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x type=”note”]이 글은 미디어 컨텐츠 생산과 유통의 불균형을 ‘원고료’를 예시로 해 풀어낸 글입니다. 그 맥락은 2012년 당시 페이스북, 트위터 등을 통한 정보 유통상의 대변화이고, 그 관점은 ‘소셜 시프트’입니다. 필자인 맘초무 님은 현재 일본 IT업체에서 일하며 IT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편집자)[/box]
2012년. 마야 문명이 예언한 종말의 해라고도 하지만, 미디어 업계에서는 두 가지 아주 큰 이슈가 떠오르는 큰 전환기이기도 하다. 그중 하나가 2011년 말부터 이야기되고 있는 ‘빅 데이터’이고, 또 하나가 경영과 마케팅 쪽에서 이야기되고 있는 ‘소셜 시프트(Social Shift)’라는 용어다.
소셜 시프트
소셜 시프트란 아주 단순하게 설명하자면 이런 개념이다.
“생활인에게 유효한 정보를 스스로 공유(share)하게 하여 시장 전체를 견인한다.”
다시 말해 마케팅의 중심이 기업이 일방적으로 제공하는 정보에서 고객 스스로 유효한 정보의 가치를 결정지어 기업과 상품의 성공 여부를 결정한다는 개념이다.
정보 공유의 가장 핵심적인 도구로 주목받는 것이 ‘소셜 미디어’다. 소셜 미디어를 통해 퍼지는 정보에는 생활인 스스로 접하는 인적 네트워크의 가치 판단이 선행되기 때문에 기업의 사회적 활동이 정보 공유의 가장 유효한 판단 기준이 된다는 것까지 확장된다.
그래서 표면적으로 보자면 소셜 시프트 환경에서는 기업 마케팅의 핵심적인 요소가 ‘좋은 제품’, ‘사회적 신뢰’, ‘사회 공적 활동’ 등에 의해서 결정된다고 할 수 있다.
4P에서 STP로 그리고 CRM으로
1. 4P
과거 마케팅은 1961년 제롬 매카시(Jerome McCarthy)에 의해 제창된 4P 이론에 의해서 주도되었다. 적절한 제품(Product)에 적절한 가격(Price)을 붙여서 적절한 장소(Place)에서 팔면서 적절한 판촉(Promotion)을 한다. 이것이 가장 기초적이고 고전적인 마케팅 방법론이다.
2. STP
이것이 1970년대 오일 쇼크를 겪으면서 글로벌 경제의 성장 동력이 아시아의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이동하며 소위 말하는 ‘소비자 중심의 가치 창출’이 강조되기 시작한다. 시장을 세분화(Segmentation)해서 그중에서 집중해야만 할 분야를 선택(Targeting)해 고객에 대한 독자적인 혜택을 제공(Positioning)하는 이른바 STP 어프로치가 마케팅의 주류가 되었다.
3. CRM
이렇게 발전하던 시장은 점차 하나의 제품 카테고리에 대한 시장 점유율이 포화 상태에 이르자 신규 고객을 개척하는 방법론에 대한 고민에 빠졌고, 이에 따라 기업과 고객의 관계성을 중시하는 CRM(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가 등장하게 된다.
고객 관계성이란 크게 2가지 관점으로 나누어 생각해볼 수 있는데, 하나는 소비의 계속성이고, 또 하는 소비 패턴의 데이터베이스화이다.
소비의 계속성이란 정말 단순히 똑 같은 물건을 계속해서 소비하게끔 하는 방법이다. A라는 치약을 사는 사람에게 계속해서 A라는 치약만을 사도록 유도하는 것을 의미한다.
소비 패턴의 데이터베이스화란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샀는가’를 DB화하는 것이다. 이 두 가지 개념은 쉽게 말해서 소비자를 하나의 특정 브랜드의 카테고리 안에 묶어 두는 방법론인데, 소니나 애플 같은 회사들이 하는 것도 이런 CRM의 연장에 불과하다. 이노베이션으로 가치를 창출한다고 하는 말도 어찌 보면 포장에 불과하다.
소셜 시프트 = 다단계?
4P, STP, CRM에 이어서 새로운 개념처럼 등장한 소셜 시프트는 여러 미사여구로 포장되어 있지만, 큰 틀에서 보자면 기존의 멀티 상법(Multi-level Marketing System, 일명 ‘피라미드’)와 크게 다르지 않다.
상품에 대한 정보를 권위 있는 전문가나 기관에 의지하지 않고, 자신이 평소 신뢰할 수 있었던 친족이나 지인에 의해 공유된 정보에 의지한다는 바이럴 상법은 멀티 상법의 아주 고전적인 수법 중 하나다.
그리고 기업의 사회적 공헌과 환경에 보호 활동, 이런 것을 바탕으로 한 제품의 공정한 생산 방식 등도 모두 오래전부터 멀티 상법 전문 기업들이 해오던 방식이다. 다단계 기업으로 유명한 암웨이의 방식을 보면 아주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소셜 시프트라는 개념은 좋게 말하면 고객에 의한 상품과 기업 가치의 창출이지만, 나쁘게 말하면 멀티 상법을 조금 부드럽게 배열한 것에 불과하다. 기업의 상품 홍보를 개인의 인적 네트워크에 의지하고, 이에 따른 이익을 주겠다는 개념이 피라미드와 다른 점은 본질에서 존재하지 않는다. 다시 말해 소셜 시프트라는 것도 새롭게 등장한 그 무엇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정보는 어디에서 오는가?
내 의도는 이 소셜 시프트라는 개념을 비판하자는 것은 아니다.
사회가 이미 그러한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으며, 그 흐름을 막을 방법은 없다. 조금 마음에 들지 않는 방식이라도 흐름에는 따라가야 하는 것이 인간의 숙명. 내가 문제 삼고 싶은 것은 그럼 우리가 접하는 정보는 도대체 어디에서 오는가 하는 근본적인 문제다.
애당초 소셜 미디어를 통한 정보 공유가 주목 받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정보의 유통량과 수용량의 불균형에서 비롯된다. 일본 총무성은 2009년 보고서를 통해 일본의 1년에 유통되는 정보는 7.6 x 10^21비트인데 반해, 소비되는 정보는 2.9 x 10^17비트로 유통 정보의 0.004%만이 소비되는 것으로 분석했다.
유통 정보의 99.996%가 그냥 소비되지 않고 버려진다는 말이다.
살아남은 0.004%의 정보
이 불균형은 한국에서는 더 심각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렇게 되다 보니, 정보의 유통권을 쥐고 있는 기업이 기업 마케팅이나 정치적인 활동에 대한 강력한 힘을 가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많은 이들은 이 정보를 유통하는 주체가 포털이나 검색 엔진에서 인적 네트워크로 이동하는 것에 대해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고, 시장 전체가 이에 맞춰 태세를 바꾸려 하고 있다. 이것이 소셜 시프트의 실체다.
하지만 나는 유통 경로나 유통의 주체보다는 수용되는 0.004%의 정보에 더 주목해보자. 살아남은 0.004%의 정보는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누가 만들어 내는 것일까?
정보 유통량의 팽창과 창작자의 소외
소셜 미디어를 분석하는 많은 전문가들이 소셜 미디어 등장 배경에는 자본주의의 시스템에서 오는 한계가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나는 이런 분석조차도 하나의 마케팅 문구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결국, 소셜 미디어의 등장으로 바뀐 것은 정보의 유통권을 쥐고 있는 자본가밖에 없다.
유통 방법이 바뀌어도 정보를 생산하는 방식은 여전히 변화하지 않았다. 바로 유효한 정보를 지닌, 혹은 그것을 창작할 수 있는 누군가가 정보를 텍스트나 사진, 영상 등의 방법으로 창작해서 최초로 게재해야만 한다. 다시 말해 공유될 코어 콘텐츠가 만들어지지 않는다면 정보의 유통망은 무의미하다.
하지만 코어 콘텐츠를 창조하는 수많은 이들은 이 변화 속에서 소외당하고 있다. 왜냐하면, 정보의 유통량이 늘어난 만큼 정보 그 자체의 단가가 떨어지면서 충분한 경제적인 대가를 제공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보는 공짜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정보는 공짜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어떠한 글을 쓰든 간에 그 글을 쓰기 위한 지식의 습득, 경험, 체험, 만남, 대화 등의 다양한 액션이 선행된다. 그리고 그것이 종합되어 나오는 것이 우리가 흔히 정보라고 부르는 하나의 기사이다. 그러므로 프로가 불과 30분이면 써낼 수 있는 A4 1장 분량의 기사는 그 기사를 쓰기 위한 수많은 사전 작업이 동반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런 사전 작업이 더 길고 많아질수록 정보는 양질이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사전 작업이 부실해질수록 정보는 정제되지 않은 질 낮은 것이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단순히 포털 사이트의 ‘퍼가기’ 버튼 한 번 눌러서 댓글로 ‘님 퍼가요~’를 남기는 그 몇 초 동안의 시간, 페이스북에서 링크 하나 따 붙이면 자동으로 페이지를 불러오는 동안의 그 2~3초 동안의 시간으로는 측정되기 힘든 가치를 갖고 있다.
하지만 누가 만든 정보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하지만 이 가치는 올바른 평가를 받지 못한다. 왜냐면 정보가 발행된 순간 소셜 미디어라는 거대한 유통망을 통해서 번져나가고, 그 과정에서 처음 콘텐츠를 생산한 사람이 누구인가는 별다른 의미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불어서 많은 사람이 쏟아지는 정보량에서 조금이라도 더 많은 양의 정보를 수용하고자, 화제에 따르는 습득 비용(시간과 노력과 사전 지식)이 많이 드는 정보를 포기하는 사례가 많아졌다. 다시 말해 깊이 있는 정보를 원하는 소비자는 이제 그다지 많이 남아 있지 않다.
유저 컨텐츠 공짜로 삥뜯기 시스템
한 때 미디어 업계, IT업계에 UCC(User Created Content)라는 말이 유행처럼 번져나가던 시절이 있었다. 용어 자체는 한국에서 만들어진 콩글리시였다. 서구권에서는 비슷한 용어로 UGC(User Generated Content)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또 다른 용어로는 CGM(Consumer Generated Media)라고도 불렸다.
어떻게 불리든 간에 이 개념의 공통점은 코어 콘텐츠의 제작을 소비자 스스로 담당한다는 것이다. 그럴듯하게 포장하자면 ‘소비자 스스로 가치를 창출하는 유저 생산 콘텐츠’라고 할 수 있지만, 냉정하게 사실 그대로 이것을 평가하면 다음과 같다.
‘기업이 정보와 콘텐츠 생산에 당연히 내야 할 돈을 내지 않고, 소비자에게 무상으로 콘텐츠를 제공하도록 하여 기업의 재무제표상의 수치를 높이는 기법.’
소비자 제작 미디어가 바꾼 세계… 정보는 공짜
물론 CGM의 긍정적인 기능을 무시하거나 부정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CGM의 대두는 많은 것들을 바꿨다. 긍정적인 변화들은 내가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부정적인 변화는 사람들 대부분에게 정보를 돈 주고 살 가치를 느끼지 못하게 만들었다는 점이다. 그로 인해 정보 하나하나의 단가는 비참할 정도로 떨어져 버렸다. 특히 한국에서는 이런 현상이 너무 심각하고 빠르게 진행했다.
소위 말하는 ‘원고료’의 가격은 극단적으로 떨어졌고, 유료로 글을 게재할 기회도 사라지면서 직업적으로 글을 써서 먹고 사는 것은 사실상 힘들어졌다.
물론 기업들은 소위 말하는 파워 블로그를 지원하기도 하지만, 그들이 가져가는 바이럴 효과에 의한 경제적인 이득에 비해 블로그에 지급되는 금전적 대가는 차마 언급하기도 힘든 수준이 아닌가 생각한다. 바로 옆 나라인 일본과 비교해보아도 그 격차가 너무 심하다.
7만 원짜리 기사에 투자하는 비용은 대략 ‘이틀’
90년대 중반에 내가 받던 원고료는 A4 1장에 13,000원 정도였다. 2000년대 초반에 내가 받던 원고료는 A4 1장에 3만 원 정도였다. 2000년대 중반에 와서야 내가 받는 원고료는 A4 1장에 5만 원 정도가 되었다. 그리고 지금(2012년)은 A4 1장에 평균적으로 7만 원 정도를 받는다.
7만 원의 원고료에서 기대할 수 있는 기사의 퀄리티는 어떤 것일까?
나는 일본에 살고 있기 때문에 요즘은 대부분 일본과 관련된 내용을 의뢰받는다. 간단하게 작성할 수 있는 주제도 있지만, 가끔은 상당한 정보 습득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정보 습득을 위해 서점에서 책 1권만 사도 대략 1,800~1,900엔 정도를 쓴다.
또 이것을 전부 읽어야 한다. 1권의 책을 읽는데 3~4시간 정도가 필요한데, 내가 회사에서 받는 연봉을 기준으로 시급을 계산해보면 이미 그 시점에서 적자다. 그리고 또 인터넷도 검색해야 하고, 각종 영상이나 잡지를 찾아봐야 하는 경우도 있다. 이것 모두가 노동이다.
단 1~2페이지의 기사를 나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퀄리티로 쓰는 데는 대략 이틀 정도의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점점 더 알맹이가 사라진다
하지만 나는 대게 이렇게 하지 않는다. 받은 돈에 비해서 해주어야 하는 내 비용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것은 나뿐만이 아닌 대부분의 라이터(writer)들에게 해당하는 이야기일 것이다. 자존심, 취미, 인맥 등으로도 극복할 수 없는 벽이 존재하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이 점차 심화한다. 현재의 소셜 미디어에는 알맹이가 없다고 생각한다. 특히 한국에서는 그 정도가 더 심하다.
정보 공유는 빠르게 이루어지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유통망에 불과하다. 따라서 어디선가는 코어 콘텐츠가 만들어져야 한다. 하지만 그러한 코어 콘텐츠의 생산량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 코어 콘텐츠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사람은 아무리 유통망이 확대되어도 제한되어 있기 때문이다.
“페이스북에 멋진 글을 쓰시면 되잖아요?”
“너무 사고방식이 낡은 것 같으시네요? 페이스북에 멋진 글을 쓰시면 되잖아요?” 라고 질문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페이스북에 글을 쓴다고 해서 나에게 어떠한 경제적인 이득이 발생하는가? 물론 이렇게 글을 쓴다고 해서 나에게 경제적인 이득이 발생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여기에 이런 글을 쓰는 이유는 이런 행위를 통해서 내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대중에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그 목적 때문에 이런 글을 쓸 수 있다.
하지만 대가 없이, 혹은 아주 적은 대가를 통해 창조해 낼 수 있는 정보는 그 양과 장르가 지극히 한정되어 있다.
우리 자신의 손에 의해서…
여러분은 대형 유통 회사의 횡포로 인해 고통받는 생산업자나 농가의 실상을 고발하는 다큐멘터리를 보며 눈물 흘리고 분노하는 그런 사람들이다. 하지만 지금 미디어가 처한 현실도 그다지 다를 바가 없다.
결국, 우리 모두가 원래 당연히 수용해야만 하는 수준 높은 정보를 접할 기회를 점차 잃어 가고 있다.
바로 우리 자신의 손에 의해서…
잘 읽었습니다. 20년 전에는 사람들이 더 양질의 정보를 더 많이 얻어갔었다고 생각해도 될까요? 그런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고… 해외 에서 만들어진 정보를 접할 기회가 늘어난 건 어떤 영향을 주었을까도 궁금하고요.
정보의 99% 이상이 전달이 안된다고요? 정말 놀랄 노자군요.
그렇다면 해결책은 무엇인가요.
코어를 만드는 사람에게 적절한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 는 것 같은데요.
그리고 ‘우리’ 는 무엇을 잘못하고 있는건가요.
좋은내용 이지만 중간중간 오탈자 및 매끄럽지 못한 문장들이 있네요. 좀 더 신경써주시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