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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롭고 개방된 인터넷이 왜 중요한지를 법집행자가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 인터넷 서비스의 혁신은 자유로운 인터넷의 유지에 달려있다. 몇몇 망사업자의 이해관계를 위해 모든 사용자들의 혜택을 늦출 뿐이다.

김기창 고려대학교 법대 교수

“인터넷으로 전송되는 데이터 트래픽을 그 내용, 유형, 제공사업자, 부착된 단말 기기 등에 관계없이 동등하게 처리하는 것”을 의미하는 망중립성에 대해 인터넷 사용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한 “혁신의 망, 자유의 망, 평등의 망” 강좌(주최: 망중립성 이용자 포럼, 후원: 슬로우뉴스)의 두 번째 시간이 지난 5월 29일 저녁 7시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열렸다. (관련 기사: 첫 번째 강좌)

망중립성 논의의 유래와 여러 나라의 사례

미국의 경우 이미 망중립성과 관련된 논란이 1950년대부터 시작되었다. 1956년 허쉬어폰(Hush-a-phone, 소음을 줄여 외부의 방해 없이 통화를 할 수 있는 컵모양의 부착기구)과 1968년 카터폰(Carterfone, 라디오 주파수를 사용해서 집에 있는 유선 전화기와 연결해서 통화할 수 있는 장치)을 당시 미국의 독점적인 통신사이던 AT&T는 여러 이유를 들어가며 그 사용을 방해하고 금지하려고 했으나 결국은 소송에서 패했다.

반면 미국의 캐이블TV 업체인 컴캐스트(Comcast)는 2008년 망의 혼잡을 막기 위한다는 이유를 들어 비트토렌트(BitTorrent)의 트래픽 속도를 줄이는 시도를 했고 FCC에 소송을 걸어 승소했다.

허쉬어폰 광고와 오리지날 카터폰 (출처: http://www.sandman.com/telhist.html)

이와 같은 통신과 인터넷에 대한 여러 가지 관점들을 정리해 FCC는 Open Internet Rules라는 원칙을 2010년에 발표하게 되는데 통신사는 가입자에게 사업수행에 대해 투명하게 공개하고, 유해하지 않은 디바이스 접속을 방해하지 말고, 이유없이 인터넷 서비스를 차별하지 말라는 원칙을 담고 있다.

영국의 경우 2011년 11월 24일 오프콤(Ofcom, 영국의 방송통신규제기구)이 정책 방향을 발표 (Ofcom’s approach to net neutrality)했는데 그 내용은 통신사업자는 소비자에게 투명하고 유용한 정보를 제공해야 하고, 최선형 인터넷(best effort internet access)을 사용자에게 제공해야 하며, 서비스 품질 저하에 대한 방지책을 모색해야 하고, 트래픽을 관리해야 한다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으며 이 모든 것들은 실질적인 경쟁 상황이 유지될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유럽의 경우 2009년도에 발표된 EU Telecoms Package의 내용을 이어 받아 2011년 12월 13일 유럽 의회는 트래픽 관리는 망중립성에 영향을 받지 않도록 해야 하며, 여러 사업자들의 트래픽 비용을 분석해 봐야 한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국내의 법규와 가이드라인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2011년 12월 26일 망중립성 및 인터넷 트래픽 관리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이 가이드라인은 이용자의 권리를 명시하고 통신사업자의 트래픽 관리의 투명성, 불합리한 차단 금지, 합리적 트래픽 관리 허용 기준 등을 포함하고 있다.

그리고 그보다 먼저 개정된 전기통신사업법 (2011년 3월 22일 개정)에서는 제3조 제1항, 제50조, 제28조 등을 통해 사업자들에게 기간/부가 통신역무를 규정하고, 이용자의 이익을 해치거나 해칠 우려가 있는 행위를 금지하고 공정한 경쟁을 해야 한다고 명시하는 한편 다른 사업자나 이용자의 망 이용형태를 부당하게 제한하지 말 것을 규정하고 있다.

또한, 공정거래법을 통해서도 시장지배적인 지위를 남용하는 것을 금지 (제3조의 2)하고 있으며 불공정거래행위를 금지 (제23조)하고 있다.

김기창 교수는 “미국의 FCC는 인터넷 규제 가능여부에 대해 권한이 있는지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국내는 권한이 명확히 있다. 우리나라에서 통신은 보편적 역무이므로 정당한 사유가 없다면 무조건 연결해줘야 한다”며 “해외의 경우 정부가 부족했던 규제 법령을 제정하거나 제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규정 자체와 가이드라인이 충분하게 갖춰놓고도 이를 제대로 수행하지 않는다”고 역설했다. 또한 “우리나라는 이동통신사 3사가 모두 시장지배적인 사업자이므로 부당하게 다른 사업자(예: 카카오톡 등)를 방해하면 안된다고 법규에 명시되어 있는데, ‘부당’이라는 표현이 명확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 따라서 법집행자의 의지와 기술 이해도가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최근 KT가 800억원대 DPI 솔루션을 도입한 것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에는 “디도스 탐지용이라는 목적의 장비들은 이미 모든 국내 이통통신사가 가지고 있다. 물론 디도스, 해킹 탐지 등 이외의 다른 용도로 DPI 솔루션을 사용하는 것은 문제가 되긴 한다”고 답변했다.

인터넷의 원리 이해와 인권과의 관계

현재의 통신서비스는 패킷교환망 (packet switched data network) 방식이기 때문에 기존의 회선교환망(circuit switching network) 방식과는 여러 가지 면에 있어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패킷교환망 방식에서 모든 데이터는 패킷으로 잘게 나뉘어서 네트워크를 통해 전달되는데 모든 패킷들이 동일한 경로로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네트워크의 상황에 따라 각자 다른 경로를 통해 목적지에 도달한다. 이는 냉전시대에 핵의 공포로 인해 안정적이고 효율적으로 연결되는 분산형 네트워크를 구성하기 위해 연구된 인터넷의 전신 아파넷(ARPANet)의 특징이다. 따라서 이러한 방식으로 작동하고 있는 인터넷에서 네트워크는 그 데이터의 내용을 알 필요가 없고 단지 데이터를 빠르게 전달하고 네트워크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스팸, 디도스, 해킹 등의 공격으로부터 네트워크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패킷의 형태를 알아야 할 이유가 생겼고 DPI (Deep Packet Inspection, 패킷을 분석하는데 있어서 그 내용까지 파악하는 기술)와 같은 기술이 등장했다. 심지어는 이를 바탕으로 패킷의 전송 순서를 결정할 수도 있고 특정 패킷을 들여다볼 수 있는 기술도 활용되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DPI를 활용하면 신상, 결제 정보 등의 DB를 축적하여 정보 맵을 구축할 수도 있다.

강장묵 동국대 전자상거래연구소 교수는 “통신서비스의 형태가 달라짐에 따라 그 차이를 명확히 구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면서 “유럽의 경우 트래픽 관리를 위해 DPI 기술이 필수적인 전제 조건은 아니라는 입장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또한 “패킷의 내용까지 확인할 수 있는 DPI 기술이 프라이버시와 정보 인권에 미칠 영향에 대해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혁신의 망, 자유의 망, 평등의 망’ 강좌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언론개혁시민연대, 인터넷주인찾기, 진보넷, 오픈웹, 참여연대, 함께하는시민행동이 모인 망중립성 이용자 포럼이 주최하는 행사이며 행사의 마지막인 3주차 (6월 5일)에는 김재환 감독과 영화 ‘브라질’을 감상하고 이야기를 나눌 예정이다.

2012년 ‘혁신의 망, 자유의 망, 평등의 망’ 강좌 관련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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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댓글

  1. 1956년 허쉬어폰이 나온 시기는 전화단말기가 통신망의 일부로 간주되어 가정에 설치된 전화기마저도 AT&T의 관할로 간주되던 상태입니다. 이후 단말은 표준에 따라 전화서비스와 분리되어 사용자가 관할하는 것으로 바뀌었지만 전통적인 통신사의 사고방식은 이통시장에서 보듯 단말을 통신사가 통제할 수 있어야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단말과 서비스망의 분리는 오랜 역사를 가진 중요한 문제인 것이었습니다. 이런 연장선상에서 mVoIP를 단말에서 써도 되네 안되네, Dropbox가 갤럭시S3에 들어가는 문제, VoIP나 스마트TV에 망이용댓가를 추가로 물린다거나, 공유기를 통해서 몇대 이상의 단말을 쓰면 안된다 등의 문제가 개발독재 및 산업화시대의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게 유독 21세기 한국에서 크게 문제가 되고 다른 나라에 비해 특히 제약되는 어려움이 발생하는 것이죠. IT산업보국하는데 소비자는 희생해라는 논리

  2. 아르파넷 === ‘혁신의 망, 자유의 망, 평등의 망’ 이라고??? 인터넷도 결국 하나의 사설망일 뿐, 그 이상의 어떤 의미와 역할를 기대하는 것은 매우 순진한 사고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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