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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x type=”note”]국민연금에 관한 관심이 뜨겁습니다. 누구는 고갈론을 설파하고, 사적 연금 강화를 주장합니다. 또 다른 이는 국민연금의 공공성을 강조하며 걱정하지 말라 합니다. 슬로우뉴스는 국민연금에 관한 다양한 논의를 수용해 공론장을 키우고자 합니다.

국민연금에 관한 다양한 의견과 기고를 환영합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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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개혁이 화두다. 특히 한국과 유사한 국민연금을 운영하는 독일 연금제도에 관한 관심이 높다.

팩트체크:

위 기사에서 김연명 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설사 국민연금 기금이 고갈되더라도 연금을 못 받는 일은 없습니다. 실제로 유럽 대부분 나라는 이미 기금이 고갈돼서 없는데도 연금 제도가 문제없이 돌아가고 있어요. 예를 들어 볼까요? 독일은 GDP의 11%를 연금 지급액으로 매년 지출하는데, 불과 일주일 치 기금밖에 안 쌓아 두고 있어요.”

여기서 핵심은 ‘유럽 대부분 나라, 특히 독일은 연금 제도가 문제없이 돌아가고 있다’는 주장이다. 김연명 교수는 이 진술을 바탕으로 연기금 고갈에 대한 우려를 비판한다. 그렇다면 그 진술은 사실일까?

독일은 연기금 고갈과 임금노동 인구와 노령 인구 관계의 변화로 국민연금과 사적 연금의 조합과 국민연금 수령액을 축소를 꾀하고 있으며 이를 둘러싼 사회갈등 및 정치갈등이 매우 높은 수준이다. 연금 개혁 논쟁은 심지어 정권 교체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

따라서 ‘문제없이 돌아가고 있다’는 주장은 사실과 부합하지 않는다. 또한, 현재 독일경제는 통일 이후 가장 큰 호황을 누리고 있고 실업률은 통일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다시 말해 연금을 내는 임금노동 인구수가 증가한 것이다. 김연명 교수가 사례로 든 독일 연금제도는 사실의 특정 측면만을 부각했다.

차근차근 하나씩 살펴보자.

2014년 독일 실업률은 통일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낮은 실얼륩은 독일 국민연금을 지탱하는 힘이다.
2014년 독일 실업률은 통일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낮은 실얼륩은 독일 국민연금을 지탱하는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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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개의 키워드

핵심 키워드 다음과 같다. 이 키워드를 이해하면 독일 및 한국의 국민연금 제도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1. 적립방식(capital cover system)
2. 부과방식(pay-as-you-go system)
3. 임금노동 인구(= 연금 납부자 = 연금 가입자)
4. 노령 인구(= 연금 수령자 = 연금 수급권자)

국민연금 적립방식 부과방식

적립방식 vs. 부과방식

참고로 독일이나 한국이나 100% 적립방식 또는 반대 경우인 100% 부과방식을 채택하지 않는다. 따라서 이 두 가지를 적절한 비율로 반영하기 위해 다양한 수식이 사용되고, 이 때문에 국민연금을 정확하게 이해하기 더 어려워진다.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이 두 가지 방식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1. 적립방식

임금노동 인구 다시 말해 국민연금을 받지 않고 매달 월급에서 국민연금을 내는 가입자가 노령 인구 다시 말해 국민연금을 매달 받는 사람보다 상대적으로 많을 때 가능한 방식이다. 돈을 내는 사람이 돈을 받는 사람보다 많으니 이른바 누적된 연기금은 증가한다.

예를 들어 10명이 임금노동을 하고 일정한 금액을 연기금에 쌓아놓지만 이를 받는 사람은 2명꼴이다. 그렇게 되면 남은 8명분의 연기금으로 주식 매입, 대부업 등 기금을 운영할 수 있다.

2. 부과방식

임금노동 인구수가 노령 인구의 수와 비슷할 때 가능한 방식이다. 현재 일자리를 가지고 월급을 받은 사람이 은퇴한 노령인구를 부양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10명이 임금노동을 통해 연기금을 내면 이를 받는 사람은 9명 또는 10명이다. 만약 받는 사람이 10명을 초과할 경우 정부가 세금을 통해 모자란 부분을 충당한다. 적립방식으로 쌓아놓은 연기금이 노동인구와 노령인구의 상대적 수치 변화에 따라 줄어들 경우, 정부는 적립방식과 부과방식을 혼합해서 운영한다. 이를 통해 연기금 고갈 시기를 최대한 늦출 수 있다.

국민연금 적립방식과 부과방식

독일 통일 – 연기금 축소 가속화 

통일 독일은 이른바 서독에 의한 동독의 합병이었다. 이때 서독 정부는 동독 정부의 국가 채무를 함께 넘겨받았다. 동독의 국가 채무 중 중요한 부분은 노령 연금이었다. 구 동독 임금노동의 형식, 연금 가입 기간 등에 따라 연금 수령액의 차이는 있으나 대략 구 서독 연금 수령자 대비 구 동독 연금 수령자는 통일 독일에서 “약 87.9 %”의 연금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이때부터 서독 시절에 쌓아놓았던 연기금이 빠르게 줄어들기 시작했고, 연금운영 방식은 적립방식에서 부과방식으로 조금씩 이동했다. 특히 통일 직후부터 약 10년 동안 찾아온 구 동독 지역의 높은 실업률은 연기금 고갈 속도를 더욱 가속했다.

‘사민-녹색’의 리스터 연금

1998년부터 2005년까지 독일 연방정부는 사민당과 녹색당의 연합정부였다. 적-녹 연합정부를 이끌었던 독일 총리는 슈뢰더였다. 슈뢰더 총리의 역작 중 하나가 이른바 사적 연금인 ‘리스터 연금’의 도입이었다.

독일 국민연금제도 개혁을 추진한 쉬레더 전 총리. (Gerhard Schröder, 2005년 9월.출처: CC BY-SA 2.0 de)  http://fr.wikipedia.org/wiki/Gerhard_Schr%C3%B6der#/media/File:Gerhard_Schroeder_MUC-20050910-02.jpg
독일 국민연금제도 개혁을 추진한 슈뢰더 전 총리. (Gerhard Schröder, 2005년 9월. 출처: CC BY-SA 2.0 de)

사민-녹색 정부는 독일 사회가 빠른 속도로 노령 인구가 임금노동 인구보다 많아지는 이른바 노령사회로 진입하고 있고 이 조건이 국민연금을 포함 독일 사회보장제도의 붕괴를 낳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사회보장제도의 지속 가능성과 세대 정의(generation-justice)를 주장하며 2001년 당시 노동부 장관의 이름을 딴 ‘리스터 연금 개혁’이 시작되었다. 리스터 연금 개혁의 핵심은 연금 수령액의 축소와 사적 연금의 확대를 통한 국민연금 비율의 축소다. 단순화시키면 ‘덜 받고 더 내는 구조’다. 또한, 미래세대의 부담을 최소화하고 그만큼 노령세대와 현재 임금노동자가 부담을 더 지는 방향이다.

이 때문에 리스터 연금과 이를 주도한 사민당의 인기는 바닥을 향했다. 결국, 슈뢰더 총리는 연금 개혁 등 사회보장제도 개혁에 대한 대중적 동의를 얻기 위해 재선거를 요구했다. 물론 사민당은 선거에서 패배했고 보수 메르켈 총리 시대가 이어졌다.

소득재분배, 사회연대, 기여도 중심 등 국민연금 납부금과 지급액 크기를 결정하는 원칙과 철학은 다양하다. 그러나 경제 저성장 지속, 인구구성 변화, 실업률 변동 또한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특히 세대 정의에 대한 고민은 현시점에서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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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댓글

  1. 김연명 교수와 그의 맹목적인 추종자들은 명백한 사실을 적시하기 바란다.

    독일의 연금제도는 임금노동자라면 의무가입하는 법정국가연금, 선택가입하는 직업연금보험, 민간연금의 3개 층위로 구성되어 있다. 이 가운데 부과식으로 운영되는 것은 법정국가연금 뿐이고, 이 법정국가연금을 떠받치기 위해 독일 근로자들은 지금도 임금의 20%를 내고 있다.

    하지만 독일은 이미 십수년 전부터 고령화 문제로 파탄이 빤히 보이는 미래를 회피하고자 ‘더내고 덜받기, 늦게 받기, 민간연금 장려하기’ 등의 개혁을 계속 실시해오고 있다. 지금도 20%에 달하는 보험료율을 더더욱 높이고, 소득대체율은 지속적으로 낮추고, 수급연령은 67세로 늦추고, 언제 불안정해질지 모르는 공적연금만 믿지 말라고 민간연금 가입도 장려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떠받드는 독일은 이렇게 현재 제도가 지속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개혁을 추진하고 있는데, 우리는 아예 시대에 역행해서 지금 세대가 더 많이 곶감을 빼먹자고 하다니. 이런 무책임한 주장에 생각 없이 동조하는 이들의 반성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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