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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x type=”note”]얼마 전에 김진우 님이 기고한 “2014 허생전”이 많은 분들의 사랑을 받았습니다. 당시 김진우 님은 2014년의 허생이 어떻게 하여 1조 원의 자본금을 더욱 크게 만들었는지에 대해서는 생략했습니다.

이에 슬로우뉴스는 이 생략된 부분을 채워주시라는 공모전을 열었고, 반란군놈 님이 보내주신 내용을 대상으로 선정했습니다. 아래의 글은 반란군놈 님이 김진우 님의 글로부터 이어받은 “2014 허생전”에서 생략된 부분입니다. 함께 보시죠. (편집자)[/box]

2014 허생

허생은 1조를 입수하자, 다시 자기 집에 들르지도 않고 바로 증권사로 들어갔다. 주식시장은 개미, 기관들의 돈이 모여있는 곳이요, 떡밥의 발현지이기 때문이다. 거기서 3D 프린터, 태양광, 2차전지며 바이오, IT, LED 등의 산업 테마주를 모조리 최유리 지정가로 매입했다.

허생이 산업 주식을 몽땅 쓸었기 때문에 온 나라가 급등한 코스닥을 보고 고등학생도 돈을 싸들고 증권사로 달려가기에 이르렀다. 얼마 안 가서, 허생에게 시장가에 매도했던 개미들이 도리어 10연상 상한가로 사가게 되었다.

10연상 차트
10연상은 우스웠던 허생

허생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1조 원으로 온갖 주식의 값을 좌우했으니 우리나라의 형편을 알만하구나.”

그는 다시 정치 테마주로 넘어가서 반기문과 어떻게든 연이 닿았던 기업들의 주식을 사들이며 말했다.

“몇 달 지나면 나라 안의 사람들이 정치권의 사람을 믿지 못할 것이다.”

허생이 이렇게 말하고 얼마 안 가서 과연 반기문이 차기 대권 선호도 1위를 차지하며 관련 테마주가 10연상을 치게 되었다.

허생은 공인중개사를 만나 말을 물었다.

“혹시 사무실로 쓰기 좋은 건물 없던가?”

“있습지요. 서울 외곽 구석으로 들어가다 보면 가든파이브라는 건물이 나옵지요. 청계천을 갈아엎을 때 상인들을 옮겨준다고 지은 건물인데 유동인구가 별로 없어 휑하니 장사가 안되어 상인들이 다 빠지고 그냥 사무실로 쓰기가 좋습니다.”

그는 대단히 기뻐하며,

“자네가 만약 나를 그곳에 입주시켜준다면 국토부가 인하시키기 전의 수수료를 챙겨주지.”

라고 말하니, 공인중개사가 기뻐하며 그러기로 승낙을 했다.

http://www.youtube.com/watch?v=Bd8ptEVFtok&list=PL66EC6FD7A0F6FC32

드디어 지하철을 타고 장지역에 도착하여 건물과 그 주위를 주욱 둘러보고 실망하여 말했다.

“주변 인프라가 없으니 무엇을 해보겠는가? 조용하고 새 건물이니, 단지 CEO는 될 수 있겠구나.”

“텅 빈 사무실에 사람이라곤 하나도 없는데, 대체 누구를 뽑아서 회사를 한다는 말씀이오?”

공인중개사의 말이었다.

“대우를 잘해주면 사람이 절로 모인다네. 대우를 못 해줌이 두렵지, 사람이 없는 것이야 근심할 것이 있겠나?”

이때, 여러 회사에서는 수천의 연구원들이 해외 이직을 준비하고 있었다. 우리나라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싶었으나 수직적 조직문화가 너무 답답하고 외국계 기업이 제안하는 조건이 좋아 곤란한 판이었다. 허생이 연구소 소장을 찾아가서 우두머리를 달래었다.

“외국으로 이직하면 돈은 얼마나 더 받지요?”

“1.5배는 되지요.”

“거기 친척이라도 있소?”

“없소.”

“원래 외국으로 너무 가고 싶었던 것이오?”

연구원들이 어이없어 웃었다.

“그렇다면 애초에 이민을 가지 왜 해외로 이직을 하겠소?”

“정말 그렇다면, 왜 우리나라에서 일을 하고 연구하지 않는가? 그럼 입에 맞는 음식 먹으면서 집에는 부부의 낙이 있을 것이요, 명절에는 친척들과 화목하게 윷놀이도 할 수 있을 텐데.”

“아니, 왜 바라지 않겠소? 다만 대우가 너무 넘사벽이고 모든 일이 까라면 까야 하니 그렇지요.”

해외 인재 유출

허생은 웃으며 말했다.

“내가 능히 당신들을 위해서 마련할 일이 있소. 내일 각자의 이메일을 열어보오. 어떤 회사보다 최고 대우의 근로계약서와 자유로운 연구를 약속할 테니 맘에 들면 찾아오시구려.”

허생이 연구원들과 언약하고 내려가자, 연구원들은 모두 그를 미친놈이라고 비웃었다.

이튿날, 연구원들이 이메일을 열어보았더니, 과연 허생이 보낸 조건이 어떤 외국계 회사보다 나았다. 모두들 대경해서 허생 앞에 줄지어 이력서를 보냈다.

“오직 사장님이 시키신 대로 하겠소이다.”

허생은 몸소 이천 명의 자리를 준비하고 기다렸다. 연구원들이 빠짐없이 모두 모여들었다. 허생이 이직 예정이던 연구인력을 몽땅 쓸어가서 해외 인재유출이 없었다. 드디어 다들 가든파이브에 짐을 풀고 일을 시작했다.

그들은 사업 아이템부터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고 끝없이 토론했다. 열린 분위기에서 사소한 문제점도 모두에게 공유되니 금방 해결방안이 나오게 되었다. 앞으로 회사를 이끌어갈 3가지 핵심분야를 정해 지속적으로 발전시키고, 나머지 아이템들은 IPO 후에 매각하였다.

신성장동력을 찾던 기존의 대기업들이 신기술을 가진 벤처를 한참 인수하고 있는 차라 모두 매각하니 100조를 벌게 되었다.

100조 원

허생이 탄식하면서,

“이제 나의 조그만 시험이 끝났구나.”

하고, 이에 연구원 이천 명을 모아놓고 말했다.

“내가 처음에 너희들과 이 사무실에 들어올 때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함께 키워 애플과 구글을 넘는 기업을 만들려고 하였더니라. 그런데 특허분쟁에 규제까지 심하니 나는 이제 여기를 떠나련다. 다만, 신입사원을 받거들랑 학연, 지연, 혈연을 배제하고, 임원들은 자만하고 독단하지 말라.”

하고 50조를 다른 스타트업에 투자하며,

“돈이 없어 걸출한 아이디어가 실현되지 못한다면 얼마나 슬프랴!”

했다. 그리고 낙하산으로 들어온 자들을 모조리 해고하면서

“이 회사에 화근을 없애야 되지.”

했다.

허생은 나라 안을 두루 돌아다니며 가난하고 의지 없는 사람들을 구제했다. 그러고도 돈이 10조가 남았다.

“이건 이 씨에게 갚을 것이다.”

허생이 가서 이 씨를 보고

“나를 알아보시겠소?”

하고 묻자, 알아보지 못하는 눈치였다. 그러자 옆에 있던 이 씨의 아들이 대신 대답하였다.

“뇌물공여죄로 검찰수사 한번 안 받다니, 혹시 1조 원을 실패본 것 아니오?”

떡

허생이 웃으며,

“여기저기 찔러주며 회사를 키우는 건 당신들 말이오. 1조 원이 어찌 도를 살찌게 하겠소?”

하고, 10조짜리 자기앞수표를 내놓았다.

“내가 하루아침의 갈굼을 견디지 못하고 융복합 소양 쌓기를 중도에 폐하고 말았으니, 당신에게 1조를 빌렸던 것이 부끄럽소.”

이 씨의 아들은 대경해서 일어나 절하여 사양했지만, 허생의 고집을 꺾을 수는 없었다. 이 씨의 아들은 그럼 에버랜드 전환사채라도 받아달라고 하자 허생이 잔뜩 역정을 내어

“당신은 나를 삼엽충으로 보는가?”

하고는 소매를 뿌리치고 가버렸다.

이 씨는 가만히 그를 따라 1호선을 탔다. 허생이 노량진에서 내려 조그만 원룸으로 들어가는 것이 멀리서 보였다. 한 고시생이 길가에서 컵밥을 먹는 것을 보고 이 씨가 말을 걸었다.

“저 조그만 원룸이 누구의 집이오?”

“노량진 허생네 집이지요. 고시도 안 보는데 고시촌에서 공부만 하고 있어서 허구한 날 생쇼한다고 허생이라고 부릅지요. 저 형 이 동네에서 유명해요.”

이 씨는 비로소 그가 고시 낭인임을 알고, 탄식하며 돌아갔다.

이튿날, 이 씨는 받은 돈을 가지고 그 집을 찾아가서 돌려주려 했으나, 허생을 받지 않고 거절하였다.

“내가 부자가 되고 싶었다면 100조 원을 버리고 10조 원을 받겠소? 이제부터는 당신의 도움으로 살아가겠소. 당신은 가끔 나를 와서 보고 고구려 월식이나 끊어주고 방세나 내주도록 하오. 일생을 그러면 족하지요. 왜 돈 때문에 정신을 괴롭힐 것이오?”

고시식당 고구려
고시식당 고구려. 월식 두 끼: 185,000원, 월식 세 끼: 210,000원

이 씨는 허생을 여러 가지로 권유하였으나, 끝끝내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이 씨는 그때부터 허생이 월세가 밀릴 때쯤 되면 몸소 찾아가 도와주었다. 허생은 그것을 흔연히 받아들였으나, 혹 전세라도 얻어주려고 하면 좋지 않은 기색으로,

“나에게 재앙을 갖다 맡기면 어찌하오. 날더러 2년마다 전세금 올려주라는 것이오?”

하였고, 혹 양주를 들고 찾아가면 아주 반가워하며 서로 폭탄을 말아주며 취하도록 마셨다.

이렇게 몇 해를 지나는 동안에 두 사람 사이의 정의가 날로 두터워 갔다. 어느 날, 이 씨가 5년 동안에 어떻게 100조 원이나 되는 돈을 벌었던가를 조용히 물어보았다. 허생이 대답하기를,

“그야 가장 알기 쉬운 일이지요, 한국의 주식시장이 금감원의 감시가 허술하고 외국인이 휘두르면 개인과 기관이 끌려다니는 터라 시장이 불안하지요. 무릇, 천억은 적은 돈이라 한가지 테마를 띄울 수는 없지만, 그것을 열로 쪼개면 백억이 열이라, 또한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서 리스크를 줄일 수 있으니, 이것은 보통 이를 취하는 방법으로 조그만 펀드매니저들이나 하는 짓 아니오?

대개 1조를 가지면 족히 한가지 테마에 불을 지를 수 있기 때문에, 바이오면 바이오 전부, IT면 IT 전부, 태양광이면 태양광 전부를 마치 엄청 뜨고 있는 업종인 것처럼 할 수 있지요. 다른 주식은 제자리인데 한가지 테마만 10연상을 치고 있다면 개미들이 눈이 뒤집혀 달려들 것인데, 이는 개인투자자를 해치는 길이 될 것입니다. 나중에 세력들이 만약 나의 이 방법을 쓴다면 개미들은 반드시 한강에서 정모하게 될 것이오.”

“처음에 아버지가 선뜻 1조 원을 뀌어줄 줄 알고 찾아와 청하였습니까?”

허생은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당신 아버지만이 내게 꼭 빌려줄 수 있었던 것은 아니고, 능히 1조 원을 지닌 사람치고는 누구나 다 주었을 것이오. 내 스스로 나의 재주가 족히 100조는 벌 수 있다고 생각했으나, 로또 1등도 토요일이 되어야 아는 것을, 낸들 그걸 어찌 알겠소? 그러므로 능히 나의 말을 들어주는 사람은 복 있는 사람이라, 반드시 더욱더 큰 부자가 되게 하는 것은 하늘이 시키는 일일 텐데 어찌 주지 않았겠소? 이미 1조 원을 빌린 다음에는 그의 돈복에 의지해서 일을 한 까닭으로, 하는 일마다 곧 성공했던 것이고, 만약 내가 사사로이 했었다면 성패는 알 수 없었겠지요.”

이 씨가 이번에는 딴 이야기를 꺼냈다.

“방금 삼성맨들이 애플과 샤오미를 누르고 글로벌 기업으로 우뚝 서고자 하니 선생과 같은 인재가 필요한 시기입니다. 선생의 그 재주로 왜 노량진 원룸에만 있으려 하십니까.”

“어허, 자고로 대기업에서 일하는 건 몸이 축나는 법이오. 돈을 많이 받아도 주는 만큼 부려 먹는다는 소릴 듣고, 또 당신이 부회장 자리에 있는 것처럼 연줄이 없으면 살아남기 힘드니 돈도 빽도 없는 나는 금방 밀려나기 마련이지. 또 죽을 만큼 일해서 계열사 사장을 달아도 기업논리로 또 한화의 가족이 되어버리니, 나는 장사를 잘하는 사람이라 내가 번 돈이 족히 삼성동 한전부지를 10개를 살 만하였으되, 벤처에 투자하고 돌아온 것은, 도대체 쓸 곳이 없기 때문이었지요.”

이 씨는 한숨만 내쉬고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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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댓글

  1. 기발하군요. 전후반부 쓰신 분도 대단하고, 이글 쓰신 분도 대단합니다. 이런 거 정기적으로 보여주시면 재밌겠습니다.

  2. 자주민보 정찬희 기자입니다. 정말 저도 퍼가서 기사화 하고 싶은 명문장 이십니다. 혹여 퍼가도 될런지 정중히 여쭙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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