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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서울시에서 조례를 제정해 조례를 제정해 주민참여예산을 처음 실시한다며 주민참여예산위원을 모집할 때 일부에선 ‘나눠먹기로 흐를 가능성’을 거론했다. 심한 경우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이상만 앞세워 전시성 사업을 한다’는 비아냥도 나왔다. 하지만 2개 월 남짓 주민참여예산제도 시행 과정과 1일 열린 총회 결과는 일부 우려가 말 그대로 ‘일부’의 ‘기우’일 뿐이라는 점을 분명하게 보여줬다. 주민참여예산위원 250명 가운데 한 명으로서 주민참여예산 과정에 직접 참여해본 사람으로서 감히 말하고 싶다. 나는 서울시 주민참여예산위원인게 자랑스럽고, 좋은 제도를 잘 실시하고 있는 서울시가 자랑스럽다. 언제나 그렇듯이, 좋은 정부는 우리 삶을 바꾼다.

열띤 참여로 열린 참여예산 한마당

9월 1일 서울시 덕수궁 옆 정동길에서는 주민참여예산 시민제안사업 최종선정을 위한 참여예산 한마당이 열렸다. 자치구마다 부스를 설치해 사업을 설명하고 지지를 호소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주민참여예산위원 250명 가운데190명이 평일도 아닌 토요일 오후에 덕수궁 옆 정동길에 마련된 주민참여예산 한마당에 나와 내년도 예산안 편성에 함께 했다. 그 중에는 어린 자녀 두 명을 데리고 나온 아빠도 있었고 서울에 거주하는 일본인,  시험준비에 여념이 없는 고시생도 있었다. 주말이면 잠으로 피곤함을 달래던 직장인도 있었고 육아에 매달리는 주부도 있었다.  더구나 적잖은 예산위원들이 상정된 사업들을 얼추 검토해서 자신이 투표할 사업들을 미리 생각해놓고 참석했다. 그럼에도 72건을 선정하는데 30분 이상 걸리는 등 사업 하나하나를 신중에 신중을 거듭하며 고르는 모습이었다.

서울시 주민참여예산을 처음 시작하면서 시민과 자치구를 대상으로 사업 제안을 받았다. 그렇게 모인 시민제안사업이 402개(1989억 원). 모든 주민참여예산위원은 자치구별 사전심사소위원회와 분과위원회에 속해서 자치구별, 분과별 심사에 참여했다. 그렇게 심사를 거쳐 총회에 상정된 사업은 240개(876억 원)였다. 한마당에서 위원들은 240개 사업 가운데 1인당 72개 사업을 각자 선정했다. 이날 저녁 6시부터 열린 총회에선 위원들이 선정한 결과를 바탕으로 다득표순으로 132개 사업(499억 4200만 원)을 2013년도 참여예산사업으로 최종 추인했다. 2013 참여예산 사업으로 선정된 132개 사업 499억원은 내년 서울시 예산안에 반영되어 시의회의 심의 확정을 거쳐 2013년 시행하게 된다.

나눠먹기와 온정주의는 없었다

일부 우려와 달리 나눠먹기는 없었다. 주민들이 원하는 것이 도로나 대형 건축물 등 이른바 ‘토건 예산’이 아니라 생활·복지와 직결되는 ‘생활 예산’이라는 점이 극명하게 드러났다. 가장 높은 표를 받은 사업이 한 시민이 제안한‘도봉구 창동 문화 체육센터 장애인 편의시설 확충’이었다는 것은 여러모로 상징적이다. 사업비가 9500만원에 불과한 이 사업은 투표권을 행사한 190명 가운데 108명한테서 지지를 받았다. 안전문제에 대한 우려를 반영하듯 CCTV설치 제안사업이 9건(24억 9200만 원)이나 된 것도 주민들의 요구가 예산에 반영된 사례였다.

분과별로 보면 좀 더 상황이 분명해진다. 환경공원은 상정된 사업 57개 중 35건이 선정됐다. 문화체육이 49개 가운데 23건, 여성보육이 22건 중 19건, 보건복지가 31건 중 18건이 선정됐다. 건설교통은 65건 가운데 26건이 선정되는데 그쳤다. 주민참여예산에 참여하는 주민들의 무게중심이 어디에 쏠려 있는지 알 수 있는 지표다.

좋은게 좋다는 온정주의적 모습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자치구별 심사소위와 분과위원회에선 조금이라도 문제가 있는 사업에 대해서는 날카로운 문제제기가 잇따랐고 가차없이 예산삭감을 당하기도 했다. 특히 13개 사업(35억 원)을 검토했던 경제산업분과위원회에선 전액 통과시켜도 관계가 없는 상황임에도 4시간 가까운 회의를 거쳐 9개 사업(15억 원)만 총회에 상정했다. 분과위원회 회의를 지켜본 시 간부가 “시의원들보다 더 깐깐하다.”며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참여예산지도

2013년도 주민참여예산 결과

좋은 정부는 삶을 바꾸고, 그 힘은 우리에게 있다

주민참여예산 결과가 나오자 자치구마다 표정이 극명하게 엇갈린다. 일부 자치구에선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반면 자치구 세 곳은 제안사업이 하나도 선정되지 못하는 굴욕(?)을 당했다. 평소 자치구 차원에서 주민참여예산을 꾸준히 해온 곳이나 생활밀착형 사업에 주력해온 자치구들이 재미를 봤다는 점도 흥미로운 지점이다. 그렇게 조금씩 조금씩 좋은 정부는 우리 삶을 바꾼다. 그리고 좋은 정부를 만드는 힘은 우리에게 있다.  5년년년에 한번씩 ‘이게 다 아무개 때문이야’를 되뇌이며 정작 투표를 안하거나, 투표해놓고 관심을 끄는 사람들은 좋은 정부를 만들 수 없다. 좋은 정부는 좋은 선택과 정직한 참여 속에서 빛난다. 우리는 그것을 서울시에서 경험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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