 과연 지속가능한 기업활동을 영위할 수 있을까요?

새로운 경제 창출, 재생가능 에너지 선도 기업들

재생가능에너지 가격이 점점 싸지고, 공급이 안정되면서 재생가능 에너지를 선택하는 기업들은 깨끗하고 값싼 전력을 통해 이미 수익도 얻고 있습니다. 이러한 기업의 경제적 이익은 단지 해당 기업에 국한되지 않고 또 다른 경제를 창출하고 있습니다.

구글은 2017년부터 자사 운영에 필요한 모든 에너지원을 100% 재생가능에너지로 조달하고 있습니다. 2012년 34%에 불과했던 재생가능에너지 사용률은 2016년에 50%로 성장했고, 올해 마침내 100%를 달성했습니다. 그러는 사이 구글은 세계 20개 이상의 풍력 및 태양광 프로젝트와 계약을 맺었고, 2.6 기가와트 이상의 전력, 즉 샌프란시스코 시 전체 전력 사용량에 버금가는 전력을 재생가능에너지로 공급받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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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뿐만이 아닙니다. 구글은 여러 지역의 재생가능 에너지 프로젝트에 투자하면서 그 지역의 새로운 경제 성장 기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1980년 반핵 물결과 함께 설립된 네덜란드의 지역에너지 협동조합 두 곳 (Zeeuwind와 Deltawind)은 해당 지역의 수 천 가구뿐 아니라 구글을 포함한 4개의 글로벌 기업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풍력 발전소를 세우고 있습니다.

미국 오클라호마의 한 마을 풍력발전소도 구글이 유일한 고객으로, 여기서 생산되는 모든 재생가능에너지는 1메가와트도 놓치지 않고 모두 구글에 판매됩니다. 구글은 지역으로부터 재생가능에너지를 구매하면서 지역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효과를 낳고 있습니다.

한국 기업들, 우물안 개구리 

기후변화라는 시급한 문제에 대응하는 것은 기업 경쟁력 확보를 넘어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만드는 일 입니다. 그 혜택은 다양한 형태로 우리 모두가 공유하게 됩니다. 바로 이것이, 화석 연료로 생산된 어마어마한 전력을 소비하는 한국 기업들이 에너지 전환을 위해 앞장서야 할 이유입니다. 기술은 이미 충분합니다.

재생가능에너지 사용 목표와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첫걸음입니다. 그리고 재생가능에너지 설비를 직접 설치하여 전력 수요를 충당해야 합니다. 더 나아가 정부와 지자체 정책 입안자들을 대상으로 재생가능에너지 정책을 지지하는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합니다.

전세계적인 에너지 전환 시대에 재생가능에너지로 전환하지 않는다는 것은 곧 시장에서의 도태를 의미합니다. 새로운 시장은 수요 없이는 열리지 않습니다. 기업들이 재생가능에너지 사용에 대해 적극적으로 의지를 나타낼 때, 재생가능에너지의 접근성이 높아지고 더 많은 재생가능에너지가 전력망으로 유입될 수 있을 것 입니다.

모든 사람들에게 골고루 이익이 돌아가는 재생가능에너지 중심 에너지 시스템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정부, 기업, 시민이 모두 함께 해야 합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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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해뜰날 https://act.greenpeace.org/page/13379/petition/1?utm_campaign=2017_fullmoon&utm_source=slownews&utm_medium=referral&utm_content=170914_RE_story_01
#대한민국해뜰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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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의 필자는 이인성 그린피스 서울사무소 IT 캠페이너입니다. 이 글은 [지금은 재생가능에너지 시대] 2편,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 재생가능에너지로 향하는 기업들’을 슬로우뉴스 원칙에 맞게 편집해 발행한 글입니다. 다음에는 “지금은 재생가능에너지 시대(시민 편)”이 발행됩니다.

  1. 비현실적? 재생가능 에너지로 달려가는 나라/지자체들 (이진선)
  2. 재생가능 에너지로 향하는 기업들  (이인성)
  3. ‘에너지 시민’이 되는 네 가지 방법 (이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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