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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전화 02-2098-5874의 실체: 선관위 재외선거과 일문일답

“일본 오사카입니다. 이거 뭐죠?”

“호주인데 어제 이 번호로 전화가 와 있어서 무슨 일인가 하고 검색해보았습니다.”

“일본 도쿄입니다. 방금 전화 왔길래 받았는데 아무 소리 안 나서 그냥 끊었어요. 민간기업에 개인정보 유출한 건가요? 선거관리위원회가?”

선관위 괴전화

출처: whosnumber.com

2016년 8월 전 세계 곳곳에 사는 재외국민들이 난생 처음 보는 번호(02-2098-5874)의 전화를 받았다. 이 괴전화(?)의 실체를 둘러싸고, 온라인을 중심으로 궁금증과 의혹은 커졌다. 질문은 두 가지다.

  1. 이 전화의 발신 주체는 선관위가 맞나.
  2. 선관위가 발신 주체가 맞다면, 이는 재외국민의 개인정보 유출에 해당하는 불법인가.

우선 결론을 우선 밝히면, 1) 첫째, 이 전화의 발신 주체는 선관위가 맞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선관위가 업무를 위탁한 업체에서 건 전화다. 2) 둘째, 선관위의 행위는 불법이 아니거나 적어도 그렇게 단정하기 어렵다.

이에 관한 자세한 내용은 후술하기로 하고, 우선 ‘괴전화’ 논란에 대한 선관위의 입장을 들어보자.

선관위 재외선거과 일문 일답 

선관위

이하 김한석 재외선거과 주임의 답변.

-소위 ‘괴전화’는 선관위 공식 조사사업이 맞나.

맞다. 재외국민(유권자) 의식조사 차원에서 진행하고 있는 사업이다.

-사업의 근거규정이 궁금하다.

개인정보보호법 18조 2항 4호다. 통계나 학술 목적으로 특정인을 알아볼 수 없는 방식으로 여론조사가 가능하다. 특히 이번 사업은 유권자 의식조사라는 공적 업무다. 사업 목적이 완료되면 해당 개인정보는 당연히 폐기한다.

개인정보보호법 제18조 (개인정보의 목적 외 이용·제공 제한)

② 제1항에도 불구하고 개인정보처리자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정보주체 또는 제3자의 이익을 부당하게 침해할 우려가 있을 때를 제외하고는 개인정보를 목적 외의 용도로 이용하거나 이를 제3자에게 제공할 수 있다. 다만, 제5호부터 제9호까지의 경우는 공공기관의 경우로 한정한다.

(…중략…)

4. 통계작성 및 학술연구 등의 목적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로서 특정 개인을 알아볼 수 없는 형태로 개인정보를 제공하는 경우

-개인정보 유출로 생각해 불쾌감을 느끼거나 선관위 조사라는 걸 믿지 못하는 분들도 있는데. 

그런 부분을 염려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 개인정보를 사전에 알고 시작하는 경우도 있고, 램덤으로 진행하는 경우도 있다. 재외국민 대상 조사는 기본적으로 설문 대상이 유권자의 인적 사항을 알고 있지 못하고, 무작위로 하면 비효율적인 측면이 있다.

국내에서 하면 집전화, 이메일, 휴대전화 등을 이용해 무작위로 해도 무방하지만, 재외국민 대상 조사는 그런 점에서 힘든 측면이 있다. 불쾌한 기분을 느끼시는 분들의 입장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공적인 사업인 부분인 만큼 이해해주시기 바란다.

여론조사는 특수한 전문 영역이라서 외주를 맡기는데, 유권자 입장에서, 특히 이번 건처럼 재외국민들 중 받아들이는 입장에 따라 선관위라고 믿지 못하는 일이 생기는 것 같다.

-외주를 맡겼다면, 위탁 업체는 어디고, 제공 정보는 정확히 어떤 정본가. 

‘글로벌리서치’라는 여론조사 전문기업이다. 입찰공고를 통해 공개적으로 선정했다(입찰액 4천만 원). 글로벌리서치에 조사에 필요한 최소 정보인 재외국민의 국가 정보와 이메일 정보 그리고 전화 정보를 제공했다.

-여론조사 근거 규정이라고 말한 ‘개인정보보호법 18조 제2항 제4호’를 보면 “특정 개인을 알아볼 수 없는 형태로 개인정보를 제공”해야 한다고 나온다. 전화번호와 이메일을 통해서는 개인을 특정하는 게 가능하지 않나. 

  • 지역 정보
  • 전화번호
  • 이메일

이 세 가지 중에서 지역 정보는 개인 특정 이슈와 상관없이 통계의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전달한 정보다. 문제가 되는 것은 이메일과 전화번호인데, 더 좋은 다른 방법이 있다면 모르겠지만, 현실적으로 이 두 가지 정보를 제공하는 것 외에 다른 방법으로는 설문조사를 사실 진행할 수 없다.

다만, 위 개인정보보호법은 선관위가 유권해석할 수 있는 소관법률은 아니다. 소관법률이라면 선관위 유권해석을 구할 수 있을 텐데, 그런 것은 아니다.

위 개인정보보호법 규정(제18조 제2항 제4호)이 선관위 여론조사의 근거 규정이 될 수 있는지에 관해선 이견이 있다. 정보통신전문가인 진보네트워크 오병일 활동가에게 문의한바, 오병일 활동가는 다음과 같은 의견을 제시했다.

지역은 별론으로 전화번호와 이메일은 식별자 역할을 하기 때문에 ‘특정 개인을 알아볼 수 없는 형태의 개인정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한다. 따라서 위 규정이 선관위 여론조사의 근거 규정이 될 수는 없다고 본다.”(오병일)

오병일 활동가는 선관위가 보유한 ‘특정 개인을 알아볼 수 없는 형태의 개인정보’의 예를 들어달라고 하자, “가령 서울 지역 40대 남성 유권자의 정당 선호도와 같은 것은 ‘서울 지역 40대 남성’이라는 개인정보가 포함되었지만, 개인을 특정할 수 없는 정보”라고 답했다.

-선관위에서 확보한 재외국민 개인정보 규모는 얼마나 되나. 

재외국민 유권자의 수는 98만 명 정도로 파악되고, 이 중에서 ‘신고 신청’을 하신 분의 규모는 약 15만 명이다.

-이 정보는 언제까지 보유하나. 

정확히는 확인해봐야 하는데, 5년이라고 알고 있다.

-신고 신청하지 않은 재외국민의 정보는? 이분들은 여론조사에서 제외되나. 

아니다. 신고 신청하지 않은 분의 정보는 선관위에서는 따로 정보를 가지고 있지 않아서 위탁업체가 자체적으로 확보해 업무를 진행한다.

-위탁업체에서 ‘알아서’ 여론조사를 한다는 말인가.

그렇다. 우리가 정보를 가지고 있지 않은 재외국민에 대해선 합법적으로 각 여론조사 기업이 수집한 정보를 토대로 업무를 수행한다.

-그런 ‘합법적인 수집 방법’이 뭔가.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방법은 다양하겠지만, 본인의 승낙을 받을 수도 있고, 각 재외 단체의 협조를 요청하는 방법, 지인을 통하는 방법, 통신원 등을 활용하는 방법 등이 있다고 안다.

-선관위에서 개인정보 수집 방법을 관리, 감독하지는 않나. 

선관위가 사업을 위탁할 때 개인정보 수집에 관한 구체적인 방법까지 지정해주는 것은 아니다.

-이번 여론조사는 국내 유권자를 대상으로도 진행 중인가.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번 여론조사의 구체적인 설문 내용은 뭔가. 

대략 다음과 같은 내용이 포함된다.

  • 재외선거에 대해 알고 있는지
  • 이번 선거(총선)에서 투표는 했는지
  • 투표는 어떤 기준으로 했는지
  • 총선에 관한 홍보나 정보는 사전에 접한 적 있는지
  • 선거 과정에서 위법 사례를 접한 적 있는지
  • 제도 개선 의견

-조사 기간과 조사 방법은. 

재외 국민을 대상으로 한 유권자 여론조사다. 특정 국가, 특정 연령에 치우치지 않도록 유의하고 있다. 사업 발주는 7월 말이었고, 최종 결과는 9월 말에 나올 것으로 본다. 여론조사 등 사업을 본격적으로 진행한 것은 8월 말이다. 표본집단은 2,100명이다.

정권에 대한 중간 평가로서 총선이 국민에게 나쁜 일일까? 아니면 권력에게만 귀찮은 일인 건 아닐까?

-이런 여론조사는 얼마나 자주 있나. 

선관위 전체로는 모르겠고, 우리 과(재외선거과)에서는 최근 20대 총선 전인 작년에 한 번. 총선이 끝나고 지금 진행하는 조사 한 번.

-걸려온 전화가 발신 전용이라서 확인하지 못해 답답하다는 분들도 있었다. 

이메일로 먼저 보내고, 설문 조사를 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응답률 확보를 위해 회신이 안 되는 경우에는 전화를 드린다. 발신 전용 부분은 현재 사업이 진행 중이라서 뭐라고 말씀드리기는 어렵다.

-조사 과정에서도 조사의 취지나 법적 근거 등 기초적인 내용을 충분히 듣지 못했다는 의견이 많다. 그래서 보이스피싱 등으로 오해한 분들도 많았던 것으로 보이고. 외부 업체에서 실제 업무를 대행하는 것이라서 실질적인 관리·감독에 어려움은 있겠지만, 아쉬운 부분이다.

공감한다. 그런 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불신의 재료, 불신의 책임 

우선 이것은 ‘불신’에서 비롯한 소동이다. 그리고 불신의 재료는 두 가지다.

개인정보 관리 시스템의 총체적 부실

우선, ‘전 세계의 공유재’로 불리는 대한민국 국민의 개인정보와 개인정보 관리 시스템의 총체적 부실이 그 하나다. 각종 개인정보 유출 사건은 연례행사처럼 터진다. 하지만 국가(공권력)가 이를 확실하게 단죄하고, 처리하는 모습은 전혀 보여주지 못했다.

일례로 ‘개인정보 유출’을 넘어 고객의 개인정보를 의도적으로 ‘매매’해 수년 동안 230여억 원이 넘은 매출을 올린 홈플러스는 과징금 4억 원만 내고, 올해 초 무죄를 선고받았다.

홈플러스가 법을 위반해 번 돈은 4년간 약 232억 원인데, 2015년 4월 27일 공정위가 부과한 과징금은 4억3,500만 원이었다. 홈플러스는 지난 6월 초 매물로 나왔다. 지분 100%의 평가액은 7조 원을 호가한다.

홈플러스가 법을 위반해 번 돈은 4년간 약 232억 원인데, 2015년 4월 27일 공정위가 부과한 과징금은 4억3,500만 원이었다. 그리고 올해(2016년) 초 형사재판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쯤 되면 개인정보 ‘유출’을 넘어 ‘매매’를 권하는 사회라고 불러도 할 말 없다.

선관위의 아마추어리즘 

개인정보 처리 시스템의 부재와 국가 공권력의 미온적인 사건 처리가 불신의 재료라면, 선관위의 ‘아마추어리즘’은 ‘불난’ 불신에 기름을 끼얹은 꼴이다. 내가 혹은 이 글을 읽는 독자가 똑같이 일본에서 영국에서 미국에서 어느 날 문득 이런 전화를 받았다면 어떤 기분일까. 국가의 공적 사업이니까 내 개인적인 기분이나 감정은 무시되어도 좋은 걸까.

선관위의 공적 업무와 여기에 투여되는 국가 재원, 그리고 인력까지. 그 공익성과 현실적인 어려움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이번 사업에도 그 규모에 비해서는 그렇게 여유 있는 재원이 투여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사업 재원은 4천만 원). 더불어 여론조사라는 사업의 성격상 ‘이메일’과 ‘전화번호’ 외에 다른 방법을 동원해 해당 업무를 수행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아주 어려워 보인다(이에 대한 법률적 해석은 일단 이 글에선 유보한다).

악수

다만 사전에 사업을 알리고, 조사대상이 되는 유권자의 이해를 구할 시간과 기회가 선관위에는 있었다. 또, 사업을 집행하기 전에 불필요한 오해를 줄일 기회도 있었다. 하지만 사업 진행 과정에서 선관위의 세심한 준비 모습은 그다지 발견되지 않았다. 선관위 사업 담당자가 인터뷰에서 밝힌 것처럼, 조사 대상자의 ‘불쾌감’을 충분히 공감한다고 말했다. 이는 사업을 준비하면서 유권자의 반발을 충분히 예상 가능했다는 말이 된다.

하지만 선관위는 그런 불필요한 오해를 줄일 방법을 충분히 모색하고, 최선을 다해 준비했다고 할 수 있을까? 그 평가는 어느 날 갑자기 유권자 여론조사 전화를 받게 될 유권자 한 명 한 명에게서 나올 수밖에 없다. 그리고 지금 나오는 유권자의 목소리는 글 서두에 인용한 것과 같다.

“일본 도쿄입니다. 방금 전화 왔길래 받았는데 아무 소리 안 나서 그냥 끊었어요. 민간기업에 개인정보 유출한 건가요? 선거관리위원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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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노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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