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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러스 사태: 어느 도둑의 기묘한 사과

우선, 이상한 도둑 이야기 하나.

훔친 물건도 알려주지 않는 도둑의 약속 

당신은 대형 마트에서 3년 넘게 소매치기를 당해왔다.

알고 보니 마트 주인이 범인이었다. 마트 주인은 당신 모르게 당신의 소지품을 훔쳐 장물아비에게 넘기고 있었던 것. 하지만 마트 주인이 어떤 물건을 훔쳤는지는 당신도 정확히 알지 못한 상태다. 그러던 어느 날 그 범죄행위가 드러났다. 범인인 마트 주인은 자기 죄를 시인하고, 사과한다고 했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앞으로 우리 가게에서 파는 주요 신선식품을 연중 10~30% 싸게 팔게요.”

황당하다고? 말도 안 된다고? 지금 당신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당신에게 훔쳐간 물건이 무엇인지 알려주지 않은 채, 신선식품 연중 세일을 “혁신안”이랍시고 이야기한다면, 이런 마트 주인의 ‘약속’을 진심 어린 사과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 앞으로는 가게 주인을 믿고 신뢰할 수 있을까?

홈플러스 4대 혁신안 

2015년 3월 10일 홈플러스(주)는 기자 간담회를 열어 주요 신선식품을 연중 항상 10~30% 싸게 판매하겠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4대 혁신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2,406만 건에 달하는 개인정보 유출 사건에 대해서는 어떠한 대책도 내놓지 않았다.

도성환 홈플러스 사장은 개인정보 유출에 대해서 “국민께 심려를 끼쳐 대표이사로서 정말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하면서도 “사법 절차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우리의 입장을 다 말씀드리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시간이 지나 사법 판단이 내려지면 저희 의견을 말씀드릴 기회가 있을 것”이라며 책임을 회피했다. 그러면서 “고객과 지역사회에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행복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위한 실행 방안으로 신선식품 강화를 골자로 하는 ‘4대 혁신안’을 내놓는다고 했다.

홈플러스(주) ‘혁신안’은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 홈플러스 대표의 말은 진심 어린 사과일까? 앞으로 홈플러스가 다시는 고객정보로 ‘장사’할 것이라는 의심을 품지 않아도 좋은 걸까? 아니면 사람들의 관심을 할인행사 등으로 쏠리게 하는 또 다른 눈속임일까? 정직하게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앞으로 재발을 방지하려는 의지 대신, 다시 한 번 소비자를 속이는 기만행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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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제공과 통지가 해결 첫 단추 

경실련 소비자정의센터와 진보넷은 홈플러스 ‘혁신안’에 대해 “할인 운운하며 소비자를 기만하는 행위”라고 논평했다.

진보넷과 경실련 소비자정의센터는 “개인정보가 유출된 피해자들에게 신속하게 개인정보 유출 사실을 통지할 것을 촉구한다”며, “먼저 개인정보 열람 요구를 지체 없이 받아들일 것”을 요구했다.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개인정보의 열람 요구는 10일 이내에 처리해야 한다.

더불어 “홈플러스는 할인 행사를 기획하고 실행할 것이 아니라, 소비자들의 피해구제를 위해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라면서, “지금도 수많은 소비자가 불법 제공 정보로 인해 스팸성 보험가입 전화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실련 소비자정의센터와 진보넷은 소비자 피해구제를 위해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소송인단 모집은 3월 31일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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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넷 신훈민 변호사 일문일답

– 불법 제공된 개인정보의 내용을 통지하는 일은 왜 중요한가. 

작년 카드 3사 개인정보 유출의 파장이 컸던 것은 국민 스스로 자신의 개인정보 유출 여부를 직접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홈플러스 사건에서도 고객 자신의 정보가 얼마나 불법으로 제공됐는지, 그 정보는 어떤 정보들인지를 고객 스스로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막연하게 내 개인정보가 범죄에 사용됐다는 것과 정확하게 내 어떤 어떤 정보가 범죄에 사용됐는지를 확인하는 것은 그야말로 하늘과 땅 차이다. 내가 얼마나 피해를 입었는지 알아야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지를 결정할 수 있을 게 아닌가.

– 홈플러스가 불법 제공된 개인정보 통지에 기술적 어려움이 있는 건 아닐까.

당연히 기술적 어려움은 전혀 없을 것으로 본다. 작년 카드 3사 개인정보 유출 사건(당시 유출 규모 약 1억 건) 당시에도 유출된 개인정보를 피해자들이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지금이라서 특별히 달라질 것은 없다. 오히려 홈플러스에서 불법으로 제공한 개인 정보 규모는 더 적다. (약 2천만 건)

– 그렇다면 왜 홈플러스는 불법 제공된 개인정보를 통지하고 있지 않은 걸까. 

우선 불법에 사용한 개인정보를 피해자에게 통지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라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이렇게 법을 위반하면서까지 통지하고 있지 않은 이유는 간단하다. 기업으로선 개인정보를 통지했을 경우와 통지하지 않았을 경우를 비교해 그 이익, 불이익을 따져봤을 거다.

홈플러스로서는 여론 악화나 추가적인 기업 이미지 실추의 가능성을 고려해 불법 제공한 개인정보를 피해자에게 통지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홈플러스 변호사라면 기업 이익을 위해 유출된 개인정보의 유형이나 내용을 통지하지 말라고 했을 것 같다. 왜냐하면, 1) 개인정보 통지 후 여론 악화로 소송인원이 늘 수 있고, 2) 기업 이미지가 오히려 더 실추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이슈가 자연히 가라앉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홈플러스의 4대 혁신안 어떻게 평가하나. 

사탕발림이다. 고객의 개인정보 불법제공에 관한 것은 전혀 없다. 이미지 메이킹이고, 저급한 언론플레이다.

– 검찰 수사 외 정부에선 할 수 있는 게 없나? 규제기관이 구경만 하는 것 같다.

그렇다. 미흡하다고 본다. 유출된 고객정보가 무엇인지 고객에게 통지하지 않는 행위와 관련해 행자부와 방통위는 충분히 액션을 취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경실련과 진보넷은 행자부와 방통위에 유출된 고객 정보를 신속하게 소비자에게 제공할 수 있도록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행자부와 방통위는 적극적으로 나서서 피해자들에게 피해 통지가 신속하게 이뤄지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홈플러스 민사소송 등 참가신청

  • 참여 대상 – 홈플러스 회원
  • 참여 비용 – 1만 원(1심・2심・3심 포함, 인지세・송달료 등 실비사용)
  • 청구 금액 – 1인당 30만 원
  • 참여 조건 – 성공보수 10%
  • 모집 기간 – 3월 9일부터 3월 31일4월 15일까지
  • 입증 자료 – ▲ 홈플러스 카드 촬영
    ▲ 홈플러스 홈페이지 나의 회원정보 캡쳐
  • 변호인단 – 법무법인 지향(정연순, 남상철, 백승헌, 김진, 이상희, 이은우, 김수정, 류신환, 박갑주, 김주혜, 신장식, 김묘희)
  • 신청방법 – 소송신청 페이지(진보넷, 경실련)를 통해 신청

대법원, 유죄 취지로 원심 파기 환송 (업데이트: 2017. 4. 7.)

2017년 4월 7일 대법원(3부, 주심 권순일 대법관)은 경품행사를 이용해 고객 개인정보를 대량으로 수집하고, 이를 보험사에 팔아넘긴 혐의(개인정보보호법 위반)로 기소된 홈플러스와 전·현직 임직원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유죄 취지로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부로 돌려보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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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소개

민노씨
슬로우뉴스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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