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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WC 2017를 통해 본 ICT 기술의 흐름

MWC는 통신 업계의 가장 큰 행사다. 이 전시회를 통해 한 해를 이끌어 나갈 스마트폰과 통신 기술이 제시되기 때문에 전 세계 통신과 관련된 기업과 관계자들로서는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행사다. 그리고 최근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으로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전시회로 떠오르기도 했다.

올해 MWC는 잠시 쉬어가는 느낌을 주었다. 성장이 멈췄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기술은 여전히 빠르게 발전하고 있고,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들이 쏟아진다. 하지만 당장 세상이 기대하는 차세대 통신 기술은 아직 개발 단계에 있고, 그동안 이 전시회를 이끌던 스마트폰은 성숙기에 접어들었다. 통신이 ‘재미’를 만들어낼 수 있는 요소가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MWC 2017 전시회 스케치

MWC 2017 전시회 스케치

통신 기술은 그 호흡이 길고 기반 기술들이 매우 복잡하게 얽혀 있다. 어떻게 보면 1년이 그리 길지 않은 게 통신 기술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제 세상의 변화는 통신 기술에서 시작된다. ‘The Next Element’, 통신이 앞으로 기술의 중요한 요소가 된다는 의미다. 단순히 스마트폰에서 메시지 보내는 게 통신 기술의 목표가 아니라 자율주행, 머신러닝, 데이터 분석 등 모든 기술에 통신이 깔리는 시대가 오고 있다.

코앞에 다가온 5G, 활용은 아직, 실시간 통신은 OK

최근 3년 동안 MWC의 주인공은 5세대 이동통신, 즉 5G였다. 이 흐름은 올해도 다르지 않았다. 시기적으로 보면 5G의 시범 서비스 무대로 꼽히는 평창 동계 올림픽이 1년도 채 남지 않았고, 상용화를 노리는 2020년 도쿄 하계 올림픽도 3년밖에 남지 않았다. 이제는 사실상 자리를 잡고 실제 기술이 자리를 잡아가야 하는 시기다.

이번 MWC에서 5G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어떻게 보면 지난해와 비슷해 보인다. 아직 소형 모뎀이 완성되지 않았기 때문에 스마트폰 같은 단말기가 없고, 자동차나 가전 등 실질적으로 고민되는 5G의 그림을 완전히 그려내지는 못하고 있다.

노키아의 5G 안테나

노키아의 5G 안테나

하지만 적어도 네트워크 입장에서 5G는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먼저 전송 방식에 대한 시장의 이해도가 넓어졌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이동통신사들이 전송 속도에만 집중하는 모습이 짙었던 게 사실이다. 대용량 데이터를 전송하는 마이크로웨이브 시연으로 25Gbps 수준의 속도를 보여주는 데에 집중했던 것에서 실시간 데이터 전송에 대한 부분으로 관점이 옮겨간 게 확연히 눈에 띈다. 현재 대용량 데이터 전송은 LTE로도 충분해서 실질적인 차이점은 실시간 데이터 전송이 더 중요하다는 지적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에 대한 대비가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노키아는 VR과 5G를 이용해 공을 주고받는 게임을 시연했다. 게임으로 보면 가상공간에서 공을 치는 단순한 시연이지만 공과 각 플레이어의 위치와 반응이 모두에게 실시간으로 전달되어야 한다. LTE의 30ms대 응답 속도로는 절대 불가능한 일이다. MWC에서 시연된 5G는 대체로 3ms대의 응답 속도로 통신할 수 있어 그야말로 ‘시차 없는 통신’이 이뤄지고 있었다.

에릭슨의 시연도 흥미롭다. 에릭슨은 전시장에서 5km 떨어진 곳에 트랙을 설치하고 무인 자동차를 두었다. 그리고 전시장에는 스크린과 자동차 운전석을 만들어 원격으로 이 차량을 운전할 수 있도록 했다. 원격 조종이 가능한 셈이다. 차량에서는 카메라와 충격 센서로 들어오는 정보를 5G로 전송하고, 전시장의 운전석에서는 이를 화면과 시뮬레이터로 받아보면서 차량을 운전한다. 스티어링과 가속 페달 등 운전 정보 역시 5G로 전송한다. 실제 차량을 운전하는 것과 다르지 않은 느낌이다. 과속 방지턱을 넘을 때 덜컹거리는 느낌까지 그대로 재연했다.

이 데모는 실험실이 아니라 필드에서 이뤄져 최적의 속도를 내지는 못했지만 10~15ms 정도의 반응 속도로도 시차가 느껴지지 않았다. 앞으로 5G는 기술적으로 1ms까지 응답 속도를 줄일 계획이다.

에릭슨의 자동차 원격제어 시스템

에릭슨의 자동차 원격제어 시스템

에릭슨의 자동차 원격 제어 시스템은 5G로 5km 떨어진 곳의 차량을 눈앞에 있는 것처럼 운전할 수 있다.

장비는 확실히 자리를 잡고 있다. 지난해만 해도 아주 제한적인 시연이 이뤄졌고, 화면으로 가상의 데모가 이뤄지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제 전시장 곳곳에 5G 기지국과 모뎀이 놓이고, 실제 통신망을 기반으로 한 시연을 보면서 5G의 차이점을 체감할 수 있는 경우가 많았다. 소프트웨어 정의 네트워크(SDN) 기반의 모듈형 기지국이나 가로등에 설치할 수 있는 소형 기지국 등 전통적인 통신 장비의 변화도 눈에 띄었다.

또한, 통신 업계는 5G의 시범 서비스를 앞두고 기술 표준에 대한 합의도 활발하게 이어갔다. 아직 3GPP의 표준 규격이 완성되지는 않았지만, 어느 정도 골격이 잡히면서 실제 현장에서 필드 테스트도 이어졌다. 화웨이는 차이나모바일, AT&T, NTT도코모, 보다폰 등과 함께 실제 현장에서 5G 설비를 시험하고 그 결과를 보여주기도 했다.

여전히 MWC에서는 실질적인 기기나 서비스보다 5G의 개념적인 부분이 더 강조된 부분이 없지 않다. 하지만 5G를 통해 통신 기술이 그동안 집중해왔던 전송 속도의 틀을 허물어야 한다는 의지는 뚜렷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화웨이의 5G 필드 테스트 진행 현황

화웨이의 5G 필드 테스트 진행 현황

완성 단계 접어든 LTE

LTE는 4세대 이동통신의 대명사처럼 쓰이지만 사실 하나의 통신 기술일 뿐이다. 이 기술은 “Long Term Evolution”이라는 이름처럼 계속해서 진화하는 것이 특징이다. 4세대 이동통신의 가장 큰 목표는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트래픽을 처리하는 데에 있었다. 이를 위해 여러 주파수를 효율적으로 묶어 대역폭을 확보하는 게 핵심 기술이었다.

그래서 애초 LTE는 완전한 기술로 시작하기보다 서서히 발전하는 기술로 개발됐다. 오랫동안 진화한다는 이름도 여기에서 나왔다. 진화에는 통신 규격도 있지만, 주파수의 확보도 있어서 이렇게 서서히 발전하는 방식의 통신 서비스가 딱히 거부감을 주지는 않았다.

통신망을 운영하는 통신사 입장에서도 초기에는 단번에 주파수를 확보하기 어려웠지만, LTE가 상용화된 지 8년이 다 되어가면서 이제는 대역폭이 넓든 좁든 여러 개의 주파수를 묶는 경우들이 늘어나고 있다.

초기 LTE가 20MHz 대역의 1개 주파수로 서비스했던 것에서 점점 진화해 더 넓고 많은 주파수를 하나로 묶는 안테나 기술과 주파수 활용 기술들이 개발되면서 LTE는 이제 성숙 단계에 접어들었다. 애초에 목표로 했던 1Gbps대 통신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는 이야기다.

사실 여러 주파수를 묶는다는 것은 생각보다 단순하지 않다. 대역폭만 늘리는 게 아니라 여러 가지 주파수를 동시에 통신할 수 있는 모뎀과 안테나 기술도 필요하다. 기지국끼리 서로 협력해서 간섭을 줄이는 CoMP1 기술이나 안테나 여러 개를 활용하는 MIMO2, 데이터를 8비트씩 묶어서 전송하는 256-QAM 등 핵심 기술은 이미 기지국에 적용할 수 있을 정도의 단계에 접어들었다. 네트워크 장비 기업들은 관련 제품들을 내놓고 있고, 모뎀과 단말기도 출시를 앞두고 있다.

기술이 현실화된다는 건 곧 스마트폰이 나온다는 말로도 읽을 수 있는데 퀄컴은 스냅드래곤 835 프로세서와 함께 전시장 곳곳에 ‘기가비트 LTE’라는 문구를 알렸다. 이 프로세서는 MWC를 마친 뒤 삼성전자의 갤럭시S8과 함께 등장한다. 이제 통신사들에게 남은 과제는 주파수를 여유 있게 확보하는 것이다.

스마트폰 단말기 시장의 흐름 변화, ‘실속’

그동안 스마트폰은 MWC의 가장 중요한 주인공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이야기가 조금 다르다. 스마트폰은 여전히 재미있는 구경거리지만 이전처럼 통신 기술을 이끄는 핵심은 아니었다. 여기에 삼성전자가 신제품 출시를 3월로 미루면서 매년 볼거리를 만들어주던 한 축이 빠지기도 했다.

LG전자의 신규 스마트폰 G6

LG전자의 신규 스마트폰 G6

플래그십 스마트폰을 내놓은 회사는 LG전자와 소니, 화웨이 등 세 곳이었다. 이 회사들은 18:9 디스플레이나 HDR 영상, 더 좋은 카메라 등을 들고 세상에 나왔다. 하지만 스마트폰이 전시회의 중심이 되지는 않았다.

기술 발전 속도가 느려졌다기보다 사실상 스마트폰 기술은 정점에 올랐기 때문에 특정 제품에 쏠리는 관심도가 줄었다고 보는 편이 낫다. 어떻게 보면 그만큼 더 다양한 통신기반 기술들이 관람객들의 이목을 이끄는 상황이 됐다.

중국 스마트폰들의 성장세는 여전했다. 중국이 국내 스마트폰을 따라오고 있다는 이야기는 이제 사실상 옛이야기가 됐다. 화웨이, 오포, ZTE, 지오니, TCL, 하이센스 등 온갖 중국 기업들이 신제품을 들고 나왔다. 어떤 제품이 신제품인지 확인하기조차 쉽지 않을 정도로 많은 제품이 전시되기도 했다.

플레이어로 자리 잡은 중국의 스마트폰

플레이어로 자리 잡은 중국의 스마트폰

이제까지 중국 스마트폰은 ‘짝퉁’ 혹은 ‘저가’라는 이미지로 포장된 하나의 카테고리로 분류됐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만드는 기술이 표준화됐고, 부품 조합이나 운영체제 최적화 등에 대한 기술이 평준화되면서 당장 제품의 스펙만 두고 좋고 나쁘고를 판단하기는 어려워졌다.

풀HD 디스플레이나 금속 케이스처럼 ‘고급화’의 요소로 쓰이던 부분들도 이제는 당연해졌다. 마치 PC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든 뒤에 중국이 가격과 제조력을 기반으로 이 시장을 통째로 집어삼킨 것과 닮은 그림이 MWC를 통해 펼쳐졌다.

스마트폰이 발전할 여지는 여전히 많이 남아 있지만, 시장이 원하는 스마트폰의 기준이 달라지고 있는 것도 주목해야 할 요소다. 이번 MWC에서 가장 주목받은 스마트폰 제조사 중 하나는 노키아였다. 노키아는 휴대전화 시장을 떠났지만 HMD글로벌이 노키아의 브랜드를 붙인 휴대전화들을 쏟아냈다.

특히 1회 충전으로 한 달간 이용이 가능한 ‘피처폰 3310’으로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그리고 노키아는 세 가지 스마트폰을 선보였으며 모두 이용료가 300달러를 넘지 않는다. 풀HD 디스플레이와 스냅드래곤 430 등 성능 면에서도 중급 스마트폰과 견줄 만하다. 노키아는 표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최대한 그대로 활용함으로써 관리 비용을 줄이고, 기기작동도 더 가볍게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외관상, 성능상으로 저렴해 보이지 않으면서 실제 그 값이 저렴한 것이 장점이다.

노키아의 스마트폰

노키아의 스마트폰

여전히 주목받는 것은 최신 기술이 집약된 플래그십 제품이긴 하겠지만, 시장이 원하는 스마트폰은 이제 앞서가는 기술보다도 편하고 저렴하게 쓸 수 있는 제품으로 움직이고 있다. 그 과정에서 눈에 들어오는 게 바로 중국 스마트폰이고, 또 노키아 같은 브랜드를 앞세운 중저가 제품이다. 최신 기술이나 브랜드보다 ‘실속’이 확실한 흐름으로 자리 잡고 있다.

자동차를 바라보는 시각 차이

올해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는 그야말로 자동차와 머신러닝 기반 기술들이 주인공이 됐다. 이에 따라 자율 주행 차량과 인공지능 시대가 왔다는 비교적 성급한 의견들이 눈에 띄긴 하였으나, 이제 머신러닝 기반의 데이터 분석 기술에 대한 명확한 응용 방향과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하드웨어가 등장했다는 것을 확인하는데 큰 의미가 있었다.

그에 비해 MWC는 다른 식으로 이 기술들을 해석했다. 어떻게 보면 MWC의 자동차 기술은 CES만큼 화려해 보이진 않는다. 일부는 CES에서 보였던 것들이고, 눈에 띄는 자동차의 숫자도 CES에 비해 적다. 바라보는 시선이 다르기 때문이다. 중심은 연결성에 있다. 어떻게 보면 커넥티드 카에 더 가까운 해석들이 쏟아졌다. 앞에서 이야기했던 에릭슨의 자동차 원격 운전 데모가 당장 통신 기술의 변화가 가져올 자동차 시장의 변화를 보여주는 한 장면이기도 하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머신러닝이나 자율주행 차량 등 앞으로 반짝일 기술들은 모두 실시간, 그리고 대용량 데이터 전송과 밀접하게 관련이 있다. 차량과 차량이 연결되고, 또다시 도시와 연결된다는 게 MWC가 바라보는 자동차의 미래다.

카셰어링 서비스를 선보이는 벤츠

카셰어링 서비스를 선보이는 벤츠

IBM과 액센추어의 전시관에서는 기록 분석과 관련된 데모가 전시됐다. 각각 자전거와 오토바이에 센서를 달아 트랙을 도는 습관을 해석한다. 기록은 실시간으로 전송되고, 머신러닝을 통해 선수의 습관을 분석하고, 기록을 당길 수 있는 훈련법을 제안한다. 기기가 서로 연결되고, 그로 인해 거리와 공간에 대한 제약이 사라진다는 점이 MWC에서 읽을 수 있는 차세대 기술의 방향성이다.

한편 자동차가 또 다른 자동차와 연결되고, 더 나아가 세상과 연결되는 것에 대한 장밋빛 전망 이면에 보안에 대한 우려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SKT는 노키아와 함께 난수를 기반으로 하는 보안 통신 기술인 양자 암호 기술 기반의 퀀텀 전송 기술을 발표하였다. 이러한 모습들을 본다면, 기반 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 역시 MWC의 또 다른 역할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자동차가 그 자체로 서비스가 되는 것도 독특한 흐름이다. 자동차 회사들이 차량을 판매의 수단이 아니라 서비스의 수단으로 해석하여 수익을 창출하는 움직임은 이미 최근 몇 년간 MWC에서 지속해서 다뤄졌던 주제다. 일례로, 메르세데스 벤츠는 전략적으로 개인 간 차량을 빌려주는 카셰어링 서비스를 플랫폼으로 활용하고자 하는 듯하며, 비자와 마스터는 차량 그 차제가 결제 수단이 되는 기술을 보여주기도 했다.

미래의 자동차는 그저 스스로 움직이는 것뿐 아니라 그 자체가 서비스 플랫폼이 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가 됐다.

KISA 리포트


  1. Coordinated Multi-Point transmission and reception

  2. Multiple Input Multiple O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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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소개

최호섭
초대 필자, 디지털 컬럼니스트

(現) 프리랜서 디지털 컬럼니스트 / (現) 더 기어 객원기자 / (現) 리디북스 [샤오미] 저자 / (前) 블로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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