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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x type=”note”]메르스(MERS; 중동호흡기증후군)에 대한 공포가 점점 더 확산하고 있습니다. 노환규 박사(전 의사협회장)가 메르스에 관한 과학적 접근법과 최신 정보를 전합니다. (편집자)

  1. 노환규 전 의협회장이 말하는 메르스
  2. 감추는 것이 불안을 키운다
  3. 떠도는 소문의 진실 
  4. 박원순 시장의 긴급 기자회견에 대해
  5. 환자와 의료진에게 응원이 필요하다
  6. 중동과 한국의 차이
  7. 임산부 감염과 ‘메르스 룰렛’
  8. 사이토카인 폭풍, 젊으면 더 위험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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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노환규 박원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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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6월 5일 오전 7시 버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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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진 환자 36명 → 41명 ㅣ 사망 환자 3명 → 4명

중증의 담관암 등으로 입원치료 중 최초 확진자를 접촉한 3번째 확진자가 사망했습니다. 3일 사망한 3차 감염자 82세 환자가 뒤늦게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아 3차 감염자로서는 첫 사망자가 발생했습니다. 6월 3일에서 4일 사이 격리환자가 약 300명 증가했지만, 4일과 5일 사이에는 격리환자가 뚜렷이 더 증가하지 않았습니다. (박원순 시장의 발표에 따른 추가 격리 여부에 대한 질병관리본부의 공식 입장은 아직 나오지 않았습니다.)

JWSherman, "Tolerance", CC BY  https://flic.kr/p/efPH6v
JWSherman, CC BY

정보 공개에 대해

정부는 고집스럽게 메르스 관련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발생현황을 일목요연하게 볼 수 있는 현황판도 운영하지 않고 있습니다. 질병관리본부 홈페이지에서 여전히 메르스 관련 실시간 정보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아래 사진과 같은 투명한 정보공유가 필요합니다. 미국에서 메르스 환자를 치료할 때 모든 정보를 공개하였으며 홍콩 역시 사스가 유행했을 때 모든 정보를 공개함으로써 세계보건기구(WHO)로부터 찬사를 받았습니다.

정부가 메르스 관련 정보를 공개하지 않자,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정보를 만들어 공유하고 있으며(메르스앱 등) 보건의료노조도 현황판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습니다. 답답하고 안타까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박원순 시장의 긴급 기자회견에 대해

박원순 시장이 6월 4일 밤 10시 넘은 시각, 긴급 기자회견을 했습니다. 골자를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35번 환자(남자, 38세, 의사)가 1천5백여 명이 넘는 인원이 모인 대규모 행사에 참석함으로써 많은 서울시민의 안전이 위험에 처하게 되었고, 이에 따라 서울시장인 본인이 직접 서울시민의 건강을 챙기겠다.
사진 제공: 민중의소리 http://www.vop.co.kr/A00000896100.html
사진 제공: 민중의소리

박원순 시장의 브리핑은 의사가 확진 판정을 받은 후 혹은 적어도 격리조치를 받은 이후 대규모 행사에 참여한 것처럼 전달되어 [서울시 “메르스 의심 의사, 대형 행사 참석”](연합뉴스) 또는 [서울 메르스 확진 의사..격리중 1400명 접촉](노컷뉴스)이라고 보도되어 많은 시민들이 “격리조치 중에 많은 사람을 접촉하였다”며 의사를 비난했습니다.

그러나 의사는 YTN과의 통화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의 발표는 사실과 다르며 증세가 나타난 날짜와 확진을 받은 날짜가 다르며 행사장에 참석한 것도 격리조치가 되기 전이라고 주장했고 31일 병원 심포지엄에도 불참했다면서 프레시안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억울함을 상세히 밝혔습니다.

“인천병원에는 메르스 환자가 못 들어오게 하겠다”는 인천시장의 발언, “메르스로부터 서울시민을 지키는 것은 내가 직접 챙기겠다”는 서울시장의 발언은 적극적인 의지의 표현은 좋지만 모두 제대로 된 컨트롤타워의 부재에서 비롯된 상황으로 사태 해결보다 혼란을 부추길 가능성이 더 큽니다.

의사의 전파 가능성에 대해

위 의사는 2015년 5월 27일 메르스 환자와 짧게 접촉했고 31일 증세가 발현된 동시에 격리조치를 받았습니다. (통상 메르스의 잠복기는 최단 2일에서 최장 14일 사이입니다. 이 의사의 경우 4일인 셈입니다.) 그런데 자신의 감염 사실을 모른 채 통상적인 진료활동을 했고, 5월 30일 많은 사람이 모인 장소에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증세가 발현되기 시작한 것은 그 다음 날부터입니다. (프레시안 인터뷰에서 밝힌 의사 진술에 따른 것.  – 편집자)

메르스는 공기 전파가 아니라 기침 시 나오는 비말을 통해 전파되고 잠복 기간 동안 바이러스 생산이 활발하지 않으므로 증세가 발현되기 전 잠복기 동안 다른 사람을 감염시킬 능력 즉 감염력은 매우 낮습니다. 따라서 타인을 감염시켰을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매우 낮다는 것이 의학적 견해입니다. 특히 개방된 장소인 행사장에서 감염이 일어났을 가능성은 더욱 적습니다.

Giovana Milanezi, CC BY https://flic.kr/p/bPL3S8
Giovana Milanezi, CC BY

의사에게 격려를

전쟁이 발발하면 모두 살길을 찾아 피난을 가지만 군인은 총을 들고 전쟁터로 나가야 하듯이, 모두가 불을 피해 대피할 때 소방수들은 불을 끄고 사람을 살리기 위해 화염 속으로 뛰어들듯이, 감염 질환으로 국가위기사태가 벌어지는 상황에서 의사는 흰가운을 입고 위험한 환자를 돌보며 진료현장을 지켜야 합니다. 신종플루 때에도 그랬고 이번 메르스도 그렇습니다.

의사 역시 자신의 목숨이 소중하지만, 감염환자가 뒤섞여있을지 모른다고 진료현장을 떠날 수는 없으며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병원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자기 자리를 지키며 자신에게 주어진 사명을 다 합니다. 소방서에는 3만 개의 N95 마스크가 보급되었지만, 의사들에게는 마스크 하나 주어지지 않아도 진료현장을 떠나지 않고 언제 메르스 환자를 만날지 모르는 위험 속에 환자를 맞고 있는 이들이 의사입니다.

이러한 의사가 사실이 아닌 일로 매도해선 안 될 것입니다. 의사들이 기운 빠지지 않게 격려를 부탁합니다.

의사 가운 닥터

메르스 치료제에 대해

메르스가 사망률이 높을뿐더러 치료제와 백신이 없다는 사실이 시민들을 더욱 두렵게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치료제가 없다는 표현에 대한 오해가 있습니다. 치료제가 없다는 것은 메르스의 원인이 되는 코로나바이러스를 직접 죽이는 특효약이 없다는 것일 뿐, 항바이러스제, 2차 세균감염을 막기 위한 항생제, 면역증강제, 호흡부전이 오는 경우 인공호흡기, 인공심폐기 등 고비를 넘길 수 있도록 돕는 다양한 치료방법들이 있습니다.

다만, 백신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다량의 수요가 있을 것으로 예측되지 않아 개발해 놓은 제약사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백신 메르스

나쁜 소식과 좋은 소식 그리고 전망

나쁜 소식은 메르스 발생 환자들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는 것, 첫 3차 감염 사망자가 발생했다는 것, 그리고 35번 감염환자(의사)가 짧은 시간 환자와 접촉했는데도 감염되었다는 소식입니다.

좋은 소식은 현재까지 전국에서 발생한 메르스 환자들은 모두 직접 접촉에 의해 발생한 환자들로서 기존의 전파양상을 벗어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이번 주말이 고비가 될 전망입니다. 지금 우리나라를 강타하고 있는 메르스 바이러스가 변종 바이러스가 아니라는 전제 아래 전문가들은 직접 접촉에 의해서만 감염된다는 기존의 전파양상을 벗어나지 않고 있다는 점을 들어 내주 초부터 메르스 발생이 잦아들 가능성이 큰 것으로 조심스럽게 전망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단 한 명이라도 병원 외 지역감염이 발생한다면 양상은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다인실 병상

정부는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높이기 위해 1, 2인실을 없애고 다인실을 늘릴 것을 병원 측에 주문해왔습니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그 결과를 보고 있습니다. 한 병실에 여러 환자를 가둬 두고 보호자가 간병과 간호를 하는 지금의 저가 의료 위주의 의료환경을 그대로 두는 한 메르스 사태는 언제든 일어날 수 있습니다. 평상시에 도움이 되는 경제적 진료는 유사시에 재앙으로 돌아올 수 있습니다. 심는 대로 거두는 것은 만고의 진리입니다.

Jorge Gobbi, CC BY https://flic.kr/p/9on1qb
Jorge Gobbi, CC BY

메르스가 국가 이미지에 미치는 영향

2003년 중국에서 발생한 사스로 인해 중국은 오랫동안 국가 이미지에 큰 타격을 받았습니다. 우리나라도 같은 영향을 받게 될 것입니다. 정부의 과감한 ‘결단’과 국민의 단합된 지혜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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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댓글

  1. 기사 도중에 메르스는 공기로 전파되지 않는다는 내용이 있는데, 현시점에서 이는 확실하지 않은 것 아닌가요? 메르스 바이러스의 최초 발견자나 WHO 관계자의 증언 등을 보면 공기 전파 가능성 혹은 변형 가능성을 무시해서는 안된다고 봅니다. 이에 대한 노환규 전 의협회장의 의견을 듣고 싶네요.

  2. 씨발, 가재는 게 편이라고. 이 메르스의사 새끼가 졸라 새빨간 거짓말한게 들통났는데도 편들라나?

  3. 잘 읽었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다만 결론은 공감이 가지 않네요. 메르스 의심환자를 제대로 격리, 관리하지 못한 것이 문제의 핵심이지, 다인실 운영은 부가적인 것 아닌가요?

  4. 치료는 가능하지
    그런데 치료하려면 아프잖아
    신장 같은건 복구가 안되는데 평생 고생해야 하잖아
    그리고 돈 많이 들잖아
    치료하는 의사들이야 손해 없는 장사라 좋겠지만…

  5. 의학적 지식이 부족한 일반인의 입장에서, 선생님의 글이 지금처럼 불안하고 유언비어가 많은 시점에서 많은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좋은 글 부탁드립니다.

  6. 그런데 아직까지 완전 쌩뚱맞은 곳에서 공기전염으로 의심되는 감염자가 나오진않았잖아요.. 모두 병원 내 간접,직접 접촉감염자지… 조심해야되는건 맞는데 나오지도 않은걸 두번 세번 되물으면…

  7. WHO 결과처럼 다인실 이라는 것은 방역에선 걸림돌이죠. 의사라 무조건 적대감 표현하기 이전에 한번만 더 생각해보시면 아실텐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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