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위치:   » 연재 » (영어)교사를 위한 인지언어학 » (영어)교사를 위한 인지언어학 5: 경제, 기계 그리고 메타포

(영어)교사를 위한 인지언어학 5: 경제, 기계 그리고 메타포

인지언어학(Cognitive Linguistics)과 언어교육에 관한 다양한 생각들을 나누어 보고자 합니다. 인지언어학적 세계관과 방법론이 언어를 조금 더 깊이 이해하고 가르치는 데 구체적으로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를 영어교육 관계자 그리고 이 문제에 관심 있는 독자와 함께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필자)

(영어)교사를 위한 인지언어학 목차

인간은 숨 쉬는 동안 계속해서 생각하는 동물입니다. 그래서 사고의 패턴을 이루는 메타포는 늘 우리 곁에 머물게 되지요. 일상은 메타포로 가득 차 있고, 일상 속에서 자주 사용되는 메타포는 사고의 근간을 이루게 됩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이른바 ‘시대정신’은 일상에 은밀하게 스며든 강력한 메타포의 체계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거의 모든 것을 사고팔 수 있습니다. 재화와 서비스가 화폐로 매개되는 시스템은 피도 없고 눈물도 없는 것처럼 보입니다.

이런 시대를 반영하는 것일까요? 언어를 살펴보면 사람은 상품이 되고 경제는 기계가 되어갑니다. 정말로 사람이 법적 매매의 대상이 된다거나, 다양한 주체들의 경제 생태계가 기름치고 광내는 기계가 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하지만 인간을 상품의 기준으로 평가하거나, 경제문제에 대해 기계 고장을 다루는 것 같은 경향이 심화한다는 점은 부인하기 힘들 것 같습니다.

경제, 기계 그리고 메타포

사람은 상품이다?

자기계발서의 홍수 속에서 많은 이들이 ‘스펙을 쌓아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물론 이런 생각이 개개인의 잘못은 아닙니다. ‘스펙’을 쌓지 않으면 생존의 위협을 받게 되는 엄연한 사회경제적 구조의 문제가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스펙’(specification)이라는 용어의 사용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 단어는 원래 기술 상세(technical particular) 즉, 특정한 상품(하드웨어 혹은 소프트웨어)이 갖추어야 할 조건들을 뜻합니다. 제품과 관련하여 쓰여야 할 용어가 사람에게 적용되고 있는 것이지요.

How to sell yourself

(이미지 출처: Freepik)

같은 맥락에서 “셀링 포인트”, “몸값” 등의 표현에서는 드러나는 것은 인간 자신을 스스로 상품화하는 경향입니다. 그저 말뿐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여길 수도 있겠지만, 메타포가 사고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How to sell yourself”는 ‘자신의 장점을 적극적으로 알리는 방식’으로 이해할 수 있지만, 그 이면에는 ‘우수한 상품이 되어 자본주의 사회에 성공적으로 편입하는 법’이라는 뜻이 숨어 있는 것이니까요. 한 경제지의 기사는 이런 경향을 압축적으로 보여줍니다.

“There’s you — imperfect, conflicted, fallible — and then there’s the “you” you’re selling — awesome, cool, superhuman.

Don’t sell yourself well? Think of “you” as a superhero version of yourself. Make a list of your best qualities. Dress the way SuperYou would dress. Talk the way SuperYou would talk. Be SuperYou. Role play. It’s a part. Experiment. This is play.”

출처: 포브스 – How To Sell Yourself (2012년 6월 8일 자)

위의 글은 취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에게 도움을 주려는 취지에서 쓴 것 같습니다. 불완전하고 갈등에 쌓여 있으며 실수하는 자신을 바라보기보다는, 죽여주게 멋진 수퍼맨의 모습을 키워 자기를 ‘팔아보라’는 조언이지요.

씁쓸한 것은 이 조언의 이면에 “진짜 자신”과 “상품으로서의 자신”을 철저히 분리하고, 자신의 상품성을 극대화하지 않으면 직업을 얻지 못하고 사회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는 사실입니다. 취업할 때 우리는 모두 ‘직업 시장’(job market)에 나가는 상품이라는 점을 잊지 말라는 경고인 셈이죠.

경제는 기계다?

사람은 상품으로 종종 비유되지만, 경제 메커니즘은 기계에 비유되곤 합니다. 물론 특정한 기관이나 금융, 군사, 혹은 권력구조 또한 기계에 종종 비유됩니다. 경제를 기계에 빗대 표현하는 일은 흔한 일이어서 쉽게 그 예를 찾을 수 있는데요. 다음에서 몇 가지 예를 살펴보겠습니다.

  • the exchange-rate mechanism: 환율 메커니즘. 환율을 기계에 비유하고 있습니다.
  • fine-tuning economic growth: 경제 성장을 미세하게 조정하기. 원래 fine-tune은 기계를 조정하는 것인데 상당히 넓은 의미로 사용되죠. 경제 분야에도 사용 가능합니다.
  • economic tinkering: 본래 tinker라는 말은 기술도 없고 전문성도 없는데 기계를 고치려고 이것저것 해보는 것을 말합니다.
    • 다른 예: tinkering with the economy by trying various fiscal policies / 여러 가지 예산 정책을 시도해서 어쭙잖게 경제 문제를 해결해 보려고 하다.
  • the economy is sputtering: sputter 라는 단어는 “make a series of soft explosive sounds”라는 의미입니다. (예: The engine sputtered and stopped.) 따라서 economy가 sputter 한다면 경제에 여러 가지 문제가 순차적으로 터지는 것을 말합니다.
  • the economy is overheating: 경제 과열. 기계를 너무 심하게 돌리면 열을 받는 현상을 경제에 적용했네요.
  • the monetary lever has rusted: 통화를 조절하는 것을 monetary lever라고 표현했네요. 통화 조절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을 “통화 조절 밸브가 녹슬었다”는 식으로 표현하지 않았을까 합니다.
  • tightening the screws on the economy: 경제라는 기계에 나사를 단단히 죈다는 의미네요.
  • overhaul the system: overhaul은 기계를 자세히 분석하고 필요하면 분해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말합니다. overhaul 을 경제에 적용하면 이런 식의 표현이 가능하겠지요.

예제 출처: Enhancing metaphoric awareness in specialised reading.

경제가 기계처럼 돌아간다는 표현을 거부하긴 쉽지 않습니다. 사실 우리는 경제 체제를 ‘우리가 사는 동네’보다는 여러 가지 부속으로 만들어진 기계에 비유하는 관행에 너무나 익숙해져 있습니다. 여기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특정한 메타포(경제 = 기계)는 현실의 한 면을 크게 부각하면서 다른 메타포(경제 = 동네)의 등장 가능성을 막는다는 것입니다. 문제는 경제가 기계라는 지배적 메타포 속에서 경제의 주체들, 즉 사람들은 기계 속의 부속으로 이해될 위험이 있다는 것입니다.

메타포와 프레임

경제를 기계에 빗대어 이야기하는 것을 아예 피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경제가 서로 돕는 동네이자, 상생의 생태계라면 어떨까요? 현재 자본주의 인력 ‘시장’에서 개개인의 노동이 상품이 되는 것을 피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특정 기업에 고용되는 것이 ‘팔려가는’ 것이 아니라, 특정 공동체의 주인이 되는 과정이라고 생각할 수는 없을까요?

논쟁에서는 상대방을 공격하고, 자기 입지를 방어하며, 허점을 찌르기도 하지요. 그래서 논쟁은 전쟁입니다. 하지만 논쟁을 탱고나 군무에 비유할 수는 없는 것일까요? 춤추며 서로의 의견을 즐겁게 나누는 일은 불가능한 것일까요? 이와 같은 논의가 말에 그친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겠습니다만, 더 나은 메타포의 창조와 세상을 바꾸려는 노력은 같이 가야 하지 않을까 하는 게 제 생각입니다.

최근 인지언어학의 많은 연구는 어떤 메타포를 사용하는지가 특정한 개념이나 사건에 대한 태도를 바꾸어 놓을 수 있다고 말합니다. 인지언어학자이면서 정치평론가인 조지 레이코프는 “tax relief”와 “tax bomb”의 예를 통해 적어도 최근 수십 년간의 세금 관련 담론에서 민주당은 공화당에 끌려다녔다고 말합니다.

  • tax relief: 감세. relief는 구원투수(relief pitcher)에서처럼 “구원”의 의미가 있습니다.
  • tax bomb: 세금 폭탄. 폭탄은 사람을 살상하고 재산을 파괴합니다.

공화당이 “세금 부과 = 폭탄”, “세금 감면 = 구원”이라는 메타포를 통해 사람들의 마음을 얻는 동안, 민주당은 제대로 된 대항 담론 하나 변변히 내놓지 못했다는 지적입니다. 메타포의 전략적 사용에 실패한 민주당은 세금 관련 프레임 전쟁에서 열세를 면치 못한 것이죠.

참고 문헌

좋은 기사 공유하고 알리기
슬로우뉴스에 커피 한잔의 여유를 후원해주세요. 필자 원고료와 최소한의 경비로 이용됩니다.

필자 소개

김성우
초대필자, 응용언어학자

성찰과 소통, 성장의 언어 교육을 꿈꾸는 리터러시 연구자입니다. "삶을 위한 영어공부"라는 관점에서 영어교육을 새롭게 정의하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산문집 [어머니와 나]를 썼고, ‘영어논문쓰기 특강’을 통해 다양한 분야의 연구자들과 만나고 있습니다.

작성 기사 수 : 72개
필자의 페이스북 필자의 트위터

©슬로우뉴스 | 개인정보취급방침 | 청소년보호정책 | 슬로우뉴스 안내 | 제보/기고하기 | 제휴/광고문의
(유)슬로우미디어 | 전화: 070-4320-3690 | 등록번호: 경기, 아51089 | 등록일자 : 2014. 10. 27 | 제호: 슬로우뉴스 | 발행인: 김상인 | 편집인: 강성모
발행소: 경기 부천시 소사로 700번길 47 1동 506호 (원종동, 삼신) | 발행일자: 2012. 3. 26 | 개인정보관리/청소년보호책임자: 강성모

Scroll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