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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워스트 운영자이자, 충격고로케로 언론계에 반향을 일으켰던 이준행 님이 최근 기레기 콜렉션 이라는 블로그를 오픈했습니다. 하지만 무슨 연유인지 다른 사람에게 넘어갔고, 새롭게 바뀐 운영자와 어렵사리 연락이 닿아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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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레기 콜렉션에 대해 설명해달라

“챙피한 그 기사, 캡쳐해서 영구박제”라는 표어에서 알 수 있듯, 기자나 언론의 어처구니없는 행각을 포착해 박제하고 있다. 이미 실시간 검색어를 따라 기사를 쓰는 행태는 익숙할 거다. 하지만 그 외에도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의 어처구니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무리한 취재요구나 원작자의 허락을 받지 않고 도용을 한다든지 하는 일 말이다. 이런 모든 일을 모아서 소위 ‘아카이브’하고 있다.

– 아카이브, 소위 박제하는 게 어떤 의미가 있는가

이준행 님 블로그에도 나와 있듯,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에서 떠들어 대는 건 금방 잊혀진다. 검색하는 법이 있긴 하나 찾아보기는 어려우니까. 하지만 이렇게 모아 놓게 되면 계속 기록에 남기 때문에 좀 더 언론사에 압박이 가해지는 것 같다.

– 왜 운영을 넘겨받았는가?

이준행 님이 혼자서 힘들어하는 것 같아 은근슬쩍 제안을 드렸다. 처음에 이 ‘기레기 콜렉션’을 보면서 저렇게 유명인이 운영해도 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여기저기서 삭제, 수정해달라는 요청이 들어왔다고 하더라. 차라리 내가 익명으로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고 운영하면 좀 더 자유롭게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맡기로 결정했다.

이준행 님이 아이디를 넘겨 줄 때 한 말이 기억난다. “귀찮고 짜증나는데 잘됐네요. 아이디 드릴게요.”

https://twitter.com/rainygirl_/status/543948882577596417

– 그럼 기자나 언론사에서 자기 사례는 내려달라는 요청이 앞으로도 많을 것 같은데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정당한 요청이 있을까 싶다. 이미 나와 있는 기사를 캡쳐해서 보여주는 것인데 사실관계가 틀릴 가능성은 아예 없지 않겠나. 차라리 이걸 내려달라는 요청을 하거나 해명을 할 시간에 겸허히 사실을 받아들이고 좀 더 좋은 언론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줬으면 한다.

그래도 해명할 일이 있다면, 트위터 계정(@giregi_giregi)에 멘션으로 말해달라. 하지만 말도 안 되는 요청이라면 그 요청(트윗)까지 박제하겠다.

– 혼자 운영하는가?

수많은 제보자가 있다. 그리고 혼자 운영한다고 보기 어렵다. 한국의 수많은 기레기들과 함께 운영하고 있다고 보면 되겠다. 기레기 여러분 사랑해요.

– 이런 웃기지도 않는 기사를 보면 어떤 생각이 드는가?

웃기지도 않는다니. 엄청 웃긴다. 이걸 보라. 제목부터 대단하지 않은가.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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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의 기사 “팔 빠졌겠다” 라니…

이런 기사를 보다 보면 진짜 듣보잡 같은 언론사도 있지만, 누구나 들어봤을 법한 언론사도 있다. 하지만 하는 짓은 큰 차이가 안 난다. 기자 하나하나를 놓고 보면 분명 훌륭한 기자도 있겠지.

그러나 언론사 전체로 보면 똑같다. 대형언론사도 별도의 조직을 꾸려 실시간 검색어 기사를 양산하고 있다. 아니 대형언론사가 더 한다고 할까. 듣보잡들은 실시간 검색어 따라가기도 버거워서 헉헉거리고 있다면 대형언론사는 이것도 하면서 다른 웃기는 짓거리도 서슴지 않는다.

채집된 사례 중 무리하게 취재원을 확보하려는 케이스들을 보면 참 한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제 딴에는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서 그랬다고 변명하겠지. 난 별로 알고 싶지 않던데?

어쨌든 내 취미활동을 할 수 있게 해줘서 이 자리를 빌려 고맙다는 말을 꼭 하고 싶다. 고마워!

– 하는 일이 뭔가?

노코멘트 하겠다.

– 기자인가?

노코멘트 하겠다.

– 앞으로 한국 저널리즘의 미래는 있다고 보는가?

저널리즘이 한국에 존재했나? 이미 없어진 지 오래가 아니고? 없어진 존재에 대해 미래가 있는지를 논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본다. 이미 자본이 저널리즘을 집어 삼킨 지 오래이지만, 기자들은 자기들이 자본의 위액에 녹고 있다는 사실을 잘 모르는 듯하다. 끓는 물 속의 개구리가 돼서 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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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mes Lee, frog in a pot 5 (CC BY 2.0)

그나마 희망이라고 볼 수 있는 건 여기저기서 작지만 알찬 미디어 스타트업들이 생겨나고 있다는 점이겠다. 저널리즘이라는 사어(死語)의 굴레에 구속받지 않고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려고 노력하는 점이 멋져 보인다. 화이팅!

– 어떻게 운영해나갈 건가?

운영이랄 것도 없다. 말도 안 되는 기사를 보면 캡쳐해서 짤막한 설명 한 줄과 함께 텀블러에 올린다. 트위터 계정도 만들었는데, 텀블러에서 포스팅이 되면 자동으로 트위터로 올라가게 되어 있다. 지금은 그냥 트위터와 텀블러 정도만 할 생각이다.

트위터 계정을 만들고 하루 만에 팔로워가 100명이 넘었다. 텀블러도 팔로워가 100명 정도 된다. 계속 양쪽 팔로워가 늘고 있는데 그만큼 사람들이 이런 언론의 행태에 관해 관심이 있다는 것 아닐까.

– 어디서 이런 사례들을 찾는가?

제보도 꾸준히 들어오고 있고, 워낙 사례가 많아서 소재고갈의 우려는 없다. 특별히 찾지 않아도 눈에 보인다.

– 충격 고로케가 열려있는 동안 모 신문사는 ‘다른 신문사가 낚시를 저렇게 잘하니, 우리는 낚시를 더 열심히 해야 한다’는 식의 내부 독려가 있었다고 한다. 이런 구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질문을 받고 나니 ‘기레기 콜렉션’도 그런 의도로 활용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다른 언론사에선 이렇게 하니 우리도 이렇게 하자는 식으로 말이다. 한심하지만 내가 박제할 거리는 많이 생길 것 같다. (웃음)

– 혹시 신문사에 아는 분들이 많이 있나. 그분들의 반응은 어떤가

이건 내 정체가 드러날 수 있는 질문이니 노코멘트 하겠다.

– 기레기 콜렉션을 운영의 궁극적인 목표는 무엇인가

그렇게 거창한 목표는 없다. 작은 바람이 있다면 이걸 통해 아주 조금이나마 언론계가 바뀌었으면 한다.

– 종교인이 얽힌 다양한 사건에서도 “일부 종교인들의 일탈”이라면서 종교인을 싸잡아 욕하는 행태에 대해서는 거부감을 보이는 사람들이 많다. 기레기라는 표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기자뿐만 아니라 한국 사회에선 종종 사람들이 자신의 직업을 낮춰 부르곤 한다. ‘쟁이’라는 단어를 직업 뒤에 붙여서 자조적인 입장을 취한다. ‘글쟁이’, ‘그림쟁이’ 같은 것처럼 말이다. 아니면 ‘딴따라’나 ‘공돌이’ 같은 것도 비슷한 맥락이라고 볼 수 있겠다.

남들이 그렇게 부르는 경우도 있지만, 오히려 본인이 직접 자신이 하는 일을 이렇게 부는 경우를 흔하게 본다. 그러지 말았으면 좋겠다. 자신이 가진 직업에 대해 좀 더 자긍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기자들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남들이 ‘기레기’라고 부르더라도 ‘기자’라는 직함에 자긍심을 가지고 일했으면 좋겠다.

난 아직 훌륭한 기자들이 남아 있다고 믿는다. 세월호 사태 때도 기레기들이 넘쳐났지만, 그중에서도 빛나는 기자들과 기사들이 있지 않았나. 자기 자신을 기레기라고 부르는 순간 기레기가 되는 거다.

내가 이런 박제를 하지 않아도 되게 매일 같이 훌륭한 기사들만 봤으면 좋겠다.

– 마지막으로 한마디 한다면?

제보 많이 해달라. 열심히 박제해보겠다.

그리고 프로필 사진을 구하기 귀찮아서 대충 기레기와 운율이 맞는 기러기 사진을 박아놨다. 커버 사진은 아예 있지도 않고 말이다. 혹시 좋은 아이디어 있으면 이것도 의견을 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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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댓글

  1. 이건 내 정체가 들어날 수 있는 질문이니 노코멘트 하겠다.
    -> ‘드러날’이 맞겠죠?
    인터뷰 기사 잘 봤습니다!

  2. 같은 맥락에서 ‘바램’은 ‘바람’으로…
    저도 사실 바램이 입에 더 붙긴 하는데
    이번 개정에 안 들어있어서 좀 서운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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