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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날, 심각한 더불어민주당 더 심각한 새누리당

2016년 3월 7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은 세계 여성의 날(매년 3월 8일)을 앞두고 성평등 공약을 발표했다. 남녀 간 임금 격차를 줄이고 배우자의 육아휴직을 확대하며,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스토킹, 데이트 폭력 및 몰래카메라 범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등의 대책이 담겼다.

이처럼 정치권이 여성 인권 문제에 대해 진일보한 인식을 보이고 나아가 구체적인 정책을 수립하는 모습은 주목할 만하다. 그러나 김종인 비대위 대표의 발언에는 아쉬운 데가 많다.

더민주의 성평등 공약과 김종인의 발언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는 “지식을 전제로 한 직업의 경우, 점진적으로 오히려 남성이 차별받는 시대가 오지 않았나 생각을 한다”며 “시간이 지남에 따라서 점차적으로 (여성에 대한 불평등이)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우리 여성분들이 조급하다. ‘왜 다른 나라는 잘돼 가는데 우리는 왜 이리 더딘가’ (라고 한다)”면서 “정당이 표를 먹고 살아야 하니 여성의 표를 집중적으로 받기 위해서 무슨 공약을 해야 (여성이) 표를 많이 줄 것인지에 대해 노력을 안할 수 없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점차 여성 차별이 해소되고 있다는 맥락에서 나온 얘기겠지만, 남성이 차별받는 시대라는 말은 여러모로 부적절하다. 한국의 남녀 임금 격차 36.7%는 OECD 가입국 중 가장 심각한 수준이다.

더불어민주당 더민주 페미니즘 여성

고학력 여성 역시 저학력 여성과 마찬가지로 결혼 및 출산 시기가 되면 급격히 노동시장에서 빠져나간다. 기업은 물론이고 당장 정계 고위직도 대부분 남성의 몫이다. 국회의원조차 여성 비율은 16%에 불과하다. 이는 전 세계 최하위권으로, 북한과 똑같은 112위다.

많은 여성이 유리 천장의 존재를 호소한다. 아마도 직접 부딪쳐 본 사람이 아니면 그 고충을 피부로 느끼기는 어려우리라. 김종인 같은 권력자라면 그 자신이 바로 그 유리천장에 일조한 책임 있는 정치인이다.

유리 천장의 존재를 직접 피부로 느끼기는 어렵겠지만, 지금 이 순간의 사회 통계와 관련 자료들이 이를 증명한다. 그리고 여성들이 이를 증언한다. 최소한 역지사지만 해 봐도, 여성이 아닐지라도 알 수 있는 문제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서 해소될 것”이란 인식은 실로 무책임하기 짝이 없다.

새누리당은 더 심각하다

새누리당의 상태는 더욱 심각하다. 가사, 육아 등에 대한 공약은 더민주와 대동소이하지만, 특히 노동시장에서의 성평등 문제에 대한 공약은 매우 부실한 편이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당 대표 이하 당직자들의 여성 문제에 대한 인식이다. 정의화 국회의장이 하는 말을 들어보자. 2014년 여성신문과의 인터뷰다.

“이 시대에 국회의원이 젠더이퀄리티 없는 사람이 있나?”

“부부가 하나의 가정을 이루고 사는 것이 삶의 행복이다. 가정이 편하고 충효정신이 살아나야 나라가 편하다.”

-여성신문, 정의화 국회의장 “여성 전략공천? 나는 반대한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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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1월, 김무성 대표는 당 중앙여성위원회 임명식 수여식 축사에서 “아기 낳은 순서대로 비례대표 공천 줘야 하지 않겠나”라며 부적절한 농담을 했다.

2016년 2월, 새누리당 여성 의원인 김을동은 여성 예비후보자들이 모인 자리에서 “여성이 똑똑한 척하면 밉상이 될 수 있으니 약간 모자란 듯 보여야 한다”고 발언했다.

소강석 목사와 박근혜 대통령 

지난 3월 3일 국가조찬기도회에서 설교를 맡은 소강석 목사가 한 발언은 가관이다. 심지어 이 자리에는 박근혜 대통령도 자리했었다.

“세계의 몇몇 유명 정치인들 있잖아요. 완전 차별화가 되셨어요. 그들도 다 나름대로 성공한 정치인이지만, 그러나 대부분은 육중한 몸매를 자랑하고 튼튼한 거구를 자랑하는 분들이지 않습니까. 그러나 우리 대통령님께서는 여성으로서의 미와 그리고 모성애적인 따뜻한 미소까지 갖고 계십니다.”

그는 이렇게 말한 뒤 청중들로부터 박수가 터져 나오자, “이럴 때 박수를 안 치시는 분들은 좀 사상이 불순하지 않나 싶습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더 황당한 장면을 그다음이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소 목사의 ‘문제 발언’에 아무렇지 않은 듯 환한 웃음으로 화답했다.

ⓒ C채널

ⓒ C채널

외국 여성 지도자를 “육중한 몸매”나 “튼튼한 거구”로 희화화하는 연사의 발언에 아무런 문제의식도 느끼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그 자신이 여성인 한 나라 대통령이 가지는 여성에 대한 인식을 엿볼 수 있는 장면이라고 말해도 과언은 아니리라.

여성 인권은 출산을 위해 존재? 

물론 맞는 말도 있다. 변하고 있다. 각 정당의 여성 정책도 진일보하고 있다. 그러나 한참 모자라다.

위 한국일보 기사는 스스로를 ‘남자 페미니스트’로 선언한 두 사람(김민식 MBC PD, 노정태 자유기고가)을 소개한다. 하지만 이 기사는 역설적으로, 심지어 페미니스트를 표방하는 남성들조차도 아직 한계가 있음을 보여준다.

-페미니즘이 왜 중요한가.

김민식 PD=좀 거창하게 말하자면 인구 감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죠. 여성 인력들이 결혼과 출산으로 ‘경단녀(경력 단절 여성)’가 될까 두려워한다면 아이를 가지려 하겠어요? 이렇게 계속 인구가 줄면 국가의 중요한 자원인 청년 자원도 줄겠죠. 그럼 당장의 경제 활력은 물론 국가 경쟁력이 떨어지는 건 시간 문제에요. 그러니까 이걸 해결하려면 양성 평등이 전제돼야 합니다. 여자들이 일자리를 갖기 쉬워야 하고, 일을 하면서 결혼을 하고 아이 낳아 키우는 게 당연한 일이 돼야 해요.

페미니즘의 중요성에 관해 이야기하면서 인구 감소 문제를 이유로 드는 것은 아쉽다. 여성 인권이 마치 출산이라는 (국가적) 목적을 위해서 존재하는 것 같은 뉘앙스를 풍긴다.

남자로 태어났다는 것 자체가 엄청난 이득이고 권력인데 그것을 인지조차 못 한다는 게 문제입니다.

많은 남성이 이 말에 반대할 것이다. ‘김치녀’ ‘된장녀’ 같은 인식이 지배적이고, 남자로 태어난 게 손해라는 말들이 많다. 하지만 사회 경제적 통계와 자료가 증명하고, 여성으로 사는 존재들이 증언한다.

그저 차별이 차별인 줄 모르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을 뿐이다. 직접 부딪쳐보지 못했기에 그 유리 천장이 잘 보이지 않을지는 모르지만, 아주 조금의 역지사지만으로도 실감할 수 있을 정도로 두껍고 분명한 차별이 존재한다.

더 나아가야 한다 

세계 여성의 날이 유엔에 의해 공식 지정된 지 41년이 지났다. 여성의 날은 1909년 사회주의자와 페미니스트의 정치행사로 시작됐고, 1910년 공식적인 기념일로 제안됐다. 한국에서도 일제강점기인 1920년 행사를 시작했지만, 광복 이후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으로 이어지는 독재정권 하에서 공식적인 행사로 치러지지 못했다. 이런 암울한 상황은 1985년에 가서야 비로소 조금씩 해소됐다.

한국의 정치 지도자와 정치인들의 수준은 위에서 보듯이 참담하다. 여성들의 조급증을 탓하거나 모자란 척을 해야 한다며 훈계할 때가 아니다. 대통령에게 띄우기 위해 다른 여성을 비난할 때도 아니다.

더 나아가야 한다.

Romuald Bokej, CC BY SA

Romuald Bokej, CC BY 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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