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x type=”note”]하루에도 정말 많은 뉴스가 만들어지고, 또 소비된다. 하지만 우리가 소비하는 뉴스들은 정해져 있다. 굵직굵직한 정치 이슈나 자극적인 사건 사고, 주식과 부동산이 얼마나 올랐느니 하는 소식이 대부분이다. 그 와중에 좋은 기사는 묻힌다. 그래서 ‘의미 있는’ 기사들을 ‘주간 뉴스 큐레이션’에서 선별해 소개한다.
소소하지만 우리 삶에 중요한 이야기, 혹은 아무도 주목하지 않은 목소리에 귀 기울인 기사, 그리고 지금은 별 관심이 없지만 언젠가 중요해질 것 같은 ‘미래지향’적 기사들, 더불어 세상에 알려진 이야기 ‘그 이면’에 주목하는 기사 등이 그 대상이다. (필자)[/box]
5월 마지막 주 좋은 기사 솎아보기
1. 주한미군, 국민 혈세 1조 원 굴려 연 300억 원 불법수익
미국과 한국의 관계는 ‘혈맹’이라 불린다. 미군이 군대를 빼겠다고 하면 야단법석이 벌어지고, 미 대사가 테러를 당하면 사건과 관계도 없는 한국인이 미안하다고 머리를 조아린다. 미국도 한국을 그렇게 생각할까? 미국에게 동맹은 ‘이해관계’다. 주한미군의 불법 이자놀이 실태를 최초 보도한 시사저널 기사는 이러한 미국의 인식을 잘 보여준다.
시사저널이 방위비 분담금을 관리하는 주한미군 은행 ‘커뮤니티 뱅크’ 계좌내역 일체를 단독입수했다. 이 문서에 따르면 주한미군은 한국 정부로부터 원화로 받는 연 1조 원의 국민 세금을 국내 시중은행에 예치해 연 300억 원의 이자수익을 올리고 있었다. 국민·신한·우리·하나 은행 등 국내 4대 은행에 약 3~4개월 단위로, 2~3%대 이율의 정기예금(TD)에 분산 예치했다.
커뮤니티 뱅크는 ‘군사은행’의 지위로 시중은행에 예금했다. 이는 군사은행의 영리 활동을 금지한 ‘상호방위조약에 따른 지휘협정(SOFA)’ 규정 위반이다. 방위비 분담금 외 용산 미군기지 이전비용도 이자놀이 대상이었다. 이 돈은 미국 정부로 흘러들어 간다. 시중은행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억대의 뒷돈이 오가고 있다는 증언까지 나왔다. 혈맹을 유지하게 하는 건 의리가 아니라 돈 아닐까.
● 시사저널 – 주한미군 불법 이자놀이 실태 최초 확인
2. 언론을 떠난 사람들이 바라본 언론의 과거와 미래
신문시장은 갈수록 줄어들고, 로봇 저널리즘이 기자들을 위협한다. 고강도의 높은 스트레스, 낮은 수명. 언론인이라는 직업이 안 좋은 직업의 대명사로 꼽히는 시대가 됐다. 다양성 지향 팀 블로그 ‘다이버시티’가 기성 언론사를 떠나 새로운 매체를 만들거나 다른 직종으로 옮기거나 다른 매체에 들어간 세 명의 모험을 다뤘다.
전·현직 기자들이 말하는 직업으로서의 언론인, 그리고 언론의 과거와 미래. 이직을 생각하는 언론인이나 언론인을 꿈꾸는 지망생이 꼭 읽어야 할 인터뷰다.
- 다이버시티 – 언론사를 떠난 사람들
3. 부당해고 구제 못 하는 부당해고 구제제도
지방노동위원회, 중앙노동위원회, 법원.
억울하게 당하지 말라고 부당해고 구제책이 많이 마련됐다. 그러나 부당해고 구제제도는 정말 부당해고를 구제할 수 있을까. 매일노동뉴스가 구제받지 못한 채 죽어 나가는 노동자들의 현실을 짚었다.
양우권 EG테크분회장은 3년간 법적 다툼 끝에 복직했으나 1년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본인이 원하던 제철소 현장직 근무 대신 사무직에 배치됐고, 회사 측의 압박이 계속됐기 때문이다. 해고자가 복직이라면 5심(지노위-중노위-행정법원-고등법원-대법원)을 거쳐야 한다. 사용자들은 노동위 판정을 이행하지 않는다. 이행하지 않는 대가는 2천만 원 이하 이행강제금을 1년에 2회, 최대 2년 부과하는 것뿐.
“돈으로 때우면 된다”는 인식을 바꿔줄 신속한 구제절차가 급선무다.
- 매일노동뉴스 – 해고자 눈물 못 닦는 허점투성이 부당해고 구제제도
4. ‘김치녀’ ‘개보년’ 여성혐오는 일탈이 아니라 전염병
페이스북 페이지 중에는 ‘김치녀’를 비난하는 페이지가 즐비하다. 한국 여성들이 개념 없다고 비하하는 여성혐오 페이지들이다. 일부의 악성 댓글로 치부됐던 여성혐오가 사회 현상으로 등장하고 있다. 한국일보가 ‘김치녀’ ‘개보년’ ‘보슬아치’로 대표되는 여성혐오 현상에 대해 분석했다.
여성혐오는 이미 일부 극소수의 문제를 넘어섰다. 장동민 등 옹달샘 3인방의 여성비하 발언을 포함해 여성을 비하하는 개그와 토크, 대중가요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소비되고 있다. 한국의 여성인권이 바닥이라는 점, 남녀 임금 격차가 여전히 크다는 점은 돌아보지 않고, 한 줌의 알파걸이 불어오는 착시현상을 일반화한다. 여성혐오는 이제 일탈이 아니라 전염병이다.
● 한국일보 – 서슴없이 “김치녀”… 여성혐오 전염병 번지듯
5. ‘아메리칸 드림’ 미국 유학의 그늘
한국에서 대학을 가지 못하거나 직장을 찾지 못한 이들에게 여전히 미국은 기회의 땅이다. 막연히 미국 유학의 꿈을 꾸는 이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동아일보가 비싼 돈을 들이고도 빈손 귀국을 하거나 한국 취업시장에서도 배제되는 미국 유학생들의 그늘을 전한다.
미국인 유학생 A씨가 유학 4년간 쓴 비용은 약 3억 3,800만 원. 유학생 절반 이상이 부모님의 지원을 받는다. 이들은 현지 취업을 원하지만, 정보부족과 미국 취업시스템에 대한 오해로 인해 취업비자로 비싼 돈을 들이고도 현지 취업에 실패한다. 전문가들은 아이비리그 등 ‘간판 좋은 대학’에 몰두하느라 졸업 후 취업을 위한 전공선택, 신분 유지(비자) 문제에 제대로 고민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미국 유학생이 국내 취업시장에서 통하는 시대도 지나갔다. 미국 학위만 있어도 기업이나 대학에서 우대받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오히려 유학생 기피현상까지 일고 있다. 조직문화에 적응하지 못한다는 선입견. ‘아메리칸 드림’은 이제 통하지 않는 걸까?
- 동아일보 – 미국 유학의 그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