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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x type=”info”]“카카오~~톡” 소리와 함께 배달된 한 통의 메시지.

“안철수 연구소 소장 이름으로 공지된 내용입니다. 휴대폰으로 오다가 끊긴 전화 절대로 다시 걸지 마시랍니다. 진화된 보이스 피싱의 한 방법이라는 데 통화되는 즉시 2만3000원의 요금이 청구된답니다. 가족, 친지, 주위분들에게 널리 알려주셔서 피해를 당하시는 분들이 없길 바랍니다. 꼭 조심하세요.”

친절한 당신은 이 중대한 소식을 다른 카카오톡 친구들에게 전달한다. 그리고 메신저 친구들과 트위터 팔로어들, 페이스북 친구들에게도 전파한다. 이로서 알고 있는 인맥들에게 이 위험한 범죄를 예방하는 방법을 널리 알린 당신. 축하한다. 당신은 허위사실을 퍼뜨림으로서 사람들의 시간을 낭비하게 하는데 일조했다.[/box]

아날로그 시대에 유행했던 행운의 편지는, 디지털 시대에 다양한 형태와 방법으로 사람들의 삶에 침투했다. 종이에 편지를 여러 장 옮겨 쓰고, 일일이 봉투에 넣어 봉한 다음, 각각 우표를 불여 우체통이나 우체국을 방문해야 보낼 수 있었던 번거로움은, 카피 앤 페이스트와 엔터의 간편함에 SNS라는 날개로 대체되었다.

위에서 언급한 긴급공지는, 어느 정도 통신망에 대한 지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통화되는 즉시 수 만 원의 추가적인 요금이 청구되게 할 방법이 있냐는 의심이 바로 들었을 법한 내용이다. 그런 지식이 없다고 하더라도 약간의 검색과 수십 초의 사고 과정만 거친다면, 이것이 3~4년이 넘은 유언비어임을 금방 알 수 있게 된다. (최근에 떠도는 유사한 메시지로, “010 4878 4040이란 번호는 받지말아야 합니다 사이버 경찰에 근무하는관계자가 알려주었는데 전화를 받자마자 바로 25000 원이 차감되는 새로운 방법의 사기랍니다 다들 스팸번호로 등록하시고 문제가 안생기기를 바랍니다.주위분들께도 알려주세요..^^”도 있다. 역시 사실이 아니다.)

(출처 : 안철수연구소 블로그)

지금도 SNS를 통해 널리 떠돌아다니는 이런 메시지도 있다. “<긴급보도> 어떤사람이 길거리에서 당신에게 접근하여 마른 해산물을 추천하며 판매하려 하면서, 한번 맛보라든지 냄새한번 맡아보라 한다면 절대하지말것. 그것은 해산물이아니라 <에틸에테르>일종의 마취약으로서 냄새를 맡게되면 정신을 잃게된다. 중국에서 넘어온 신종범죄임. 주위에 널리 광고하세요.”

이 메시지는 조금 더 섬뜩한데다가 이어지는 “정신을 잃은 상태에서 장기를 꺼내 매매한다”는 내용까지 접하게 되면 정말 널리 알려야겠다는 생각이 저절로 들 것이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역시 근거가 없는 유언비어에 가깝다. 에틸에테르는 34도 정도면 기화하고 폭발성이 높아 잘 사용되지 않으며, 동물 마취에 3분, 사람 마취에 5분 정도 걸리기 때문에 냄새를 맡는다고 바로 정신을 잃게 되지는 않는다고 한다.

물론 ‘안철수 연구소 소장이 발표하지도 않았고’, ‘진화된 보이스 피싱의 한 방법도 아니며’, ‘통화되는 즉시 2만3000원의 요금이 청구될 수도 없지만’,  그리고 ‘<긴급보도>라고 하는데 출처도 없고’, ‘중국에서 넘어온 신종범죄인지 알 수도 없지만’,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보이스 피싱 및 목숨이 왔다갔다하는 장기 매매에 대한 경각심을 일으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범죄와 같이 사람들의 경각심을 일깨우는(혹은 그렇다고 생각되는) 사례 외에, 사람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만드는 감동적인 사례들에 포함되어 있는 거짓 사실은 어떨까. 최근 몇 달간 페이스북에서는 어떤 사진(아프리카로 보이는 곳에서 죽은 아이를 땅에 묻고 물끄러미 내려다 보는 여인이 담긴)을 공유하면 유니세프가 5유로씩 기부를 한다는 내용이 퍼진 적이 있다. 이 역시 사실이 아니며, 유니세프 한국위원회는 페이스북을 통해 “그런 캠페인을 진행하지 않으며, 해당 사진도 유니세프의 것이 아니다”고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출처 : Hoax-Slayer, http://goo.gl/SiHQ3)

유사한 사례로 얼굴에 큰 종양이 있는 아이의 사진을 공유하면 페이스북이 3센트씩을 기부한다는 얘기가 떠돈 적도 있다. 앞서의 유니세프 사진처럼 이 사진도 사람들의 감정을 자극하여 사진 속의 인물을 도와 주고 싶은 마음을 타고 확산된다. 이런 확산과 공유에서 악의를 찾아보기는 어렵고 실제 페이스북의 기부 여부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베트남에서 입양된 후 수술을 받고 건강하게 7살의 삶을 살고 있는 사진 속 아이와 그 양부모로서는, 이 사진이 계속 퍼지는 것이 고통스러울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거짓된 사실들은 정치적으로 올바른(혹은 스스로 그렇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자극하기도 한다.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을 통해 확산된 “인종차별 승객에게 대응한 항공사 승무원의 이야기”는 그 중 하나로, 백인 승객으로부터 흑인 옆에 앉을 수 없다며 자리를 바꿔줄 것을 요구받은 승무원이 백인 승객 대신 흑인 승객을 1등석으로 옮겨주었다는 얘기다. 이 또한 여러가지로 변주되어 오랫동안 전해져오는 이야기로서, 사실로 보기는 힘들다.

이 모두는 사실이 아니라고 해서 크게 피해를 보는 사람들이 없다는 점에서 별 문제 없이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 하지만 규모만 다를 뿐 피해자는 늘 생기게 된다. 위 사례들에서 안철수 연구소가, 안면종에 걸린 아이와 양부모가 피해자가 아니라고 할 수 있을까. 인종차별 승객 이야기조차 여러 버전에서, 좌석 교체를 요구한 승객과 유사한 특성을 가진 성, 인종, 세대 등을 도매금으로 인종차별 주의자로 여겨지게 하는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처럼, 사실인지 아닌지 알 수 없는 것을 사실처럼 퍼뜨리는 것은 항상 문제가 된다. 결국 위와 같이 사소하게 보이는 사례들에서부터 사실 확인이라는 중요한 요소를 간과하기 때문에 늘 네트워크에는 유령처럼 더 위험하고 악의적인 거짓들이 의심없이 퍼지고 있는 것이다. 이는 사회적 불안을 일으키거나, 반대로 관심과 주목이라는 한정된 자원을 소모하여 정작 사실이면서 더 중요한 일에는 반응하지 않게 만들 수도 있다는 점에서 위험하다.

그리고 개인으로서는 SNS를 통한 공유는 사람들이 사회적 이슈에 대해 참여할 수 있는 손쉬운 방법이자, 그 이슈에 대해 무엇인가를 했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라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SNS가 괴담 천국은 아니지만, 자정 기능이 그다지 잘 작동하는 것도 아니다. 그러니까 그 공유가 가능한 한 착각이 아닌 참여가 될 수 있도록 기본적인 사실 확인은 잊지 말아야겠다. SNS에서든, 언론 기사를 읽든, 언론인지 아닌지 헷갈리는 팟캐스트를 듣던, 역시 언론인지 헷갈리는 팀블로그를 읽든지간에.

(출처 : Webwizzrd 님의 Flickkr 이미지, http://goo.gl/pQGi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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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카카오톡, 트위터 타임라인, 페이스북 트위터에 정체불명(?)의 메시지가 떴다. 이 메시지를 공유할 것인가, 말 것인가. 아래의 가이드를 지키기 위해서는 조금의 시간과 의지가 필요하다. 하지만 지구의 환경을 위해 우리가 시간을 내어 분리수거를 하듯, SNS 시대에 지구의 평화를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이기도 하다.

1. 링크를 확인하자.
링크가 포함되어 있지 않은 메시지는 일단 의심하는 것이 좋다. 굳이 링크를 못 넣을 정도로 트위터의 140자는 짧지 않으며, 페이스북이나 다른 수단은 더 긴 메시지를 허용한다. 링크가 포함되어 있다면, 그 내용이 신뢰할 만한 출처로부터 나온 것인지를 확인한 후 퍼뜨리도록 해야 한다. (물론 언론이나 유명 블로그 등이 항상 사실만을 말하지는 않는다.)

2. 검색하자.
정말로 중요하고 알려져야 할 내용이라면 거의 검색에 걸리게 되어 있다. 검색을 통해 나오지 않는다면 사실이 아니거나 너무 따끈따끈한 내용이어서일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은 전자다. 검색에서 나오는 내용도 클릭하여 출처와 사실관계를 알아보아야 하는 것은 기본. (검색결과에는 우리를 낚으려는 낚시꾼들의 밑밥도 가득하다.)

3. 기다리자.
이렇게까지 했지만 사실여부를 알 수 없을 때는 일단 기다려 보자. 많은 사람들이 칭송해 마지않는 집단지성이 확인해줄 것이다. (꼭 그런 것은 아니다.)

4. 물어보자.
이 메시지를 무시하면 정신건강에 손상이 올지도 모른다는 위험신호가 느껴질 때는, 해당 메시지를 공유하자. 단, “사실인지는 확실하지 않아요, 아시는 분?”, “이거 정말인가요? 너무 궁금하네요.” 등의 애교있는 코멘트를 덧붙이면 될 것이다. (예시에 애교가 없다는 것은 알고 있다. 그냥 예시다.)

5. 공유하고, 정정하자.
이런 과정을 거쳐 사실이거나 사실이라고 믿을만한 충분한 근거가 있다면 공유하되, 사실이 아니라고 확인되었을 때는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라는 것을 더 열심히 뿌려야 한다. 열 개의 사실을 알리는 것보다는 잘못 알려진 하나의 거짓을 정정하는 것이 사회적으로는 더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이로서 당신은 오늘도 지구의 평화를 지켰다. (스스로를 칭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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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댓글

  1. 사소하다기엔 번거롭고, 번거롭다기엔 중요한 습관이 되겠네요. 이면을 보는 것이 항상 어려운데, 왜 사소하고 약간의 번거로움 외엔 그다지 피해를 주지 않는 것이, 생각보다는 큰 피해를 줄 수도 있을지 생각해보게 됩니다.

    다른 얘기지만, 요즘 홈플**에서 착한 소비를 컨셉으로 광고를 하던데, 나는 거의 아무런 추가적인 수고를 들이지 않으면서 이타적인 행동을 할 수 있다는 만족감은 대단한 유혹인 것 같아요. 가능하면 이타적인 사람이고 싶다, 내지는 이타적인 사람으로 비춰지고 싶다-는 욕망은 인류의 유전자에 각인된 모양;

  2. 말씀하신 것처럼 ‘사소하지만 번거로운’ 습관이 필요하게 되기도 했지만, 별 어려움 없이 남을 도울 수 있다는 것은 대부분은 좋은 일이죠. ARS 기부가 기부 문화를 바꾸어 놓았듯이 기술 발전이 가져다 준 축복이기도 하구요.

    “이것이 사실일까”라는 의문만 가질 수 있다면 더 좋은 방향으로 나갈 거라고 생각합니다. 좋은 의견 감사드려요. ^^

  3. 뗏목지기님! 쓰신글을 참고하게 되어 글 남깁니다! 워드프레스간에 핑백이 남겨져야하는데 안남겨져서 댓글로 남깁니다. 시의적절한 좋은 콘텐츠 감사합니다.

  4. 저런 작은 일들을 꼼꼼히 살피는 것이 하찮은 일이 아니라 무려 지구를 지키는 일일 것이라는 뭔가 독수리 5형제의 기운이 솟아 나다가도 밥 먹고 난 후의 졸음처럼 그 넘을 수 없는 귀찮이즘을 맞닥뜨리리게 될텐데 그 귀찮이즘을 또 꼼꼼히 꼬집어 주는 대처 방법까지… 과연 지구의 평화를 위하여 나는… 재미있는 글 잘 봤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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