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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우병우 사진’은 이미지 조작인가

조선일보 우병우 사진

조선일보 1면에 실린 사진이다. 우병우 전 수석이 팔짱을 끼고 웃으며 검사들하고 대화를 하고 있다. 이 사진이 주는 효과는 클 것이다. 죄송하다는 식의 말 한 마디 없이 듣고 싶지 않은 질문을 한 기자를 노려보면서 출석한 이 양반이 조사마저 웃으며 받는다는 거 아닌가. 여유 있게.

(중략)

그러나 이 지점과 언론의 이미지 조작에 휘둘린다는 것은 매우 다른 이야기다. 저런 식의 이미지 조작으로 그냥 꽤나 리버럴하게 입고 나왔을 뿐인 초선 국회의원은 천하에 싸가지 없는 빽바지가 되었고, 좀 멀끔한 집은 아방궁이 되었고, 심하게 아스트랄한 분은 형광등 백 개의 아우라를 두르시고 도탄에 빠진 나라를 풍전등화에서 구할 영도자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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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드는지 유리한지 불리한지를 떠나 저 기사가, 저 사진이, 저 헤드라인이 옳은 것인지 아닌지, 대체 무엇이 벌어진 것인지 그리고 무엇이 중요한 것인지, 단순하고도 막연히 좋거나 화난다는 감정을 떠나 스스로 언론이 이끄는 대로 끌려가는 것은 아닌지 끊임없이 되물어야 한다는 얘기다. 중요한 것은 이런 인물들을 몰아내고 응징하는 것이지만 더 중요한 것은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는 것 아니던가. 이런 기사에 휘둘려 이들이 원하는 자들이 지배하는 세상을 또 만들어주면 안된다는 얘기다.

김세정(SE-JEOUNG KIM) 페이스북 게시물(2016년 11월 7일) 중에서  (‘강조’는 필자)

김세정 님의 글은 전문을 모두 읽으시길 바랍니다. (편집자)

나는 조선일보를 아주 싫어한다. 그리고 조선일보에 대단히 비판적이다. ‘싫어한다’는 감정적 소회고, ‘비판적이다’는 이성적인 판단이다. 결론을 우선 말하면, 나는 조선일보를 싫어하고, 조선일보에 비판적이지만, ‘우병우가 검사들 앞에서 팔짱 끼며 대화하는 사진'(이하 ‘우병우 사진’)과 이 사진을 찍은 조선일보 고운호 기자는 칭찬해야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우병우 사진과 포토 저널리즘

이 사진은 포토 저널리즘의 본질을 충실히 보여준다. 좋은 저널리즘이 그렇듯, 좋은 포토 저널리즘은 이미지라는 표피에 머물지 않고, 그 이미지로 투사되는 현실 세계의 현상을 함축적으로 설명하고, 이미지 이면에 담긴 실체적인 진실을 폭로한다.

우선, 우병우 사진만으로 판단하면, 그저 “편집회의가 끝난 뒤 부장으로부터 취재지시가 떨어”진 후 스스로 너무 뿌듯하게 “특종취재기”까지 쓴 고운호 기자의 열정이 그대로 담겨 있다. 고 기자는 “잠깐 빛만 스쳐도 찍은 사진만 900장”이라고까지 자랑(?)한다. 그 자화자찬 취재기가 주는 민망함은 별론으로 특종 사진을 찍은 기자의 뿌듯함은 충분히 이해할만하다.

출처: 조선닷컴

출처: 조선닷컴

하지만 중요한 건 ‘맥락’이다. 그 점에서도 우병우 사진은 2016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그 정점을 찍은 대한민국 권력의 추악한 자화상, 그 ‘실체’를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이 사진에는 어떤 조작도 없다. 이미지를 통해 드러나는 현실은 독자의 체험적 진실과 섞여 새롭게 해석된다. 해당 이미지를 찍은 사진기자의 소속사를 통해 온전히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쓰면, 우병우 사진은 우병우라는 검찰 출신 권력과 그동안 우병호를 비호해왔다고 넉넉하게 인정되는 ‘사실’에 근거한 검찰에 대한 국민의 합리적인 의심을 이미지를 통해 형상화한다. 그 사진(들)이 단순히 조선일보 기자가 찍은 사진이라는 이유로 악의적으로 폄하되고, 또 조선일보의 프레이밍에 또 한 번 휘둘리는 일로 매도당할 이유는 전혀 없다.

독자가 근심해야 하는 일은 언론이 만들어내는 ‘환상’과 ‘허상’ 그리고 이를 통해 악의적으로 왜곡되는 ‘진실’이다.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 거짓된 이미지를 만들어내고, 자신의 당파성과 이익을 위해 진실을 왜곡하는 것, 그리고 독자가 그렇게 느끼고 판단하도록 진실과 실체를 가리는 것, 독자가 근심해야 하고, 또 경계해야 하는 일은 실체를 지우는 거짓, 현실을 위장하는 환상이다. 여기에는 조중동이 따로 없고, 한겨레나 경향이 따로 없다.

특히 ‘적대적 공생’의 구조 속에서 보수와 진보의 ‘당파성’은 늘 작동해왔다. 다만 조중동으로 상징되는 기득권 언론과 소위 진보 언론의 차이는 그 당파성과 진실 사이에서의 긴장이다. 거대 기득권 언론은 자신의 집단적 이익을 위해 진실을 호도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김영란법과 관련한 조선일보의 1면 제목 "한우의 한숨, 굴비의 비명"은 "기자의 한숨, 기득권의 비명"이라는 실체적 진실을 숨기고, 왜곡한다.

김영란법과 관련한 조선일보의 1면 제목 “한우의 한숨, 굴비의 비명”은 “기자의 한숨, 기득권의 비명”이라는 실체적 진실을 숨기고, 왜곡한다. 그리고 대신 허수아비로 ‘농민’과 ‘어민’을 내세운다. 조선일보가 농어민을 이렇게 걱정하는 매체였나?

사설과 칼럼은 더 노골적이다. 백남기 농민의 죽음을 "자초한 위험"이라고 주장하는 동아일보 송평인 칼럼.

사설과 칼럼은 더 노골적으로 당파성과 언론 조직의 정체성을 드러낸다. 백남기 농민의 죽음을 “자초한 위험”이라고 주장하는 동아일보 송평인 칼럼. 한 인간, 한 생명에 대한 태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우병우 사진이 진실을 왜곡하는가? 

김세정 변호사의 글은 원론에서 언론의 악의적인 이미지 조작이 가져올 수 있는 부작용을 지적하고, 이를 경계해야 한다는 취지를 담은 좋은 글이다. 황지우 시인은 언젠가 이렇게 말했다. 기억의 변주가 있을 수 있지만, 옮기면 이렇다.

“범죄자는 거짓을 위해 진실을 말한다. 그때의 진실이 중요하다.”

김 변호사의 글은 더 큰 거짓을 위해 사용되는 ‘진실의 조각’이 더 위험할 수 있다고 말한다. 옳은 지적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병우 사진은 조선일보의 더 큰 거짓을 위해 미끼처럼 던진 ‘진실의 조각’일 수 있다. 그런 취지에 공감하더라도 김 변호사가 글에서 예시한 “빽바지”(유시민), “아방궁”(노무현), “형광등 100개”(박근혜)는 우병우 사진의 유비 사례로 볼 수 없다. 오히려 우병우 사진의 대비 사례에 가깝다.

“빽바지”와 “아방궁”과 “형광등 100개”가 비판받아 마땅한 이유는 이들이 실체적인 진실을 밝히는 데 전혀 도움을 주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들은 실체적인 진실을 위장하고, 독자의 극단적인 감정과 판단(그것이 호의든 악의든)을 유도하며, 매체가 그런 편견과 거짓을 작정하고 의도한다.

2011년 12월 TV조선 개국 당시 [시사토크 판]. 당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의 인터뷰를 진행하는 모습. "형광등 100개"와 공당 대표와는 당연하게도 아무런 관련이 없다. (출처: TV조선)

2011년 12월 TV조선 개국 당시 [시사토크 판]. 당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의 인터뷰를 진행하는 모습. “형광등 100개”와 공당 대표와는 당연하게도 아무런 관련이 없다. (출처: TV조선)

우병우 사진이 거짓을 보여주고 있는가? 우병우 사진이 현실을 위장하는가? 김 변호사의 말처럼, 우병우 사진에 반응하는 것은 “언론의 이미지 조작에 휘둘”리는 일일까. 오히려 우병우 사진은 우병우와 검찰의 관계, 그 실체적 진실을 함축적으로 폭로한다.

실체적 진실, 총체적 진실은 단순히 그 사진이 찍힌 ‘상황에 관한 진실'(쉬는 시간인지 아니면 조사가 끝난 뒤인지)이라는 단편적인 표피의 진실이 아니다. 지난 몇 달 동안 국민이 우병우와 검찰을 비판해왔던 그 ‘사실’, (우리나라 권력의 정점인 청와대) 권력과 검찰의 알면서 봐주는 밀월관계, 오랜 시간 동안 넉넉하게 축적된 그 합리적 의심과 확인된 사실을 드러내고 있기에 우병우 사진은 저널리즘적으로 의미를 획득한다.

들풀(슬로우뉴스 편집위원)에게 이 사진에 관한 의견을 물었다. 간명한 언어로 핵심을 지적하고 있어 길지만 인용한다.

언론이 이미지로 조작할 수 있다는 원론적인 주장은 당연히 옳습니다. 문제의 장면이 신랄하게 조사받는 상황이 아닐 수 있다는 가능성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의 장면이 쉬는 시간이라고 해도 우병우 같은 사람이 아닌 일반인은 저런 장면을 연출하기 어렵죠.

저 사진은 우병우의 이미지를 조작하는 게 아니라 실체를 드러내는 이미지입니다. 독자가 그리고 국민이 조심해야 하는 것은 사기를 치는 일이죠. 거짓된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우병우 사진은 실체를 드러내는 사진이고 아직도 많은 국민은 그 실체의 크기와 범위, 위중함을 잘 모릅니다. 민정수석 우병우가 검찰에 대해 가지는 영향력의 크기를 제대로 알고 있는 국민은 그리 많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의사인 제 친구도 민정수석이 그런 자리인지 처음 알았다고 합니다.

저 장면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 필자(김 변호사)도 완전히 추측에만 의존하고 있습니다. “일을 할 때의 상식”이라고 했지만, 검찰 수사관과 권력 최고층 인사가 수사의 형태로 만나는 것은 상식적인 상황이 아닙니다.

이 이미지를 조작이라고 할 근거는 전혀 없습니다. 사실은 반대에 가깝죠. 사진이 “우리 편” 쪽이라서 좋은 게 아니라 실체를 드러내고 있기 때문에 좋은 사진입니다. 필자가 예로 들은 빽바지 등은 모두 특정한 감성을 불러일으키는 프라이밍(priming)1 장치에 불과할 뿐, 이 사진이나 사례와 관련이 없습니다.

좋은 사진이고 머리끄덩이 사진처럼 역시 상 주고 싶은 사진입니다. 보수 진보 다 모여 구성된 기자협회나 사진기자협회에서 이 사진에 상을 주리라는 것을 별로 의심하지 않습니다.”

2012년 5월 12일 통합진보당 중앙위원회 회의장에서 벌어진 몸싸움 과정 중 조준호 전 공동대표의 머리를 뒤에서 잡아당기는 모습을 찍은 사진 (중앙일보 조용철 기자)

2012년 5월 12일 통합진보당 중앙위원회 회의장에서 벌어진 몸싸움 과정 중 조준호 전 공동대표의 머리를 뒤에서 잡아당기는 모습을 찍은 사진 (중앙일보 조용철 기자)

우병우 사건은 “사실은 꽤나 약한 사건”인가

김세정 변호사는 우병우 검찰 조사에 대해 이렇게 평가한다.

“게다가 지금 조사하는/ 받는 피의 사실은 가족들이 재산관리를 위해 설립한 회사의 자금을 생활비로 전용했다는(횡령) 혐의 및 아들 배치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거다(직권남용인가?). 최순실 관련 건이 아니라고. 사실은 꽤나 약한 사건이다. 심각한 사건 와중에 곁다리로 벌어지는 조사. 피차 뻔히 어떤 공격과 방어가 오고갈지 안다는 것. 양쪽 다 프로선수들 아닌가 말이다.”

“사실은 꽤나 약한 사건”이라는 김 변호사의 개인적인 판단은 존중한다. 하지만 나는 우병우 사건이 ‘약한 사건’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병우 검찰 조사에 쏟아진 스포트라이트는 조중동의 카메라만은 아니다. 그 무수한 언론이 시간 남아 돌아서 “사실은 꽤나 약한 사건”에 스포트라이트를 집중한 것도 전혀 아니다.

사건만을 떼어 놓으면, 변호사가 판단하기에 법률적으로 “약한 사건”이라고 평가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동안 우병우 비리 의혹에 쏟아진 세간의 관심과 검찰에 대한 국민의 지속적인 불신, 김 변호사도 글에서 강조하는 것으로 판단하는, ‘숨겨진 맥락'(혹은 언론의 숨겨진 의도)을 고려한다면, 우병우 검찰 조사는 국민 대다수에게 대단히 중요한 사건이다.

우병우 사건은 정말 "약한 사건"인가. 그리고 "최순실 관련"은 단정적으로 부정되어도 좋은가. 근거 없는 의혹은 음모론에 빠지기 쉽지만, 그렇다고 합리적인 의심마저 미리 제거할 필요는 없다.

우병우 사건은 정말 “약한 사건”인가. 그리고 “최순실 관련”은 단정적으로 부정되어도 좋은가. 감정에 치우친 근거 없는 의혹은 음모론에 빠지기 쉽지만, 그렇다고 합리적인 의심마저 미리 제거할 필요는 없다.

더군다나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거대한 지도와 흐름(세칭 ‘나비효과 설’로 부르기도 하는)을 고려하면, 우병우가 “최순실 관련 건이 아니”라고 단정할 수 있는지도 현재 상황에선 의문이다. 오히려 김 변호사의 글이야말로 그런 ‘거대한 지도’를 볼 수 가능성을 단정적으로 가로막고 있는 건 아닐까.

백보 양보해서 조선일보의 ‘우병우 죽이기’가 조선일보의 기득권 수호를 위한 ‘마스터 플랜’의 연장선에 존재하는 하나의 작은 조각에 불과하다고 치자. 하지만 기득권 매체의 거시 기획(소위 ‘마스터 플랜’)을 비판하는 일과 우병우 사진이 함축하는 의미를 무시하는 것은 별개다. 오히려 우병우 사진이 담은 진실을 널리 확대, 재생산하고, 시시각각 권력의 부침과 함께 변신하는 거대 기득권 매체의 모순행위, 그 ‘둔갑술’을 비판할 무기로 삼아야 마땅하다. 그것이 훨씬 더 현명한 우병우 사진 활용법이다.

마지막 질문

끝으로 질문을 던져 보자.

  1. ‘우리 편’ 경향, 한겨레, JTBC, 시사IN, 오마이뉴스 등등이 이 사진을 찍었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을까? 혹은 우리 편 매체는 악의적인 이미지 조작과는 전혀 상관이 없을까?
  2. 우리 편 매체의 한 기자가 이 사진을 찍었다면 해당 매체의 데스크는 이 사진을 ‘킬’하고, 특종으로 보도하지 않았을까?

첫 번째 질문에 대한 답은 독자의 몫으로 남긴다. 다만, 유용하게 참고할 만한 글을 소개한다. 오마이뉴스가 어떻게 조현아를 마녀화했는지에 대해 비판적으로 분석한 글이다.

오마이뉴스 이희훈 기자가 찍은 조현아의 사진.

오마이뉴스 이희훈 기자가 찍은 조현아의 사진.

하지만 두 번째 질문에 대해선 자신 있게 답할 수 있다. 단언컨대, 우병우 사진을 보도하지 않을 매체는 ‘우리 편’이든 ‘남의 편’이든 지구 상에 단 한 곳도 없다고 장담한다.


  1. 매체가 기사에서 어떤 키를 줌으로써 독자에게 그와 관련 있을 것 같은 다른 측면을 상기시킨다는 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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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노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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