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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금 체납 고민 해결! 생초보 노동청 신고 체험담

지난 3월 3일 나는 회사를 관뒀다.

2013년부터 1년 반을 다닌 회사였다. 여행도 다녀오고, 여유롭게 살고 싶었다. 여행도 다녀왔고, 여유 있게 살고 있다. 머리를 아프게 한 문제는 퇴직금이었다. 아직도 많은 이들이, 많은 회사로부터 퇴직금을 제때 받지 못한다. 차일피일 미루는 회사가 많은 탓이다.

2014년을 기준으로 고용노동부에 접수된 임금과 퇴직금 등의 체납액이 약 1조3195억 원이라고 한다. 체납 사업장 수도 11만9,760곳이라고 하니 퇴직 후에도 마음고생 하는 노동자가 한둘이 아니라는 얘기다.

이 글은 퇴직 이후 약 50여 일 동안 퇴직금으로 속앓이를 하다 노동청 신고로 퇴직금을 받게 된 나의 경험담이다. 임금 문제로 노동청의 문을 두드리는 일에 막연한 두려움을 갖고 있다면, 지금 당장 시도해보자. 한번 경험해보니 그동안 속앓이 한 시간이 억울해질 정도로 쉬운 일이었다. 혹여 나의 작은 경험담을 읽고 도움이 된다면, 나와 비슷한 문제를 겪는 이들이 용기를 낼 수 있게 된다면 더 바랄 나위 없겠다.

참 많은 이들이 오늘도 열심히 일한다.

참 많은 이들이 지금 이 순간에도 일한다.

“저기요, 퇴직하고 보름 넘었거든요!”

3월 3일 퇴직하고 보름이 지났지만, 퇴직금 소식은 감감무소식이었다. 그래도 조금 더 기다렸다. 그러나 꿈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여전히 통장은 배가 고팠다. 참다못해 회사에 전화를 건 것은 퇴직 후 20일이 흐른 3월 23일이었다. 처음 전화에는 담당자와 통화를 할 수 없었다. 옆 팀의 다른 사람이 당겨 받았다.

회사1: 담당자가 잠깐 자리를 비우신 것 같은데요.

나: 퇴직금 안 들어와서 연락 드렸는데, 이번 주 금요일까지 넣어 주셨으면 좋겠어요. 금요일까지 기다렸다가 안 넣어주시면, 저도 다른 방법을 찾을게요.

회사1: 네 알겠습니다. 전달하겠습니다.

이날이 월요일이었다. 퇴직금은 퇴사한 이후 회사가 14일 이내로 지급하게 돼 있다. 근로기준법 제36조에 나와 있다.

법 퍼블릭도메인

근로기준법 제36조 (금품 청산)

사용자는 근로자가 사망 또는 퇴직한 경우에는 그 지급 사유가 발생한 때부터 14일 이내에 임금, 보상금, 그 밖에 일체의 금품을 지급하여야 한다. 다만, 특별한 사정이 있을 경우에는 당사자 사이의 합의에 의하여 기일을 연장할 수 있다.

법에는 ‘특별한 사정’을 언급하며 예외가 있을 수 있음을 명기하고 있지만, 난 합의한 적 없다. 그러니 회사가 약속을 어긴 셈이다. 이미 20일이 지났고, 여기에 5일을 더 기다리겠다고 했으니 나름의 인내심을 쥐어짜 낸 것이다. 그리고 다시 시간이 흘러 약속한 금요일도 지나고, 4월 첫째 주가 됐다.

아, 이 야속한 사람들! 그때까지도 퇴직금은 들어오지 않았다. 다시 전화를 걸었다. 회사와 통화하기 껄끄러운 퇴사자는 전화기를 부여잡을 때부터 긴장하기 마련이다.

나: 지난주 금요일까지 넣어 주시기로 하신 것 같은데, 아직 안 들어와서 다시 전화 드린 거에요.

대리: 아, 좀 바빠서요.

나: 언제까지 넣어 주실 수 있으세요?

대리: 직원들 월급 정산 하고, 그 이후가 될 것 같네요.

이 회사는 월급날이 매달 10일이다. 전화한 때가 4월 첫째 주니 앞으로 1주일 정도를 더 기다리라는 뜻이었다. 어이가 없었다.

나: 그게 언제인데요?

대리: 한, 4월 말쯤이요?

나: 저 그때까지 못 기다리고, 계속 안 주시면 저도 신고할 수밖에 없어요. 서로 껄끄럽게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노동청이랑 통화해봤는데, 근로기준법상 14일 이내에 주는 것이 원칙이라고 하더라고요.

대리: 그건 그냥 법적 효력은 없어요.

나: 아니 그런 말이 어디 있어요? 이게 법인데, 빨리 넣어 주세요.

대리: 많이 급하세요?

나: 그건 제 사정이고, 퇴직금은 당연히 넣어 주셔야 하는 거니까 빨리 넣어주세요.

직원의 태도에 화가 치밀었다. 법적 효력이 없다는 반문보다 더 어처구니가 없었던 발언은 “많이 급하냐”는 물음이었다. 급히 돈이 필요한 사정이 있거나 없거나 그건 회사가 신경 쓸 일이 아니다. 절차대로 진행해주면 될 일 아닌가. 더는 대화할 마음도 생기지 않았다.

그사이 퇴사 직후 계획한 여행 일정도 다가왔다. 여행길에 오르고, 다시 한국땅을 밟은 4월 25일까지도 퇴직금은 들어오지 않았다. 3월 3일 퇴사하고, 두 번의 전화통화를 하고, 9박 10일 여행까지 다녀온 55일 동안 퇴직금은 구경도 못 한 것이다.

달력

회사에 굽실거릴 필요 없더라

더는 기다리기 싫었다. 회사엔 전화하기 싫었다. 효과도 없을 것 같았다. 노동청에 전화했다. 상담전화번호는 1350이다. 상담원이 받았다. 상담원은 신고 절차를 친절히 알려줬다. 회사가 어디 있는지 물어보면, 시와 동을 알려주면 된다. 회사 위치를 근거로 노동청 어느 곳과 상담하면 되는지 알려주기 때문이다. 회사 위치에 따라 상담업무를 담당하는 노동청이 달리 구분돼있다.

신고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직접 관할 노동청에 방문해 신고를 접수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인터넷으로 하는 방법이다. 두 방법 사이에 큰 차이점이 있다면, 후후 취할 때의 일이다. 직접 방문해 신고하면, 취하할 때도 직접 가야 한다. 인터넷 접수는 인터넷으로 취하할 수 있다. 신고 과정에서 문제가 해결되면, 신고를 취하해야 하니 더 편한 방법이 무엇일지 고려하도록 하자.

인터넷 신고 절차는 다음과 같다.

  1. 고용노동부 홈페이지에 접속한다.
  2. ‘민원마당’ 항목을 누른다.
  3. ‘민원신청’ 메뉴를 선택한다.
  4. ‘임금체불 진정신고서’ 항목에서 ‘신청’ 단추를 누른다.
  5. 고용노동부 홈페이지에 가입하고, 로그인해야 ‘임금체불 진정신고서’를 신청할 수 있다. 가입과 로그인에는 공인인증서를 쓰는 방식과 아이디, 비밀번호로 로그인 방식 중 선택할 수 있다.
  6. 인터넷 화면에 입력할 수 있는 필드가 4개 나오는데, 입력하라는 것을 입력하면 된다. 진정인(신고자)의 신상과 피진정인(회사 대표)의 신상정보, 간단한 사유를 적은 후 ‘등록’ 단추를 누르면 끝난다.
  7. 퇴직금으로 얼마를 못 받았는지는 금액을 계산하기가 쉽지 않아 내 경우는 공란으로 놔뒀다. 모르는 정보도 굳이 입력하지 않았다. 그래도 접수가 잘 됐다.
진정인 정보 입력 필드

진정인 정보 입력 필드

피진정인 정보 입력 필드

피진정인 정보 입력 필드

진정 내용 입력 필드. 금액은 계산하기 어려워 아는 정보와 알고 싶은 정보를 입력했다.

진정 내용 입력 필드. 금액은 계산하기 어려워 아는 정보와 알고 싶은 정보를 입력했다.

추가 정보 입력 필드

추가 정보 입력 필드

임금체불 진정신고서를 등록한 것이 4월 28일 화요일 밤 11시였다. 공무원은 업무처리가 느리다고 생각하는 것이 보통인데, 다음날인 29일 오전 11시쯤 담당 공무원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심지어 이미 회사와 통화를 마치고 나에게 전화를 하는 것이란다. 세상에. 이렇게 믿음직하고 빠르게 일을 진행해 줄 줄이야.

노동청 상담원: 회사 측 OOO 대리와 통화를 했고요. 늦어도 5월 8일까지는 입금한다고 합니다. 연차수당은 지급된 월급에 포함됐다고 하고요. 담당자가 신청인에게 오늘 안으로 전화한다고 하네요. 퇴직금 입금되면, 연락 부탁합니다.

담당 공무원은 신고서를 작성할 때 질문한 연차수당에 관한 부분까지 말끔히 설명해줬다.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공무원과 전화를 끊자 5분도 지나지 않아 그동안 통화했던 회사의 담당 대리에게 전화가 온 것이다.

대리: 노동부에서 전화 왔는데, 신고하셨다고 하더라고요.

나: 네, 안 주시길래요.

대리: 내일까지 넣어드릴 테니까. 취하 부탁드려요.

나: 들어오는 것 확인하고요. 급여명세서는 e메일로 보내주세요.

대리: 보냈는데요.

나: 어느 메일로요?

대리: 회사 메일로요.

아이고. 이 인간아. 나 퇴사하고 두 달이 다 됐다. 퇴사 직후 계정이 삭제됐으니 e메일을 받았을 턱이 없지. 급여명세서는 개인 메일로 다시 달라고 요청했다. 가만 생각해보니 헛웃음이 났다. 14일 이내 퇴직금 지급이 강제규정은 아니라며 해볼 테면 해보라는 식으로 나왔던 회사가 막상 실제 신고가 이뤄지자 저자세로 표정을 바꾼 것이다. ‘요것들 봐라’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밀린 퇴직금이 들어온 것은 그 다음 날인 30일 아침이었다. 눈을 뜨고 휴대폰을 봤는데, 퇴직금이 입금됐다는 스마트폰의 은행 앱 알림이 떠 있었다. 억울했다. 노동청 신고하면 불과 이틀이면 해결됐을 일을 그동안 혼자 해결하려 속으로만 앓아온 것이. 신고를 당하자 태도를 바꾸는 회사도 어처구니가 없었다.

Steven Depolo, CC BY https://flic.kr/p/81Z1JA

회사야, 도대체 나한테 왜 그런 거니? (출처: Steven Depolo, CC BY)

노동자는 입사전∙중∙후 모두 ‘을’ 인가요

나는 노동청 통화 직후 일사천리로 일이 진행됐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을 수 있다. 회사 쪽에서 돈이 없거나 신고를 무시하는 경우다. 이때에는 신고가 접수된 이후 전담 감독관이 배정된다고 한다. 회사와 퇴사자에게 출석요구서도 보낸다. 이게 삼자대면이다. 회사와 퇴사자와 감독관이 만나는 자리다. 회사와 퇴사자는 감독관 입회하에 퇴직금 지급 일을 합의하게 된다고 한다.

퇴직금 지급을 미루는 회사를 상대로 개인이 할 수 있는 신고는 위에서 설명한 것처럼 무척 간단하다. 퇴직금 지급을 차일피일 미루는 회사 때문에 마음고생을 하는 이들이 있다면, 두려움 없이 노동청 홈페이지 문을 두드려보도록 하자.

이번 사건을 계기로 확실하게 배운 것이 있다. 노동자는 직장을 구할 때도 을이고, 회사에 들어간 이후에도 을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그뿐만 아니라 회사를 나와서도 퇴직금을 받기 전까지는 을이다. 하지만 이번 기회에 배운 더 중요한 게 있다.

을의 싸움에 도움을 줄 제도적 장치가 있다는 것.
그리고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것!

생각녀 여자 체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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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소개

지윤
초대필자

앞모습은 더 예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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