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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경선의 첫 번째 관문인 아이오와 코커스(2월 1일 월요일)가 며칠 남지 않았다. 아이오와 코커스가 끝나면 약 일주일 후에는 뉴햄프셔 프라이머리가 열린다(2월 9일 화요일).

이번 경선의 승자는 누가 될 것인가?

DonkeyHotey, Election 2016, CC BY https://flic.kr/p/CHMwo1
DonkeyHotey, “Election 2016”, CC BY

누구나 던지는 이 질문에 답하기 전에 경선 관전을 위해 두 가지 경선방식을 다시 한 번 간단하게 정리해보자:

[box type=”info” head=”코커스(caucus) vs. 프라이머리(primary)”]

프라이머리 

간단하게 설명하면 프라이머리는 “primary election”의 준말로, 일반적인 투표형태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자신이 원하는 후보를 찍어서 투표함에 넣고, 나중에 그 표를 합산해서 승자를 뽑는다.

여기에서 승자를 뽑는다는 건 부연설명이 필요하다. A라는 후보를 그냥 뽑는 게 아니라, A에 대한 지지의사를 밝힌 대표자들(delegates)을 뽑는 거다.

가령 한 지역에 10명의 대표자가 배정되어 있는데, 트럼프가 50%로 1등을 하고, 크루즈가 30%로 2등, 루비오가 20%로 3등을 했다고 하자. 이때 10명을 모두 1등에게 주는 방식(winner-take-all)과 비율에 따라 차등적으로 5명, 3명, 2명을 배분하는 방식이 있다. 이건 당마다 다르고, 지역마다 다르다. 미국의 정치제도가 원래 그렇게 표준화가 안 되어 있다.

코커스 

코커스는 반드시 경선을 의미하는 단어는 아니다. 그냥 정치적인 결정/행동을 위해서 모인 그룹을 가리키는 단어다.[footnote]가령, ‘Congressional Black Caucus’는 미국의 흑인의원들이 모인 모임이다.[/footnote] 하지만 경선에 사용될 때는 프라이머리처럼 각 지역에서 지지하는 당의 후보를 뽑기 위한 행사라는 의미로 사용된다.

코커스가 프라이머리와 크게 다른 점은 비밀투표가 아니라는 것. 손을 들어 (혹은 강당에서 지지후보별로 편을 갈라서기도 한다) 특정 후보에 대한 표시하고, 그런 사람들의 숫자를 계수해서 승자를 결정한다. 하지만 프라이머리와 다르다는 것은 단순히 공개투표라는 것만 아니라, 그렇게 지지의사를 밝힌 유권자들 사이에 활발한 토론이 벌어지고 그러는 과정에서 상대방의 마음을 바꿀 기회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가령 코커스에 모일 때는 A, B, C, D 후보별로 40%, 30%, 20%, 10%의 지지자들이 있었는데, 몇 시간 후 결과는 50%, 20%, 30%, 0%로 뒤집힐 수 있다. 그렇게 (미리 결정한 대로 표만 찍고 나오는 프라이머리와 달리) 코커스에는 결과를 예측하기 힘든 다이내믹한 면이 좀 더 강하다.

A 2008 Democratic caucus meeting in Iowa City, Iowa.
민주당 아이오와 코서스 모임 모습 (2008년, 아이오와 시티)

과거 (현직 대통령의 재선이 아닌 경우) 6번의 공화당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승리한 후보가 최종 승자가 된 경우는 2번밖에 없는 이유 중 하나가, 아이오와 코커스에서는 그렇게 다양한 변수들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아직 일반적인 의견이라고 할 게 결정되기 이전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box]

공화당: 여전히 문제는 트럼프다 

트럼프는 새해 들어 치고 올라온 크루즈를 상대로 다시 역전하면서 아이오와에서 지지율 1위를 탈환했다. 그리고 그걸 굳히기 위해 (2008년 대선에서 존 매케인의 러닝메이트였던 전 알래스카 주지사) 사라 페일린의 공개지지를 얻어내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그게 트럼프의 승리를 의미하는 건 아니다. 2012년 바로 이 시점(10일 전)에 6위를 했던 릭 샌토럼이 아이오와에서 승리했던 걸 기억해야 한다. 아니, 그 정도가 아니라 코커스 직전에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샌토럼은 3위를 했더랬다. 경선에서 여론조사가 중요해도 표의 향방을 예측하는 유일한 기준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교훈이다.

Gage Skidmore, Donald Trump, CC BY SA_compressed https://flic.kr/p/9hHrit
Gage Skidmore, “Donald Trump”, CC BY SA

그렇게 고려해야 할 요소 중 하나는 코커스 직전의 상승률이다. 비록 여론조사로는 뒤처져 있어도 막판에 상승세를 타면 단 며칠 만에도 결과가 뒤집어지는 것이 경선, 특히 아이오와와 뉴햄프셔의 경선이다. 샌토럼은 2012년 당시 열흘을 남기고 무서운 기세로 상승했다. 따라서 아이오와에서 트럼프가 유리하다면, 그건 현재 1위라서가 아니라, 1월 초에 1위로 올라선 크루즈를 상대로 전세를 역전하면서 다시 상승세를 잡았다는 데 있다고 봐야 한다.

그리고 트럼프는 그러한 상승세를 앞으로 열흘간 유지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쏟아부을 것이다. 사라 페일린의 공개지지를 얻어낸 것도 그렇다. 페일린의 정치적 영향력은 바닥난 지 오래고, 그녀의 지지기반이라고 할 아이오와에서도 효과는 없다는 게 중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가 페일린의 지지를 끌어낸 것은 그녀가 가지고 있는 미디어 파워 때문이다. 여기에서 말하는 미디어 파워는 페일린을 사람들이 좋아한다는 뜻이 아니다. 모두 싫어해도 미디어가 좋아하는 인물이 있다. 시청자들은 싫어하는 사람들이 TV에 나오면 화를 내면서도 보기 때문이다.

“나쁜 홍보 같은 건 없다” 

그리고 그렇게 사람들이 싫어해도 미디어에 자주 나오면 신기하게도 지지율은 올라간다. 오죽하면 “나쁜 홍보 같은 건 없다”(There’s no such thing as bad publicity)라는 말이 있겠는가? 이런 현상을 니이먼랩(Nieman Lab)이 다룬 아래의 기사는 한 번 읽어볼 만 하다:

“지지율이 높은 후보이니 미디어가 관심을 갖는 것인가, 아니면 미디어가 관심을 보여서 지지율이 상승하는 것인가?”

언뜻 보면 닭이 먼저이냐, 달걀이 먼저이냐는 문제처럼 보이지만, 위 기사는 궁극적으로 미디어 노출도와 지지율 상승은 ‘피드백 루프’(feedback loop; 서로 상승 작용을 일으키는 회로와 같다는 의미)의 모습을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미디어 지지율

예를 들면, 스피커 앞에 마이크를 가져다 놓으면 갑자기 귀를 찢는 소리가 나는 소위 ‘하울링’ 현상이 그것이다. 스피커에서 나온 작은 소음이 마이크에 들어가서 증폭되어 스피커로 나오고, 그렇게 커진 스피커의 소리가 다시 마이크에 잡혀 더 큰 소리가 되어 스피커로 나오는 게 무한 반복되어 소리가 커진다.

미디어의 보도가 지지율에 반영되고, 지지율이 올라가니 미디어가 관심을 갖는 일이 무한 반복되는 것이다. 트럼프가 페일린을 끌어들인 것은 페일린의 목소리가 아무리 시끄러운 소음이라도 마이크에 잡히면 미디어-여론 룹이 형성될 것임을 알기 때문이다. 자신이 바로 그러한 피드백 룹의 작동원리에 의해 1위가 된 후보 아닌가.

민주당: 힐러리는 상승세 유지할 수 있을까 

상승세 잡기 싸움은 민주당도 마찬가지다. 2004년의 아이오와 승자 존 케리와 2008년의 승자 오바마는 열흘 전 조사에서 각각 3위와 2위를 달리고 있다가 막판 5일을 남겨두고 지지율이 급상승했다.

1월 10일경에 아이오와에서 거의 역전을 할 뻔했던 샌더스의 상승세를 힐러리가 꺾은 건 일단 힐러리에게는 유리한 국면전환이다. 문제는 앞으로 10일 동안 힐러리가 상승세를 유지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힐러리는 미국 대선 사상 최대의 선거조직을 만들었고, 그중에서도 엄청난 양을 아이오와에 쏟아부었다. 이제 그 노력이 효과를 증명해야 할 시점이 된 것이다.

뉴햄프셔에서 올해 들어 샌더스에게 역전을 허용하고 하강세에 있는 힐러리이기 때문에 아이오와의 승리는 더더욱 중요하다.

Gage Skidmore, Hillary Cliton, CC BY SA https://flic.kr/p/Cvim7G
Gage Skidmore, “Hillary Cliton”, CC BY SA

승자는 몰라도 패자는 확정 = 추측성 언론보도

그런데 그런 지지율을 어디까지 믿어야 할까? 많은 전문가가 이번 경선의 승자는 누가 될지 몰라도 패자는 분명하다고 이야기한다. 바로 언론의 (추측성) 보도다.

bruni-circular-thumbLarge-v4뉴욕타임스의 옵에드(Op-Ed; 사설과 칼럼이 실리는 면) 칼럼니스트인 프랭크 브루니(Frank Bruni, 사진)는 지난 주말 칼럼(“여론조사에 대한 우리의 미친 중독“)에서 언론이 여론조사에 병적으로 집착하는 태도를 비판했다.

이유는 이렇다. 생활방식과 통신수단의 변화로 정확한 여론조사를 하는 것은 점점 더 어려워지는데, 매체환경의 변화로 언론들은 무조건 여론조사에만 매달리고 있다는 것이다. 브루니가 인용한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미 2008년, 2012년 대선 때도 마구잡이 여론조사와 그에 근거한 추측이 난무해서 비판을 받았는데, 2016년 대선에 비하면 지난 두 번의 대선은 ‘순수의 시대’처럼 느껴질 만큼 여론조사 중독이 심해졌다.

그리고 그 문제는 미국에 국한된 것만도 아니다. 근래 들어 영국과 이스라엘의 선거 역시 부정확한 여론조사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언론사들의 과당경쟁이 말도 안 되는 추측과 오보를 낳았다는 것이다.

로스 두댓 같은 날 뉴욕타임스에 함께 등장한 다른 옵에드 칼럼에서 로스 두댓(Ross Douthat, 사진)[footnote]로스 두댓은 뉴욕타임스의 최연소 옵에드 칼럼니스트다(1979년생). 미국 보수주의 평론가 중에서 가장 합리적인 인물로 평가받는다. [/footnote]은 “공화당 경선은 이미 끝났다”며 트럼프는 이미 공화당 후보를 따낸 거나 다름없다고 개탄했다. 물론 보수 칼럼니스트 두댓의 탄식은 공화당의 현재 상태에 대한 과장섞인 불만이지만, 그의 근거는 여론조사다.

뉴욕타임스라는 한 신문에 등장한 자아 분열적인 시각 차이는 지금 벌어지고 있는 대선이 사상 유례가 없는 혼란 속에 있음을 잘 보여준다. 하지만 세계의 역사를 보면 그런 혼란은 대개 새로운 질서의 탄생을 예고한다. 미국의 정치는 이번 대선를 지나면서 전혀 다른 모습, 다른 구도로 바뀔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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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댓글

  1. 답답이니 뭐니 그동안 계속 딴지 다시던 분 이 글에는 조용하네.. 최근 두 개의 포스팅은 사실상 그 분 개인지도에 할애한 셈인데 감사 표시도 없고 ㅉㅉ

  2. 네 바로 그분요.. ㅋㅋㅋ 무식한 사람에게 제한된 정보를 주면 사고를 멈춘달까.. 그런 걸 한참 구경했는데 정작 질문에 답을 주니 묵묵부답… 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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