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 자동차를 상징하는 구글과 승차 공유 서비스를 대표하는 우버가 협력에서 경쟁 관계로 돌아서고 있다. 지난 2013년 구글은 승차 공유 서비스 분야에서 새롭게 부상하는 우버에 관련 벤처 캐피털을 통해서 2억 5천8백만 달러를 투자한 바 있다. 또한, 우버는 구글 지도를 이용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서로의 협력을 다져 왔다.
하지만, 급성장한 우버(2016년 6월 기준 시가 총액 680억 달러)가 자율주행 차량을 이용한 미래 서비스를 바라보고, 구글 또한 자율주행 자동차의 킬러 애플리케이션인 승차 공유 서비스를 준비하면서, 치열한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지난 2015년 8월 자율주행 자동차를 이용한 주문형 교통 시스템의 비전을 발표했던 우버는 2016년 9월 피츠버그에서 자율주행 택시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본격적인 자율주행 시스템의 개발에 돌입하고 있다. 또한, 2016년 8월에는 5억 달러를 들여서 전 세계 지도 구축에 나서겠다고 발표하면서, 미래 자율주행 자동차 시장에서 독자 노선을 분명히 했다.
2005년 다르파 그랜드 챌린지[footnote]DARPA Grand Challenge; 미국 국방성의 국방고등연구기획국이 후원하는 무인 자동차 경주 대회[/footnote]에 참여했던 스탠포드 대학 팀을 중심으로 자율주행 자동차 팀을 꾸렸던 구글은 자율주행 자동차를 대표하는 기업 중 하나가 되었다.
구글맵을 이용해서 전 세계 지도를 제공하고 있으며, 2016년 5월에는 피아트-크라이슬러와 협력한 자율주행 차량 개발을 발표하는 등 관련 기술 개발에 노력하고 있다. 최근에는 2013년 인수한 웨이즈(Waze)를 기반으로 하여 새로운 카풀 서비스의 상용화를 발표하면서 우버와의 경쟁 구도를 명확히 하고 있다.
최근 자율주행 자동차의 대표적인 미래 서비스로 주문형 승차 공유 서비스가 떠오르면서, 새로운 시장을 장악하려는 두 업체 간의 경쟁은 불가피해 보인다. 이 글에서는 구글과 우버의 자율주행 자동차와 승차 공유 서비스에 대한 경쟁 구도와 미래 비전을 정리해 본다.
‘주문형 교통 시스템’의 미래 비전으로 자율주행 자동차 개발에 나서는 우버
지난 8월 열린 스마트 커넥티드 월드 2016 행사에서 우버의 아비나쉬 발라찬드란 박사(현 패러데이 퓨처 소속)는 우버의 자율주행 기술이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선두업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빠르게 발전해 왔다고 밝힌 바 있다.
우버는 2015년 카네기 멜론 대학의 연구진을 영입하면서, 본격적인 자율주행 자동차 개발에 뛰어들었다. 카네기 멜론 대학은 2007년 다르파 어반 챌린지[footnote]DARPA Urban Challenge; 미국 국방성의 국방고등연구기획국이 후원하는 무인 자동차 시가지 경주 대회[/footnote]에서 우승하기도 했었으며, 로봇과 관련된 많은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2015년 다르파 로보틱스 챌린지[footnote]DARPA Robotics Challenge; 미국 국방성의 국방고등연구기획국이 후원하는 재난 구조 로봇 대회[/footnote]에서 우승했던 카이스트 팀도 우버에서 영입 제안을 받을 정도로 자율주행 자동차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우버는 2015년 8월 주문형 교통 시스템의 비전을 발표했다. 이 비전에서는 우버의 승차 공유 서비스에 자율주행 자동차를 접목하여 주문형 교통 시스템으로 진화하게 된다. 네트워크에 연결된 자율주행 차량을 언제 어디서든 싼 가격에 불러서 이용함으로써 차를 소유하지 않는 공유 경제를 완성하게 된다. 개인의 차량 소유와 대중교통의 개념을 없애고, 우버의 주문형 교통 시스템으로 교통을 장악하는 것이 최종 목표가 된다.
우버의 비전 발표 이후 벤츠의 디터 제체 회장은 “벤츠의 차량 공유 서비스 ‘카투고’(car2go)와 벤츠의 자율주행 차량을 이용하면 주문형 교통 시스템의 구현이 가능하다”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승차 공유 서비스와 차량 공유 서비스가 주문형 교통 시스템으로 진화하면서 자율주행 자동차의 핵심 서비스가 될 것을 잘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우버의 비전에서 주문형 교통 시스템의 완성을 위해서는 자율주행 차량의 개발은 필수적이며, 지도 기술의 연동이 필요하게 된다. 우버가 자율주행 차량과 지도 개발에 노력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우버는 축적된 자율주행 기술을 바탕으로 9월부터 피츠버그에서 자율주행 택시의 시범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 서비스에는 포드 퓨전을 자율주행 차량용으로 개조한 택시가 사용되며, 아직은 안전을 위해서 기사석에 기사가 동승하게 된다.
승객들은 스마트폰 앱으로 자율주행 택시를 호출하고 이용할 수 있다. 이번 시범 서비스를 통한 데이터 수집 및 분석을 통해서 앞으로 더 많은 지역으로 확대할 것으로 예상한다.
웨이즈 기반의 카풀 서비스를 상용화하는 구글
지난 2013년 구글은 이스라엘의 내비게이션 스타트업, 웨이즈를 인수했으며 인수 금액은 10억 달러를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웨이즈는 운전자들이 직접 사고, 도로, 교통 정보 등을 올려서 공유하는 내비게이션 앱이다.
이를 통해서, 정보가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되면서 사용자에게 최적의 길을 안내해 줄 수 있다. 웨이즈의 핵심은 사용자가 직접 정보를 생산하고 공유한다는 점에 있다. 사용자들이 정보를 빠르게 올리면서, 정보의 실시간성과 정확성이 높아진다는 점도 장점이다.
이후 웨이즈는, 기존의 서비스를 바탕으로 2015년 카풀 서비스의 시범 서비스를 시작했다. 사용자가 가게 될 목적지 정보와 시간 정보를 웨이즈에 올리면, 같은 길을 가게 되는 동승자가 카풀서비스를 신청하고 비용을 지급하는 형태의 서비스이다.
구글은 9월부터 샌프란시스코를 시작으로 카풀서비스(Waze Carpool) 공식적으로 상용화한다고 발표했다. 목적지가 비슷한 사용자들이 카풀을 통해서 승차 공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했으며, 대표적인 승차 공유 서비스인 우버보다 요금이 저렴한 점도 장점이 된다.
수익을 위한 서비스가 아닌 사용자들의 참여로 만들어지는 카풀 서비스를 표방하면서, 요금은 1마일당 54센트로 우버의 1마일당 1.15달러(우버 X 기준)보다 저렴하게 책정했다.
구글 사용자들의 참여가 늘어나면, 사고, 도로 정보의 정확성도 높아지고, 내비게이션의 길 안내가 정확해 지면서, 주행 시간도 빨라지게 된다. 여기에, 승차 공유를 통한 환경 보호와 도시 교통 문제 해결 등 미래 이동성 측면의 다양한 장점들도 갖게 된다.
구글의 자율주행 자동차가 상용화되어 이 서비스에 추가되면 또 하나의 주문형 교통 시스템 모델이 가능해진다. 우버의 주문형 교통 시스템 모델과 같이, 개인의 자동차 소유와 대중교통이 사라지는 자율주행 자동차 기반의 차량 및 승차 공유 서비스가 펼쳐지게 된다. 자율주행 자동차 기술을 꾸준히 개발해 온 구글도 미래 핵심 서비스인 주문형 교통 시스템의 진화에 노력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영역이 사라지는 치열한 경쟁, 우리나라의 방향은
구글과 우버의 경쟁은 스마트폰 초기에 서로 협력했었던 애플과 구글의 상황과도 비교된다. 스마트폰 초기에 협력하면서 구글의 지도를 사용했던 애플은, 이후 구글의 안드로이드폰이 상용화되면서 톰톰(TomTom)의 지도로 바꾸어 서비스하게 된다.
구글과 우버의 경쟁과 협력도, 고정 사업 영역이 파괴되는 초연결 시대의 특징을 잘 보여주고 있다. 앞으로 구글과 우버는 자율주행 자동차, 정밀 지도, 승차 공유 서비스의 개발과 운영을 통해서 주문형 교통 시스템으로의 진화와 경쟁을 계속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또한, ‘주문형 교통 시스템’이 자율주행 자동차의 핵심 서비스로 떠오르면서, 여러 업체의 경쟁과 협력 구도도 복잡하게 전개되고 있다. 벤츠 마이택시(mytaxi)의 헤일로(Hailo) 합병을 통한 유럽 최대 택시 호출 앱 회사의 탄생, 도요타의 우버 투자 및 택시 회사와의 협력 발표, 애플의 중국 승차 공유 업체 디디추싱 투자 등 차량 공유와 승차 공유를 향한 업체들의 경쟁 및 협력이 계속되고 있다.
아쉬운 것은 우리나라 승차 공유 서비스의 현재 상황이다. 많은 업체와 나라가 주문형 교통 시스템 진화를 목표로 노력하는 것에 비해서 우리나라 승차 공유 서비스는 택시 호출에서 멈춰서 있다.
대중교통이 잘 발달한 우리나라에서 승차 공유 서비스의 성공이 어렵다는 의견도 있지만, 자율주행 자동차 진화의 측면에서 ‘한국형 승차 공유 서비스’의 발전이 필요한 상황이다. 자율주행 자동차-승차 및 차량 서비스의 접목이 필요한 미래 주문형 교통 시스템의 진화를 위해서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협력과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참고 자료
- 정구민, 이태양, 박창우, 김평수, “구글/애플/우버/테슬라의 등장에 따른 스마트카 시장 변화와 자동차사의 대응 방향”, 한국통신학회지, Vol.33, No.4, 2016.3
- 미디어펜, “자동차 공유시대’ 구글 vs 우버 정면승부…소비자의 선택은?”, 2016.9
- 연합뉴스, “美피츠버그에 ‘자율주행 우버택시’ 첫 등장…시범운영 시작”, 20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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