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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규제, 정부보다 게임회사에 항의하라”: 인디게임 전문가 ‘광님’ 인터뷰

지난해부터 여성가족부와 문화관광부 등 여러 정부 부처가 게임 과몰입 예방과 치료 등을 명분으로 셧다운제를 비롯한 갖가지 규제를 내놓고 있다. 이에 대해 게임을 사랑하는 게이머들이 많은 반발을 하고 있는 반면, 정작 게임업계, 특히 게임업계에서 가장 많은 매출을 올리고 있는 넥슨이나 엔씨 같은 대기업들은 의외로 별다른 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소비자 우선 저항해야 할 대상은 게임업체

인디게임 전문 웹진인 Pig-Min을 (거의 홀로) 운영하고, 게임 전문 팟캐스트인 POG를 공동 진행하며, 국내 인디게임 제작과 해외 홍보를 돕는 에이전시를 운영하고, 해외 인디게임인 ‘아날로그: 어 헤이트 스토리‘의 국내 홍보까지 맡고 있는 인디게임 전문가 ‘광님(본명 김진성)’은 그러나 “소비자들이 저항해야 할 대상은 정부보다 우선 온라인 게임 업체”라고 주장해 왔다. 그동안 정부의 규제에 대해 비판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던 다른 게임 전문가들과는 조금 다른 관점인 셈이다.

이번 인터뷰는 페이스북을 통한 실시간 서면 인터뷰를 먼저 하고 저녁 식사를 함께 하면서 직접 만나 보충 질문을 하는 형식으로 이뤄졌다. 광님의 게임규제에 대한 의견에 대해서도 물었지만, 아직 생소한 인디게임 장르를 소개하는 활동에 대해서도 다양한 질문을 했다.

문화 콘텐츠 소비자들의 취향이 다양해지면서 인디 음악과 독립 영화에 관한 관심이 늘어나듯, 대기업 위주의 온라인 게임과 모바일 게임 등에 편중된 국내 게임 소비자들도 다양한 인디게임에 대한 관심이 점차 늘어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다만 인디게임은 접할 경로가 해외 게임유통 플랫폼인 밸브 사의 스팀(STEAM) 등으로 극히 한정된 만큼, pig-min 같은 전문 매체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광님은 어떤 사람?

– 간단히 본인을 소개해 달라.

“Pig-Min을 운영하는 ‘광님’이라고 한다. 손대고 있는 일은 많은데 돈 되는 게 매우 적어 아쉬운 사람이다.(원고료 있는 게임 관련 주간 연재 이런 거 매우 잘하니, 일거리 있으면 연락 바란다.)

먼저 한국어로 되어있는 인디 게임 블로그-진 Pig-Min을 6년째 운영 중이다. 여기서 파생된, 한국 인디 팀을 육성해 해외에 팔자는 Pig-Min 에이전시를 3년째, 팟캐스트 POG를 1년째 운영 중이다. 캐나다 게임 ‘아날로그 : 어 헤이트 스토리’의 한국어판 한국 홍보를 0.5개월째 담당하고 있다. 그 외에도 한국 웹툰을 앱스토어 통해 해외 수출하는 iSeeToon 등을 하기도 했다. 주로 해 온 일들은 아날로그를 제외하면 ‘한국 문화를 해외에 알리며 팔자’ 방향, 즉 ‘한국 문화 (소매) 수출’에 가까웠다.”

– 게임은 언제부터 했나? 좋아하는 게임 및 장르는?

“73년생, 마흔 살이다. 이 나이라면 다들 그랬듯, 꼬꼬마 때 오락실 가서 게임 접했다. 원래 음악 – 영화 쪽이 메인이다가, 21세기 초 게임에 좀 더 관심을 두게 되었다.

당시 컴퓨터가 나빠서 최신의 삐까뻔쩍한 게임은 못 돌리는데 해외에 주문을 해 PC 게임을 하고 싶었고, 알아보니 어드벤처 게임이 비교적 저사양이어서 한동안 어드벤처 게임에 심취했다. 하지만 플레이를 많이 했다기보다 그 외 지식 등을 쌓는 데 더 도움된 것 같다. 어드벤처 게임 커뮤니티인 ‘Post Adventure’의 부운영자도 했었다. Pig-Min이란 이름도 Post Indie Gaming + Min(첫 기술 담당자 이름이 민인학. 지금은 도망갔다;)으로 만든 것이다.

여력이 닿는 한 인디게임은 이거저거 다 해보는 편인데, 어느 순간 편애하는 장르가 생기더라.

첫째, match-3 RPG, 퍼즐 퀘스트 같은 것들. 근성과 애정으로 어지간하면 오래 해본다. infinite interactive가 퍼퀘 1편 이후 나락으로 떨어진 건 정말 아쉽다.

둘째, 디펜스 장르. 모든 디펜스를 다 좋아하는 건 당연히 아닌데, 잘 만든 디펜스는 좋아한다. Defense Grid : the awakening은 DLC까지 다 사서 110시간 넘겼던가… 스팀 리더보드 오류 때문에 옛날에 따놓은 메달이 날아가서 그 후로는 멘붕.”

Pig-Min과 POG는 어떤 미디어인가

– 피그민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부탁한다. 누구와 함께 만드는지.

“Pig-Min은 2006년 말 시작했는데, 동기는 이랬다. ‘ngamerz’라는 게이머즈(월간지)의 인터넷 형제쯤 되는 웹진서 리뷰어로 필자를 시작했는데, 리뷰를 했던 virtual villagers라는 게임이 한국에서 너무 안 유명하다는 이유로 리뷰가 반려됐다.

‘그래? 그럼 내가 유명하게 만들지’라는 생각으로 인디게임 전문매체를 시작했다. 아이러니한 것은 Pig-Min을 시작한 직후 ngamerz가 갑자기 닫았다. 타 매체 소속 게임 리뷰어로서의 경력이 시작되자마자 끝난 상황이 된 것이다. 리뷰어분들의 원고를 받아 올리던 때도 있었지만, 그 체제 몇 년 전에 그만뒀고 지금은 그냥 나 혼자 올리고 있다. 기술은 나유령(@reallyiamghost) 님이 “안녕 힘세고 좋은 아침, 나는 나유령” 같은 느낌으로 마구 도와주고 있고.”

– 게임 자체가 마이너리티인 한국에서 인디게임 전문웹진을 만든 이유는?

“개인적인 성향이 인디다. 그렇다고 메이저를 배격하는 극단주의자는 아니다. 뭐 나이도 먹고 해서 ‘재미있는 게임이 좋은 게임이다’라고 생각하는데, 전반적으로 인디가 더 좋다.”

– 국내에 인디게임 플레이어가 늘어가는 추세인가?

“게이머들은 인디 게임이냐 메이저 게임이냐 이런 걸 오히려 잘 안 따진다. 그게 나한테 재밌을 거 같냐 아니냐 이게 중요하지.

물론 ‘인디’라는 게 좀 멋있어 보일 수는 있다. ‘우와 인디게임이래’ 이런 게 좀 없진 않아서 어설픈 메이저보다 좀 그럴싸한 인디가 훨씬 더 주목받을 수도 있다. (한국만 그런 게 아니라 해외도 마찬가지.) 이건 인디 음악에 대해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과 어느 정도 비슷할 수 있다.

2006년 시작된 Pig-Min이 한국에 인디게임이란 용어와 종류를 전파했다고 말하고 싶지만 그건 거짓말이다. 솔직히 Pig-Min 없었어도 한국에 언젠가는 인디게임이 들어왔을 거라고 본다. 물론 Pig-Min이 없었다면 좀 다른 양상이 되었겠지만…

그리고 너무나 당연한 건, “인디 게임이 팔려서 돈이 되는 경우가 늘고 있다” 라는 것과 “돈이 되는 인디 게임은 유명하다”라는 것과 “한국에서도 걔들은 유명하다”라는 것.”

– 국내에서도 유명한 인디게임을 예로 들자면 마인크래프트 정도가 될까.

“레고처럼 가상세계를 만들고 거기서 노는 게임이라고 할 수 있는데 전세계적으로 놀라운 성공을 거두었다. PC판만 700만개 이상(현재 800만 개에 다가가는 중), XBOX 360판만 400만 개 이상. 이 둘만 합해도 1,100만 개. 아이폰과 안드로이드까지 합하면 훨씬 어마어마해진다. 뿐만 아니라 발매된 지 한참이나 지난 지금까지도 매일 7,000-1만3,000개씩 팔리는데, 정말 놀라운 건 ‘많이 팔렸다’가 아니라 ‘꾸준히 많이 팔리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아프리카TV에서 자기가 마인크래프트를 하는 것을 방송하는 BJ(대표적으로 양띵)의 시청률이 엄청날 정도다. 아이들이 마인크래프트에서 술래잡기를 하기도 하고 건축도 하고 각종 게임도 한다.

이 게임 개발사의 수석개발자 옌스 베르게스텐은 이달 초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KGC에 참석차 방한해, 한국 게이머와 즉석 만남을 가지기도 했는데, 전날 옌스가 갑자기 dm으로 행사 자리를 찾아달라고 해서 지인들에게 연락해 급하게 준비했다.”

캐나다 인디게임 ‘아날로그_어 헤이트 스토리’에 대하여

크리스틴 러브(Christine Love), ‘아날로그 : 어 헤이트 스토리(Analogue: A Hate Story)

아날로그_어 헤이트 스토리를 처음 접한 것이 pig-min을 통해서였다. 게임에 대한 소개 부탁.

“[아날로그 : 어 헤이트 스토리]는 ‘남존여비’를 주 소재로 다룬 일기 형식의 SF 전자 소설(비주얼 노벨)이다. 주인공은 몇천 년 만에 발견된 우주선 ‘무궁화호’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기 위해, 매력적으로 보이는 인공 지능 *현애의 도움을 받아 저장된 일기와 편지들을 읽으며 무겁고 어두운 과거사로 빠져들게 된다. 한국의 소재를 다뤘음에도 영어로만 즐길 수 있었지만, 유명 번역가 김지원씨와의 작업으로 공식적으로 한국어 번역이 되었다.”

– 조선시대 남존여비를 소재로 한 게임을 한국에 한 번도 안 와본 캐나다 사람이 만들었다는 것이 정말 놀라웠는데.

“캐나다 태생의 크리스틴 러브(Christine Love)는 대학에 다니던 2010년 발표한 [디지털: 어 러브 스토리(Digital: A Love Story)]가 평단의 주목을 받아 데뷔부터 명성을 쌓았다. 작가 본인은 일종의 ‘전자 소설(Electronic Novel)’이라 생각하며 작업했지만, 미디어에서 이걸 게임으로 인식하며 ‘인디 게임 제작자’로 불러 게임계에서 높은 명성을 얻게 되었다고 한다. 그 후 한국의 조선 역사와 그 시대 여성들을 연구해 2012년 발표한 [아날로그: 어 헤이트 스토리]가 3만 개 이상 팔리면서 상업적 성공도 거두었고, 높은 평가도 받았다.”

– 한국어 번역판까지 냈는데, 광님이 권유한 것인가?

“크리스틴 러브의 의지로 이어진 것이다. 자기 돈으로 번역가도 고용하고 한국어화 하겠다는 의지도 있었다. 나는 딱히 하라고 부추긴 적도 없고… 오히려 “한국에 시장따위 없고 팔아줄 만한 회사 따위 없다”고 말했다. 물론 번역가 – 테스트 팀 등은 다 내가 섭외했다. 난 유능하니까! 한국에서 이런 거 나보다 많이 알 사람을 크리스틴이 모르니까!”

– 아날로그 어 헤이트 스토리가 지닌 재미와 강점이라면?

“우선 재미있다. 소설로서의 텍스트가 흥미진진하고 캐릭터 또한 매우 매력적이다. 그냥 텍스트 나열이 아닌 진행에 따라 로그 파일이 조금씩 열리는 방식으로 만들었는데, 이런 구조가 몰입도를 훨씬 높여주기도 했다. 다음으로 한국어화(한글화)가 완벽에 가깝다. 조선시대를 공부한 캐나다 작가가 쓴 것이지만 영어로만 보면 그 당시의 느낌이 와 닿지 않는다. ‘선내 기록이 고어체였으면 좋겠다’와 ‘한국인 입장에서도 읽기가 어려웠으면 좋겠다’ 같은 작가의 의도를 번역가 김지원 씨가 충실하게 살려 굉장히 좋은 결과물이 나왔다. 김지원 인터뷰를 참조하면 좋을 듯.

마지막으로 여러분들은 굉장히 실험적인 시도를 목격하고 계신 것이다. 만약 이게 한국에서 1만 개 이상 팔린다면? 인디 게임 개발자들이 “한국도 괜찮은 시장이네?”라는 생각을 하게 될 것이고, 제작단계부터 한국어 지원을 염두에 두는 경우가 많아질 것이다. “여러분의 관심과 구입이 세상을 좀 더 즐겁게 바꾼다.”

게임 규제, 게임회사도 책임 있다?

– 이제야 본론으로 들어간다. 게임의 악영향 관련 셧다운제 등 각종 규제가 많은데, 이에 대한 생각은.

“세상 모든 건 좋은 영향과 악영향이 다 있을 것이다. 게임도 그럴 거다. 이에 대해서는 수많은 곳에서 지겨울 정도로 얘기가 많은데, 거기다 더 얹을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단 정부나 매체가 말하는 게임의 악영향 대부분은 개소리다. 너무 개소리라 반박도 힘들 정도로 개소리다. 그런 개소리로는, 진짜 게임의 악영향에 대한 개선점도 제대로 도출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정말 악영향을 받아서 치료나 재활이 필요한 사람들을 오히려 더 망칠 수 있다.”

– 그럼 정부 정책은 어떤 방향이 좋을까

“‘할려면 제대로 알고 해.’가 정답이다.

게임 중독 치료 좋다고 치자. 문제는 아직도 ‘게임 중독’이라는 게 정확히 뭔지 학계 연구진들이 정의를 못 내리고 있다. 연구결과가 부족하다. 근데 정부의 모 부처에서는 그게 실제로 존재하다는 식으로 ‘우기고’ 있다. ‘게임 중독’이란걸 실제와 다르게 알고 있으면서 치료 재활 해버리면, 실패하는 정도가 아니라 완전히 엉뚱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 그나마 게임을 해서 험난한 현실에서 눈을 돌리고 환상의 세계에서 약간의 자유를 찾고 있는 아이(어른)들이, 그걸 막아버리고 “중독이니 넌 잘못된 거야”라는 강요를 받아, 진짜 정신과 육체가 망가져 버릴 수도 있지 않나.

정부에게 ‘하려면 제대로 알고 해’라고 말하고 싶은데, 그러려면 ‘떼돈 버는 대형 회사들’이 움직여야 한다. 왜냐면 그들이 절대적인 이해 당사자이기 때문이다. 본인들이 아무것도 안 하는데 다른 사람들이 아무리 해봤자 이게 될 리가 없다.

그리고 솔직히, 게임 전문 매체나 게이머들은 많은 반대 활동을 하지 않았나? 셧다운과는 다른 사안이지만, 2010년 인디 게임 심의 문제 때 Pig-Min에서는 ‘Not rated by GRB, so you can’t play’ 라는 집단 퍼포먼스를 한 적도 있고(Pig-Min이 당시의 모든 활동을 주관하지는 않았으니 오해 없으시길. 이쪽에서 작은 활동을 하나 했을 뿐이다.), Pig-Min과 무관한 쪽에서 게이머들이 1인 시위를 하기도 했었다. 인디는 스스로 해보는 것도 있고, 주변에서 불쌍해서(?)라도 해주는 게 있다. 그런데 큰 데는 안 한다.”

– 게임 문화와 관련해 누가 잘못인가. 게임회사들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딱 잘라 말할 수 있다. 떼돈 버는 대형 회사들이 잘못했다. 아무것도 안 한게 잘못했고, 수익 올리는데’만’ 극단적으로 열중한 게 잘못했다.

이건 어디 가서 물어봐도 거의 똑같은 이야기가 나온다. 게임 전문 매체들이 더 이상 규제 얘기 안 하는 이유가, 그런 글/칼럼/기사 써봤자 ‘정말 액션을 취해야 할’ 거대회사들이 하나도 안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이해 당사자가 억울하면 억울하다고 말을 하든지, (과금 관련된) 독한 시스템을 좀 유하게 바꾸든지, 세상에 널리 퍼진 ‘게임에 대한 나쁜 시선’을 바꾸려고 적극 노력을 해보든지. 이 중 하는 게 있나?

최근 게임에 관련되어 맹활약(?)을 펼치는 국회의원은 민주당의 전병헌 의원인데, 방향성이 좀 바다이야기 친화적 같다는 이야기도 듣긴 하지만, 어쨌건 열심히 활동하는 건 사실이다. 전병헌 의원 인터뷰 참조. 이 분이 2010년 인디게임 때 잠깐 관심을 보였다가 잠잠하더니, 2011년 국감부터 엄청나게 달리고 있다. (그 외 김성식 전 의원이 인디게임 관련 공청회까지 개최했지만 아쉽게도 그 이후로는 게임 활동을 하지 않는다.)

만약 게임업체들이 전병헌 의원 혹은 그와 유사한 다른 국회의원에게라도 장기적인 요청과 미팅을 했다면, ‘정치권의 게임업계 편’을 어느 정도 만들 수 있지 않았을까? 전병헌 의원이 2010년 인디게임 심의때부터 2년 후에 이러고 있으니, 게임회사들이 2년만 노력했으면 이 정도가 나온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사과상자를 주는 로비 같은 걸 하라는 게 아니다. 이렇게 한편을 만들려는 최소한의 노력이라도 해봤느냐는 거다.

인디는 주목을 많이 받지도 못하고, 돈이 많지도 않고, 인력이나 인맥이 충분하지도 못하고, 학력이 하늘을 찌르는 것도 아니다. 거대 회사들은 이걸 다 가졌는데 안 한다. 못하는 게 아니라 안 한다.

거대 회사의 방관 때문에 피해를 보는 것은 게이머뿐이다. 게임시간 선택제니 셧다운이니 이런 거 다 빼고라도… 원래 게임을 즐길때는 이른바 ‘guilty pleasure’라는게 좀 생긴다. “내가 지금 일(공부) 안 하고 게임이나 하고 앉아있어도 되나?” 이런 식의 자괴감이나 죄책감을 뜻하는 말이다. 이런 것까지 게임회사가 해결하는 건 거의 불가능하겠지만, 정부와 미디어 온갖 곳에서 두드려 맞는 것까지 모두 방관하고 있다. 한국에서 게임의 소비자는 마약중독자나 다름없게 포장되고 있다. 이렇게까지 사회적 지위가 떨어진 소비자에게 최소한 할 도리는 해야 하지 않을까?

게임이 억울하게 당하는 것도 분명히 있지만, “거대 온라인 게임 회사들이 돈 벌려고 조장하는 시스템”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 게임 회사들이 돈 벌려고 환장한 시스템의 예를 든다면.

“아래 링크를 한번 보자.

5*5 판이니까 25개 숫자만 필요한데 주어지는 숫자는 총 100개. 즉 75개는 그냥 꽝. 아 이건 정말, 상상을 초월한다. 물론 잘 모르는 사람은 “그냥 캐시템 사면 보너스로 주어지는 시스템 아닌가”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솔직히 저거, “저 빙고를 만들기 위해 돈 써라”는 의도에서 만든 거다.

또 같은 글에 ‘무명’씨가 쓴 댓글에 나오는 ‘랜덤박스’는 정말 나쁜데, 사실상 사적 복권이다. 희귀 아이템이 나올 때까지 수십만 원씩 써 가며 박스를 열어 보는 사람들이 많다.

아이들이 많이 하는 메이플 스토리의 경우 단지 캐릭터를 예쁘게 꾸미는 아이템을 사기 위해 한번에 수천 원씩을 질러야 하는데, 그것도 원하는 스타일을 골라서 지르는 게 아니라 랜덤하게 스타일이 나오기 때문에 원하는 스타일이 나올 때까지 계속 현금을 질러야 한다.

사실 MMORPG 장르 중에서도 WOW나 엔씨소프트 게임처럼 월 정액제 게임은 좀 낫다. 월정액 지불 고객은 이미 게이머와 회사 양쪽이 서로에게 할 도리를 했다. 더 이상 돈을 뽑아낼 과금 시스템에 대한 부담이 적은 편이다. (요즘에는 월정액에 캐시템이 부분 들어가기도 하지만.) 하지만 지금은 거의 모든 게임이 무료+현금 아이템 구매 형태로 바뀌었고, 갈수록 현금 지르기를 요구하는 방법이 교묘해지고 있다. 게다가 한국에서 월정액 최후의 보루나 마찬가지였던 엔씨마저 넥슨에 인수됐다.

정부 등 규제기관이 아직은 ‘애들이 공부 안해요’만 얘기하고 있는데… 결국 “애들이 엄마(아빠) 지갑에 손대요”까지 넘어갈 거라고 본다. 우리 때만 해도 엄마 지갑에 손대서 몇백 원 들고 오락실 가는 정도였지만, 지금은 그 정도로 안 끝난다. 분명히 그렇게 되는데, 모바일 게임에서는 이미 벌어진 일이다. 자녀가 스마트폰 게임에 잘 알지도 못하고 아이템을 현금으로 사서 부모들이 소비자원에 고발한 사례도 있다. 멀리 안 가도 모바일 키티 게임에 2만 원 결제를 무심코 한 딸을 혼낸 가슴 아픈 어머니의 사연도 있지 않은가.”

– 게이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호갱이가 되지 않으려는 노력이 게임을 살린다

“이건 POG에서도 여러 번 얘기하던 건데… 한국에서 게임에 대한 그릇된 압제와 탄압 대부분은, 떼돈 버는 회사들이 ‘아무 것도’ 안해서 벌어지는 일이라고 본다.

이건 영화, 음악, 만화가 받은 탄압과도 다르다… 영화, 음악 등은 유신시절 지나 80년대까지 탄압을 받았는데, 그때는 신중현 씨 정도 되는 분도 당할 정도로 강도가 심했다. ‘사람이 잡혀가면 죽을지도 모르는’ 무시무시한 때였고.

지금은 그정도는 아니다. 떼돈 버는 회사들이 어느 정도 역할을 하면 이렇게까지 당하지는 않는다. 즉 여러분은 정부를 깔 게 아니라, 회사를 까야 한다. 회사는 돈 버는 데만 관심있지, 소비자들이 어떤 압제를 당하는지는 전혀 관심이 없다. 정부가 별걸 다 해봤자 버는 돈은 달라지지 않으니까.

그래서 POG에서 제가 말하던 내용은 “1만명만 넥슨 계정 폭파하면서 ‘내가 넥슨 계정 폭파하는 이유는 너희가 게이머의 침해받는 권리에 대한 활동을 하나도 안 하기 때문이다’라고 소리높여 외치면 해결된다”라는 것이었다. 농담이나 과장처럼 들리겠지만, 넥슨 등의 거대 회사가 아무것도 안 하는 이유를 추측해 보면, 정부에서 뭘 해봤자 자기네가 버는 돈이 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돈이 덜 벌리게 해주면(매출이 떨어지면) 상황은 해결될 거라고 본다.

계정 폭파 및 탈퇴까지는 너무 과격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이렇게 생각해보는 것은 어떨까? 사실 여러분들 옥션 같은데서 물건 살 때 제때 안오면 화내고, 삼성전자 핸드폰 샀을 때 사후 서비스 제대로 안 되면 성질내지 않는가. 사실 그런거 무서워해서 그 회사들이 고객 서비스 잘한다. 하지만 한국에 온라인 게임에 돈 쓰는 분들, 이렇게 따져가면서 하는 거 매우 미미하다.

게임 캐시 아이템을 구매할 때, 고객이 아니라 호갱(호구 고객을 뜻하는 신조어)이 되지 않기 위한 노력, 다른 서비스나 상품 구입에 돈 쓸때만큼의 노력만 해도, 한국의 온라인 게임 바닥은 훨씬 나아질 거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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